[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D-29
첫 번째 기사는 오래된 기사네요. 천천히 잘 읽었습니다. 계속해서 이 책에서 읽히는 메시지 같아요. "우리는 동물과의 관계를 일방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상호적이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항상 '밀고 당기기'가 발생한다." 돌고래쇼에 대한 예시도 인상 깊어요. 책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지만 인간중심주의의 지나친 선입견들이 있는 것 같아요. 동물이 일방적으로 가축이 되었을 거라는 가정, 동물에게는 아무 선택권과 이득이 없었을 거라는 가정 등 동물에 대해선 절대 감상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는 작가님 말씀에 공감하게 됩니다. 두 번째 기사를 읽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감상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는 말씀의 연장선 같은 기사네요. 비봉이에게 뜻을 물어보고 야생방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씀을 읽고, 이것 또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저는 현 의료시스템의 한계와도 연결지어 생각하게 됐습니다. 비단 동물의 일만은 아닌 것 같았어요. 흔한 예로 대형병원에서는 환자를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살아난 후에 환자에게 벌어질 여러 가지 삶의 질은 고려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일단 살려놨으니 됐잖아? 라는 느낌이랄까요. 그 다음은 환자의 가족들과 간병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같은. 이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의사는 외과적인 면에서 수술이 잘 됐다, 안 됐다를 판단할 뿐 수술 후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논외로 여기는 것 같았거든요. 삶의 질 측면으로요. 동물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야생방사가 비봉이에게 과연 좋은 방법이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인간들의 오만이었을 수 있다는 거죠. 그에 따른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할 테니까요.
우리가 타자(동물 포함)의 운명을 결정짓는, 무지막지한 일을 할 때는, 그의 뜻을 충분히 듣고, 들을 수 없다면 최대한 숙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 그럴 수 없지요. 인간이 동물의 권리를 '대리'해야만 하는데, 그래서 동물운동이 특이한 게 '당사자성'이 없는 운동이예요. 이러한 특별한 점 때문에 인간은 동물의 권리를 위해 '대리'해야 하고 하고, 간혹 동물의 진정 원하는 바를 대리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겨나죠. 한편으로 인간의 다른 욕망이 개입하기도 하고요. (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사태) 따라서, 우리가 동물을 대변한다고 이야기 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 뒤늦게, 앞쪽 질문에 답하게 됐네요. 1. 동물이 저항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은 당연히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서울대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는데, 조류사에 고분고분하고 말도 잘 따라 하는 앵무새 한 마리가 탈출했는데, 호기심에 나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찌 됐든 영역을 벗어나면 인간에게는 저항이 되니, 동물이 어떤 생각을 가졌든 이탈하고자 하는 욕구? 그런 저항은 당연하단 생각 들어요. 2. 직접적으로 동물원 우리 문을 열어주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탈출을 도와주고 싶어요. 작년에 우리나라 강원 동해시에서 구조한 사육곰 22마리를 미국 콜로라도주 야생동물생추어리로 보내는 다큐를 본 적 있어요. 생추어리는 최대한 야생에서처럼 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곳인데, 콜로라도주 생추어리(TWAS)는 여의도 면적보다 크다고 해요. 동물 650마리가 뛰노는 곳이고요. 우리나라 사육곰 22마리를 구조하고 이송하는데 많은 돈이(10억원) 들긴 했지만, 방법을 찾고 실행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는 우리나라 사자도 간 적 있다고 들었어요. 암사자 사순이도 그렇게 보내졌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ㅜㅜ중국, 베트남, 라오스에도 생추어리가 있다고 하고, 우리나라에도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와, 머리말과 프롤로그만 읽었는데도 마음이 울컥울컥 울렁울렁하네요. 프롤로그에서 원숭이 앨피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저항'을 알게 되자, 동물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줄 아는 존재라는 사실이 이제야 구체적으로 생생히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간중심주의에 제기된 의문과 비판에 공감하면서도 남종영 기자님이 말씀하셨듯, "동물을 피해자라는 정체성에 가두곤" 했나봅니다. 사실 <동물 권력>이라는 제목이 언뜻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언제든 파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권력이 있듯이, 탈출하고 공격하고 파업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 권력이 있다"는 문장을 읽으니 바로 이해가 됩니다. 아니, 그런데 남종영 기자님 문장이 너무 아름다운 거 아닙니까! 앞응로의 내용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근데 기자님이 뇌종양 앓으셨던 건 몰랐습니다. 쾌유되셨는지요... ㅠㅠ)
그러고보니, 이 책 원래 고우리님과 하려고 했던 거네요 ㅎㅎㅎ 그리고 건강은...소출력으로 살고 있습니다 ㅎ
방가, 천천히 참여해 볼게요
하루 늦게 프롤로그를 읽었습니다. 청주로 이송된 바람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동물원 운영과 동물권에 대한 생각들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푸바오를 보며 귀엽다고 좋아하는 저를 보며 내가 동물을 미디어로 소비하는 방식이 "가엾거나 귀엽거나." 참 극단적이라는 자기 반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조금 싫어졌거든요. 그 와중에 이 책을 접하면서 저에게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번 질문을 읽으며 아 제가 그들의 저항을 반항으로 받아들였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전 개를 길렀을때도 훈육을 잘 안듣는 친구에게 반항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 같고 얼마 전 얼룩말 세로의 탈출사건에서도 얼룩말도 사춘기가 있나 반항인가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거든요. 저항이었군요. 권력을 가진 자 '제' 가 반항으로 여기는 거니까요. 의식하고 살진 않았지만 권력 관계를 확실히 인지하고 그대로 답습하며 살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번, 이 질문도 고민했습니다. 아마 원숭이나 사슴과 같은 동물이었다면 응원하거나 모른 체 했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사자라면....솔직히 신고 했을 것 같습니다. 제 기준의 편협한 시각에서 무서우니까요. 위험하다고 판단했을테니까요. 하지만 최대한 돕기 위한 방법도 찾아볼거 같습니다. 공존하기 위한 묘수를 찾아내는 일을 끝까지 시도해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물에 대한 집단적,조직적 착취는 문명의 발전이 가속화하는 시점에 출현하였다. 우리는 쉽게 오해하지만, 인간에 의한 동물의 멸종은 근래에 시작된 사건이 아니다. 2,000년 전 로마에도 있었다. 그리고 종을 착취한 뒤 멸종시키는 문명의 추악함은 원형경기장에서 "죽여! 죽여!"를 소리치던 평범한 시민의 욕망과도 맞닿아 있었다.
동물권력 1부 3장 P.79, 남종영
1부 다 읽었는데 완전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프롤로그부터 4장까지 밑줄 그은 문장들이 벌써 많아요. 논픽션이 이렇게 잘 읽히다니... 다른 책에서 읽은 개의 '자기가축화' 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작가님의 '가축화는 쌍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말에 더 설득됐습니다. 제 안에 있는 저도 몰랐던 인간중심주의적 사고 방식을 깨닫게 된 계기였어요. 다정함이 전부는 아니었다는... 심지어 보노보처럼 인간도 자기가축화하며 진화했다니, 흥미롭습니다. 2부도 기대돼요.
동물원이 아닌 야생의 세계로 보내 주는 것도 좋을 듯 해요
(1) 언론이나 SNS에서 심심찮게 동물 뉴스가 들려오는데요, 최근 접했던 동물 뉴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최근 사자가 탈출한 이야기요. 바로 사살을 했다고 하며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정말, 마음이 이상했어요. 바로 사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수년전에 길가던 고양이를 이유없이 발로 뻥 차버린 cctv가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동물 애호가가 아닌 저에게 꽤 큰 충격이였는지 꿈에도 여러번 등장 했던 기억이 있어요. (2) 『동물권력』 모임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 봤으면 합니다. 동물+권력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끌렸어요. 두 단어의 조합이 이색적이였지만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제서 생각해봤다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네요 🥲 (3) 표지 문구 가운데 눈길이 갔던 대목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동물 권력’이라는 제목이 첫눈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표지의 후가공이 정말 책과 딱이였어요. 또 고릴라의 저너머를 보는 듯한 눈빛은 갇혀있는 우리 창살의 뒤일지 아니면 자유로운 풍경 어딘가의 노을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1. 동물이 저항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tv에서 그런 동물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자살을 한다던가, 아니면 다른 동물을 구하기위한 본인의 선택같은거요. 그게 참 당연한건데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놓치고 사는게 많은 것 같아요. 2. 얼마 전에 캠핑장 근처의 사설 우리에서 사자가 탈출했습니다. 태어나서 하늘도 몇 번 쳐다보지 못한 불쌍한 삶이었죠. 당신이라면 도망가도록 도와주시렵니까? 전 이 뉴스가 충격이였어요. 사살되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거든요. 제가 사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잡히고 바로 사살이 되는거라면 신고를 단 십분, 조금이라도 미뤄보렵니다. 아 하지만 제가 그래서 누군가가 다치면 어쩌죠? 사자가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한다거나.. 아 참 어렵네요.
@고쿠라29 책 표지 재질은 "벨벳 코팅"이라는 후가공입니다. 만져 보면 가죽 같은 느낌이 들고, 책을 좀 중후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데 저도 편집한 책 중에 벨벳 코팅은 처음으로 해 보는 거였네요. 띠지 밑에 숨겨진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이라는 문구에는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남종영 기자님은 이 책에서 21세기 들어 가장 유명한 동물을 꼽으라면 사자 "세실", 범고래 "틸리쿰" 둘을 들겠다고 하시거든요. 세실은 살해당함으로서, 틸리쿰은 사람을 죽임으로써(돌려 말하면 인명 사고에 연루됨으로써) 말이에요. 카피 문구로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을 넣은 이유입니다. 음.. 고릴라는 표지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동물이어서 카피에 추가한 면이 있는데 (물론 책에 고릴라 이야기 역시 나옵니다. 10장을 한번 들춰보세요 ^^) , 사자와 고래에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아~ 이런 표지 처리를 "벨벳 코팅"이라고 부르는군요. 고급진 느낌 뿜뿜입니다.^^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 이라는 카피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책 읽다 생기는 이런 사소한 궁금증들은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해서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바로바로 알려주시니 너무 좋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 1부를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는 인류 역사의 타임라인으로 보면 수렵채집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까지를 통사적으로 다룹니다. 인간이 동물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던 체제가 인간이 동물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체제로 이행해 갔음을 촘촘히 보여 줍니다. 구석기시대 인간-동물 관계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을 되짚기도 합니다(2장에 등장하는 범고래 및 돌고래와의 공동 사냥 이야기는 근현대 사례지만, 태곳적 인간-동물 관계의 관점에서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1. ‘가축화는 쌍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가축화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1장). 남종영 기자님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 2. ‘인간-범고래 공동 사냥’, ‘인간-돌고래 공동 어업’ 등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지구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습을 살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3. 1부에서 가장 꽂힌 대목을 공유해 주세요(문장 수집 기능이 있네요)! 물론 1부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 주셔도 좋습니다. :) ★★★
속도 맞춰 프롤로그만 읽으려다가 책이 너무 잘 읽혀서 단숨에 저도 1부까지 읽어버렸어요. 1부 1. 책날개를 보니 @남종영 기자님께서는 영국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공부하셨다고 나오는데 어떤 계기로 동물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원래도 어렸을 적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보통 기자의 공부라고 하면 흔히 미디어 계통이나 사회학? 쪽 공부를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던데 좀 특이하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여쭙고 싶었어요.
1부 2. 에덴의 범고래 '올드 톰'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눈물까지 찔끔 흘렸네요. ㅎㅎ @치폴리노 님께서 말씀해주셨듯 '의인화'는 동물을 이해하는 바른 방법이 아닐텐데 이 일화를 읽으면서 자꾸 인간의 서사에 빗댄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한 시절이 끝나고 이제 예전 방식은 올드 스쿨이라 불리며 되어 놀림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적응은 어렵고 함께 한 동료들은 더 이상 주위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부 3.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1부 끝 부분에 '길들여짐'에 관한 단락이었어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길들임에 대한 대화도 '자기가축화'에 관한 이야기였나 싶기도 했습니다. ^^
어린 왕자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황현산은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어제 그제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음...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서 동물을 공부한 건 아니고, 마침 아내가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저도 같이 가서 뭘 할까 하다가 공부했습니다 ^^ 싱겁지요. 마침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 관해 기사를 쓴 직후였고, 이에 관한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영국에서는 지리학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많이 다루는데(동물지리학), 담당 교수님한테 지도를 받았죠~ 그때, 동물을 바라보는 여러 철학/인류학/지리학 이론을 접했고, 그 도구를 사용해 내놓은 책이 <동물권력>이에요. 비싼 등록금을 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오~ 그렇군요. '동물 지리학'은 저에게는 낯설게 들리는데 함께 연구가 많이 되는 분야군요. 기자님은 현재 함께 하는 동물이 있나요? (저는 괜히 이런 게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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