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D-29
<동물에게 권력이 있다면?> 동물도 권력(power)이 있지요. 그렇다면 그 범위,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시시때때로 저항하긴 하지만, 우연적인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며,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긴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동물을 제압하고 통제하지 않나요? 동물에게 권력이 있다는 명제는 매우 일화적인(anecdotal) 사건에 기반한 과잉 일반화 아닐까요? 이런 질문을 혼자 던저봤지만, 저는 뚜렷한 대답은 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인간의 역할이 결정적이지만, "공간적 특성"이 영향을 미치는 거 같습니다(라고 제 논문에 쓴 적이 있어요). 이를테면, 돌고래 수족관에서 돌고래들이 상대적인 자유를 누리는 이유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공간인 '풀장의 물' 때문이죠. 사자는 동물원에 갇혀 있을 때, 인간의 전일적인 통제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사자우리에서 뛰쳐나오면 어쨌든 저항하고 공격할 수 있는 것처럼요. @흥하리라
2부-2.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키워보지 못해서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를 부모-자식 간으로 칭하는 것에도 좀 낯설어하는데요.(어쩌면 동물권력의 내용에 반하는??) 자식보다 더 낫다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도 그냥 흘려 듣습니다. 멋진 품종을 "소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그저 퇴근 때면 나를 반기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겠죠. 결국 처음 시작은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이 자신의 과시에 이용되면서 괴기스러운 일들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그리고 그건 자식들의 문제에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 그동안 생각을 못한 부분이라 바로 정리가 되진 않지만 이제 동물도 권력이 있고, 우리는 그걸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곱씹게 됩니다. 2. 강아지 품종은 알 고 있었습니다. 전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진 않지만 아는 내용이고 알면서도 읽을 때 너무 맘이 아프더라고요. 결국 인간 때문인데 대체 보기 좋으라고 동물의 삶도 좌우할 수 있는지.. 맘이 아픕니다. 3. 이 부분 아주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결국 서로 맞대로 봐야 하는 건데요. 공장식 가축화가 그걸 막고 있죠. 우리 앞에 동물이 있고 눈을 본다면 우린 함부로 할 수 없을텐데요.
@희망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그조차도 힘들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야생에 가까운 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흥하리라 동물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무언가를 요구하고 소통하고 행동하는 거 같아요. 정말 신기한 일이지만, 필요와 필요, 몸과 몸이 만나면서 인간과 범고래의 공동 사냥이라는 신기한 일이 시작된 거죠. 이 에피소드는 호주에서 나온 책 <Killers in Eden>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젊은 동물학자가 쓴 책인데, 우리가 읽기에 문장도 쉽고, 분량도 얇아서, 푹 빠져서 읽은, 드문 영어책이었네요 ㅎ
@장맥주 인간의 고통을 동물의 고통보다 더 신경써야 할 철학적 근거... 에 대해 (동물의 고통을 중시하는) 공리주의자들이 많은 토론을 했어요. 이를테면, 물에 빠진 인간과 동물이 있다. 누구부터 먼저 구할 거냐? 이런 질문에... 신경계가 복잡한 동물일수록 고통을 많이 느끼니, 우선시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고... 인간은 구하면 다른 동물을 더 구할 수 있으니, 공리가 더 크다...이런 주장도 있을 수 있고...파고들면 별 논리가 더 많은데, 저는 중간에 포기했어요 ㅠㅜ
길들여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좋으면서도 나쁜 것이다. 인간끼리도 마찬가지다. 마법에 홀린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푹 빠져 완전함을 느끼다가도 출근길 지하철에서처럼 사람들에게 둘어싸여 숨 못쉬며 버틸 때도 오는 법이다. 평안과 안락, 그리고 구속과 지루함이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야생의 삶을 사는 것과 가축이 되는 것은 자유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동물권력 p. 102, 남종영
다들 좋은 재미있게 읽고 좋은 의견 주셔서 저는 따라서 읽기만 해도 즐겁네요. @남종영 기자님도 바쁘실 텐데 고맙습니다. 1. 오늘도 국내 실내(!!!) 동물원의 유리 사육장에 갇힌 호랑이, 곰 등의 사정을 폭로하는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네요. 저렇게 해서라도 애들한테 호랑이, 곰을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생각하고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4164804 2. 한편으로는 동물원의 동물을 놓고서 계속해서 정리를 못하고 있는 생각도 있습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 동물이 자유를 갈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 인간의 처지에서 해석한 것은 아닐까. 천적과 밀렵꾼에 의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어떤 야생보다는 생존과 종의 번식을 도모할 수 있는 동물원이 그들에게 나은 선택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작가정신)의 앞부분에도 나왔던 것 같고, 결정적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토머스 프렌치의 『동물원: 우아하고도 쓸쓸한 도시의 정원』(에이도스)에도 나오죠.
파이 이야기전 세계 50개국 출간,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기록한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04년 국내에 출간된 후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파이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개정판을 선보이는 것으로, 작품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표지와 소장 가치를 더한 양장 제본으로 ‘현대의 고전’으로서의 품격을 더했다. 또한, 본문 말미에는 국내외 언론 및 명사들의 서평을 발췌, 수록하여 작품을
동물원KBS TV 〈100인의 리딩쇼-지구를 읽다〉(2022년 9월 24일자) 방송 도서.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공존은 무엇인가? 퓰리처상 수상작가가 6년여에 걸쳐 아프리카의 사바나, 파나마의 정글, 대도시의 동물원을 오가며 탐사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저자답게 탄탄한 이야기와 유려한 문체 그리고 번뜩이는 통찰로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동물원은 자연과 역사, 생물, 문화, 인간의 행동과 심리, 무역에 대한 통찰이
동물들이 로우리 파크에 오게 된 사연을 한데 모아 보면, 동물뿐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야생성에 대한 인간의 열망. 자연을 찬미하면서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 숲을 초토화시키고 강을 오염시켜 동물들을 멸종 위기에 몰아넣으면서도 이들을 사랑하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갈망. 이 모든 것이 포로들의 정원에 전시되어 있었다.
동물원 47~48쪽, 토머스 프렌치
마침 『동물원』의 한 부분 메모한 부분도 있어서 공유합니다. (이 책도 『동물 권력』과 함께 읽으면 좋아요!)
사실 저는 @YG 님이 추천하신 토머스 프렌치의 <동물원>은 좀 읽다가 심드렁해져 그만두었어요. 그런데, 추천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근데, 중고책으로 팔아버렸다는 ㅋ
앗, 저는 남 기자님 책 옆에 (사이 몽고메리 등과 함께) 고이 모셔뒀는데. :)
그 분들 사이에 앉아 있다니, 영광입니다 ^^
원래 @고우리 님이 하시려던 책이었다니까요 ㅎㅎㅎ
'살아 있음'과 '행동 가능성'을 무기로 삼아 동물은 인간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어떻게 동물이 저항할 수 있냐고? 저항의 사전적 뜻은 "밖에서부터 가해지는 힘에 굴복하여 따르지 않고 거역하거나 버팀"이다. 왜 우리는 동물이 저항한다는 말에 저항하는 것일까? 저항은 고결하거나 순수한 행위라고 생각해서? 복잡한 사고와 의식을 지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저항은 신성한 단어가 아니다. 적어도 사전적 뜻으로는 '자본가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관계를 인간과 동물의 이항 대립 구조에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동물이 저항하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
동물권력 p. 116, 남종영
인간의 욕망을 동물에게 투사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이다. 우리는 고작 글로피시를 보았을 뿐이지만, 우리의 윤리가 시험받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동물권력 p. 194, 남종영
겉으로는 인간이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물의 고통은 우리 몸에 내장된 '공감 회로'를 더욱 증폭해 종국에는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다. (중략) 그러나 빙판 위로 나와 펄떡거리는 산천어를 보면서, 시커먼 구이가 되어 나온 한때의 생명을 보면서, 우리는 화물 트럭 짐칸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어린양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가슴 싸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 산천어는 귀여운 동물도 아니고, 학대받는 장면이 끔찍하지도 않다. 역설적이지만 이 때문에 산천어 축제 반대 운동은 의미가 있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동물을 보호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물권력 p. 162~163, 남종영
비록 어린아이들이지만 한 생명을 끝장내고 손으로 직접 살점을 만지면서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 고기를 입안에 넣음으로써 카리부의 생명을 자기가 잇게 된다는 것
동물권력 p.82, 남종영
2부를 읽으면서는 육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엄청난 규모의 유니언 스톡 야드가 놀랍더군요. 공장화, 분업화 된 도축으로 우리가 밥상 위에 오른 지글지글 익힌 고기와 살아 생전의 동물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나는 대중의 마음을 겨낭했으나, 위장을 건드렸을 뿐이다" 라는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읽고는 예전에 친구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비위생적인 축산업의 현황과 가축들이 공장식 우리에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행하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 중 친구가 분개하면서 "그런 고기를 먹으면 사람에게도 안 좋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고기의 살아 생전 삶의 질이 좋아야 한다" 고 주장했는데 정말 그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그렇게라도!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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