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D-29
사실 저는 @YG 님이 추천하신 토머스 프렌치의 <동물원>은 좀 읽다가 심드렁해져 그만두었어요. 그런데, 추천하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근데, 중고책으로 팔아버렸다는 ㅋ
앗, 저는 남 기자님 책 옆에 (사이 몽고메리 등과 함께) 고이 모셔뒀는데. :)
그 분들 사이에 앉아 있다니, 영광입니다 ^^
원래 @고우리 님이 하시려던 책이었다니까요 ㅎㅎㅎ
'살아 있음'과 '행동 가능성'을 무기로 삼아 동물은 인간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어떻게 동물이 저항할 수 있냐고? 저항의 사전적 뜻은 "밖에서부터 가해지는 힘에 굴복하여 따르지 않고 거역하거나 버팀"이다. 왜 우리는 동물이 저항한다는 말에 저항하는 것일까? 저항은 고결하거나 순수한 행위라고 생각해서? 복잡한 사고와 의식을 지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저항은 신성한 단어가 아니다. 적어도 사전적 뜻으로는 '자본가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관계를 인간과 동물의 이항 대립 구조에 대응시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동물이 저항하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
동물권력 p. 116, 남종영
인간의 욕망을 동물에게 투사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이다. 우리는 고작 글로피시를 보았을 뿐이지만, 우리의 윤리가 시험받을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동물권력 p. 194, 남종영
겉으로는 인간이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물의 고통은 우리 몸에 내장된 '공감 회로'를 더욱 증폭해 종국에는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다. (중략) 그러나 빙판 위로 나와 펄떡거리는 산천어를 보면서, 시커먼 구이가 되어 나온 한때의 생명을 보면서, 우리는 화물 트럭 짐칸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민 어린양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가슴 싸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 산천어는 귀여운 동물도 아니고, 학대받는 장면이 끔찍하지도 않다. 역설적이지만 이 때문에 산천어 축제 반대 운동은 의미가 있다.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동물을 보호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물권력 p. 162~163, 남종영
비록 어린아이들이지만 한 생명을 끝장내고 손으로 직접 살점을 만지면서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그 고기를 입안에 넣음으로써 카리부의 생명을 자기가 잇게 된다는 것
동물권력 p.82, 남종영
2부를 읽으면서는 육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엄청난 규모의 유니언 스톡 야드가 놀랍더군요. 공장화, 분업화 된 도축으로 우리가 밥상 위에 오른 지글지글 익힌 고기와 살아 생전의 동물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나는 대중의 마음을 겨낭했으나, 위장을 건드렸을 뿐이다" 라는 싱클레어의 이야기를 읽고는 예전에 친구와 했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비위생적인 축산업의 현황과 가축들이 공장식 우리에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행하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 중 친구가 분개하면서 "그런 고기를 먹으면 사람에게도 안 좋다.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고기의 살아 생전 삶의 질이 좋아야 한다" 고 주장했는데 정말 그 지독한 인간중심주의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그렇게라도!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했어요.
@연해 님 이야기처럼 저도 물고기의 고통에는 공감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생선회도 좋아하는 편이고요. 산천어 축제는 예전에 산천어는 화천이랑 무관하다는 내용만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저는 충식, 배양육에 찬성하는 입장인데요, 책의 193 페이지에는 유전자 조작으로 동물의 고통을 해소해 준다면 그래서 소나 돼지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육식은? 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질문이 등장하네요. 저는 2부를 읽으면서 '동물의 저항'보다는 '육식'이라는 주제에 개인적으로 꽂혀서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인상에 남는 부분은 산천어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언젠가 대만 여행을 갔다가 새우 낚시를 본 적이 있어요. 새우를 낚으면 바로 그자리에서 구워주는 그런거 였는데 이상하게 그게 되게 잔인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잔인하다고 하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횟집에서 수족관에 있는 걸 보며 싱싱하다고 말하고 잡아먹는것도 같은거 아니냐고, 만약 그걸 돼지나 소 닭이라고 생각하면 되게 이상하지않겠냐고, 제가 그때도 이 생경함과 복잡함에 마음이 쓰였던 기억이 있는데 이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그 기억이 났네요.
다소 뜬금없는 감상인것 같습니다만.. 동물권력 11장 비둘기 셰르 아미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무협지나 무협만화도 즐겨보는데요 무협 세계관에서도 '전서구'라는 통신용 비둘기가 나옵니다. 동물권력 읽고서야 이게 비둘기의 귀소본능을 활용한 통신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어요. 비둘기를 활용한 통신은 양방향 통신이 아닌 단방향 통신이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무협지 보다보면 야전에서 급한 상황에 갑자기 필요한 곳으로 비둘기를 날리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저렇게 긴박한 상황에 도착할 곳에 맞는 비둘기를 골라나왔단말이야?' 라던가, '저 비둘기 다시 데리러 어느세월에 가지?' 같은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도 더 되었네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계속 왔다갔다하는 북극곰 - 이름이 얼음과 썰매였어요. @한낮의휴식 님이 본 북극곰 맞아요. 저희 집이 거기서 멀지 않은데, 교통사고를 당하고 두어달 쉴 적, 매일 가서 인사를 하고 오곤 했죠. 그렇게 저와 친한 북극곰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넜지요. 그때 제가 쓴 기사가 있어요. -그날밤, '북극곰' 얼음이는 문을 꽝꽝 쳤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41377.html
아, 제가 본 친구가 이 친구군요. 제가 본 건 한마리 였고 이 기사 이후였으니 아마도 얼음이였나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부터 수요일까지는 3부를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등장하는 동물들은 1~2부와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이름’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릴라 ‘하람베’와 ‘빈티 주아’, 비둘기 ‘셰르 아미’, 범고래 ‘틸리쿰’, 늑대 ‘오식스’, 사자 ‘세실’. 이들이 3부의 주인공들입니다. 흔히 동물의 삶을 집단적인 종의 ‘생태’로 일반화해서 설명하는데, 3부에서부터는 이름처럼 고유한 이들 각각의 삶을 일종의 전기처럼 엮었습니다. 동물에게도 자신의 고유한 삶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1. 동물의 희생과 헌신은 세간에 미담으로 회자되곤하는데요, ‘동물 영웅’ 담론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요? ★★★★ 2. 다음은 남종영 기자님이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답변을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다는 후문이..) 지난해 절찬리에 방송됐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범고래 틸리쿰을 연상케 할 만한 장면이 나와요. 마치 남미 환상소설의 한 장면처럼, 등지느러미 구부러진 고래가 재판정을 날아가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학원에 구속하고, 어린이해방사령관(구도환)은 그런 아이들은 버스에 태워 숲으로 납치해 실컷 놀게 했다고 재판에 넘겨진 거예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과 관계 사이에서도 언제나 ‘사랑’과 ‘구속’은 동전의 양면을 이뤄요.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하자, 어떤 조련사는 “내가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말하죠. 그의 말은 일면 진실일지도 몰라요. 여러분은, 사랑과 구속(지배)의 경계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경계선을 넘고 싶은 욕망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 3. 3부를 읽으면서 여운이 남았던 대목을 공유해 주세요!
실은 주말에 책을 읽다 보니 진도가 쑥쑥 나가서 앉은 자리에서 3부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외국 논픽션 읽으면 저자의 논지에 동의가 안 되더라도 그냥 그 끌고 가는 힘 자체로도 재밌어서 즐겁게 읽고 했는데 한국의 논픽션은 내용이나 주제는 좋은데 전체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스토리텔링과 글맛이 조금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많이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재밌어서) @남종영 기자님, 앞으로 책 좀 많이 내 주세요.
오랜 세월 동안 전쟁과 군사작전에서 영국군, 동맹군과 함께 복무하고 전사한 모든 동물에게 이 기념비를 바친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동물권력 p.229 , 남종영
3부를 읽고 정말 무엇을 위한 동물 영웅 만들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상시 군견이 훈장을 받는다는 뉴스 같은 것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봤는데 "전쟁 미화와 (인간의) 애국주의 고취에 이용"이라는 부분을 읽고 깨달음을 얻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비둘기 셰르 아미는 글을 읽으며 응원을 하게 되고요, 저도 @Franz 님처럼 저 비둘기를 어떻게 다시 찾는 건지도 궁금하고, 조류의 경우는 다른 덩치 큰 동물에 비해 외양 구별이 쉽지 않을텐데 역시 애정을 가지고 보면 다 구별이 가능하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1. 하람베와 빈티 주아의 사건을 비교하는 장면에서 동물을 사물화하거나 의인화하는 게 참으로 인간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을 사물화할 때는 '물건' 취급을 당하고, 의인화할 때는 인간과 비슷한 대우를 받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되어선 안 되는 선을 확실하게 긋고 말이죠.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죽음을 맞기도, 찬사를 받기도 한다는 게 씁쓸하네요. 전장에서 영웅이 된 동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미화하고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데 동물을 이용했다는 문장에 동의하는 입장이에요. 뭔가 하나의 상징성으로 그들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모든 게 인간 중심적이라는 것에는 정말 변함이 없네요. '인간을 위한 영웅'이 된 그들은 과연 그런 것을 원하긴 했을까요. 그리고 동물들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일반화시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틸리쿰이 일으킨 세 번의 '사고'는 틸리쿰의 유전자와 환경이 맞물려 만들어 낸 틸리쿰 성향의 결과물이다"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는데, 인간의 선입견을 넘어 그들의 고유한 삶이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2. 제가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질문에 담겨있는 내용만 봤을 때, 사랑과 구속은 한 끗 차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미혼이라 아이가 없지만, 자라온 환경에서 부모님의 사랑과 보호라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여러 가지 행동들이 '과연 정말 나를 위한 게 맞을까?'하는 순간들이 많았거든요. 연인끼리도 흔히 "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미명하에 서로를 구속하려 들잖아요. 사랑(이라 쓰고 폭력이라 말하는) 그 행동들이 저는 참 위선적이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동물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너희들이 뭘 알아?"라고 말하는 조련사처럼, 그의 말은 진실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앞서 작가님이 하셨던 말씀처럼, 인간은 동물의 권리를 '대리'하는 입장이고, 동물운동이 특이한 게 '당사자성'이 없는 운동이니까. 그런 면에서 봤을 때는 인간 중심의 해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고, 부모 중심의 해석 또한 마찬가지로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전하는 누군가의 조언과 충고가 물론 저를 위한다는 명목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원치 않을 때는 그저 잔소리와 간섭에 불과한 것처럼요. 그때 반드시 필요한 게 하나의 인격체를 존중할 수 있는 적당한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3부-1 특정 종이 아닌 개체의 이름이 붙여진 이야기들을 접하다보니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이야기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고릴라 하람베와 빈티 주아의 이야기와 동영상을 보면서 완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기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비난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책에 언급된 대로 하람베의 의도와는 별개로 아이가 위험한 상황으로 보이니까요.) 이렇게 완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이 동물영웅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의 의미를 알까? 그저 인간에 의해 훈련되었고, 그 역할을 잘 수행했기에 인간에 의해 영웅화되지만 동물입장에선 피동적인(만들어진) 영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대신 폭탄을 짊어지고 적군에 뛰어들고, 인간대신 목숨을 걸고 지뢰를 탐지하고.... (여전히 인간의 입장에 서있기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상당부분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임무일텐데요. 그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AI에게 폭발물을 취급하도록 하는데 도덕적 딜레마는 없을까 의문이 확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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