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D-29
1. 동물이 저항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tv에서 그런 동물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어요. 자살을 한다던가, 아니면 다른 동물을 구하기위한 본인의 선택같은거요. 그게 참 당연한건데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 놓치고 사는게 많은 것 같아요. 2. 얼마 전에 캠핑장 근처의 사설 우리에서 사자가 탈출했습니다. 태어나서 하늘도 몇 번 쳐다보지 못한 불쌍한 삶이었죠. 당신이라면 도망가도록 도와주시렵니까? 전 이 뉴스가 충격이였어요. 사살되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거든요. 제가 사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잡히고 바로 사살이 되는거라면 신고를 단 십분, 조금이라도 미뤄보렵니다. 아 하지만 제가 그래서 누군가가 다치면 어쩌죠? 사자가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한다거나.. 아 참 어렵네요.
@고쿠라29 책 표지 재질은 "벨벳 코팅"이라는 후가공입니다. 만져 보면 가죽 같은 느낌이 들고, 책을 좀 중후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는데 저도 편집한 책 중에 벨벳 코팅은 처음으로 해 보는 거였네요. 띠지 밑에 숨겨진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이라는 문구에는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남종영 기자님은 이 책에서 21세기 들어 가장 유명한 동물을 꼽으라면 사자 "세실", 범고래 "틸리쿰" 둘을 들겠다고 하시거든요. 세실은 살해당함으로서, 틸리쿰은 사람을 죽임으로써(돌려 말하면 인명 사고에 연루됨으로써) 말이에요. 카피 문구로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을 넣은 이유입니다. 음.. 고릴라는 표지에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동물이어서 카피에 추가한 면이 있는데 (물론 책에 고릴라 이야기 역시 나옵니다. 10장을 한번 들춰보세요 ^^) , 사자와 고래에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아~ 이런 표지 처리를 "벨벳 코팅"이라고 부르는군요. 고급진 느낌 뿜뿜입니다.^^ "사자의 눈" "고래의 시선" 이라는 카피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책 읽다 생기는 이런 사소한 궁금증들은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해서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바로바로 알려주시니 너무 좋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 1부를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는 인류 역사의 타임라인으로 보면 수렵채집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까지를 통사적으로 다룹니다. 인간이 동물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던 체제가 인간이 동물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체제로 이행해 갔음을 촘촘히 보여 줍니다. 구석기시대 인간-동물 관계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을 되짚기도 합니다(2장에 등장하는 범고래 및 돌고래와의 공동 사냥 이야기는 근현대 사례지만, 태곳적 인간-동물 관계의 관점에서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1. ‘가축화는 쌍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가축화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1장). 남종영 기자님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 2. ‘인간-범고래 공동 사냥’, ‘인간-돌고래 공동 어업’ 등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지구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습을 살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3. 1부에서 가장 꽂힌 대목을 공유해 주세요(문장 수집 기능이 있네요)! 물론 1부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 주셔도 좋습니다. :) ★★★
속도 맞춰 프롤로그만 읽으려다가 책이 너무 잘 읽혀서 단숨에 저도 1부까지 읽어버렸어요. 1부 1. 책날개를 보니 @남종영 기자님께서는 영국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공부하셨다고 나오는데 어떤 계기로 동물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원래도 어렸을 적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보통 기자의 공부라고 하면 흔히 미디어 계통이나 사회학? 쪽 공부를 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던데 좀 특이하게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여쭙고 싶었어요.
1부 2. 에덴의 범고래 '올드 톰' 이야기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눈물까지 찔끔 흘렸네요. ㅎㅎ @치폴리노 님께서 말씀해주셨듯 '의인화'는 동물을 이해하는 바른 방법이 아닐텐데 이 일화를 읽으면서 자꾸 인간의 서사에 빗댄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한 시절이 끝나고 이제 예전 방식은 올드 스쿨이라 불리며 되어 놀림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적응은 어렵고 함께 한 동료들은 더 이상 주위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부 3.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1부 끝 부분에 '길들여짐'에 관한 단락이었어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왕자와 여우의 길들임에 대한 대화도 '자기가축화'에 관한 이야기였나 싶기도 했습니다. ^^
어린 왕자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황현산은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생텍쥐페리의 진솔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어제 그제 부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음...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서 동물을 공부한 건 아니고, 마침 아내가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저도 같이 가서 뭘 할까 하다가 공부했습니다 ^^ 싱겁지요. 마침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에 관해 기사를 쓴 직후였고, 이에 관한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영국에서는 지리학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많이 다루는데(동물지리학), 담당 교수님한테 지도를 받았죠~ 그때, 동물을 바라보는 여러 철학/인류학/지리학 이론을 접했고, 그 도구를 사용해 내놓은 책이 <동물권력>이에요. 비싼 등록금을 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오~ 그렇군요. '동물 지리학'은 저에게는 낯설게 들리는데 함께 연구가 많이 되는 분야군요. 기자님은 현재 함께 하는 동물이 있나요? (저는 괜히 이런 게 궁금하네요. ㅎㅎ)
저는 말썽장이 인간 동물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ㅎ
ㅋㅋㅋ 그렇군요. 하긴 인간도 동물이니까요. 답변 감사합니다. ^^
인간이 동물을 가축으로 만든 사건은 이러한 세계관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다. 인간은 동물을 일정한 구역에 감금하고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최종 부산물인 고기를 먹었다. 인간은 동물의 신체의 자유를 속박했다. 동물을 사고 팔았다. 3장에서 보았듯이 문명이 발전한 제국에서는 동물을 오락용으로 키워 살육장으로 내몰고 피의 향연을 즐겼다. 동물은 인간의 소유물이었다.
동물권력 p.84, 남종영
문장수집을 글 쓰던 중간에 쓰면 쓰던글이 사라지는군요... 하하하... 1)사실 쌍방향 가축화라는 개념이 매우 새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편하게 받아들일수 있었습니다. 무조건적 가해자라는 입장에서 조금은 벗어나 협력자의 관계로서의 형성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 협력적 관계에서 살아간 적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편했다고 할까요? 이후 가축화의 과정을 보면서는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자연과 분리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제 삶은 아무래도 동물과 분리되어있으니까요.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이런 쌍방향 가축화라는 개념들이 학계에서 어떻게 연구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2)인간과 고래의 공동어업에 대해서 보면서는 문명의 차이에 대한 생각이 들더군요 고래잡이를 했던 문명은 다양하게 존재했을때도 왜 어떤 문명은 고래와의 협력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고 어떤 문명은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고래잡이를 했었는데 말이죠. 또 한편으로는 고민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이런 협력자의 관계로 회귀하는 것이 가능한가? 불가능 하다면 오늘날 동물과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생각들을 했습니다.
자기가축화 이론이 유명해진 것은 2012년 브라이언 해어와 리처드 랭엄의 보노보에 관한 논문(The self-domestication hypothesis: evolution of bonobo psychology is due to selection against aggression)이 나오고서였어요. 얼마 되지 않은 '신종 이론'이죠. '소프트한' 이론이니 '비행기가 날 수 있다'처럼 '하드한' 신뢰를 부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자기가축화 이론은 '개가 된 여우'에서 착안해 보노보에서 출발, 최근에는 인간까지 논의가 발전하는 경향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하셨다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브라이언 해어의 책이 있죠. 위키피디아에 현재의 연구 경향이 정리돼 있네요~ 유려한 문장을 쓰는 칼 사피나도 <소리와 몸짓>에서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해 자기가축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의 최애 책 중 하나. 통찰이 배어 있어서 곰곰 생각했습니다. "나는 항상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것이 그냥 습관 탓이라고 생각해 왔다. 생활세계와 밀접하게 공명하면서 살아가는 수렵채집 부족민들이 최근까지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지만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라는 문제,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라는 생각이 인간의 실제 본성 속에 박혀있는 것이라면? 우리의 본성은 자기 길들임에 의해 변화한 것인가? 우리는 우리 가축에 의해 가축화되었는가? 만약 '길들임 신드롬'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어떻게 되는가?"(423쪽)
질문에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논문과 책들도 한번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축화는 쌍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가축화에 대한 전복적인 해석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1장). 남종영 기자님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 ** 인간 중심의 기존 질서를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여러 노력이나 주장에 대해 기존에는 그건 단순한 화자의 견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동물권력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셔서 조금 설득되어가고 있습니다. ^^ 인간의 선택과 훈련을 통해 가축이 되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작가님(또는 그 이전의 연구들)의 가축화 과정에 대한 상상이 꽤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 읽어가며 정말 인간의 선택으로만 이뤄진게 아닌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 보겠습니다.
2. ‘인간-범고래 공동 사냥’, ‘인간-돌고래 공동 어업’ 등 동물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지구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습을 살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고래의 지능이 높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을 시킨다거나 제한적인 대화를 할 때 다른 동물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정도(그 정도도 제겐 놀라운 능력이라 생각됩니다만)로 생각했는데 인간이 먼저일 수도 있고, 고래가 먼저일 수도 있는 공생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인간의 대신에 의한 고래의 행동 변화 등의 일화는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니 벌써 2부를 시작했나요;;; 일단 1부에서,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결정적인 동력이 개와의 협동이라는 해석/관점이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인간 중심 관점을 벗어나니 생각의 카테고리가 확 넓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렇게 관점을 바꾸니 동물이 인간에게 일방적/수동적으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쌍방향으로/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길들였다는 해석이 전혀 전복적이지 않고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2부도 즐겁게 읽어보겠습니다!
1. 저도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종종 인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버릇이 있다. 동물은 우리가 무엇을 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수동적 대상이라고 격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명의 관계에서는 '기브 앤드 테이크'가 적용된다." p.30 동물들이 가축화되는 과정이 단순히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야생에서 힘겹게 먹이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인간 주거지 옆에서 먹이를 구하는 게 이득이라 판단하고 자신만의 생존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두 행위자는 협력해야만 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가축이 되지 않는다는 문장도요. 근데 생각해 보면 꼭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지만 때로는 기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고, 그런 관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고 싶지는 않아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다 얻을 게 있으니까 선택하고 포기하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2. 음, 우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만 말해보자면 약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2부까지 읽고 나니 '내가 동물들을 너무 안타깝다고만 여겼나'싶은 생각도 듭니다.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긴 한데, 동물에게도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기도 해서요(동물의 표정을 다룬 뒷부분의 내용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감상주의의 단점 같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2번 질문에 대한 책의 내용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공동 어업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겠지만, 또 한편으로 드는 가벼운 생각은 '돌고래 무섭네'라는... (허허)
1. 재밌었습니다. 저도 요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가에 의문이 있거든요. 인간만큼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히 우리가 동물을 길들여 이득만 취하는 게 아니느 라는 것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2. 인간 위주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고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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