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요. 그래도 책에 실린 작품 가운데는 「아스타틴」이 제일 이질적이지 않았나요? 저는 애초에 이 책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저희도 운전 잘합니다」 같은 작품이 들어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답니다. :)
[책걸상 함께 읽기] #34.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D-29
YG
연해
앗, '아스타틴'이 설화 속 왕자의 난 같다는 말씀에서 웃음이 났어요. 정말 그러네요! 어릴 때 봤던 사극 중에도 그런 서사를 여럿 본 것 같습니다:)
수북강녕
@연해 '아스타틴'을 영화화할 경우 누구를 캐스팅하여 어떻게 연출할까 그려 보았는데요 ^^ 마블 스타일로 되기보다는 동양적인 이미지들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
연해
장강명 작가님의 팬으로서 지금도 굉장히 다작하고 계시다고 생각했는데(어제도 '월 급사실주의 2023'이 드디어!), 한 작품을 더 길게 쓰셔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은 또 새롭네요. 저도 '아스타틴'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조금 더 밀도 있게 다룬다면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없을 만큼 정말 좋았어요.
수북강녕
“ 이제 수정은 고독과 고립에도 단계와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어느 수위에 이르면 그것은 더이상 외롭다든가 쓸쓸하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어느 순간 생존과 자존의 질문으로 변한다.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오래도록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라. 특히 그 도움이 자신에게 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종류인 경우를 그려보라. 결국엔 누구나 스스로를 처절하게 버림받은 존재로 느끼게 되고야 만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과 자신과의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금성 표면을 달리며, 수정은 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마리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자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한다. 과거에 자신이 마리에게 무엇을 했는지, 딸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를 헤아린다.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97 - 당신은 뜨거운 별에 -,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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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이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고대 함무라비 성문법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날것의 복수를 최첨단 체험 기계라는 섬세한 가니쉬를 얹어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트러플 새우깡같달까요?
메롱이
저사양 그래픽 카드가 달린 컴퓨터에서 최신 게임을 돌리면 옵터 채도를 낮춘 것처럼 프레임 수 떨어지고 렌더링 이상한 열화된 세계가 펼쳐지곤 하는데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상황들이 연상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나무가 됩시다'는 식물인간에 관한 오래된 아재 개그가 떠올랐고 '사이보그의 글쓰기' 아니 '재수사'가 생각만큼 판매가 안 되었나 싶은 기분이, 픽션이지만 들었네요.
YG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나무가 됩시다」는 채식이나 육식 반대와 같은 주장과 실천을 하는 어떤 경향(근본주의)에 대한 풍자로도 읽혔는데 어떠셨나요? (참고로, 저는 가능한 한 식단에서 육식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전 채식이나 육식 반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 또 과도한 윤리적 강조가 맞는 방향인지를 놓고서는 회의하는 편이에요.)
메롱이
비건은 아니지만 비건 지인들이 많아서 비건 페스타 같은 행사를 자주 방문하곤 하는데 고기맛과 거의 흡사한 대체육 신제품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들의 비건 재료를 활용한 고도화된 레시피와 식품 첨가물의 과정을 떠올리면 해당 소설의 작중 화자가 겪은 수술 과정의 디테일과 크게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YG
네, 기후 위기를 포함한 생태 환경 이슈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취재해온 처지에서는 대체육에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고기 소비를 줄여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체육을 먹어야 할 정도로 고기 맛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그냥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고 식물 식감을 그대로 살린 채식 식단 비중을 늘리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공교롭게도 <세계일보>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환경 싱크탱크에 있는 윤지로 기자도 같은 고민을 하셨더라고요.)
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다.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지구온난화는 더 악화되는 때, 먹거리와 온실가스 문제를 엮어 취재·연구한 책이다. 먹거리와 기후의 연관성에는 ‘무심’한 우리에게 기후위기를 만드는 먹거리의 여정과 식량 시스템을 낱낱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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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이
책 추천 감사합니다. 잠시 훑어보니 한국은 의외로 해산물 섭취 전세계 1위의 나라였네요. 방사능 오염수 방류 당일에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무래도 해산물 섭취 1위는 3면이 바다이다보니 전통적인 식단이 해산물을 베이스로 구성된 탓 같기도 하네요. 음식은 문화권의 정체성이고 습관이라서 잘 안 바뀔 거 같은데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도 불구하고 해산물 섭취가 줄어들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메롱이
<데이터 시대의 사랑>
AI가 커피숍의 고객과 피고용자들을 활동 데이터화하는 컨셉 영상인데 소설 내용과 겹쳐서 링크를 가져와봤습니다.
https://twitter.com/lukasbenzlcom/status/1692543968829985124
메롱이
팟캐스트도 뒤이어 잘 들었습니다. 제가 상식이 부족했는데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관련해서 YG 님이 부연 설명을 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YG
@메롱이 @연해 제가 방송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지 못했는데 '악의 평범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소개한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제목이 도발적이에요.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속았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883.html
연해
결국 그는 책의 결말처럼 능동적 가해자였군요.
"지배 체제의 억압과 폭력의 행위자들은 수동적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가해자들로 형성되고 재형성되며 집단적인 정치적 사회화를 통해 파고력을 증대한다."는 문장이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았던 이들도 있지만, 어느 순간 그 선을 넘었음에도(수동에서 능동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지점이 정말 많았던 소설이었어요. 저는 전편을 통틀어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이 가장 좋았답니다.
사전 지식이 많이 부족했는데, @YG 님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알아가네요.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G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얘기는 많이 나눴으니 다른 작품도 함께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표제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과 두 번째 실린 「당신은 뜨거운 별에」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특히 「당신은 뜨거운 별에」를 좋아하는 독자도 많더라고요.
수북강녕
@YG 저요 저요! 저는 「당신이 뜨거운 별에」가 단연 제일 좋았어요 흑흑
몇 년 전에 나온 작품임에도, 최근 다수 등장하는 모녀 서사들보다 현실적인 진짜 엄마와 딸 간의 애증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천재적인 엄마 과학자, 영재교육에서 벗어난 딸, 자기 갈 길을 오만하게(?) 가는 엄마, 결국 혼자서는 생존할 수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에 각성, 딸에게 보내는 구조의 메시지, 딸의 명석한 해석과 이어지는 소통, 상처를 딛고 뻗는 구원의 손길, 방송이 추구하는 대중성에 걸맞는 기상천외한 구조 작전, 사랑과 연결의 마무리로 끌어안음까지...
갑자기 엄마의 젊은 날을 이해하며 훅 이해하고 연대하며 치유받는 흔한 전개들보다 훨씬! 마음이 움직였어요 ♡
(「저희도 운전 잘합니다」 읽고 다시 오겠습니다! ㅎㅎ)
연해
오! 저도 <당신은 뜨거운 별에>도 좋았습니다. 원탑은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이기는 했지만요(하하).
저도 @수북강녕 님의 말씀처럼, 이 편을 모녀의 서사로 읽어서 더 많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엄마와 딸의 미묘한 심리전(?) 같기도 했는데 결국은 둘이 힘을 합쳐 작전에 성공하는 모습까지! 너무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딸의 독백을 잘 표현한 문장들도 좋았고요. 개인적으로는 '마리'라는 캐릭터에도 애정이 생겼답니다:)
근데, '저희도 운전 잘합니다'는 어디서 읽을 수 있는 것일까요?(흑흑)
YG
아, 출판사 엘렉시르(문학동네)에서 격월로 나오는 잡지 <미스테리아> 44, 45, 46호에 세 번에 나눠서 연재가 되었습니다. 연초만 하더라도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쓰실 계획이셨던 것 같은데 분량이 넘쳐서 혹은 작품을 선별하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따로 내실 궁리를 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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