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34.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D-29
오, @YG 님이 한차례 의견을 주셨던 기록이군요! 옵티에서 옵터가 되긴 했지만, 옵티도 귀엽네요. 이번 방송에도 등장했던 열한 살 동거인이라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읽기를 권하셨다는 것도 놀라운데, 표제작을 흥미롭게 읽었다니 더 놀랍습니다. 저에게 SF는 꽤 어려운 장르 중 하나인데 말이죠. 남은 단편들을 읽고 어떤 평을 주실지 궁금해져요. 역시 독서의 세계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푹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문학동네)은 읽자마자 열한 살 동거인에게 주면서 읽기를 권했어요. '옵터'가 등장하는 표제작을 아주 흥미롭게 읽더라고요. 계속 읽혀보려고요.
우와 열한 살 동거인이 읽는다니 멋지네요. 지금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읽고 있는데 아이히만이나 나치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읽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실 대충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만 알고 있어서 겨우 따라가며 읽고 있거든요. ㅎㅎ
이 소설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1963년에 펴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을 염두에 두고 장강명 작가님께서 쓰신 작품이죠. 방송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말을 덧붙였지만, 이 책에서 아렌트가 내놓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악의 평범성'을 둘러싼 정치적, 철학적 논쟁을 작가님께서 SF의 장르적 장치를 활용해서 정말 소설로 탁월하게 독자에게 제시하신 작품이죠. 저는 정말 읽고서 감동 받았어요. 또 이 소설이 제게는 장 작가님의 명작(!!!) 『재수사』(은행나무)의 문제의식과 연결되더군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32년 비밀 나치당에 입당해 1962년 예루살렘에서 교수형을 받기까지, 아이히만의 삶을 통해 악이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의 개념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며, 보편적 유대인 개념이 갖는 허상을 지은이의 체험에 비추어 설명했다.
재수사 1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 날카로운 지성과 거침없는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삶과 연관된 가장 사실적인 순간을 포착해온, 그야말로 장르불문의 올라운더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재수사》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다. 6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은, 치밀한 취재로 만들어낸 생생한 현장감, 서사를
재수사 2우리의 소원은 전쟁》 《한국이 싫어서》……. 날카로운 지성과 거침없는 상상력,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리 삶과 연관된 가장 사실적인 순간을 포착해온, 그야말로 장르불문의 올라운더 소설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 《재수사》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된다. 6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형사 연지혜가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 소설은, 치밀한 취재로 만들어낸 생생한 현장감, 서사를
장강명 작가의 사이파이는 처음 읽어봅니다. 평소 작가의 자료 조사에 관한 어떤 스탠스를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이 사이파이라는 장르와 만나니까 장점이 증폭되는 느낌이 있네요.
네, 정말로 그렇지요? 소개할 때도 썼지만, 정말 "한국 SF의 격을 높인 책"이라고 생각해요. 오늘(8월 23일) 방송에서도 박혜진 평론가와 함께 상찬을 늘어놓았어요.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는 실존했던 인물의 실명이나 혹은 그걸 연상시키는 여러분이 등장하죠. 여러분이 얼른 알아챘던 인물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일 테고요(실제로는 1955년에 사망했습니다). 요즘 뜨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살짝 조연으로 등장하고요(실제로는 1967년까지 살았습니다.) 실제로 DNA 이중나선 구조에 큰 공을 세웠지만,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에게 (자신도 모르게) 연구 성과를 도용당한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중심 과학자로 등장하죠(원래는 1958년 사망해서 노벨상을 받을 기회를 놓칩니다). 다비드 벤구리온 실제로 1946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초대 수상이었고요. 맨 마지막의 철학자는 아마도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와 타자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합친 것이겠죠? 아이히만과 함께 장치를 체험하는 벤야민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서 망명 중에 비극적으로 사망한 철학자 발터 벤야민에서 따온 것일 테고요. (저는 이런 깨알 장치도 이 소설의 매력 같아요.)
우와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훨씬 읽기가 쉽겠네요. 저는 다 읽고 본거긴 하지만 도움이 되네요. 실제 사망년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다니... 이스라엘 이야기도 궁금해서 <약속의 땅 이스라엘>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감사합니다!
와... 두 번째 방송에서도 책과 관련된 역사적 기본 지식을 차분히 알려주셔서 좋았는데, 이 방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들도 많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깨알 장치도 이 소설의 매력이라는 점,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나무가 됩시다>에 대한 @YG 님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들이 많아요. 윤리적 강조와 대체육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등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 자체를 즐겨 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굉장히 공감되는 포인트입니다. 완전 채식과 육식 반대만을 놓고 본다면 이것 또한 너무 극단적인 방향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 두 가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은 자칫 도덕적 우월감으로 비춰질 것 같기도 해서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되 각자만의 지향점이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현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좋은 논픽션이 번역되어 있어요. 『약속의 땅 이스라엘』(글항아리). 걸작 논픽션으로 꼽히는 책이니 한 번쯤 살피셔도 좋을 듯해요.
약속의 땅 이스라엘(걸작 논픽션 11)(양장본 HardCover)『약속의 땅 이스라엘』은 저명한 이스라엘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며, 중동 문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인인 아리 샤비트의 이스라엘에 관한 저서이다. 저자 자신의 가족사를 서곡으로 삼고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역사 문헌, 일기와 편지들을 밑바탕 삼아,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이고 또한 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역사적 연원이 깊은 이스라엘의 결정적 순간들을 조명한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대내외적 압력에 직면한 이스라엘이 맞닥뜨린 문제와 위협을 철저하게
k-픽션의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과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읽었지만 이번 신간 선집은 또 새롭게 읽었습니다 지사초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인 '당신은 뜨거운 별에'와 열일곱 살 동거인(^^)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인 '아스타틴'이 실려 있어 특히 반가웠습니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다시 읽어도 여전히 손에는 땀을 쥐고 눈에는 물이 맺히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스타틴'은 설화 속 왕자의 난 같기도 하고 케이퍼 무비 같기도 하고 무공을 겨루는 현대판 무협 같기도 하여 당장이라도 캐스팅 보드가 떠오를 듯한 작품으로 읽었습니다 ♡
저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요. 그래도 책에 실린 작품 가운데는 「아스타틴」이 제일 이질적이지 않았나요? 저는 애초에 이 책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저희도 운전 잘합니다」 같은 작품이 들어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답니다. :)
앗, '아스타틴'이 설화 속 왕자의 난 같다는 말씀에서 웃음이 났어요. 정말 그러네요! 어릴 때 봤던 사극 중에도 그런 서사를 여럿 본 것 같습니다:)
@연해 '아스타틴'을 영화화할 경우 누구를 캐스팅하여 어떻게 연출할까 그려 보았는데요 ^^ 마블 스타일로 되기보다는 동양적인 이미지들이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
@연해 @수북강녕 저는 장강명 작가님이 아이디어가 넘쳐서 오히려 불만이에요. 왜냐하면, 그냥 한 편으로 두기에는 아까운 단편, 장편이 정말 많거든요. 「아스타틴」도 장편 스페이스 오페라로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죠. (개인적으로 『우리의 소원은 전쟁』도 '잭 리처'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ㅠ.)
장강명 작가님의 팬으로서 지금도 굉장히 다작하고 계시다고 생각했는데(어제도 '월급사실주의 2023'이 드디어!), 한 작품을 더 길게 쓰셔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은 또 새롭네요. 저도 '아스타틴'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서사를 조금 더 밀도 있게 다룬다면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없을 만큼 정말 좋았어요.
이제 수정은 고독과 고립에도 단계와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어느 수위에 이르면 그것은 더이상 외롭다든가 쓸쓸하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어느 순간 생존과 자존의 질문으로 변한다. 주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오래도록 고군분투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라. 특히 그 도움이 자신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타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종류인 경우를 그려보라. 결국엔 누구나 스스로를 처절하게 버림받은 존재로 느끼게 되고야 만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과 자신과의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금성 표면을 달리며, 수정은 딸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마리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자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한다. 과거에 자신이 마리에게 무엇을 했는지, 딸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를 헤아린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97 - 당신은 뜨거운 별에 -, 장강명 지음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고대 함무라비 성문법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날것의 복수를 최첨단 체험 기계라는 섬세한 가니쉬를 얹어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트러플 새우깡같달까요?
저사양 그래픽 카드가 달린 컴퓨터에서 최신 게임을 돌리면 옵터 채도를 낮춘 것처럼 프레임 수 떨어지고 렌더링 이상한 열화된 세계가 펼쳐지곤 하는데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상황들이 연상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나무가 됩시다'는 식물인간에 관한 오래된 아재 개그가 떠올랐고 '사이보그의 글쓰기' 아니 '재수사'가 생각만큼 판매가 안 되었나 싶은 기분이, 픽션이지만 들었네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나무가 됩시다」는 채식이나 육식 반대와 같은 주장과 실천을 하는 어떤 경향(근본주의)에 대한 풍자로도 읽혔는데 어떠셨나요? (참고로, 저는 가능한 한 식단에서 육식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완전 채식이나 육식 반대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 또 과도한 윤리적 강조가 맞는 방향인지를 놓고서는 회의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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