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라29님은 시를 잘 아시는 분이거나 시를 느끼는 밀도가 아주 높은 분 같습니다. 바다가 시시각각 보여주는 모습이 다르듯 시 또한 그러하지요 그런 면에서 시와 바다는 참 닮았습니다.
황인찬 시인 좋아합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지만 참 용기있고 시 잘 쓰는 시인이라는 기억이 저에게 있습니다. 황인찬 시인 찐팬이어서 시집 나오면 그냥 무조건 구입합니다.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
D-29
엄브렐라
김새섬
황인찬 시인은 인터뷰 기사 나온 것을 엄청 많이 읽었는데 정작 시집은 못 읽었습니다. 시인님 추천하시니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시와 바다가 비슷하다 라는 말씀에 '부산'이라는 도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김새섬
@엄브렐라 이번이 일곱 번째 시집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지난 여섯 번의 시집과 다른 점이 있나요? <플로깅> 시집만의 어떤 차별화된 이야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그저 시기에 따라 순서가 정해질 뿐 몇 번째 시집이라고 해서 다른 것과 특별히 구별되는 것은 없다 라는 쪽이신지요?
엄브렐라
황인찬 시인의 <구관조 씻기기> 추천 드립니다.
문단의 새역사를 썼지요.
엄브렐라
비치리딩시리즈는 일곱 출판사가 모여 각각 개성있는 책을 내었는데요. 여름에 바다에서 읽기 좋은 책이라는 공통 주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시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인이다보니 재미있게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면 속에 늘 존재하고 있었고 그 무의식이 시집 <플로깅>에 전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뿌뿌
송진 시인님 「고고 꼬부기」 재미있습니다. "ㅎ"라고 쓰인 건 마치 꼬부기가 물대포를 발사하려고 입술을 오므려 양껏 힘주는 모양새 같았지요. 1부에서 여러 포켓몬 관련 시를 읽으면서, 플로깅하다 한 마리 씩 마주치는 포켓몬 같았습니다.
김새섬
저도 '고고 꼬부기' 라는 시가 독특해서 좋았습니다. 시집 제목 '플로깅'에서도 느꼈지만 그 외에도 '이상한 피카츄' '드뎌 왕콘치' 등 재미난 시들이 많네요.
뿌뿌
2부에는 유난히 벚꽃 이야기가 많았어요. 여름에 읽는 봄 꽃. 여름 꽃도 참 많은데 금방 떠오르지는 않네요. 방금 생각 났어요. 수국과 연꽃. 「창틀에 꽃잎」을 보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중일 때가 생각 납니다. 진해 벚꽃군항제가 취소 됐었죠. 동네 벚꽃으로 유명한 거리는 또 얼마나 한산했다고요. 꽃놀이를 가고파도 창문 너머로 볼 수 밖에 없던 그때가 떠올랐어요.
엄브렐라
고고 꼬부기
송진
ㅎ 웃는다
세상의 디자이너
가자
어디로
산호나비 가득한 곳
뭐하러?
그냥
그냥이 좋다
꼬부기가 그냥 좋듯이
ㅎ
ㅎ
그냥 있는 그대로 산다
송진 시집 <플로깅> 15페이지에서 발췌
엄브렐라
@뿌뿌 "고고 꼬부기"를 잼있게 섬세하게 평해주셔서 읽는 저도 즐거웠습니다.
엄브렐라
@고쿠라29 우연히 저에게 포켓몬 빵 한 개가 온 적이 있었어요. 띠부실 스티커의 힘이 대단했을 때지요. 그때 사회적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여러 편 썼답니다. 웃픈 세상 속에서도 시로 견디며 유쾌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엄브렐라
창틀에 꽃잎
송진
순해진다
순해진다
순해진다
창을 여닫을 때마다
나는
자꾸
자꾸
순해지고 있다
꽃잎이 되고 있다
송진 시집 <플로깅> 57p
엄브렐라
@뿌뿌 한 권의 시집으로 한 편의 시로 서로의 삶의 시간의 빛깔을 나눌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행복하고 고무적입니다. 뿌뿌님이 제가 좋아하는 시를 콕 집어 말씀해주셔서 신기해요 ㅎ
뿌뿌
어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울적한 마음에 『플로깅』을 펼쳐 들었습니다. 「파랑 스푼 2」가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요. 패러디를 해 보았습니다.
코로나는 나를 깨운다 /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 코로나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 (목이 따가워) 정수를 마시고 / (잠이 깨) 휴대폰을 만지고 / 나의 생존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은 격리를 못 견딜까 봐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싶지 않대요. 저는 '죽을까 봐' 였습니다. 코로나로 죽은 사람, 간혹 있잖아요. 감염 되어 보니 죽는 병은 아닌 것 같아요. "나의 생존을 위하여" 밥 잘머고 약 잘 챙겨먹고 회복하고 있습니다. 파이팅.
시인님도 코로나 조심하세요.
김새섬
저도 「파랑 스푼 2」 가 엄청 공감이 갔어요. 이 시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줄이요.
요즘 다시 코로나가 극성이군요. 제 주위에도 지난 번에 걸리지 않은 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걸렸습니다.
'밥 잘 먹고 약 잘 챙겨먹고'에 한 줄 더해서 시도 챙겨서 드시면 조금 더 빨리 쾌차하실 수 있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얼른 나으시길...
엄브렐라
@뿌뿌 님.. 쾌차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맘이 아파요..시의 마력은 대단해서 어지러운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기도 하는데 뿌뿌님께 제 시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다면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엄브렐라
파랑 스푼 2
송진
새벽은 나를 깨운다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나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새벽이여 말하라
시간이여 말하라
그들은 아무 말이 없다
나는 그들이 말하든 안하든 내 할 일을 한다
생수를 마시고
휴대폰을 만지고
혹은 예정된 알람의 시간을 끄고
소변을 누고
휴지로 요도를 닦는다
나의 생존을 위하여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나는 폐를 창자를 위를 젓가락으로 뒤척인다
길고 긴 창자에 순간의 메모를 남긴다
날숨과 들숨을 쉬고 있기에
살아가야 하는 뒤척임이
새벽마다
파란 눈알의 저주처럼 내려온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송진 시집 <플로깅> 80~81p
엄브렐라
@고쿠라29 & @뿌뿌
제 지인들도 걸렸어요. 젊은 부부의 귀여운 두살 아기두요. 모두 건강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저도 좋아하는 시 <파랑스푼 2> 올립니다. 뿌뿌님과 고쿠라29님 덕분에 시를 다시 한번 옮겨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뿌뿌님 쾌유하시길 빕니다. 잘 드셔야 해요. 편안한 밤 되세요.
김새섬
시집은 총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부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1부 '이상한 피카츄' 에는 재미있는 시가 많구요, ^^ 2부는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조금 무겁고 진지해 집니다. 3부 '미영' 에서는 시인님의 가족 이야기, 혹은 조금 사적이면서 내밀한 느낌이 드는 시들이 많고 4부 '날씨의 잇몸'은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제일 실험적인 형태의 시들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뿌뿌
「새라」는 꽃일까요? 꽃이라면 어떤 꽃일지 궁금합니다. 갑옷 병사로 무장한 벚꽃만큼이라 강렬할 것 같은 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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