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D-29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2, 룰루 밀러
데이비드 내면의 긍정적 착각과 그릿이 만들어낸 한 인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사라진 데이비드는 그저 고집 센 악인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마침내 나는 제비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페니키스 섬의 헛간에서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 놓은 순간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3, 룰루 밀러
잘못된 스승으로 인해서 데이비드가 잘못된 이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과학적 사고를 하던 젊은 시절에 왜 이를 분별하려 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7, 룰루 밀러
부적합,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그냥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17, 룰루 밀러
부적합과 관련해서 애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씁쓸하더라구요. 우생학의 희생양으로 여성, 아이, 유색인종, 장애인 등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격리되고 치료라는 이유로 불임수술을 받아야 하는 게 자유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22, 룰루 밀러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우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우주의 입장에서는(입장이라는 것 자체부터 인간적인 발상이지만) 인류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살 이유는 없겠죠. 인간이 보기에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스스로 삶에 의미를 새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26, 룰루 밀러
다윈이 자연에서 발견한 내용의 예시라고 볼 수 있겠네요. 결국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방대한 종의 다양성 앞에서 어떤 종에게는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화는 사다리 형태로 아래쪽은 도태된 형태고 위쪽은 진화된 형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위치에서 그저 충분히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 바로 우생학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80, 룰루 밀러
역사적인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나오는 주인공도 우생학의 피해자였습니다. 시대적으로 이러한 학문에 동조한 사람이 많았던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학문적 사실을 이용해 사람을 잡아가고, 가두고, 불임 수술을 했던 행위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 온 작가의 늦깎이 데뷔작인 이 소설은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리며 '백 세 노인 현상'을 일으켰다.
저와 같은 부분에서 공감하셨군요!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88, 룰루 밀러
책에서는 다윈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은 원시에 비해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복잡성"을 높였죠.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고, 이 개념들이 다시 얽혀 또 다시 사회, 경제, 정치, 교육과 같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추상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여러 개념을 모두 접하고,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은 세분화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세분화된 길 중 하나 혹은 두, 세 개를 선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를 창출합니다. 재능의 물물교환이죠. 이렇게 복잡도가 높은 세상에서는 사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비추는 세상의 편린만 볼 수 있죠.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생학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떠올라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간섭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는 폭력이 되진 않았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우생학이 단순히 과거 찰나의 순간에 유행했던 학문이 아니라, 아웃풋사피엔스님의 말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말과 행동에서도 우생학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생학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소름끼치도록 닮았고요.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그 느낌일 것이다.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 (...) 도덕과 이성과 진실에 맞서면서까지 그가 그렇게 맹렬하게 그 비전을 수호한 이유를. 바로 그 때문에 그를 경멸했음에도 어느 차원에서는 나 역시 그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207, 룰루 밀러
12장에서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하는 인간의 주관적 사고의 오류의 결과를 말해주었습니다. 데이비드와 그가 연구한 분류학을 통해서요. 어떻게든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려는 생각이 결국에 가서는 우생학과 그 우생학을 적용시키는 사고를 일으켰구요. 어떻게보면 데이비드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젊은 시절부터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려놓을 수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이 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될테니까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학의 기술을 실행하고, 다윈의 충고대로 진화상의 천연성에 따라 생물을 분류함으로써 작동시킨 그 과정이 치명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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