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D-29
그래서 그는 책을 하나 쓰기 시작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 바로 우생학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80, 룰루 밀러
역사적인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나오는 주인공도 우생학의 피해자였습니다. 시대적으로 이러한 학문에 동조한 사람이 많았던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학문적 사실을 이용해 사람을 잡아가고, 가두고, 불임 수술을 했던 행위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 온 작가의 늦깎이 데뷔작인 이 소설은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리며 '백 세 노인 현상'을 일으켰다.
저와 같은 부분에서 공감하셨군요!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서는 불쾌하게" 보일 수 있는 특징들이 사실 종 전체나 생태계에는 이로울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바뀌면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88, 룰루 밀러
책에서는 다윈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어느 무리가 승리하게 될지 인간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은 원시에 비해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복잡성"을 높였죠. 너무나도 많은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고, 이 개념들이 다시 얽혀 또 다시 사회, 경제, 정치, 교육과 같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추상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여러 개념을 모두 접하고,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은 세분화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세분화된 길 중 하나 혹은 두, 세 개를 선택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가치를 창출합니다. 재능의 물물교환이죠. 이렇게 복잡도가 높은 세상에서는 사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비추는 세상의 편린만 볼 수 있죠.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생학이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떠올라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간섭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남기는 폭력이 되진 않았는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우생학이 단순히 과거 찰나의 순간에 유행했던 학문이 아니라, 아웃풋사피엔스님의 말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한 말과 행동에서도 우생학의 잔재가 남아있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생학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소름끼치도록 닮았고요.
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그 느낌일 것이다.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 (...) 도덕과 이성과 진실에 맞서면서까지 그가 그렇게 맹렬하게 그 비전을 수호한 이유를. 바로 그 때문에 그를 경멸했음에도 어느 차원에서는 나 역시 그가 갈망한 것과 똑같은 것을 갈망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207, 룰루 밀러
12장에서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하는 인간의 주관적 사고의 오류의 결과를 말해주었습니다. 데이비드와 그가 연구한 분류학을 통해서요. 어떻게든 의미와 질서를 부여하려는 생각이 결국에 가서는 우생학과 그 우생학을 적용시키는 사고를 일으켰구요. 어떻게보면 데이비드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젊은 시절부터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내려놓을 수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이 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 될테니까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분류학의 기술을 실행하고, 다윈의 충고대로 진화상의 천연성에 따라 생물을 분류함으로써 작동시킨 그 과정이 치명적인 발견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에 분류학자들이 타당한 생물 범주로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놀라운 것은 아직도 우리는 '물고기', '어류'라는 단어를 생활 속에서 많이 쓰고 있다는 겁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정말 다양한 바다 생물종들을 너무 쉽게 싸잡아 부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하나의 집단을 구성하려 한다면 진화의 나무에서 당신이 원하는 만큼 높이 올라갈 수도 있고 원하는 만큼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37, 룰루 밀러
이 책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결국엔 진화란 일방통행의 사다리가 아니라 사방으로 뻗칠 수 있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말해주고 있네요. 나무에서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 모든 것은 진화라는 것!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그 생물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인지적으로 훨씬 복잡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동의한다. 그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51, 룰루 밀러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하나의 주문과 하나의 속임수, 바로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63, 룰루 밀러
그 "질서"라는 단어도 생각해보자.(중략) 그것은 자연에 질서 정연한 계급구조가 존재한다는 추정-인간이 지어낸 것, 겹쳐놓기, 추측-에 따른 것이었다.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68, 룰루 밀러
인간의 주관이 만들어 낸 질서(이 책에선 분류학에 해당)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었어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해양 생물들을 분류했더라면 데이비드와 그 이전의 사람들이 저지른 '어류'로 싸잡아 묶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간만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세시간 만에 읽은 책이라 반갑네요. 과학전문기자의 자연과학 교양서 같았으나 열어보니 회고록, 인물 평전, 자전적 에세이, 탐사 보도(르포) 기사의 연장이자 러브 스토리까지.. 이 모든 게 다 섞여 있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였어요, 저에게는. 반전들도 놀라웠구요. 저자가 영감을 받았다는 한국계 Carol Kaesuk Yoon이 쓴 Naming Nature 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그 캐럴 계숙 윤이 쓴 책이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이 책이 인기를 끈 만큼 번역서가 나오길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교양과학 분야에 속해 있지만, 정말 소설 같기도 하고, 전기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과학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잘 끌어갔지요. 추리소설 뺨치는 반전까지! 저는 다 읽으신 분이 결말을 스포해서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반전에 놀라면서 재밌게 읽었었습니다. Serena 님도 이 책의 여운이 오래남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ㅎㅎ
에모리대학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이것이 인간이 항상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 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2. 데우스 엑스 마키나, 룰루 밀러
큰언니는 물고기를 놓아버리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 "왜냐하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정말로 이 물음은 모든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2. 데우스 엑스 마키나,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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