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주차 시작할게요! 다들 가장 재밌게 읽으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비드의 계속되는 악행과 우생학, 인간의 주관이 들어간 분류학에서 오롯이 그 정보만으로 나눈 분기학의 등장까지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요. 저조차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의 의미와 '분류학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지며 읽었었는데 뒤통수를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자선과 호의가 "부적합자 생존"을 초래하는 일이라 믿고, 그러한 자선의 위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게 그 책을 쓰는 목적이었다.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권고하는 책, 겨우 몇십 년 전에 처음 생겨난 한 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책이었다. '그 단어'는 그가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미국에서 그리 인기가 없는 단어였지만, 그가 지극한 열성과 과학적 권위를 갖고 옹호했던, 그리하여 그의 도움에 힘입어 미국 땅에 널리 보급된 단어, 바로 우생학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0, 룰루 밀러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자선과 호의는 배제하되 다른 페이지에서 언급되지만 전쟁을 막는 평화주의를 선택한 이유는 전쟁으로 인해 '적합자'가 죽는 것을 막고 베품으로 인해 '부적합자'가 생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윈이 그토록 종의 다양성과 기원에 대해 설명했고, 젊은 시절의 데이비드도 그 책을 읽고 진화생물학을 알게 되었음에도 진화의 '사다리'를 버리지 못해 생긴 비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생물학적 유전에 너무 과한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인간의 성격을 이루는 거의 모든 특징을 생물학적 유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가난, 게으름, 새들을 분류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든 게 단지 혈통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2, 룰루 밀러
부적합자! 단박에 귀를 사로잡으며 매우 암시적이고 너무나 깔끔한 단어. 그것은 어떤 사람들이 살 자격이 있는가에 관한 그의 의견에 과학의 망토를 둘러줄 수 있는 단어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3, 룰루 밀러
무엇보다 이견의 핵심은 <종의 기원>에 있었다. 어째선지 데이비드와 프랜시스 골턴은 둘 다 그 결정적인 사실을 흘려버렸다. 한 종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종이 미래까지 지속하게 해주며, 혼돈이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기온 급변, 경쟁자, 약탈자, 해충의 침략 등 가장 강력한 형태의 타격을 가해올 때도 그 종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다윈은 무엇을 꼽았을까? 바로 변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7, 룰루 밀러
본인들이 읽었고, 이미 <종의 기원>이 준 충격을 받았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본인이 해오던 방식이 맞다고 여기며 종이 다양한 것에 대한 이유를 진화의 방향으로만 여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과학적 사고를 막아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1, 룰루 밀러
작가가 자신이 존경했던 인물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던 부분이 11장에 도달해서야 직접적으로 언급되었네요.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긍정적 착각은 견제하지 않고 내버려둘 경우 그 착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는 사악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그 심리학자들의 말이 옳았던 것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2, 룰루 밀러
데이비드 내면의 긍정적 착각과 그릿이 만들어낸 한 인간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과학적 사고방식이 사라진 데이비드는 그저 고집 센 악인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마침내 나는 제비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페니키스 섬의 헛간에서 루이 아가시가 젊은 데이비드의 정신에 관념의 씨앗 하나를 심어 놓은 순간에 다다랐다. 그것은 자연 속에 사다리가 내재해 있다는 믿음이었다. 자연의 사다리. 박테리아에서 시작해 인간에 이르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신성한 계층구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3, 룰루 밀러
잘못된 스승으로 인해서 데이비드가 잘못된 이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과학적 사고를 하던 젊은 시절에 왜 이를 분별하려 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그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07, 룰루 밀러
부적합,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그냥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17, 룰루 밀러
부적합과 관련해서 애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씁쓸하더라구요. 우생학의 희생양으로 여성, 아이, 유색인종, 장애인 등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격리되고 치료라는 이유로 불임수술을 받아야 하는 게 자유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22, 룰루 밀러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인간의 의미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우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우주의 입장에서는(입장이라는 것 자체부터 인간적인 발상이지만) 인류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 우리가 이렇게 살 이유는 없겠죠. 인간이 보기에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스스로 삶에 의미를 새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26, 룰루 밀러
다윈이 자연에서 발견한 내용의 예시라고 볼 수 있겠네요. 결국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방대한 종의 다양성 앞에서 어떤 종에게는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화는 사다리 형태로 아래쪽은 도태된 형태고 위쪽은 진화된 형태가 아니라 각자가 그 위치에서 그저 충분히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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