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D-29
데이비드는 물고기 해부를 통해 종간의 유사점과 차이점, 진화의 방향보다는 적응 방법에 더 몰두했었네요.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천문학자 조르다노 브루노를 영웅으로 칭송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화형을 당하기 전 브루노는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 없이도 습득할 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이 인용문을 독자들에게, 만약 그들이 행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을 차단해버린 적이 있다면 그들 역시 브루노를 살해한 자들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하고 비난하는 데 사용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25, 룰루 밀러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는 말이 저도 정말 와닿았어요. 무지한 다수가 신념을 가지면 '브루노'를 살해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거죠.
맞아요 저 문장 너무 좋았어요 :)
그리고 마침내, 어느 오후 나는 발견했다. 공포에 대한 해독제, 희망에 대한 처방을 말이다. 그 것은 그가 '진화의 철학'이라 이름 붙인 강의 요강의 제일 밑에 묻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그날 하루의 강의를 내가 풀고자 했던 그 난제, 바로 과학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바쳤다. "이러한 인생관은 염세주의로 이어지는가?" 강의가 끝나갈 무렵 그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마술 같은 주문을 걸었다. 혼돈이 주는 냉기를 떨쳐버리는 한 가지 방법을 말이다. (...)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 장엄함은 존재해. 네가 그걸 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28, 룰루 밀러
계속 가고 싶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계속 가게 만드는, 모든 사람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그것을 카프카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고 불렀어. 파괴되지 않는 것은 낙관주의와는 전혀 무관해. 낙관주의에 비하면 훨씬 더 심오하고 자의식은 훨씬 덜하지. (중략) 나는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 그 개념은 단지 내가 그것을 거역한다면 나를 부숴버리겠다고만 약속할 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 130, 룰루 밀러
저두 이부분이 좋아서 플래그를 붙여 놓았습니다. ^^
7장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스크랩한 문장이 너무 많아 3개 정도로 추렸는데 그래도 길군요. 문장들의 흐름이 너무 좋아서 길게 적어둔 것 같습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파괴되지 않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파괴되지 않는 것'을 아는 것은 인생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지침이 됩니다. 이러한 '파괴되지 않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사람들의 경우 감에 따른 선택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장엄함은 존재해. 네가 그걸 보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 그가 '파괴되지 않는 것'을 표현한 가장 신랄한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강렬한 표현들이 데이비드의 내면에 남아서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하게 만든 것이겠지요. 저 또한 7장 이후로 체크한 부분이 많지만 하루씩 차근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데이비드라는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고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데이비드는 매력적이고(그것이 좋지 않은 매력이더라도 캐릭터적으로는 매력이 있음) 이야기의 흡입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정말로 데이비드라는 한 인간의 전기 그 자체로만 채워진 줄로만 알았을 정돕니다ㅎㅎ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 한계를 설정하는 자기만의 도덕률을 세우고 또 지키고자 자신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67, 룰루 밀러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41, 룰루 밀러
저렇게 생각하는 인간의 주관이 사실 제일 무서운거죠ㅎㅎ
이 책으로 독서 모임도 했는데 모임 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도 많아서 신기합니다. 초반 진입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저도 소설같이 술술 읽었고, 좋다는 평을 많이 들은 것치고는 별 기대 없이 읽어서 인지 좋았던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아버지가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고 천문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라고 한 말도 그렇고 정말 인간은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인류를 바라본 것처럼 그래도 인간은, 나의 존재는 먼지나 티끌보다는 나은 존재야~인가. 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 위에 두 가지 상반된 의견 사이에서 어쩌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것 같아요. 내용을 전혀 모른 채 읽을 때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존경할 뻔 했답니다.
읽는 사람의 수만큼의 생각의 개수도 생기는 게 독서아닐까요ㅎㅎ 저 또한 주변에서 워낙 이 책 이야기를 많이해서 읽기도 전에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까지 알고 있었음에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에 몰입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있게 비칠 수 있죠!
바로 이때 이 불운한 작자, 이 경이로운 작자는 바늘을 꺼내 우리 지배자의 목구멍을 향해 찔러 넣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13, 룰루 밀러
보통 사람과는 다른 광기를 보여준 장면이었다고 봅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쌓아 놓은 업적이 무너질 때 마음도 같이 무너지고 포기하게 되는데, 데이비드는 여기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부터 찾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신념과 의지가 보이는 모습이지만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비범이 아니라 괴기스럽기도 합니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종들 중에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 만약 분류학자들이 그것들을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종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종이 될 터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16, 룰루 밀러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라는 것이다. 자신을 정체시키고 자기 발달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 되는 지름길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26, 룰루 밀러
데이비드는 자기 낙관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분류함에 있어서 집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이 뒤에 나오는 카프카가 말한 '파괴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이더군요. 데이비드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감에 있어서 이 '파괴되지 않는 것'에 의존하는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는 스스로 매우 경계하던 자기 기만에 의존했습니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라는 거짓말로 자기를 속여가며 몰입했던 것이죠. 신념을 가지고 분류학에 임하는 줄 알았던 데이비드가 사실은 자기기만에 빠져 본인이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더군요.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33,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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