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믐에서 함께 읽기

종료
나는 온순하고 음울하며, 먼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창백한 이 남자가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은채 미끄러지듯이 슬그머니 지나다니다가, 어느새 어떤 목적의 빛으로, 공기로, 빛나는 물질로, 뭐가 되었든 아무튼 그 목적으로 서서히 차오르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76, 룰루 밀러
요즘 이 "목적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라는 문장이 많이 와닿아 머리에 맴돌고 있습니다. 내가 살면서 힘들때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좋은 문장이 있었군요. 저는 캐치하지 못했던 부분. 데이비드를 아주 잘 표현한 문장 같습니다. 데이비드의 분류학에 대한 광적인 몰입은 그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했지요.
그 분야를 지칭하는 '사이어소피'(사이비지식)라는 명칭까지 만들어냈다. 과학과 철학의 유감스러운 결합이라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88, 룰루 밀러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미신'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지요. 데이비드를 후원하는 제인 스탠퍼드는 역으로 이런 것을 싫어하는 데이비드를 비난하고요. 한 때 우리나라의 사이비 종교에도 지식인이나 부유층들이 꽤 있어서 저런 사람들이 저런 것에 왜 빠질까 싶었는데, 여기서도 대학을 세우고 지원하는 제인 스탠퍼드 부인이 그런 미신을 절실히 믿는다는 것에 놀람을 금치 못했습니다.
"넌 중요하지 않아"라는 말은 아버지의 모든 걸음, 베어 무는 모든 것에 연료를 공금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 아버지는 언제나 게걸스러운 자신의 쾌락주의에게 단 하나의 거짓말만을 허용했다. 그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57, 룰루 밀러
아버지는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너를 지켜주지도, 내세도, 운명도, 세계의 계획도 없다면서 말이죠. 모든 것은 자신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저도 십수년을 과학 강사로 근무 했는데요. "인생의 의미는 없어!"라는 발언에 함축된 많은 것들을 저 나름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과학을 계속해서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죠. 하지만 저 문장은 너무 이상적인 문장입니다. 저 한 문장의 "외피"에만 집중을 하게 되면 주인공과 같이 삶의 의욕을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은 일곱 살의 어린 나이였으니까요. "본질"적으로 보면 아버지도 결국 저 문장을 믿고 있을 뿐입니다. 아버지가 단 하나의 거짓말을 허용한 이유도 본인이 내뱉은 저 문장이 이 큰 세상에서 본인 한 사람이 믿기로 한 하나의 가치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일겁니다.
데이비드는 살면서 언제부턴가 "낙천성의 방패"를 갖추게 된 것 같다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키가 낙천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도 추측했다. (...) "나는 이미 지나간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근심하지 않는다"라고 데이비드는 설명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80, 룰루 밀러
최근 읽었던 김주환 교수님의 책 회복탄력성이 생각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데이비드는 높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강한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큰 키가 그 자존감을 부여해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복탄력성(15만부 기념 리커버)15만부 기념 리커버판 『회복탄력성』.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는 회복탄력성(Resilience). 김주환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2011년,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언론, 교육계, 심리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저자가 제시한 회복탄력성이라는 이 개념은 원래 있었던 단어처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이 책은 회복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더 자세하게 나오더군요. 낙천성 > 자기기만 > 그릿에 이어지는 설명 이후 데이비드는 가장 마지막인 그릿에 해당된다는 것 또한 설명하지요. 과거 핫했던 책 '그릿'과 같은 용어가 맞는 듯 합니다. 긍정적 피드백이 없는데도 장기적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힘... 자연재해로 자신이 수집한 것들이 망가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시작해내는 힘... 이것이 데이비드가 가진 힘(광기)이 아닐까요.
그릿(Grit)나온 부모, 천재적인 재능 등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그저 그런 성취에 머물고 마는 까닭은 무엇일까?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선구적인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필독서인 『그릿(Grit)』에서 성공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그녀가 ‘그릿’이라고 부르는 열정과 끈기의 조합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자, 어려움, 역경, 슬럼프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목에, 꼬리에, 눈알에 꿰메 붙인 이름들. 이 작은 혁신은 도전적인 소망을 담고 있었다. 이제 그의 작업은 혼돈의 맹공 앞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것이라는, 다음번 혼돈의 공격 때는 그의 질서가 흔들림 없이 우뚝 서 있을 거라는 도전적인 소망. (...)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8, 룰루 밀러
프롤로그에 나왔던 부분이 생각나네요. 주인공이 봤을 때는 그러했지만 과연 데이비드 본인도 확신이 없었을지 궁금하네요.
도입부에서는 저자가 데이비드를 존경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의 어떤 행태도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요.
그런데 이 콧수염을 기른 과학자는 평생의 노고가 자기 발치에서 내장을 쏟아내는 파괴의 잔해 한가운데서 이상한 짓을 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7, 룰루 밀러
이 부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데이비드는 자신이 이룬 업적에 지진에 의해 무너져 내렸는데도 좌절하지 않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을 취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승리자의 표지로 본 것은 순전히 저자의 주관이 스며든 것이라고 봐요.
(삭제)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것에게 마음을 쓰는 일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28, 룰루 밀러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 살다가, 작은 것에 느린 것에 눈을 돌리니 다른 세계가 열리기도 집착하게도 되는 것 같음을 느끼는 문장입니다.
19세기가 되어서야 물고기에 대한 분류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론 그 전에도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독이 든 것과 없는 것 등을 구분하는 삶의 지식들이 있었겠지만, 학문적 분류가 물고기에 한해서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어요.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p.15,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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