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10. 마지막까지 왔군요. 6부의 제목 '이제 네에게 묻는다' 처럼 스스로 질문하게 되네요. 오늘날의 노동현실, 울타리치기와 불평등의 피해는 결국 서민, 노동자가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죠. 특권층보다 더 많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차별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많아야 아주 서서히 사라지는 놈이다"(270쪽) 처럼 우리 모두 함께 옆에 서야함을 느꼈습니다. 나가는 글에서 작가님은 말하시더라구요. "글이 길이 될 리가 없다. 내가 쓴 글에 내가 떠밀려 길에 나선다면, 그걸로 족하다."(307쪽) 작가님의 글로 떠밀려 나선 길에 그 글을 읽고 함께 그 길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모이면 바로 변화의 길을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 느꼈습니다. 같이 읽고 같이 가는 동안 공감과 배움의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이다지도 열심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우리끼리만 앞으로 와그르르 뛰어가는 일에 저다지도 열심인 사람들도 있는 게 매번 신기하고 놀라웠는데요. 6부 읽으며... 특히 '차별하지 않는다는 네게 묻는다'(266쪽) 읽으며 많이 뜨끔했습니다. 음... 저라는 사람을 둘러싼 겹겹의 층들이 있지만(대표적으로는 '젊은 여성'이 있겠습니다), 그 안에서도 "나름의" 안전지대에 속한 제가 뱉는 말과 행실 사이에 "나름의" 간극이 있었겠다는 생각에 좀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할 만큼 했다"는 항변이 부끄러워지기도 했고요.
책을 읽다 문장 수집을 옮겨 적고 위의 글들을 읽으려 눈을 돌리니 바로 같은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네요. 난 그래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약자 편에서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그들의 화만 돋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혐오의 초대장만 보낸 것이 아니었는지…
제게도 아주 어려운 숙제입니다. 저는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지요.
차별당해 보지 않은 자가 차별의 고통을 알기란 힘들다. 좀 안다는, 그리고 할 만큼 했다는 미망이 차별의 그림자를 길고 깊게 한다. 차별은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많아야 아주 서서히 사라지는 놈이다. 싫은 소리도 옆에서 해야 한다. 지레 이해했다고 앞에 서서 목청 높여 말하는 순간 그것은 훈계가 되고 때때로 혐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 된다. 차별은 악착같은 놈이다. 우리가 차별이 없다고 외치는 순간 우리 머리 위로 차별이라는 놈은 고개를 내밀며 뱀의 혀처럼 날름거린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70, 이상헌
벌써 "같이 읽기"의 막바지입니다. 새삼 소통과 공감의 힘을 느낍니다. 같이 읽는다는 것은 같이 가는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됩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모임을 통해서도 작가님의 이야기와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광장을 본다. 광장은 같이 나누고 같이 이루는 곳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54, 이상헌
하지만 차별하는 자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 왜 차별하느냐며 소리치고 울부짖어야 그제야 알게 되는데, 이런 ‘인지’의 순간에도 가장 흔한 답은 “내가 언제 차별했다고 그래?”다. 나는 이런 대답의 뻔뻔함을 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똑같은 뻔뻔함을 행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67, 이상헌
차별당해 보지 않은 자가 차별의 고통을 알기란 힘들다. 좀 안다는, 그리고 할 만큼 했다는 미망이 차별의 그림자를 길고 깊게 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70, 이상헌
조금 전 MBC 〈라디오북클럽 김겨울입니다〉 녹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우리 이 모임에서 나누었던 내용도 많이 언급이 되어서 신기하고 또 무척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요... 이번 주 일요일(8월 27일) 오전 6시 5분에 방송됩니다. 팟캐스트와 팟빵 등으로도 청취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 아래는 MBC 다시 듣기 링크입니다. https://www.imbc.com/broad/radio/fm/rabook/podcast/index.html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자정에 모임이 종료됩니다. 못다 나누어주신 이야기들 있다면 모쪼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안녕하셨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아침마다 기어이 찾아 오르는 태양처럼 사느라 애쓰셨습니다. (p.303) 글이 길이 될 리 없다. 내가 쓴 글에 내가 떠밀려 길에 나선다면, 그걸로 족하다. (p.307) 오래 머문 문장이 너무 많았는데 일일이 옮겨 적지 못해 아쉽습니다. 책의 도입부인 ‘들어가며’부터 1부가 제게는 매우 압도적이었습니다. 풍자와 비유를 오가는 유려한 문체에 멱살 잡힌 듯 따라가며 읽었습니다. 홀렸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합니다. 또한 작가님의 고민은 얼마나 깊고 뜨겁던지 읽는 동안 마음이 계속 따끔거리더라고요. 또한 마무리하는 글로 '회복'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칼을 잘 살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의 글은 모두 문학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7. 3부의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능력주의'와 '울타리 치기'가 있습니다. 다음 문장을 주제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기를요.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던 핵심 도구는 이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가 된다."(109쪽) 몇 년 전 읽은 『당선, 합격, 계급』이 떠올랐습니다. 치열한 시험에서 합격해 '간판'을 따내야 '사람 대접' 받는 사회, 일단 성 안에 들어가면 성벽을 더욱 높게 쌓고 성문을 더욱 좁히는 '성 안' 사람들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는데요. 등단 시스템이 존재하는 문단 현실에서 시작해 한국의 다양한 공채 제도를 살펴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의 이야기와 함께 읽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혹 나중에 들어와서 보실 분들을 위해...) 책에는 거친 발톱끼리 손잡는 기적을 기다리며 적어 내린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두가 손에 들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읽고 나눌 이야기가 그득그득한 만큼, 그믐과 함께한 이번 모임에서도 실로 많은 감상이 오갔습니다. “뻔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온기 모아 회복”하며, “어떻게든 살아내는” 여정을 정겨이 반기고 뜨겁게 북돋는 책 『같이 가면 길이 된다』였습니다. 희망, 같이 가면 길이 됩니다! ✨👩🏻‍🤝‍👩🏻✨👩🏿‍🤝‍🧑🏿✨👨🏾‍🤝‍👨🏾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자가 무리를 지어 경기장을 무너뜨리고 나오길 꿈꾼다. 경기장 안에 길을 열고 바깥길도 내는 방법을 고민한다. 거친 발톱끼리 손잡는 기적을 기다린다. 공감과 연대의 힘도 믿는다. 인간과의 연대도 기대한다. 여럿이 같이 가면 길이 된다, 그렇게 믿는다. 그런 믿음으로 글을 썼고, 그 글들을 이 책에 모아두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5, 이상헌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제목이 조금 사무치는 한 주였습니다. 내가 너무 비약한 것일 거라, 너무 감상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거라는 탓?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조금은 무기력했는데요.. 6부에서 '투표하러 가며 묻는다'를 읽으면서 그래도 같이 가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이 꼭지는 이 책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꼭지이기도 한데요. ㅠㅠ 화를 냈다가 체념했다가 무관심했다가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각자 모두가 자기 몫의 총알을 가지고 있고, 그 총알은 나를 위한 총알인 동시에 다른 많은 이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문장들에 힘이 났습니다. 알빠노, 누칼협이라는 말 정말 싫습니다. 나만 잘 사는 길 말고 함께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우리 모두 연대와 협력으로 차별이 없는 세상 만들어 보아요.
@이상헌 작가님의 다정한 답글과 @생각의힘 편집자님의 편집인을 넘어선 노동자로서의 경험까지도 귀하게 들을 수 있었던 19일간의 독서모임이었네요.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의견과 생각 남겨주신 분들도 많으셨고요. 같이 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모임은 여기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연대는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으며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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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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