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7. 전혀 새로운 위기를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게 있을까요? 결국 경험해보고 과잉반응한게 있는지 부작용이 있었는지 체크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갈수록 전정부가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 아니다로 선정적인 구호만 외쳐대는 정치권과 골수지지자들을 보면 민주주의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있은 후에 그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고(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럴 때마다 영화 셜리가 생각납니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기록과 분석, 필요사항을 정리한 백서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한 인간의 진실된 삶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감동 실화『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초유의 불시착 상황에서 탑승자 155명이 전원 살아남은 ‘허드슨강의 기적’은 단지 208초간의 짧은 비행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왔던 한 남자의 57년 인생이 농축되어 있었다. 비행기를 조종했던 설리 기장은 영웅이라는 칭호에 뿌듯해 하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던 208초간의 비행에서 자신이 내렸던 순간
8. 4부에서는 "인간의 역병"을 가장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지금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 중에 개개인 스스로 해결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기후위기를 비롯해서 AI시대가 이끌어올 노동시장의 변화에 개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물론 국가차원의 문제해결방법에도 한계가 있을테지만 적어도 이런 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체는 결국 정치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가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기보단 선정적인 구호들만 외치고 있어서 한심스럽습니다. 시내의 대로변에는 스스로 뭘 해서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말보다는 쟤들 하는 짓 좀 보라는 플랭카드만 펄럭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민주주의 방식도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부> 6. 3부의 큰 제목인 울타리치기라는 말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시대의 울타리치기>와<또 다른 울타리치기: 하청과 중간 착취>를 읽으며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울타리가 존재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울타리가 불합리함을 알지만 울타리를 없애기보다는 울타리안에 들어가려하거나 도리어 다른 울타리가 쳐지는 현실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울타리로 인해 나뉘고 계층화되는 사회 속에 너무나 당연한 듯 살아온 것 같습니다. 울타리안에 들어가 보호받고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살지않았나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7. 책에서 ‘아이큐와 근면성 정도로 측정되는 능력만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고 이런 과정을 통해 엘리트가 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우려했’(109쪽)다고 하는 말에서 아이큐와 근면성 측정이 객관성만 가진다면 이를 능력으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좋은 머리에 성실히 공부하여도 경제적 능력으로 자신을 꿈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오늘날 능력주의는 경제력으로 그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 것 같습니다. 경제력이 계층을 나누고 그 부와 계층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작가님의 책과 글을 종종 읽고선 가슴에 팍 꽂히는 "아~" 감화하는 내용이 많아서 종종이었지만 자성과 반성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읽고나니,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믿지 못할 경제학을 공부한 탓일수도 있겠으며, 심지어 1980~1990년대 ILO에서 내린 '증거없음' 논쟁에도 일자리에 대해 떠드는 모습을 상기한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답답하니까, 먹먹하니까, 짐짓 모른체 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6부를 다시다시 읽어보지만, 저는 이 아픈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4부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코로나 시대의 어떤 하루>였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도 온라인으로 서로 쏟아내기에 오히려 노동 강도가 높아져 ‘워라밸’은 어려워졌고, 일거리가 줄어든 부서에서는 잘릴까 걱정하고, 노련한 지도자는 급히 정년퇴직하게 됐는데도 꽃을 전해주기도 힘들고, 동료는 아버지의 죽음 소식에도 보러 가기 힘든 처지. 상실의 하루가 너무도 느껴졌던 부분인데요. 이런 각자의 코로나 시대 노동자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뉴스에서도 노동자의 해고 소식과 실업이 넘쳐 나고, 간호사들의 노동 과부하 벌어지기도 했고요. 중국에서는 청년 실업과 취업 좌절로 부모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집안일과 가족 돌봄을 하는 ‘전업자녀’도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들었어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세계?가 노동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코로나 전과 후 어떤 식으로 다르게 관리하고, 다시 또 이럴 때가 올 것을 대비해 노동기구 같은 곳에서 준비하는 것이 있는지 궁금했어요.
고졸자의 실업률은 이미 20퍼센트에 도달했다. 취약계층에게는 이미 대공황이다. 하지만 이 숫자가 가리키는 현실의 어려움을 알기 어렵다. 일자리도 잃고 집에 갇혀 있으니, 그들은 목소리마저 잃은 상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80, 이상헌
소득분배 연구의 대가인 토니 앳킨슨은 한발 더 나가서 일자리는 교육과 건강과 같은 '가치재'라고 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33, 이상헌
정치는 실제 역사를 공유하는 실질적 장소에 관한 것이다. 세계주의는 모든 이의 꿈을 쫓지만 실제로는 누구한테도 속하지 않는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42, 이상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벌써 마지막 주입니다. 시간이 참말로 빠르네요... 이제 5부를 읽습니다. 5부 제목은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 경제학의 그늘’입니다. 이상헌 작가님이 경제학자로서 느끼는 책임과 비애 그리고 ‘뱃고동’에 비유한 희망을 담담히 적어 내린 꼭지인데요. 2007년 말 세계 금융위기를 회상하며 지금의 위기에서 헤어나올 길을 찾기도 합니다. 9. 5부는 총 일곱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217쪽,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왜 금융위기가 오는 걸 아무도 몰랐느냐’고 경제학 교수들에게 묻고 영국학술원이 포럼을 조직해 답했다는 에피소드가 제일 인상적입니다. 경제학자들에게 늘 비슷한 질문을 묻고 싶었고, 사실 숱하게 나온 질문일 텐데 국왕의 권위가 이런 때에는 유용하네요. ‘공식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으니. 그리고 그 공식 답변이라는 게 참 누추해서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이 에피소드 이후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이 뭔지도 고민됩니다. 경제학은 불완전한 학문이니 경제학이 아닌 다른 근거에 기초해서 정책을 만들어라? 경제학자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그들의 힘을 축소해야 한다? 더 정확한 경제학 모델을 위해 많은 연구 발전이 필요하다? 그나마 점쟁이들보다는 나으니 경제학을 믿어야 한다?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경제학적 분석방식을 좀더 현실에 가까운 방식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협소한 정의와 정교한 수식과 통계를 통해서 학문적 '엄밀성'은 얻을 수 있겠으나, 현실 적합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어도 점쟁이보다는 나아야 하는데, 사실 점쟁이도 때로는 꽤 정확한 편이라서요 ^^
5부에서는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에서 생각이 좀 멈췄습니다. 대학시절 전공은 아니지만 경제학원론, 미시경제, 거시경제 등을 수강하면서 수없이 들어온 '합리적인 참여자에 대한 가정'부터 경제학의 함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과학(?)의 특성상 그러한 가정이 없으면 더 이상 논의가 어려워지니 이론 전개를 위해 불가피한 가정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가정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인식해와서 경제예측의 오류에 대해 관대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렇다면 경제관련 관료나 학자에게 너무 큰 힘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 대책(대안)이 있느냐...하면 그것도 어려운 문제 같아서 자꾸만 답답해지는 것 같습니다. 틀릴 줄은 알겠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예측하고 정책을 실천해가는 것일 뿐인지...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이미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정책을 다시 갖다 쓰는 건(법인세인하, 낙수효과, 부동산경기부양...) 잠깐 빼앗겼던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발에 근거하는 것일까요?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가 한 말이 있습니다. "경제학은 경제학자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나 중요하다".
9. 5부에서는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 ‘낮은 소리에 자유를 준 경제학자’ 두 꼭지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 꼭지는 읽고 듣는 것 외에도 말하기와 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 오래 머물렀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이 자리에서 무엇을 말하고자/쓰고자 하는지, 말하고자/쓰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전달할지 예전보다 더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작가님께서 ‘좋은’ 메시지가 곧 ‘옳은’ 것은 아니라고 하신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으면서 그만큼 229~230 페이지에 나오는 조지 애커로프 이야기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낮은 소리에 자유를 준 경제학자’ 꼭지에서는 현 정치 상황이나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오래 머물렀습니다. 뉴스를 보다 보면 낮은 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우리’로 묶인 사람들만을 감싸기 위한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아닌 사람들과는 제대로 된 대화가 아니라 고성만이 오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사람들과 다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그 창구가 사라져만 가는 듯합니다.
5부를 읽으며 전체적으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곱씹어 보았습니다. 새삼스레 '경제학' 정의를 찾아보니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최선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고 나와 있네요. 올해의 경제전망 같은 뉴스를 들으며 이런 신뢰성 없는 예측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도 한 적이 있어서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 에 잠시 생각의 멈춤이 있었습니다.
9. 5부는 문학으로 경제문제를 풀어주어 쉽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책, 문장, 싯구를 찾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좋은 인용구, 좋은 글이 많았는데,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에서 평론가 존 버거의 말"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들"때문에 쓴다는 대답이 와 닿았습니다. 말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였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열악함을 말하려고 예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노동의 문제가 가려져 왔겠죠. 노동자의 입장을 알고 노동자인 유능한 경제학들의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9. <등대로 함께 찾아가려면> 꼭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측하지 못한 위기들, 그리고 겨우 피했더니 다시 찾아와버린 위기들. 이런 것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야말로 등대를 비춰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5부에서는 <경제예측이라는 점쟁이>와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할 때>에서 아끼지 않고 밑줄을 그었습니다. 실패는 왜 반복되는가? 물론 미래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델 자체의 비현실성도 큰 몫을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은 <경제학은 지배한다>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경제적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경제를 균형 있게 돌려놓는다는 믿음이 경제 예측 모델이 짙게 깔려있다고 보았다. 노동시장, 재화 시장, 그리고 자본 시장은 모델이 가정하는 것처럼 완전무결하지 않다. (p.218) -->경제 예측이 계속 실패하는 건 미래 예측이 어려워서뿐 아니라 모델 자체가 비현실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인데요. 경제 모델을 믿는다는 건 결국 시장을 움직이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보거든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주체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실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결론, “경제학은 경제학자에게 맡겨두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p.229) 마크 트웨인의 피뢰침에서 비롯한 이야기가 4대강 사업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역시 웃음이 픽! 터졌습니다. (웃으면 안되는 걸까요?)
예전에는 웃고 넘겼을 일이 이제는 더 이상 우습지 않다. 그의 글은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옳지’는 않다. 그를 개인적으로 타박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문제다. 옳음을 말하는 우리가 실상 길을 막고 서 있다는 것이고, 존 버거가 말한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아예 말해지지 않을 위험이 있는” 문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31, 이상헌
“정치제도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인류가 진보함에 따라 정치제도는 변할 것이고 변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란 “항상 사회적 최강자의 손에 있거나 넘어갈 것”이고, “이 권력의 본질이 곧 정치제도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그가 집중한 사안은 그런 정치제도 안에 늘 있을 소수에게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확보하게 할 것인가였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35-236,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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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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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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