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우리 모임은 "같이" 읽되 (제가 중간중간 던지는 질문에는) 저마다의 속도와 호흡으로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질문에 답해주셔도 언제건 좋고,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주셔도 기쁩니다. 이상헌 작가님께서는 이제 시차 없이 답하실 수 있기에, 작가님을 향한 질문은 언제건 대환영입니다. ✨
쉬는 날 찬찬히 페이지 넘기고 있는데 마음이 무거운 대목이 많습니다. 6. '네 코앞의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에서 인용하신 조지 오웰의 문장이 콕 박히더군요.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끝없는 투쟁이다." 요 몇 년간 내 코앞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투쟁에 참여하기도 하고 발만 살짝 올리기도 하고 짐짓 모른 체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을 바짝 얼굴 앞에 두고 읽고 있지만 어떤 문장은 괴로워서 눈을 감았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7. 2023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와 너를 구분하는 방식이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각박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에 따라 울타리 밖 사람들의 많은 삶도 다양한 방식으로 허물어지고 뭉개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왜 구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말하겠죠. "그건 네가 능력이 없어서란다." 소위 '능력주의', '성과주의'에 관한 담론이 대두된 이래 지금은 그 폐해와 문제점 등을 두루 살피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던 핵심 도구는 이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가 된다." 제시하신 문장에서도 고개를 많이 끄덕였는데요. 스스로 노력해서 이룬 성취에 따른 보상은 당연히 주어져야 하겠지만 지금 사회는 내가 갖는/이루는/올라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스며든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인데 왜 노력 안 하는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풍조가 참 슬프고 이것이 끝내는 "다 같이 잘살아보세"를 막고 있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분노에는 궤적이 없다. "비참함은 증오를 낳는다. 고통받는 자는 기계가 자신들로부터 빵을 뺏어갔다고 믿고 증오한다. 기계가 설치된 건물을 증오한다. 그 건물을 소유한 공장 사장도 증오한다." (중략) <셜리>는 그다지 성공한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 비참함은 증오를 낳는다"는 구절은 영국 복지국가의 기초를 닦은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의 대저작 <자유사회에서의 완전고용>의 표지에 인용되었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단지 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인 만큼 쉽게 증오와 불안으로 발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분노를 막는 일이 <설리>의 섬유 공장주와 같은 개별 고용주의 선의에만 의지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베버리지는 <셜리>의 노동자들이 호소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한다. 그는 완전고용을 국가의 책무라고 선언했고, 그 구체적인 잣대로 3퍼센트의 실업률까지 제시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36-137, 이상헌
3부 읽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챕터들이지만 밀도가 높아서 느릿느릿 읽고 있어요. 경제 쪽은 문외한이라 그런지 밑줄 엄청 그으면서요. 제가 가장 길게 머문 챕터는 '키 작은 능력주의' 챕터입니다. 박권일의 <한국의 능력주의> 읽으면서 마이클 영의 용어 '메리토크라시'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보니 이분의 저서 <능력주의>도 읽어보고 싶네요. '능력주의'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고 짚어주셔서 제가 능력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싶어요. 저는 박권일의 경우는 능력주의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마이클 영과 박권일은 관점이 다른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잘못 이해를;;;) 이상헌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저도 마이클 영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생각 지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박권일 선생님의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만, 마이클 영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마이클 영은 '능력'의 중요성은 인정합니다만 (예컨대 봉건적, 신분제적 제도를 무너뜨리는 원리),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능력주의'로 진화하면서 사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능력주의가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낸다는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저항이 생길 것으로 보았습니다. 마이클 영의 책의 부제가 1870-2033 인데, 2033년에 그런 폭동이 생긴다는 가상적인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책을 썼습니다. 물론 책에는 다소 유토피아적 견해도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마이클 영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지적 능력, 교육, 직업, 권력 뿐만 아니라 친절함, 용기, 상상력, 공감, 인자함, 관대함도 고려해서 사람을 평가한다면, 계급이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Were we to evaluate people, not only according to their intelligence and their education, their occupation, and their power, but according to their kindliness and their courage, their imagination and sensitivity, their sympathy and generosity, there could be no classes”
노벨상을 받을 즈음에도 “무역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3년 남짓 시간이 흐른 뒤인 2021년에 그는 그런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무역과 관련된 급속한 변화의 파괴적 영향을 일시적이고 소규모인 것으로 과소평가했고, 이로 인해 세계화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뒤늦은 고백의 이면에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있었다. 무역 '충격'으로 산업이 몰락하고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해서 기업과 노동자가 세상 물정을 빨리 깨치고 재빠르게 합리적 선택을 해서 고향과 부모를 떠나 새로운 '약속의 땅으로 이동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과 자원은 허공의 바람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다.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고, 감정적 비용도 적지 않다. 길을 걸을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마찰음처럼 무시할 일이 아니다. 그 비용이 막대한데 정책적 지원마저 부실하면 노동자와 기업은 늪에 갇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무역의 해택에서 멀어지고 패자가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건강도 나빠지고 가족과 사회가 함께 앓게 된다. 게다가 이런 불명등 효과는 규모도 크지만 지속적이다. 한번 잔뿌리를 내리면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또 이렇게 불쏘시개를 찾은 불평등은 정치적 불만으로 자라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60, 이상헌
오늘 길빛도서관에서 스캔해서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희망 님! 요 모임은 다음 주 금요일(25일)까지 진행됩니다. "같이" 또 각자의 호흡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6. 저는 3부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세계주의를 경계한다>와 <세계화 시대의 일그러진 경쟁>, 그리고 <트럼프 시대의 반지성주의>를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전지구적 인류의 상생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외치며 너나 없이 정책불명의 세계화의 의미를 찾던 20세기말의 모습도 떠오르고, 세계화를 주도하던 미국이 어느 순간 자국 이익을 최대 목표로 보호무역을 대놓고 주장하던 프럼프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 부임한 바이든 역시 자국이익 극대화를 선언한 마당이니 세계화를 외치던 모습이 얼마나 공허한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이를 비판하는 학자들의 주장도 공허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세를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는 국가들의 입장이 난처한 것 같습니다.
진도가 조금 늦어 이제 1부를 다 읽었습니다. '일터의 죽음'에 관해서는 글을 읽기 전부터 관심이 조금 있었습니다. 특히 건설현장, 산업현장의 사망자 분들 기사가 날 때마다 면밀히 살펴보는 편인데 4,50대 남성분들이 참 많습니다. 생명에 고하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이대로 추측컨데 보통 가정을 이루시고 자녀들이 아마도 중고등학생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맞벌이라면 경제적인 충격에서 조금 나을 테지만 외벌이일 가능성도 높은데요, 과연 그 가족들에게 아빠의 죽음을 온전히 슬퍼하면서 애도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현실적으로 많이 드네요. 한 가정에서 가장의 죽음은 물론 그 당사자 분께도 너무나 안타까운 비극이겠지만 한 가정을 파괴하게 되는 큰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이대의 죽음은 괜찮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렇게 평상시 관심이 있었으면서도 반면 저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쩔 수 없지, 어떻게 일일이 모든 사람의 안전을 챙기나, 실무적인 면에서 불가능해 라는 생각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된 계기가 몇 년 전 코로나였어요.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병에 걸린 사람의 이동 동선을 그렇게 세밀하게 추적하고, 나라에선 큰 돈을 들여 캠페인을 벌여 우리 주위의 모든 사람과 이 질병의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매일매일 사망자 숫자를 1명 단위로까지 알게 되고...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이게 되는 거였어.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산업 현장의 죽음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무관심했던 걸까요? 나는 코로나에 걸릴 수도 있지만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내가, 우리 가족이 있을 리 없어서? 씁쓸하게도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네요.
산재문제가 어쩔 수 없는 역량이나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코비드 경험에 비추어 말씀해 주신 점은 저도 크게 공감합니다. "공동의 묵인"이라는 말이 자꾸 되뇌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쓸쓸하지만, 이것부터 인정해야, 첫걸음을 뗄 수 있겠지요.
고쿠라29 님 말씀에 백분 공감합니다... 그러한 저력이 있는데, 그것이 왜 일터(산업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무관심하기만 한 것인지 좀 답답해집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면 우리는 실종된 시민들을 찾느라 밤새 불을 밝힌다. 방송 차량도 총동원되어 밤낮으로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노동자의 실종에는 관심도 실종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45, 이상헌
안녕하세요, 늦었지만 다음 주 금요일까지 저만의 호흡으로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 서문의 '자유'라는 단어의 변화에서 숨이 턱 막혔습니다. 과연, 현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정말 그 뜻 그대로 사용한 적이 있을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중적 자유'에서 최근 사회 뉴스를 뒤덮고 있는 많은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변화할 것이라는 일말을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믿음에 함께하며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읽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류월 님! 같이 읽기에 하나도 늦지 않으셨습니다. 요 모임은 다음 주 금요일(25일)까지 진행됩니다. 저 또한 말씀하신 대목에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유'가 이토록 냉랭하고 야박한 단어였나 새삼스레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믿음으로 페이지 팔랑팔랑 넘겼습니다. "같이" 또 각자의 호흡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오늘날, 자유란 각자도생의 다른 이름이다. 삶이 부박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오로지 제힘으로 살아야 한다. 사회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되낟. 그래서 자유롭다. 삶이 넘칠 정도로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제 뜻대로 거침없이 살아야 한다. 모든 사회게 그 뜻에 복종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롭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5, 이상헌
오늘날, 자유란 각자도생이 다른 이름이다. 삶이 부박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오로지 제힘으로 살아야 한다. 사회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자유롭다. 삶이 넘칠 정도로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오로지 제 뜻대로 거침없이 살아야 한다. 모든 사회가 그 뜻에 복종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롭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5, 이상헌
제가 늦게 시작해서, 주 69시간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집권하여 이런 어처구리 없는 정책을 말하다가 없는 정책으로 되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신중한 언행이 있어야 국민이 편할 텐데. 이명박 정권에 실패한 인물을 다시 등용하니 이 나라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앞날이 걱정되네요
7.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줄세우기가 일종의 필수적 요소가 되어서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능력으로 평가하여 입학하게 되는 대입제도만 하더라도 같은 과에서도 너는 수시니 정시니, 수시에서도 기회균등전형이니 학생부니... 이러면서 나름의 서열을 만들어가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수시는 그 전형에서의 우수성이 인정된 것이고, 정시는 수능시험에서의 우수성이 인정된 것이어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입학한 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당사자들은 마치 유일한 능력치는 수능점수인양 전형별로 차등을 두려고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무력화시키면서 신뢰도를 떨어트린 대학 관계자들이나 학부모/학생 탓도 클거라 생각합니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가 어려워지니 공정, 공정 외치지만 단지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하는 제도는 모두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누구봐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객관식문제로만 판단하는 것이 공정이 이뤄지는 듯한 태도)에서 다양성과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에 만연한 제도나 시스템에 대한 불신 해소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 요구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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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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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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