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5. 2부를 읽으며, 얼마 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정말 시니컬하게 말해본다면, 진지하게 토론하고픈 마음이 안 듭니다. 저는 현 정부의 특징을 즉흥성이라고 봅니다. 국정 비전이나 정책 철학이 뭔지 모르겠는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뭐라고 말을 하면 실무 부서에서 근거가 되는 논리를 급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대통령의 뜻을 부처에서 오해했다는 식으로 수습하고요. 주69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에서 계속 엇갈린 발표를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고 보고요. 정책 방향도 근거도 날림으로 보이니 정성을 들여 내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 같은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저렇게 정책논의를 할 것이라면, 분석과 숙의가 무슨 소용일까 싶어집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말하는 것 말고도 달리 방법이 없을 듯 합니다. 우리가 지치고 포기하길 기다리는 '세력'은 질기고 강합니다 ^^
앗, 이렇게 직접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인지라 더 시니컬한 공상도 해봤네요. 철학이나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제 짐작과 달리 그 ‘정책 지시’ 뒤에 저는 상상도 못했던 아주 심오한 명리학이나 풍수 사상이 있는 것 아닐까, 무슨 흰 수염 법사 내지는 도사가 설파하는. 숫자 6과 9가 기운이 좋으니 주당 69시간 노동이 국격을 높이는 데 딱 적절하다든가... 아니겠지요. ㅠ.ㅠ
4. 2부로 갈수록 노동자로 살아가는 현실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뉴스에서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이야기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대상이 적지 않음에 놀랐습니다. 100년에 거쳐 투쟁해온 노동권이 아직도 미미함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산업혁명때의 노동착취가 지금의 노동현장에서도 여전히 존재함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100년전, 수십년 전의 상황과는 다를 것입니다. ILO, 수많은 노동조합의 존재가 노동권의 확립에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될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부분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노동조합, 노조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차별이 존재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표하여 소리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란 생각됩니다. 노동조합참여로 노동자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길 바랍니다. 5. 69시간 노동은 ‘주 최대 69시간(6일 기준)’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라고 합니다. 주5일 근무의 정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6일의 기준은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주4일을 말하는 기업도 등장하는데 노동시간의 확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생산성이 향상될까요? 책에서도 8시간의 노동으로 충분히 생산이 충분했음을 이야기했듯이 나날이 향상되는 기계의 발달로 더 짧은 시간에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노동시간을 늘려 어떤 이익을 보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크게 공감합니다. 노동분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장시간 노동은 '결국에는' 비생산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여기서 '결국에는'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아주 단기적으로 노동을 짜내서 잠시나마 생산성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기적인 이득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모두 생산성 손실을 겪게 됩니다. 이런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유인'을 막기 위해 공동행위의 일환으로 법이나 규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트럼프 시대의 반지성주의는 사람들이 봐달라고 하는 것들을 외면하거나 서둘러 의례적으로 답하는 지성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발이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도 부분적으로 여기에 기인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58쪽, 이상헌
어느덧 저희 모임도 2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껏 총 129개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주말에 맨 첫 번째 댓글부터 스크롤 죽죽 내려 다시금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읽어내렸습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밀도 높은 감상들로 채워져 있는가... 참으로 경탄하였습니다. 한 템포 늦게 참여하시는 분들도 꼭 모든 댓글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_^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 목요일까지는 3부를 읽습니다. 3부 제목은 "울타리 치기와 불평등: 사람, 경제 그리고 권력"입니다. 온 천지가 ‘울타리’인 오늘날을 돌아보며, 바야흐로 불평등은 확대되고 일자리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성공’과 ‘능력’과 ‘효율성’으로 세상을 분절화하고 계층화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6. 3부는 총 열두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7. 3부의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능력주의'와 '울타리 치기'가 있습니다. 다음 문장을 주제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기를요.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던 핵심 도구는 이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가 된다."(109쪽)
6. <우리 시대의 울타리 치기> 챕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챕터는 문단을 구성할 때마다, 문단 시작에 나오는 첫 문장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울타리 치기는 한번 탄력을 받으면 무한 증식한다", "바깥이 힘들어지면 안쪽으로 울타리를 만든다"처럼 짧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7. 사회에서 "우리"라는 개념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 가르기를 하는 "우리"의 개념으로 말이죠. 그래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라는 문장에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엘리트는 자식들에게 능력을 주고, 줄 세우기가 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들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문제를 의식하고 우리가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부> 6. <우리 시대의 울타리 치기> 라는 꼭지에 시선이 많이 머물렀어요. 언뜻 생각나는 울타리는 정규직/비정규직이 있네요. 비슷한 일을 해도 한 쪽은 정년이 보장되고 (어쨌든 형식적이나마요) 다른 한 쪽은 본인이 원해도 몇 년 이상은 일할 수 없다고 하고요.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울타리를 부수기 보다는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 보호 받으며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은 "울타리 안"에서 안락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랄테고 그 바람을 나무랄 수 있을까 싶습니다.
7. '능력주의' 관련 109페이지를 읽고 혈연의 원칙 시대=> 능력의 원칙 시대=>혈연의 원칙 시대 부활 인가 싶었어요. 그나마 이 부활한 혈연의 원칙 시대는 한국이 덜하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래도 싸워볼 만 해서 대입이니 입시니 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 것이고 아예 부활한 혈연의 원칙 시대의 룰에 맞게 바로 포기하는 나라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한편 능력의 원칙 시대에서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들이 책에 나온 대로 아이큐와 근면성 정도인데 한 사람의 잠재성이 고작 그런 것들로만 측정되는 것이 맞을까 싶다가도 그 측정 기준이 적어도 우리 아빠가 누구인지? 또는 해외다년간 거주성, 고가 악기연주성 보다는 낫겠다 싶기도 하네요.
6. 3부 역시 들어가자마자 첫 꼭지에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키 작은 능력주의> 7. 저는 20대 사회초년생입니다. 최근까지, 그리고 지금도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해 자기계발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이직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은 점점 더 소위 '있는 자’들을 위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방식은 더 이상 옳지 않다며, 성적 이외에 다양한 경험들을 한 사람들을 뽑겠다는 채용 방식은 언듯보면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바뀐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돈과 시간이 이전보다 더욱 더 드는 일이니까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돈과 시간의 걱정없이, 원하는 경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계, 넘어서는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하는 이들, 혹은 시간과 돈이 그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은 그저 평범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런저런 경험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낍니다. 시간도, 돈도, 마음도 그정도의 여유는 없기 때문이죠. 물론, 앞선 이들 역시 끊임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럽습니다. 원하는 커리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돈과 시간,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들이요. 3부를 펼치면서부터 가장 강력하게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애써봐도 작은 키를 넘지 못하는데, 능력 넘치는 지배계층은 노력을 주문한다. 게다가 타고난 능력은 다를 터인데, 세상은 저들이 정의하는 능력만 인정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10, 이상헌
6. 3부는 총 열두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글이 훌륭하지만 <굳세어라, 소비자여> 꼭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소비는 자율적인 행위가 아니다." 도입부의 문장 덕분으로, 당혹감과 함께 글을 읽어나가며, '소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와 판매노동자 간의 싸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런 싸움판에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는 문장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분노에는 궤적이 없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36, 이상헌
사람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사람을 찾아가는 세상.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에 이끌려 일하는 세상.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38, 이상헌
우리 모임은 "같이" 읽되 (제가 중간중간 던지는 질문에는) 저마다의 속도와 호흡으로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질문에 답해주셔도 언제건 좋고,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주셔도 기쁩니다. 이상헌 작가님께서는 이제 시차 없이 답하실 수 있기에, 작가님을 향한 질문은 언제건 대환영입니다. ✨
쉬는 날 찬찬히 페이지 넘기고 있는데 마음이 무거운 대목이 많습니다. 6. '네 코앞의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에서 인용하신 조지 오웰의 문장이 콕 박히더군요.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끝없는 투쟁이다." 요 몇 년간 내 코앞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투쟁에 참여하기도 하고 발만 살짝 올리기도 하고 짐짓 모른 체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책을 바짝 얼굴 앞에 두고 읽고 있지만 어떤 문장은 괴로워서 눈을 감았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 7. 2023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나와 너를 구분하는 방식이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각박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에 따라 울타리 밖 사람들의 많은 삶도 다양한 방식으로 허물어지고 뭉개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왜 구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말하겠죠. "그건 네가 능력이 없어서란다." 소위 '능력주의', '성과주의'에 관한 담론이 대두된 이래 지금은 그 폐해와 문제점 등을 두루 살피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던 핵심 도구는 이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가 된다." 제시하신 문장에서도 고개를 많이 끄덕였는데요. 스스로 노력해서 이룬 성취에 따른 보상은 당연히 주어져야 하겠지만 지금 사회는 내가 갖는/이루는/올라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스며든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인데 왜 노력 안 하는 사람을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풍조가 참 슬프고 이것이 끝내는 "다 같이 잘살아보세"를 막고 있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분노에는 궤적이 없다. "비참함은 증오를 낳는다. 고통받는 자는 기계가 자신들로부터 빵을 뺏어갔다고 믿고 증오한다. 기계가 설치된 건물을 증오한다. 그 건물을 소유한 공장 사장도 증오한다." (중략) <셜리>는 그다지 성공한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 비참함은 증오를 낳는다"는 구절은 영국 복지국가의 기초를 닦은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의 대저작 <자유사회에서의 완전고용>의 표지에 인용되었다.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은 단지 빵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관한 것인 만큼 쉽게 증오와 불안으로 발화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분노를 막는 일이 <설리>의 섬유 공장주와 같은 개별 고용주의 선의에만 의지할 일도 아니다. 그래서 베버리지는 <셜리>의 노동자들이 호소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주목한다. 그는 완전고용을 국가의 책무라고 선언했고, 그 구체적인 잣대로 3퍼센트의 실업률까지 제시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36-137, 이상헌
3부 읽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챕터들이지만 밀도가 높아서 느릿느릿 읽고 있어요. 경제 쪽은 문외한이라 그런지 밑줄 엄청 그으면서요. 제가 가장 길게 머문 챕터는 '키 작은 능력주의' 챕터입니다. 박권일의 <한국의 능력주의> 읽으면서 마이클 영의 용어 '메리토크라시'를 알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보니 이분의 저서 <능력주의>도 읽어보고 싶네요. '능력주의'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고 짚어주셔서 제가 능력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싶어요. 저는 박권일의 경우는 능력주의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이해했는데;;; 그렇다면 마이클 영과 박권일은 관점이 다른 것일까요. (아니면 제가 잘못 이해를;;;) 이상헌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저도 마이클 영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생각 지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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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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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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