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생각해 보니 코앞에서 날아다니는 파리를 잡기가 제일 힘들다. 그리고 제 손으로 파리를 잡아야 하는 사람이 있고, 난리통을 벌여서 기어코 남이 제 코앞의 파리를 잡게 하는 사람이 있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31, 이상헌
7. 능력과 노력, 학벌과 스펙, 계급과 세습이 어떻게 이루어져 지금에 이르게 되었나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던 키워드이자 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110페이지에 나오는 ‘아무리 애써봐도 작은 키를 넘지 못하는데, 능력 넘치는 지배계층은 노력을 주문한다. 게다가 타고난 능력은 다를 터인데, 세상은 저들이 정의하는 능력만 인정한다.’, 116페이지에 나오는 ‘온 천지가 울타리다. 있는 울타리는 더 나누고, 비워진 곳에서는 울타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문장들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노력하면 된다거나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은 어떻게 들으면 달콤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정말 노력하면 될 것 같고, 그간 내가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했던 것은 노력 탓이라는 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개인의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말하고 끝나면 오로지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고, 개인이 ‘저들이 정의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동안 그 정의는 바뀌고 또 다른 울타리도 계속 만들어져 꿈꾸던 사회적 이동은 환상으로만 남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8. 4부에서는 마지막 꼭지인 ‘인간의 역병’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게으름과 자업자득의 신화’, ‘피해자를 비난하여 사태를 무마하는 전형적 수법’은 작가님께서 ‘신화’와 ‘전형적’이라는 표현을 쓰실 만큼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라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각자도생의 사회적 풍경은 수면 아래에 있다가 바이러스와 함께 매번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이럴 때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무감하게 반응하고, 실질적인 대책 없이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한 다는 말뿐인 말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면 서로 비난만 하거나요. 결국 어려움을 호소하는 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입을 막아버리는 일(또는 입조차 떼지 못하게 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가고 침묵 속에서 누군가는 또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착잡한 마음뿐입니다. 공감하는 마음과 그런 마음이 닿는 모습을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진다고 느끼지만, 이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를 해나가야 이 마음과 모습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겠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멀리 있는 고통은 적극적 공감과 정책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오늘날 이 ‘정치적’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불평등한 공간은 이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곳들을 무수히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201, 이상헌
앞머리에 실어주신 루쉰의 글도 좋았지만 저는 그 다음 페이지, '옳음'을 말하는 우리가 실상 길을 막고 서 있다...라는 글이 와닿았습니다. 머리속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랄까요...저의 그런 모습을 종종 발견할 때가 많은데 마치 저에게 하는 소리 같아서요...조금 늦어서 올라온 글들을 읽느라 꽤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오늘부터 꾸준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시간이 당신을 숙성시키지 않는다는 말 엄청 공감됐습니다. 시간을 견디며 생각하는 삶, 나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 한 번 서 보는 것...그것이 나를 숙성시키는 원동력이 아닐까..생각해봅니다.
4. 이제 막 2부를 읽고 나서, 답변을 남기기 전에 다른 분들은 어떻게 쓰셨을까 궁금해서 읽어보는데 다들 생각해 볼만한 지점들을 정말 많이 남겨주셨네요. @day 님께서 들려주신 호텔 주방의 이야기, 건설 현장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알바를 할 때 손님이 몰려오면 화장실을 제 때 못 가고 종종거렸던 적이 많아서 갑자기 그 때 생각도 나고 그랬습니다. 사람답게 산 다는 것의 기본이 제대로 먹는 것, 싸는 것, 자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기본조건 이 세 가지만이라도 만족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화장실의 불평등' 꼭지와 함께 눈길이 많이 머물렀던 것은 ' 임금체불 사건'입니다. 눈길이 머물렀다기 보다는 읽다가 눈물이 펑펑 났네요. 마음이 먹먹해서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고인이 느꼈을 좌절감, 울분, 자책, 후회, 분노가 그냥 고스란히 다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엄마, 나 임금이 안 나와서 문제가 생기면 남은 아이들 좀 부탁해요." 감당할 수 없어서 떠난 체불임금자가 여든을 훌쩍 넘긴 어머니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83, 이상헌
이 페이지를 읽을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릅니다... 문장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5. 주69시간 근무제 에 관한 제 생각은 @메이플레이 님과 같아요. 안 그래도 우리나라 긴 노동시간으로 멕시코와 1,2위를 다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긴 노동시간이 생산력을 증가시키는 시대도 아니고, 잘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필요로 하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텐데 그 분들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네요. 주69시간 근무제는 최근 어떻게 대두된 것인지 잘 몰랐는데 이 참에 한 번 찾아보아야겠어요.
어제는 평산책방에서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경청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독자분들 뵈니까 마음이 많이 뜨거워졌어요. 끝나고 사인 받으실 때 각자 마음에 품은 문장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문장은 "너무 슬퍼서" 기억에 남았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새기시려는 모습에 좀 겸허해지기까지 했는데요. 이상헌 작가님께서는 한 시간 꽉 채워서 귀한 이야기 들려주셨습니다. 영상으로 담아왔기에 요것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같이 나누고 싶어요. 곧 링크 들고 오겠습니다! 3주가 짧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5일밖에 안 남았다니 마음이 급하고 괜히 아쉽네요. 더 오래오래 두런두런 이야기 주고받고 싶어서 그런가 봅니다. 모쪼록 남은 시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4부 "불평등의 상처: 코비드 시대의 풍경"을 완독했습니다. 다른 장보다 짧아서 후다닥 읽었네요. 다른 장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상헌 선생님이 시선이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에 닿아 있어서 역시나 관점이 확 넓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코로나19가 훑고 간 상처들을 한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사정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약 1억 2,0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쓰시면서, 두 가지 '착시'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짚어주셨는데요, 그중 실업자 수만 보고 일자리 사정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에 멈칫했네요. 저 역시 그런 착시 현상에 현혹되어 있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 중 3분의 2 이상은 일자리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비활동인구로 전환했다.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실업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거라는 전망들이 나왔었는데, 지금 그 후유증을 깊이 앓고 있는 자영업자, 청년, 여성 등 취약 계층의 곡소리가 어느 스피커를 통해서도 들리지 않는 현실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에야 <같이 가면 길이 된다>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너무 늦게 들어온 데다가 앞서 그은 밑줄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최근의 질문부터 답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4부에서 오래 머물렀던 문장.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단 하나, 위기의 불평등함이다. (p.176) 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취약계층에게는 이미 대공황이다. (p.180) 이 와중에도 굳건한 직종이 있다. 많은 나라에서 고임금‧고숙련 직종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거나 심지어 일자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금융이나 기술통신 관련 직종은 일자리도 늘고 임금도 늘었다. 세계 전체 평균으로 보자면 고용 감소 규모가 고숙련 집중의 경우는 ‘이상 무’, 중간 숙련직종의 경우는 5%다. 저숙련 직종은 10% 이상의 고용 감소를 겪었다. 바이러스는 결코 공평하지 않다. (p.189~190) --> 위기마저도 불평등한 현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평등 바이러스’라는 말이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청년과 여성에 집중되어있는 저임금‧저숙련 직종의 일자리는 없어지는데 고임금‧고숙련 직종은 처음부터 고용위기에서 비켜나 있었기에 ‘K자 회복’이라는 말도 정확하지는 않다는 점에 매우 공감했습니다. 굳이 회복할 것이 없는 이들과 회복이 불가능한 이들 사이에서 역병의 시대는 ‘비겁해지는 시간’이라는 인용이 화살처럼 꽂힙니다. 코로나19에도 크게 타격을 크게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삶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놓이는 영세 사업자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이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자랑하는 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결국 교육 시장에서 그토록 치열한 경쟁과 사교육 전쟁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3부와 4부를 연결지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왜 바이러스와 싸우는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싸움에서 삶이 위태로워지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 사이에서 퍼지지만 그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만들어진 신종 바이러스는 물처럼 퍼진다. 마치 홍수 같다. 높이 서 있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p.171) 멀리 있는 고통은 적극적 공간과 정책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오늘날 이 ‘정치적 거리’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불평등한 공간은 이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것들을 무수히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p.201) --> 저 ‘높이 서 있는’ 이들에게 ‘멀리 있는’ 이 위태로운 고통이 닿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끝없이 질문을 던져주는 작가님의 문장에 빠져서 계속 밑줄 긋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바이러스와 싸우는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싸움에서 삶이 위태로워지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저도 여기 같은 부분에 밑줄 그었어요.
7. 전혀 새로운 위기를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란게 있을까요? 결국 경험해보고 과잉반응한게 있는지 부작용이 있었는지 체크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갈수록 전정부가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 아니다로 선정적인 구호만 외쳐대는 정치권과 골수지지자들을 보면 민주주의가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있은 후에 그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고(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그럴 때마다 영화 셜리가 생각납니다. 사회적 재난에 대한 기록과 분석, 필요사항을 정리한 백서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한 인간의 진실된 삶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감동 실화『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초유의 불시착 상황에서 탑승자 155명이 전원 살아남은 ‘허드슨강의 기적’은 단지 208초간의 짧은 비행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왔던 한 남자의 57년 인생이 농축되어 있었다. 비행기를 조종했던 설리 기장은 영웅이라는 칭호에 뿌듯해 하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던 208초간의 비행에서 자신이 내렸던 순간
8. 4부에서는 "인간의 역병"을 가장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지금 우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 중에 개개인 스스로 해결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기후위기를 비롯해서 AI시대가 이끌어올 노동시장의 변화에 개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물론 국가차원의 문제해결방법에도 한계가 있을테지만 적어도 이런 큰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체는 결국 정치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가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하기보단 선정적인 구호들만 외치고 있어서 한심스럽습니다. 시내의 대로변에는 스스로 뭘 해서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말보다는 쟤들 하는 짓 좀 보라는 플랭카드만 펄럭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민주주의 방식도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부> 6. 3부의 큰 제목인 울타리치기라는 말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시대의 울타리치기>와<또 다른 울타리치기: 하청과 중간 착취>를 읽으며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울타리가 존재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울타리가 불합리함을 알지만 울타리를 없애기보다는 울타리안에 들어가려하거나 도리어 다른 울타리가 쳐지는 현실이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울타리로 인해 나뉘고 계층화되는 사회 속에 너무나 당연한 듯 살아온 것 같습니다. 울타리안에 들어가 보호받고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살지않았나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7. 책에서 ‘아이큐와 근면성 정도로 측정되는 능력만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고 이런 과정을 통해 엘리트가 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우려했’(109쪽)다고 하는 말에서 아이큐와 근면성 측정이 객관성만 가진다면 이를 능력으로 인정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좋은 머리에 성실히 공부하여도 경제적 능력으로 자신을 꿈을 펼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오늘날 능력주의는 경제력으로 그들의 능력을 평가하고 줄 세우는 것 같습니다. 경제력이 계층을 나누고 그 부와 계층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작가님의 책과 글을 종종 읽고선 가슴에 팍 꽂히는 "아~" 감화하는 내용이 많아서 종종이었지만 자성과 반성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읽고나니,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믿지 못할 경제학을 공부한 탓일수도 있겠으며, 심지어 1980~1990년대 ILO에서 내린 '증거없음' 논쟁에도 일자리에 대해 떠드는 모습을 상기한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답답하니까, 먹먹하니까, 짐짓 모른체 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6부를 다시다시 읽어보지만, 저는 이 아픈 마음을 되돌릴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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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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