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5. 누군가는 이렇게 발전된 현대에 과로사가 웬 말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현대에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과로사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곁에 있던 동료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언제든 제 주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현 노동 환경에서도 지켜지지 않는 노동권을 넘어 생존권이 주 69시간 근무제에서 지켜지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암암리에 더 긴 노동 시간을 강요당할 수 있는 환경에 쉬이 노출될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노동 단축을 외치는 세상에서 주 69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죽을 각오를 권하다 못해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저도 같은 걱정입니다. 일하는 삶의 문제는 좀더 조심스럽게 다룰 필요가 있는데, 가끔 좁은 경제적 이해나 정치적 계산에 휘둘리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유독 '선진국' 한국에서 도드라지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4. 2부에서 <화장실의 불평등> 꼭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디서 일을 하든, 화장실은 항상 있습니다. 그때마다 그곳을 청소하는 노동자를 마주합니다. 그게 나이 든 할머니일 때도 있고, 저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소적으로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집중해 읽었습니다. 특히 "가장 평등해야 할 곳에서 그렇지 못할 때 그 사회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하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더군요. 화장실은 평등한 장소라는 개념 자체를 책에서 접했을 때의 깨달음이 씁쓸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5. 주69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의 폐해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장시간 노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장 주69시간 근무제를 진행하는 건 무리라 생각합니다.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선 현 노동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완 장치를 마련한 후에 주69시간 근무제와 같은 것들을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4. 2부는 총 열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장실의 불평등>입니다. 학생 시절, 아파트 건설 현장의 모델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첫날 화장실에 관해서 물었는데, 현장에는 모델하우스 아르바이트들이 쓸 만한 화장실이 없으니 현장 밖 가장 가까운 2층 카페의 화장실에 몰래 다녀오거나 사람 없는 구석 아무 곳(?)을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선배들은 옆에서 "두세명이 봐주면 된다"고 다독여주었구요. 지금 같았으면 달랐겠지만 당시에는 '단기로 반짝 일하기 좋은 일'이니 아쉬운 내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카페 음료를 하루에 두어번은 사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르바이트는 물론이고, 현장의 건설 노동자들의 사정이야 달랐을까요? 나중에 그 아파트를 지날 때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아파트인 것을 사람들은 모르겠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 아파트를 지날 때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은 아파트인 것을 사람들은 모르겠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책에서 나왔던 쿠팡 등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며 배달된 물건만 보고, 배달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속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5. 2부를 읽으며, 얼마 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광복절,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라는 말을 (축사랍시고) 듣고는 망발도 저런 망발이 다 있나, 사람이 죽은 공장에서 또 사람이 죽고 있는데,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 속에서 너무 많은 말이 터져 나오려 해 입은 그만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 69시간 근무제'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앗, 벌써 2부로 넘어갔군요! 제가 진도가 느립니다.. ㅠㅠ 저는 2부에서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라는 소제목이 눈에 띕니다. 어떤 내용이 나올지 너무너무 궁금해요! (이 장부터 읽어야겠어요~) 저도 쪼그마한 회사에서 생전 처음 노조에 가입한 적이 있는데,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실로 죽을 뻔했거든요. 신문에 나올 법한 회사의 노조 방해 공작, 노조원 회유 등 규모만 작았지 뉴스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습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이야기... 이른바 '깨어 있다'는 출판계도 그러한데(제 직업이 편집자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일터에서 노조의 일상화는 가능할까요. 저는 23세기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문득 경영진과 노조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이상적인 회사가 과연 한국에 몇 개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외국 사례도 궁금하구요.
4. 저는 2부 중 <화장실의 불평등>에 마음이 가장 동하였어요. 화장실 접근권을 보편적 권리라 말씀하시는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는데요. 세상의 '보편적 권리'마저 노동 현장에서는 보편적이지 않다는 사실에는 다시 한번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누군가는 개인용 변기를 갖춘 고품격 화장실을 혼자 이용하는 반면, 1만5천명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3분 이상'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노동 현실. 또 어떤 노동자에게는 화장실이 곧 휴식의 공간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보복의 무기가 된다니, 보편적 권리라 일컫는 화장실에서도 우리는 불평등을 경험하게 되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우리의 노동환경은 불평등으로 가득합니다. 언제쯤 그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올까요? 인상적인 구절을 남겨 봅니다. 가장 평등해야 할 곳에서 그렇지 못할 때 그 사회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하다. 화장실에 갈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사람이 을수록 그 나라는 더 불평등하다. 화장실 차별은 적나라하면서도 근본적이다. _p.77
마감일날 뒤늦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책을 보내주시면서 정성스럽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주신 담당자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을 정돈하고 정성스럽게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다른분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위에 올려주신 말씀들을 읽는것만으로도 감정이 뭉클해지고 조금씩 배워갑니다. 제목과 루쉰의 인용구를 보고 어린시절 즐겨읽었던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왜 길로 다니지 않는 거지?" 이루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내가 한 말이다. 카알은 대답했다. "길은 인간의 것이야. 엘프는 길을 만들지 않아." "길을 안만든다고요?" 카알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옛이야기가 있지.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엘프와 인간의 변화를 잘 나타내는 말이지." 우리 인간들은 본질적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존재들입니다. 루쉰의 말과 함께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길, 곧 희망을 만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모든 인간에게 노동의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희망일 것입니다. 그 희망이 우리를 이끌고, 참고, 살아가게 합니다. 수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겐 대학생활이 그 희망일 것입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에겐 좋은 직장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것이란 것이 그 희망이 될것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노동의 고단함을 견뎌내는 사람들에겐 자녀들의 미래가 그 희망일 것입니다. 희망이 현실을 견디고, 길을 찾아 만들어 나가게 합니다. 작가님은 시작하는 글에서 "희망은 같이 키우는 법이다"라고 하셨고, 제목도 "같이 가면 길이 된다"라고 쓰셨습니다. 이 무거운 여정에서 어떻게 희망을 함께 키우고, 길을 만들 수 있는지 배워보고 싶습니다. P.S.1 여기까지 쓰고나니 문득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의 한 구절이 떠오르네요. 인용해봅니다. "그들은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신념만은 대단히 확고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들이 한데 뭉쳐 있으니 거센 열기가 솟아올랐다. 모든 사람이 활활 타오르는 횃불 같았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S.2 이영도 작가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 및 그의 작품세계를 총괄하는 표현인 레젠다리움의 엘프 개념과, 또 톨킨에게 영향을 받은 던전 앤 드래곤이란 TRPG의 엘프의 개념을 빌려와 조금 변형해서 사용합니다. 이후 한국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판타지 소설에 익숙하지 않으신분들을 위해 조금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위 소설의 세계관에서 엘프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살아갑니다. 숲을 걸어간다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곳을 따라서 자연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죠. 그와 반대로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변형시킵니다. 나무를 베고, 돌을 고르고, 길을 만들겠죠. 인간은 길을 만들어갑니다. 톨킨은 어렸을 때 공장주변에서 성장했다고 합니다. 자라면서 봐온 검은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싫어했다고 해요.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세계대전이 터집니다. 자신도 친구들과 함께 1차대전에 참전했고, 함께 학부시절을 보내던 친구들 여럿이 그 전쟁에서 사망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아들마저 2차대전에 보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톨킨은 자연스럽게 기계문명과 전쟁을 싫어하게 됩니다. 말년에 당신의 시골집 앞에 길이 나는것마저도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의 작품을 다룬 영화가 화려한 전쟁장면에 초점을 두었다는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1. 제사1에 나온 사자와 인간의 비유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자본가들에게 사자씩이나 되긴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단 모기나 소, 돼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자본가에게 노동을 통해 고기든, 일이든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소, 돼지 취급일테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노종자들은 모기같은 존재들일테죠.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을 공격한다면 멸종을 시켜야할 벌레들이나, 집단폐사를 시켜야할 쓸모없는 가축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습니다. 2. 제목을 보고 너무 놀랐지만, 내용을 읽으면서 식인이 맞구나, 맞구나.. 하면서 가슴을 쳤습니다ㅠㅠ 정말 저는 타인의 죽음 위에 살아가고 있었네요. 이젠 "죽을 각오로" 같은 표현은 평생 못쓸거 같습니다. 정말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해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쓸 수 있겠어요 ㅠㅠ 며칠전 또 SPC 샤니의 공장에서 또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대체 사고가 난게 얼마나 되었다고ㅠㅠ 정말 먹먹합니다ㅠㅠ 3.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 였습니다. 바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속보'와 '접기'가 대비되는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속보를 눌러 속보들이 가득한 웹페이지로 이동했습니다. 8월 8일 하루동안에만 네명이 사망했어요. 사건마다 간단하게 어떤 상황인지 한문장으로 묘사되어있는데 읽고 상상만해도 앞이 깜깜했습니다. 앞에 올라온 감상들을 읽고 중대재해알림 오픈카톡방을 찾아가보았습니다. 각 지역별로, 업종별로 카톡방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이 소식들을 매일매일 들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견디고 사는건가 싶다가도, 주요 언론과 포털이 이런 일들을 맨 앞 페이지에 싣고, 이런 소식들을 공유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보았습니다.
4. <8시간 노동의 험난한 여정>입니다. 이걸 읽으면서 <6시간 vs 8시간,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도 떠올랐습니다. 작가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결국 이 문제는 경영자들이 노동에 얼마나 돈을 지불할것이냐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노동에 쓰지 않으니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더 아둥바둥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조금 일해도 살아가는데 충분한 돈이 있다면 조금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들은 평생 그런 돈을 벌수가 없죠.. 한편, 노동자들은 쉴 권리가 필요하지만 또 살아가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선 더욱 더 그렇습니다. 온통 돈 나갈 곳 뿐이죠 ㅠㅠ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의 첫 생각은 "그럼 줄어드는 내 소득은?"일 것입니다. 보수언론은 지난 정권에서 이 심리를 굉장히 잘 이용했죠. 소득과 워라밸, 이 둘의 긴장관계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잘 조절할 것인지 고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많은 소득 vs 워라밸에서 워라밸을 선택하는게 아니고, 이런 노동시간 제한을 정책적으로 추진했을 땐 오히려 그런 정책을 추진한 정당이 일할 권리를 강제로 빼앗아간다며 지지를 잃는 걸 몇년전 경험했으니까요. 5. 재벌들은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을 "비용"이라 하면서 이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심지어 제 때 지불하지도 않죠. 하지만 "재벌들의 실패"엔 너무나, 너무나 관대합니다. 사실 한국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들의 불성실이나 비효율이나 고비용이 아닙니다. 미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곳에 투자하지 못하고, 큰 자본을 투자하면서도 이로 인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서 기업의 미래가 저물어가는게 제일 큰 문제죠. 이 자본은 단순히 재벌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부가 그 재벌에게 집중 지원해주면서 만들어낸 것이고, 사실상 이 나라 모두의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벌들은 그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경영자들이나 교체하고 말겠죠. 그 경영자들은 또 다른 재벌기업에 가서 같은 일을 반복하구요. 그리고 기업이 이윤을 내면 그들이 가장 많이 받아갑니다. 어떻게하면 이런 재벌과 경영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북유럽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중도/진보적인 스탠스의 정당보다 보수정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게 현실이고, 현재 언론환경에선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사회적 대타협을 했는데 노키아처럼 기업이 쇠락했을 때의 문제입니다. 이 또한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자들의 잘못이지만 오히려 대타협이 정치적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바뀌어가고, 돈이 나오는 곳이 달라질 때 빠르게 적응하는데 장애물이 되면 어떡하냐는 쓸데없는 생각도 듭니다ㅠ
4. 2부에서는 여러 꼭지가 기억에 남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저도 불안해하고 있는 AI시대 도래와 관련된)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편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나 발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실업에 대한 걱정 또는 신기술에 의한 인류의 혜택에 대한 기대... 경험적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없어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주로 과학애찬론자들이) 두려움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인류차원에서 질 좋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아니라 그러한 시대의 변화로 당장 일자리를 잃는 개별적인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늘진 곳'이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시대의 도래로 특히 그 동안의 기술 발전의 영향을 신경쓰지 않았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자신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이기에(그렇습니다. 펜대가 꺾일 수도 있는 당사자들이 더 요란하게 떠드는 것일 수도 있겠죠.) 나의 경제적 활동은 언제까지 유효할지, 아이들에게는 괜찮은 일자리 기회가 있을지가 당면한 과제처럼 보입니다. 코로나시대에 굳이 그리 많은 인원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경험한 회사들이 미래 인력수급계획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궁금한 지금입니다.
5.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정부대책을 접했을 때 딱 떠올랐던건 야구의 '스퀴즈번트'였습니다. 어떤 특정한 순간-이 때 점수내지 않으면 안되는 간절한 순간 선택하는 작전...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정책의 방향을 정한다는 게 넌센스였던 것 같아요. 약간 벗어난 주제일 수도 있는데 수 년 전에 저희 업계에서 작은 변화지만 의미 있었던 일로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회사의 재무제표에 내년에 사용하게 될 연차를 금액적으로 측정하여 비용과 부채로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은 연차 휴가 꼬박꼬박 쓰는 회사가 대부분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조심스럽게 이걸 다 돈으로 보상해야 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꼭 그건 아니고 내년에 연차휴가 보내시면 돈으로 보상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설명드렸는데 그 후론 인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휴가를 보내려고 하더군요.(과거엔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지난간 후 실제로 연차수당을 지급할 때가 되어서 수당으로 보상할 금액만 비용으로 반영했습니다.) 사실 제도적으론 바뀐 게 하나도 없고, 단지 올 해 만근한 결과로 내년에 연차휴가를 쓸 권리가 생겼으니 근로를 제공한 그 해에 비용으로 반영하라는 회계정책만 바뀌었는데도 대표님들의 입장이 '드디어" 연차휴가가 일종의 비용이고 부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도 부족한데 왠 휴가냐는 입장이었던 상당수 회사에서 휴가가 의미있게 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으니 연차촉진제를 만들어서 휴가를 강제로 보내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거기에 연차수당까지 지급하지 않는 회사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차차 수당으로 보상도 안되는데 안갈 이유가 있을까라는 인식이 넓어지게 되면 휴가를 찾아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52시간근무제도도 누군가에겐 당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면서 정착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섣부른 정책의 변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을 미루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움도 많이 남고, 이러한 이슈에 대해 과연 얼마 만큼이나 오래 고민을 해봤을까 정부에 대한 불신마저 들었습니다. 관련 부처 장관의 이력도 노동조합활동이 오래되었던 분이던데 발언권이 없는 것인지.... 아무튼 시간이 지날 수록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 1부는 총 여섯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는 〈“죽을 각오”를 권하는 사회〉 꼭지를 무릎을 치며 읽었습니다. 이 표현이나 태도를 늘 무심결에 지나쳤는데 일깨워주셔서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안 될 것 같은 일은 안 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인데 한국 사회는 ‘죽을 각오로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타고나기를 게으른 편이고 몸도 그리 튼튼하지 않고 자기보호 본능도 무척 강해서 뭘 죽을 각오로 해본 적은 없기는 한데, 앞으로도 그런 각오는 품지 말아야겠다, 무엇보다 남에게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꼭지를 읽고 나니 ‘어디어디의 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잘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강의 기적이든, 태안의 기적이든. 기적이 자주 일어나는 사회, 기적에 기대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 거 같아요. 건전한 상식과 논리로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이 안 일어나도.
그 이후로 우리는 뭘 해도 ‘죽을 각오’를 한다. 내가 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죽을 각오’를 하라고 안달복달한다. 전쟁 중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총칼을 쥐지 않는 일상에서도 ‘사즉생’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39쪽, 이상헌
여러분 나누어주시는 감상 읽으며 좀 겸허한 마음이 드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자세도 고쳐 앉게 되고요. 실은 이번 그믐 모임이 그간 속했던 여러 책모임 중 가장 대규모(!)인데요. (온라인이 주는 찬찬한 환경 덕분도 있겠지만) 여럿이 같이 읽는 것에 관한 새로운 발견과 함께 많은 것 배우는 나날입니다. 새삼스러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어서... 조금 전 이상헌 작가님 한국 땅을 밟으셨다는 소식도 함께 전합니다. (웰컴 투 코리아!) 예정된 북토크 몇 건도 소개해드려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눈여겨 살펴주십시오...👀👀 1. 8월 19일 평산책방 북토크(경상남도 양산시) 어제부터 모객이 시작되었는데 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취소표(!?)를 대비해 링크 남깁니다! https://zrr.kr/Xn8Q 2. 8월 25일 쩜오책방 북토크(경기도 파주시) 안내 문의는 쩜오책방으로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booksdot5/ 3. 8월 29일 북살롱 텍스트북 북토크(서울시 종로구) 신청 링크와 서점 링크 각각 남깁니다! https://zrr.kr/ABsH https://www.instagram.com/booksalon.textbook/
인사드립니다. 부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도착하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비행시간도 2시간 길어졌습니다. 정말 빛나는 글들이 많습니다. 고맙고, 또 눈밝은 독자는 많고, 그런 독자는 작가보다 뛰어나다는 말, 새삼 깨닫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읽고 당신의 삶과 연결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최고 독자는 그런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찬찬히 살펴보고, 제가 보탤 말이 있으면 남기겠습니다. 바닷바람이 몰려드는 부산집에서.
먼 고향길에 힘드셨을텐데 잘 쉬시고 한국에서의 일정도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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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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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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