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비행이라니 정말 많이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여행은 즐거워도 비행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도착하자마자 이 곳 찾아주시고 안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찾으신 고향에서 좋은 시간과 휴식 되시기를요.
[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김새섬
이상헌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곳이 오니 좋고, 또 거기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부모님을 직접 보면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바닷바람은 참 좋네요 ^^
장맥주
4. 2부는 총 열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 꼭지를 읽으며 생각이 많았습니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앨 거라는 예측이 그간 번번이 틀렸던 사실은 물론 잘 압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드네요. 아마 여태껏 틀린 예측을 했던 미래학자들도 ‘이번만큼은 다르다’라고 생각했겠지요. 자기 눈앞에 보이는 현상은 특별하다고 믿는 것은 분명 어리석겠지요. 그런데 ‘예전에도 틀렸으니 이번에도 틀릴 것이다’라는 믿음 역시 충분한 근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임계치가 있는 문제는 아닐까요? 핵무기의 등장이 군사외교 분야를 영원히 바꾼 것처럼요.
104쪽에 ‘예컨대 컴퓨터 시대의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백 퍼센트 동의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바로 ‘일자리의 소멸, 대량실업’의 전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동이 어느 날 갑자기 뚝 하고 ‘종말’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식으로 가장자리부터 침식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가장자리가 놀랍게도 육체 노동이나 단순 서비스업이 아니라 번역이나 회계 업무 같은 것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상헌
말씀하신 것처럼 인공지능에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제가 문제삼는 것은 이런 영향을 분석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다소 '선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수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방식으로 논의를 하면, 마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마치 '자연법칙'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바로 이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달라집니다. 특히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런 일자리가 어떻게 배분되고, 관련한 소득이나 생산성이득이 분배되는 방식은 상당부분 '사회적 결정'의 결과입니다. 최근에 이 문제를 다루어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는 책의 제목이 "권력과 진보"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장맥주
5. 2부를 읽으며, 얼마 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정말 시니컬하게 말해본다면, 진지하게 토론하고픈 마음이 안 듭니다. 저는 현 정부의 특징을 즉흥성이라고 봅니다. 국정 비전이나 정책 철학이 뭔지 모르겠는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뭐라고 말을 하면 실무 부서에서 근거가 되는 논리를 급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대통령의 뜻을 부처에서 오해했다는 식으로 수습하고요. 주69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에서 계속 엇갈린 발표를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고 보고요. 정책 방향도 근거도 날림으로 보이니 정성을 들여 내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 같은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입니다.
이상헌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저렇게 정책논의를 할 것이라면, 분석과 숙의가 무슨 소용일까 싶어집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말하는 것 말고도 달리 방법이 없을 듯 합니다. 우리가 지치고 포기하길 기다리는 '세력'은 질기고 강합니다 ^^
장맥주
앗, 이렇게 직접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인지라 더 시니컬한 공상도 해봤네요. 철학이나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제 짐작과 달리 그 ‘정책 지시’ 뒤에 저는 상상도 못했던 아주 심오한 명리학이나 풍수 사상이 있는 것 아닐까, 무슨 흰 수염 법사 내지는 도사가 설파하는. 숫자 6과 9가 기운이 좋으니 주당 69시간 노동이 국격을 높이는 데 딱 적절하다든가... 아니겠지요. ㅠ.ㅠ
메이플레이
4.
2부로 갈수록 노동자로 살아가는 현실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뉴스에서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이야기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대상이 적지 않음에 놀랐습니다. 100년에 거쳐 투쟁해온 노동권이 아직도 미미함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산업혁명때의 노동착취가 지금의 노동현장에서도 여전히 존재함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100년전, 수십년 전의 상황과는 다를 것입니다. ILO, 수많은 노동조합의 존재가 노동권의 확립에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될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부분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노동조합, 노조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차별이 존재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표하여 소리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란 생각됩니다. 노동조합참여로 노동자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길 바랍니다.
5.
69시간 노동은 ‘주 최대 69시간(6일 기준)’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라고 합니다. 주5일 근무의 정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6일의 기준은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주4일을 말하는 기업도 등장하는데 노동시간의 확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생산성이 향상될까요? 책에서도 8시간의 노동으로 충분히 생산이 충분했음을 이야기했듯이 나날이 향상되는 기계의 발달로 더 짧은 시간에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노동시간을 늘려 어떤 이익을 보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이상헌
크게 공감합니다. 노동분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장시간 노동은 '결국에는' 비생산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여기서 '결국에는'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아주 단기적으로 노동을 짜내서 잠시나마 생산성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기적인 이득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모두 생산성 손실을 겪게 됩니다. 이런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유인'을 막기 위해 공동행위의 일환으로 법이나 규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장맥주
“ 트럼프 시대의 반지성주의는 사람들이 봐달라고 하는 것들을 외면하거나 서둘러 의례적으로 답하는 지성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발이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도 부분적으로 여기에 기인한다. ”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58쪽,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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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힘
어느덧 저희 모임도 2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껏 총 129개의 댓글이 달렸는데요. 주말에 맨 첫 번째 댓글부터 스크롤 죽죽 내려 다시금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읽어내렸습니다. 댓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밀도 높은 감상들로 채워져 있는가... 참으로 경탄하였습니다. 한 템포 늦게 참여하시는 분들도 꼭 모든 댓글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_^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생각의힘
오늘부터 목요일까지는 3부를 읽습니다. 3부 제목은 "울타리 치기와 불평등: 사람, 경제 그리고 권력"입니다. 온 천지가 ‘울타리’인 오늘날을 돌아보며, 바야흐로 불평등은 확대되고 일자리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성공’과 ‘능력’과 ‘효율성’으로 세상을 분절화하고 계층화하는 장면을 포착하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6. 3부는 총 열두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7. 3부의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능력주의'와 '울타리 치기'가 있습니다. 다음 문장을 주제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시기를요.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던 핵심 도구는 이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가 된다."(109쪽)
이혜준
6. <우리 시대의 울타리 치기> 챕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챕터는 문단을 구성할 때마다, 문단 시작에 나오는 첫 문장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울타리 치기는 한번 탄력을 받으면 무한 증식한다", "바깥이 힘들어지면 안쪽으로 울타리를 만든다"처럼 짧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계속 남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7. 사회에서 "우리"라는 개념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 가르기를 하는 "우리"의 개념으로 말이죠. 그래서 "타인의 진전을 막는 장치"라는 문장에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엘리트는 자식들에게 능력을 주고, 줄 세우기가 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들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문제를 의식하고 우리가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새섬
<3부>
6. <우리 시대의 울타리 치기> 라는 꼭지에 시선이 많이 머물렀어요. 언뜻 생각나는 울타리는 정규직/비정규직 이 있네요. 비슷한 일을 해도 한 쪽은 정년이 보장되고 (어쨌든 형식적이나마요) 다른 한 쪽은 본인이 원해도 몇 년 이상은 일할 수 없다고 하고요.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저도 울타리를 부수기 보다는 안전하고 튼튼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 보호 받으며 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들이 내 자식은 "울타리 안"에서 안락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랄테고 그 바람을 나무랄 수 있을까 싶습니다.
김새섬
7. '능력주의' 관련 109페이지를 읽고 혈연의 원칙 시대=> 능력의 원칙 시대=>혈연의 원칙 시대 부활 인가 싶었어요. 그나마 이 부활한 혈연의 원칙 시대는 한국이 덜하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그래도 싸워볼 만 해서 대입이니 입시니 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 것이고 아예 부활한 혈연의 원칙 시대의 룰에 맞게 바로 포기하는 나라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한편 능력의 원칙 시대에서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들이 책에 나온 대로 아이큐와 근면성 정도인데 한 사람의 잠재성이 고작 그런 것들로만 측정되는 것이 맞을까 싶다가도 그 측정 기준이 적어도 우리 아빠가 누구인지? 또는 해외다년간 거주성, 고가 악기연주성 보다는 낫겠다 싶기도 하네요.
류월
6.
3부 역시 들어가자마자 첫 꼭지에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키 작은 능력주의>
7.
저는 20대 사회초년생입니다. 최근까지, 그리고 지금도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위해 자기계발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 이직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은 점점 더 소위 '있는 자’들을 위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방식은 더 이상 옳지 않다며, 성적 이외에 다양한 경험들을 한 사람들을 뽑겠다는 채용 방식은 언듯보면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바뀐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험이라는 것은 돈과 시간이 이전보다 더욱 더 드는 일이니까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돈과 시간의 걱정없이, 원하는 경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탄탄한 커리어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계, 넘어서는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하는 이들, 혹은 시간과 돈이 그정도로 여유가 있지 않은 그저 평범한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런저런 경험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낍니다. 시간도, 돈도, 마음도 그정도의 여유는 없기 때문이죠.
물론, 앞선 이들 역시 끊임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럽습니다. 원하는 커리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돈과 시간,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들이요.
3부를 펼치면서부터 가장 강력하게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류월
아무리 애써봐도 작은 키를 넘지 못하는데, 능력 넘치는 지배계층은 노력을 주문한다. 게다가 타고난 능력은 다를 터인데, 세상은 저들이 정의하는 능력만 인정한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p.110,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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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에서공덕까지
6. 3부는 총 열두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글이 훌륭하지만 <굳세어라, 소비자여> 꼭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소비는 자율적인 행위가 아니다." 도입부의 문장 덕분으로, 당혹감과 함께 글을 읽어나가며, '소비'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와 판매노동자 간의 싸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런 싸움판에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는 문장에서는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망원에서공덕까지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분노에는 궤적이 없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36,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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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에서공덕까지
사람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사람을 찾아가는 세상.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에 이끌려 일하는 세상.
『같이 가면 길이 된다』 138,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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