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1. 제사1에 나온 사자와 인간의 비유를 보면서 우리는 과연 자본가들에게 사자씩이나 되긴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보단 모기나 소, 돼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자본가에게 노동을 통해 고기든, 일이든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소, 돼지 취급일테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노종자들은 모기같은 존재들일테죠.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을 공격한다면 멸종을 시켜야할 벌레들이나, 집단폐사를 시켜야할 쓸모없는 가축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습니다. 2. 제목을 보고 너무 놀랐지만, 내용을 읽으면서 식인이 맞구나, 맞구나.. 하면서 가슴을 쳤습니다ㅠㅠ 정말 저는 타인의 죽음 위에 살아가고 있었네요. 이젠 "죽을 각오로" 같은 표현은 평생 못쓸거 같습니다. 정말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해놓고 어떻게 그런 말을 쓸 수 있겠어요 ㅠㅠ 며칠전 또 SPC 샤니의 공장에서 또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대체 사고가 난게 얼마나 되었다고ㅠㅠ 정말 먹먹합니다ㅠㅠ 3.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 였습니다. 바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속보'와 '접기'가 대비되는게 너무 속상했습니다. 속보를 눌러 속보들이 가득한 웹페이지로 이동했습니다. 8월 8일 하루동안에만 네명이 사망했어요. 사건마다 간단하게 어떤 상황인지 한문장으로 묘사되어있는데 읽고 상상만해도 앞이 깜깜했습니다. 앞에 올라온 감상들을 읽고 중대재해알림 오픈카톡방을 찾아가보았습니다. 각 지역별로, 업종별로 카톡방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이 소식들을 매일매일 들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견디고 사는건가 싶다가도, 주요 언론과 포털이 이런 일들을 맨 앞 페이지에 싣고, 이런 소식들을 공유하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질지 생각해보았습니다.
4. <8시간 노동의 험난한 여정>입니다. 이걸 읽으면서 <6시간 vs 8시간,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도 떠올랐습니다. 작가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결국 이 문제는 경영자들이 노동에 얼마나 돈을 지불할것이냐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노동에 쓰지 않으니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더 아둥바둥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조금 일해도 살아가는데 충분한 돈이 있다면 조금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들은 평생 그런 돈을 벌수가 없죠.. 한편, 노동자들은 쉴 권리가 필요하지만 또 살아가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선 더욱 더 그렇습니다. 온통 돈 나갈 곳 뿐이죠 ㅠㅠ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의 첫 생각은 "그럼 줄어드는 내 소득은?"일 것입니다. 보수언론은 지난 정권에서 이 심리를 굉장히 잘 이용했죠. 소득과 워라밸, 이 둘의 긴장관계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잘 조절할 것인지 고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많은 소득 vs 워라밸에서 워라밸을 선택하는게 아니고, 이런 노동시간 제한을 정책적으로 추진했을 땐 오히려 그런 정책을 추진한 정당이 일할 권리를 강제로 빼앗아간다며 지지를 잃는 걸 몇년전 경험했으니까요. 5. 재벌들은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을 "비용"이라 하면서 이 비용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심지어 제 때 지불하지도 않죠. 하지만 "재벌들의 실패"엔 너무나, 너무나 관대합니다. 사실 한국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자들의 불성실이나 비효율이나 고비용이 아닙니다. 미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곳에 투자하지 못하고, 큰 자본을 투자하면서도 이로 인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서 기업의 미래가 저물어가는게 제일 큰 문제죠. 이 자본은 단순히 재벌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부가 그 재벌에게 집중 지원해주면서 만들어낸 것이고, 사실상 이 나라 모두의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벌들은 그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경영자들이나 교체하고 말겠죠. 그 경영자들은 또 다른 재벌기업에 가서 같은 일을 반복하구요. 그리고 기업이 이윤을 내면 그들이 가장 많이 받아갑니다. 어떻게하면 이런 재벌과 경영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북유럽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중도/진보적인 스탠스의 정당보다 보수정당을 더 많이 지지하는게 현실이고, 현재 언론환경에선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사회적 대타협을 했는데 노키아처럼 기업이 쇠락했을 때의 문제입니다. 이 또한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자들의 잘못이지만 오히려 대타협이 정치적 책임을 추궁받을 수 있으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시대가 바뀌어가고, 돈이 나오는 곳이 달라질 때 빠르게 적응하는데 장애물이 되면 어떡하냐는 쓸데없는 생각도 듭니다ㅠ
4. 2부에서는 여러 꼭지가 기억에 남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저도 불안해하고 있는 AI시대 도래와 관련된)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편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발견이나 발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한 실업에 대한 걱정 또는 신기술에 의한 인류의 혜택에 대한 기대... 경험적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없어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주로 과학애찬론자들이) 두려움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인류차원에서 질 좋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아니라 그러한 시대의 변화로 당장 일자리를 잃는 개별적인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늘진 곳'이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시대의 도래로 특히 그 동안의 기술 발전의 영향을 신경쓰지 않았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도 자신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이기에(그렇습니다. 펜대가 꺾일 수도 있는 당사자들이 더 요란하게 떠드는 것일 수도 있겠죠.) 나의 경제적 활동은 언제까지 유효할지, 아이들에게는 괜찮은 일자리 기회가 있을지가 당면한 과제처럼 보입니다. 코로나시대에 굳이 그리 많은 인원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을 경험한 회사들이 미래 인력수급계획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궁금한 지금입니다.
5.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정부대책을 접했을 때 딱 떠올랐던건 야구의 '스퀴즈번트'였습니다. 어떤 특정한 순간-이 때 점수내지 않으면 안되는 간절한 순간 선택하는 작전...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정책의 방향을 정한다는 게 넌센스였던 것 같아요. 약간 벗어난 주제일 수도 있는데 수 년 전에 저희 업계에서 작은 변화지만 의미 있었던 일로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회사의 재무제표에 내년에 사용하게 될 연차를 금액적으로 측정하여 비용과 부채로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은 연차 휴가 꼬박꼬박 쓰는 회사가 대부분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로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조심스럽게 이걸 다 돈으로 보상해야 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꼭 그건 아니고 내년에 연차휴가 보내시면 돈으로 보상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설명드렸는데 그 후론 인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휴가를 보내려고 하더군요.(과거엔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지난간 후 실제로 연차수당을 지급할 때가 되어서 수당으로 보상할 금액만 비용으로 반영했습니다.) 사실 제도적으론 바뀐 게 하나도 없고, 단지 올 해 만근한 결과로 내년에 연차휴가를 쓸 권리가 생겼으니 근로를 제공한 그 해에 비용으로 반영하라는 회계정책만 바뀌었는데도 대표님들의 입장이 '드디어" 연차휴가가 일종의 비용이고 부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도 부족한데 왠 휴가냐는 입장이었던 상당수 회사에서 휴가가 의미있게 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하지만 부작용도 있었으니 연차촉진제를 만들어서 휴가를 강제로 보내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거기에 연차수당까지 지급하지 않는 회사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차차 수당으로 보상도 안되는데 안갈 이유가 있을까라는 인식이 넓어지게 되면 휴가를 찾아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52시간근무제도도 누군가에겐 당장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면서 정착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섣부른 정책의 변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길을 미루게 되는 것 같아 아쉬움도 많이 남고, 이러한 이슈에 대해 과연 얼마 만큼이나 오래 고민을 해봤을까 정부에 대한 불신마저 들었습니다. 관련 부처 장관의 이력도 노동조합활동이 오래되었던 분이던데 발언권이 없는 것인지.... 아무튼 시간이 지날 수록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3. 1부는 총 여섯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는 〈“죽을 각오”를 권하는 사회〉 꼭지를 무릎을 치며 읽었습니다. 이 표현이나 태도를 늘 무심결에 지나쳤는데 일깨워주셔서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안 될 것 같은 일은 안 하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인데 한국 사회는 ‘죽을 각오로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타고나기를 게으른 편이고 몸도 그리 튼튼하지 않고 자기보호 본능도 무척 강해서 뭘 죽을 각오로 해본 적은 없기는 한데, 앞으로도 그런 각오는 품지 말아야겠다, 무엇보다 남에게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 꼭지를 읽고 나니 ‘어디어디의 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잘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강의 기적이든, 태안의 기적이든. 기적이 자주 일어나는 사회, 기적에 기대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닌 거 같아요. 건전한 상식과 논리로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이 안 일어나도.
그 이후로 우리는 뭘 해도 ‘죽을 각오’를 한다. 내가 하지 않아도 남들에게 ‘죽을 각오’를 하라고 안달복달한다. 전쟁 중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총칼을 쥐지 않는 일상에서도 ‘사즉생’이다.
같이 가면 길이 된다 39쪽, 이상헌
여러분 나누어주시는 감상 읽으며 좀 겸허한 마음이 드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자세도 고쳐 앉게 되고요. 실은 이번 그믐 모임이 그간 속했던 여러 책모임 중 가장 대규모(!)인데요. (온라인이 주는 찬찬한 환경 덕분도 있겠지만) 여럿이 같이 읽는 것에 관한 새로운 발견과 함께 많은 것 배우는 나날입니다. 새삼스러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어서... 조금 전 이상헌 작가님 한국 땅을 밟으셨다는 소식도 함께 전합니다. (웰컴 투 코리아!) 예정된 북토크 몇 건도 소개해드려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눈여겨 살펴주십시오...👀👀 1. 8월 19일 평산책방 북토크(경상남도 양산시) 어제부터 모객이 시작되었는데 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취소표(!?)를 대비해 링크 남깁니다! https://zrr.kr/Xn8Q 2. 8월 25일 쩜오책방 북토크(경기도 파주시) 안내 문의는 쩜오책방으로 부탁드립니다! https://www.instagram.com/booksdot5/ 3. 8월 29일 북살롱 텍스트북 북토크(서울시 종로구) 신청 링크와 서점 링크 각각 남깁니다! https://zrr.kr/ABsH https://www.instagram.com/booksalon.textbook/
인사드립니다. 부산에 있는 부모님 댁에 도착하는 데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비행시간도 2시간 길어졌습니다. 정말 빛나는 글들이 많습니다. 고맙고, 또 눈밝은 독자는 많고, 그런 독자는 작가보다 뛰어나다는 말, 새삼 깨닫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읽고 당신의 삶과 연결시켜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최고 독자는 그런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찬찬히 살펴보고, 제가 보탤 말이 있으면 남기겠습니다. 바닷바람이 몰려드는 부산집에서.
먼 고향길에 힘드셨을텐데 잘 쉬시고 한국에서의 일정도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24시간 비행이라니 정말 많이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여행은 즐거워도 비행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도착하자마자 이 곳 찾아주시고 안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찾으신 고향에서 좋은 시간과 휴식 되시기를요.
고맙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곳이 오니 좋고, 또 거기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가는 부모님을 직접 보면 마음이 아프고, 그렇습니다. 바닷바람은 참 좋네요 ^^
4. 2부는 총 열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인공지능: 인간을 인간적으로〉 꼭지를 읽으며 생각이 많았습니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앨 거라는 예측이 그간 번번이 틀렸던 사실은 물론 잘 압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드네요. 아마 여태껏 틀린 예측을 했던 미래학자들도 ‘이번만큼은 다르다’라고 생각했겠지요. 자기 눈앞에 보이는 현상은 특별하다고 믿는 것은 분명 어리석겠지요. 그런데 ‘예전에도 틀렸으니 이번에도 틀릴 것이다’라는 믿음 역시 충분한 근거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임계치가 있는 문제는 아닐까요? 핵무기의 등장이 군사외교 분야를 영원히 바꾼 것처럼요. 104쪽에 ‘예컨대 컴퓨터 시대의 문제는 대량실업이 아니라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는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백 퍼센트 동의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좋은 중간층 일자리의 상실’과 ‘플랫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바로 ‘일자리의 소멸, 대량실업’의 전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동이 어느 날 갑자기 뚝 하고 ‘종말’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식으로 가장자리부터 침식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가장자리가 놀랍게도 육체 노동이나 단순 서비스업이 아니라 번역이나 회계 업무 같은 것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인공지능에 노동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제가 문제삼는 것은 이런 영향을 분석하고 논의하는 방식이 다소 '선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수천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방식으로 논의를 하면, 마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마치 '자연법칙'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바로 이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술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달라집니다. 특히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런 일자리가 어떻게 배분되고, 관련한 소득이나 생산성이득이 분배되는 방식은 상당부분 '사회적 결정'의 결과입니다. 최근에 이 문제를 다루어 큰 반향을 끌어내고 있는 책의 제목이 "권력과 진보"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5. 2부를 읽으며, 얼마 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정말 시니컬하게 말해본다면, 진지하게 토론하고픈 마음이 안 듭니다. 저는 현 정부의 특징을 즉흥성이라고 봅니다. 국정 비전이나 정책 철학이 뭔지 모르겠는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뭐라고 말을 하면 실무 부서에서 근거가 되는 논리를 급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랬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대통령의 뜻을 부처에서 오해했다는 식으로 수습하고요. 주69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에서 계속 엇갈린 발표를 했던 것도 그래서였다고 보고요. 정책 방향도 근거도 날림으로 보이니 정성을 들여 내용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 같은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입니다.
저도 비슷한 마음입니다. 저렇게 정책논의를 할 것이라면, 분석과 숙의가 무슨 소용일까 싶어집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말하는 것 말고도 달리 방법이 없을 듯 합니다. 우리가 지치고 포기하길 기다리는 '세력'은 질기고 강합니다 ^^
앗, 이렇게 직접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좀 심보가 고약한 사람인지라 더 시니컬한 공상도 해봤네요. 철학이나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제 짐작과 달리 그 ‘정책 지시’ 뒤에 저는 상상도 못했던 아주 심오한 명리학이나 풍수 사상이 있는 것 아닐까, 무슨 흰 수염 법사 내지는 도사가 설파하는. 숫자 6과 9가 기운이 좋으니 주당 69시간 노동이 국격을 높이는 데 딱 적절하다든가... 아니겠지요. ㅠ.ㅠ
4. 2부로 갈수록 노동자로 살아가는 현실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뉴스에서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이야기가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 대상이 적지 않음에 놀랐습니다. 100년에 거쳐 투쟁해온 노동권이 아직도 미미함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산업혁명때의 노동착취가 지금의 노동현장에서도 여전히 존재함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100년전, 수십년 전의 상황과는 다를 것입니다. ILO, 수많은 노동조합의 존재가 노동권의 확립에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도 될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 이로우나 허하지 말라>부분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노동조합, 노조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차별이 존재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대표하여 소리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란 생각됩니다. 노동조합참여로 노동자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길 바랍니다. 5. 69시간 노동은 ‘주 최대 69시간(6일 기준)’ 근무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라고 합니다. 주5일 근무의 정착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6일의 기준은 시대의 흐름에 거꾸로 가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주4일을 말하는 기업도 등장하는데 노동시간의 확대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생산성이 향상될까요? 책에서도 8시간의 노동으로 충분히 생산이 충분했음을 이야기했듯이 나날이 향상되는 기계의 발달로 더 짧은 시간에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노동시간을 늘려 어떤 이익을 보자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크게 공감합니다. 노동분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장시간 노동은 '결국에는' 비생산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여기서 '결국에는'이라는 말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아주 단기적으로 노동을 짜내서 잠시나마 생산성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기적인 이득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모두 생산성 손실을 겪게 됩니다. 이런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유인'을 막기 위해 공동행위의 일환으로 법이나 규제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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