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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D-29
생각의힘
류월
타래를 천천히 읽다가, 편집자님의 의견에 너무 공감되어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책의 1부가 일터의 죽음이라는 게, 그것도 '우리 시대 식인의 풍습'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이 꽤나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내용이, 작가님이 한 자 한 줄 그 호소를 꾹꾹 눌러 쓰셨음이 전달되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혹시 <우리 시대 식인의 풍습: 일터의 죽음>을 1부로 정하는데 고민은 없으셨는지, 작가님께도 편집자님께도 여쭙고 싶습니다 :)
생각의힘
류월 님. (하나도 안 늦으셨습니다! ^_^) 저부터 말씀드리면... 차례를 쭉 훑고서 놀란 마음이 실은 제법 금세 가라앉았습니다. 1장의 들어가는 글인 28쪽에 적힌 한 문장 덕분이었는데요. "살려고 일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죽는 게 말이 되냐고 항변하면, 아직 때가 아니라는 답변을 숱하게 들었다." '일터의 죽음'이 작가님 안의 가장 큰 화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데다가, 이것은 작가님만이 택할 수 있는 정공법이라는 확신으로 거의 200퍼센트 지지하는 심정으로 믿고 따라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터의 현실'을 말하는 책에서조차 이 문제를 에둘러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흥하리라
1. 제목만 읽고선 (현실이야 어떻든) 희망가득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리고 루쉰의 '땅 위에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된다'는 문장에 밑줄 긋고 희망을 품어봤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 때는 몰랐죠..ㅜㅜ
아직까진 길 없는 땅 위에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은 탓일까요? 여전히 길이 생기기까지 더 많은 사람이 걸어야 겠지만 우선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독자분들도 끊임없이 되돌아서 다시 그 길을 걷고 기회가 될 때마다 옆에 있는 친구의 몇 발자국이라도 빌려오면서 기다려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2.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한 사고에 대해 작가님은 더 직설적이고 강하게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실은 그 희생(?) 덕에 더 싼 물건을 사용할 수 있었던거 아니냐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그냥 순응했던 것이 아닐까요?
영향력있는 선구자들이 '8시간 노동'이나 '최저임금제'를 도입했지만 말 그대로의 최저한선이 최저한선의 의미보다는 시급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시대(최저시급*8시간*20일(또는 25일)해보면 한 달 급여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충분히 예상이 됩니다.)에 나만 아니라면 다수의 효율적인 삶을 위해 희생이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라고 암암리에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요?)
3. 저는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를 어렵게 읽어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그런 자료가 있고 작가님께서 설명하신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사고소식이 진짜인지 확인해보고도 싶었지만 차마 접속을 못하겠더라고요.(어쩌면 속보벨트를 접어버린 것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것 같아 이 글을 쓰면서 접속해봤습니다. '8/7 경남 합천군 작업 후 이동 중이던 덤프트럭에 신호수가 부딪힘'으로 시작해서 최근 3~4일 새 서너 건의 사고가 지나가는데 단순히 부딪혔다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클릭해보니 사망사고입니다. 애당초 속보명이 '사고사망속보'더군요.)
다시 마음이 참담합니다.
장맥주
1. 다들 책에 진입할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 여러 가지 기대가 엇갈리기도 했고, 궁금한 점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경력을 보고 기대한 것은 한국 노동현장의 여러 모순을 내부자 겸 외부자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분석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노동현장의 비극 중에는 한국만의 특이한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도 있을 것 같고,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인 현상도 있을 것 같습니다(막연하게 비정규직이나 하청 문제는 전자이고, 중산층과 블루칼라 몰락은 후자 아닌가 여기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칼럼집이라고 하니 읽기 부담스럽지 않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소 깊이가 얕지 않을까, 짜임새가 헐겁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조금 일었네요.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라는 책은 저자 소개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 작가님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습니다.
장맥주
2. 다들 1장 제목 읽고서는 또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 1부 제목 말씀하시는 거지요? 제사로 루쉰의 문장이 나오고 ‘식인’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바로 『광인일기』가 떠올랐는데, 목차를 보고 편집자님이 센스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 혹은 한국 노동 현장의 참담함을 놓고 ‘식인’이라는 비유를 쓸 때 크로노스(미래를 먹어치운다는 의미에서)나 에리식톤(자기 자신을 먹어치운다는 의미로)도 떠오르네요.
생각의힘
헛 장맥주 님... 제가 이런 실수를! 메모장에 적어놓고 한 번 확인하고 올리는데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 '크로노스'와 '에리식톤'도 정말 흥미로운 연결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도 그리 생각한 적 없었는데 머리가 띵 울리네요...
흔들은정
1. 꼼꼼하게 읽진 못했지만 정해진 분량(1.2부) 읽었습니다. 이상헌 선생님의 칼럼을 가끔 읽었던 터라 책에 쓰인 글이 반가웠고 단편 칼럼보다 연결해서 어려 편을 읽으니 필자의 결이 잘 느껴져 좋았습니다.
2. 저는 노동조합-민주노총에서 오래 일하고 있습니다. 책에 언급되었던 많은 사례들을 현장에서 직접(?) 겪고 해결하기 위해 아둥바둥하고 있습니다. 노동해방의 큰 꿈과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부심, 약자들을 향한 연민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자주 야비하고 비참한 일들을 겪으면서 분노와 적대감이 제 안에 단단히 굳어져가기도 합니다.
3. 민주노총에서 노동안전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노동부가 운영하는 "중대재해 발생 알림"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중대재해 동향을 전파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운영되는 방입니다. 장미시기, 폭염시기, 태풍시기에 어떤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하는지 정보를 알려줘 도움이 됩니다.
반면, 매일 올라오는 산재 사망 사고 소식에는 마음이 어지러워집니다. 어제는 3명의 노동자가, 그제는 2명의 노동자가, 그 전날에는 3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4.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 (저보다 더 오래 노동운동을 하셨던 분들은 40년 전, 50년 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에 슬퍼하고, 분노하고, 싸웠던 일들과 그 노동자들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만나고 있어 마음이 거칠어집니다.
그래서, 차근 차근 생각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세상의 사장들은 다 나쁜 놈이야." "비정규직은 다 없애야 해." "산업재해는 기업살인이다." "OO정권 퇴진하라" "노동해방" 이렇게 크고 거친 구호를 외치게 됩니다. 얌전하게 굴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5. 이상헌 선생님의 글은 제가 노동운동 현장에서 매일 겪는 일과 정권퇴진, 노동해방의 구호 사이의 먼 거리를 채워주고 있는 듯 합니다. 큰 꿈에 가닿기 위해서는 구호도 필요하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인일텐데 사람들을 불러 모우고, 같이 걸을 수 있는 온기를 전해주는 듯 해서 위로도 받고, 배웠습니다.
6. 책 읽으며 여러 장면에서 울컥해서 글도 고조되어 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양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후에는 좀 더 차분히 독서평을 적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생각의힘
흔들은정 님. 귀중한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모든 대목이 굉장히 생생하면서도 무겁게 마음에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불편한 지점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지면이나 뉴스 기사 등 어떤 거리감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들을 현장에서 바로 마주하시는 만큼 저로서는 알 수 없는 많은 사정과 감정과 곡절을 안고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끝내 알 수 없었을(또는 매우 늦게 들었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앞으로도 편히 들려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생각의힘
@흥하리라 님도 @day 님도 '죽음이 또 다른 죽음으로 잊히는 사회'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어지는 두 분 코멘트를 어제 회사 책상에 앉아서도 읽고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도 읽으며 곰곰 곱씹었는데요...
흥하리라 님의 "근데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희망을 가져볼 수 있을까요?)"라는 말씀에 무어라 댓글을 달고 싶어서 썼다 지웠다 저어했는데, 이내 day 님 말씀하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개인들이 같이 걸으면 언젠가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도 반복적으로 품어 봅니다. 아직은 희망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으로요"가 어떤 응답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이 모임도 그 응답을 향한 시도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 고요. 참담하고 괴롭지만 끝까지 같이 가고 싶습니다.
공공돌이
이제 1부만 겨우겨우 읽어냈습니다. 지금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이 마음에 들이치는거 같습니다.
'이모 집의 냄새'는 누군가는 겪어보지 못한, 평생 겪어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봤습니다.
더구나 식인, 고문이나 고형, 착취나... 일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산업재해나, 앉아서 물건을 받는 사람은 그 물건이 어떻게 내 손에 오는지, 이 모두를 저는 구체적, 실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지내온 듯 합니다.
그래서 '거대한 공동의 묵인'에 동의하기에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여 '거대한 공동의 무지'라고 변명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몰라도 구체적이고 추상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처럼, 책을 읽어나가면서 무지를 반성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희망을 찾는데 동참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그래도 무거운 마음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네요.
생각의힘
공공돌이 님. 반갑습니다! 저 또한 제가 속한 작은 지대를 벗어난 대다수의 일에 대해 구체적/실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뜨끔하였어요. 해주신 말씀에 백분 공감하며 어떤 문장 하나가 떠올랐는데요... 조세희 선생님의 난쏘공 연작 가운데 〈궤도 회전〉 속 문장입니다. "그게 모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죄야." 흠칫 '죄까지!?' 싶지만 그럼에도 홀로 바이블처럼 삼아온 문장인데요. 무거운 마음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또 그럼에도 함께할 여정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잘 부탁드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생각의힘
요 부분에 대해서는 이상헌 작가님께서 나누어주시면 좋을 듯한데 지금 이 시간 상공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으로 날아오시는(!?) 중인데요! 🛫 추후 끌어올려서 요 이야기 이어나가겠습니다. 🌜
망원에서공덕까지
1. 다들 책에 진입할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자'라는 생각을 한다." 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간 목도해온, 감히 대항하거나 목소리를 낸 죄를 처형당한 사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또한 "어그러진 현실을 정당화하는 것은 늘 언어다." "오늘날, 자유란 각자도생의 다른 이름이다." 라는 부분도 절감했습니다. 여기까지 진입할 때의 소감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니!" 하는 놀라움과 얼마나 좋은 책일까 하는 기대감이었습니다.
2. 다들 1장 제목 읽고서는 또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바로 얼마 전 빵을 샀는데, '허쉬초코빵'인 줄 알았더니 다시 보니 '삼립허쉬초코빵'이었습니다. SPC 불매를 나름대로 계속하고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루쉰의 이야기에서는 사람 죽인 빵을 먹지 말자던 구호도 떠올랐습니다. 출근길에 급히 샀다고는 하지만 나는 편리하게 부주의할 수 있구나...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의힘
헛 저도 말씀하신 첫 번째 문장에서 멈춰 섰습니다. 완전히 사자가 되어 원고를 읽어내렸고 지난 삶을 돌아봤어요. 제 싸움은 가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었고, 겉보기에는 피 흘리지 아니하였지만 상처가 곪은 채였고, 온순하다는 말을 듣는 동시에 포악하고 난폭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어왔더라고요. 자주 피로했고, 이 경기장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참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생각조차 안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냥 그렇게 살아오던 어느 날 요 원고와 만났고, 다음 쪽에 이어지는 "거친 발톱끼리 손잡는 기적을 기다린다"는 문장에서 눈물이 왈칵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 저도 SPC를 비롯한 몇몇 기업 불매를 이어오고 있지만 (대)기업의 거대한 자본력이나 상술 앞에서는 깜빡 흔들릴 뻔한 경험도 있는데요. 월계역 님 덕분에 다시 정신 바짝 차리자 되뇌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생각의힘
1부 감상 나누어주시는 것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집중하여 읽고 있습니다.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시간이 훌렁훌렁 빠르게 흘러서 어느덧 2부로 넘어갈 시점이 되었네요. ✨
2부 제목은 "100년의 거친 꿈: 당당한 노동"입니다. 이번에는 '살아남은' 노동이 끊임없이 고개 숙이는 현장을 끄집어냅니다. 100년 전 8시간 노동, 최저임금, 차별 없는 노동을 내세우며 (저자 이상헌 작가님이 몸담고 있기도 한) ILO가 만들어졌는데요. ‘당당한 노동’은 누군가에게는 현실로, 그러나 수많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부가 아예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법까지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여기 적힌 오랜 역사의 문장들은 한결 서글프면서도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생각의힘
2부를 읽는 여정에서는 아무래도 이상헌 작가님과 본문보다 한 발짝 더 들어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궁금하신 점 남겨주시면, (곧 한국 땅 밟는) 작가님께서 같이 이야기 나누실 겁니다.
"같이" 읽되 (제가 중간중간 던지는 질문에는) 저마다의 속도와 호흡으로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흘러간 질문에 답해주셔도 언제건 좋고, 새로운 이야기를 던져주셔도 기쁩니다.
4. 2부는 총 열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꼭지(또는 문장)에 가장 오래 머무셨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5. 2부를 읽으며, 얼마 전 뜨거운 화두가 되었던 '주 69시간 근무제'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ay
4. 2부에서 오래 머물렀던 꼭지 이야기를 하기 전, 2부 첫 장을 넘기자마자 보였던 페이지에서 머무르다가 본격적인 2부 내용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문단이 인상적이었지만, 첫 번째 문단의 첫 문장이 계속 남더라고요.(“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생존이 노동의 최종 목표일 수는 없다.”) 노동의 목표와 최종 목표에 대해 생각하며 편집자님께서 처음에 남겨주신 “대관절 우리에게 '일(노동)'이란 무얼까요?”란 질문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일(노동)이란 무엇인지, 삶에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저는 2부에서 자주 멈칫했던 만큼 오래 머물렀던 꼭지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게으름 탓이라는 강고한 신화’, ‘화장실의 불평등’, ‘임금체불 사건’ 3개의 꼭지에 대해 적어 봅니다.
1) ‘게으름 탓이라는 강고한 신화’
p.68 이쯤 되니 빈곤층의 태도마저 시빗거리가 되었다.
p.69 저소득층을 도울 요량으로 소득지원책을 내면 그 내용을 살필 틈도 없이 ‘돈을 주면 더 게을러진다’는 주홍글씨 주장이 쏟아진다. 또 그런 얘기만 듣다 보면 열심히 벌어 세금 내는 ‘부지런한’ 사람의 심사가 틀어지고, 나랏돈이 내 주머닛돈처럼 아까워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p.69~70 게다가 우리는 ‘실패한 게으름’에는 가혹하지만 ‘성공한 게으름’에는 얼마나 관대한가. 운이나 권세 덕분에 자신의 재능과 노력 이상으로 벌고도 몇백 억 세금을 빼돌린 사람은 모른 척하다가도, 없는 사람의 몇만 원에는 서릿발 치는 눈빛을 보낸다.
-> 이 꼭지에서 ‘게으름’에 대해서 생각하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흔히 ‘노오력’이라고도 말하곤 하는데, 정말 가난함은 개인의 탓과 잘못이 아니며 개인이 기울이는 노력만의 문제가 아님을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해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자기계발서가 엄청나게 쏟아지면서 ‘갓생’이라는 단어도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의 노력이 엄청나게 강조되며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속도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고 느낍니다. 잠시 멈추는 순간 세상에 나의 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함과 불안을 머금고 발걸음을 옮기게 되니까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게, 열심히 사는 게 잘못되었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열심히’의 기준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다만 사회제도나 정책 이야기를 제외하고 개인이 하는 노력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이미 만연해있어 끝없이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스스로 채찍질하거나 지원받는 사람은 쉽게 비난하고 소위 ‘금수저’라고 불리는 이는 부러워하기를 반복하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69페이지에 나오는 ‘게으른 복지수급자라는 고정관념’ 표현을 보면서 최근 실업급여 개편/폐지 뉴스도 같이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2) ‘화장실의 불평등’&‘임금체불 사건’
p.77~78 가장 평등해야 할 곳에서 그렇지 못할 때 그 사회는 근본적으로 불평등하다. 화장실에 갈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나라는 더 불평등하다. 화장실 차별은 적나라하면서도 근본적이다. - ‘화장실의 불평등’
p.81 사슬처럼 얽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약탈적인 하도급은 목숨을 보장하지 않고 월급도 제대로 챙겨주질 않는다. - ‘임금체불 사건’
p.82~83 일을 시킬 때는 ‘갑질’, 일값을 치러야 할 때는 ‘운명공동체’. 하도급 구조는 이렇게 완성된다. - ‘임금체불 사건’
-> 얼마 전 호텔 주방의 노동 환경 이야기를 짧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텔 주방에서는 화장실을 갈 수 없어 기저귀를 차고 일하는 게 흔하다는 말을 듣고 잠시 사고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 노동 중간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데요. 알고 있는 노동과 모르는 노동, 노동 환경이 직접적으로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각각의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노동 환경에 대해 떠올려 보며 책의 내용(협박의 수단이자 보복의 무기가 되는 화장실이라는 공간)과 함께 아찔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가 ‘화장실의 불평등’&‘임금체불 사건’ 두 꼭지를 한 번에 묶어서 적게 된 것은 호텔 주방 노동 환경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최근에 접한 마루 시공 노동 환경 이야기로 인해서인데요. 건설사 직원과 같은 화장실을 쓰지 못하는 현장 노동자, 여성 노동자의 경우 생리대를 바꾸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 마루 시공 외적인 일(각종 쓰레기 처리 등)까지 맡아야 하는 모호한 업무 범위, 다단계식 구조(원청, 관리자, 노동자)속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 않아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으며 산재 처리에 뒤따르는 사측의 협박성 발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정말로 살기 위해 하는 노동이 되레 생존을 위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임금체불 사건’ 83페이지에 나오는 “나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싸우라고 했다. 서로 돌봐주지 않는 세상에서 누가 누굴 비난하겠는가.”라는 문장에서처럼, 내가 나를/내 일을 잘 돌보고 지키기도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를/무엇을 감당한다는 것과 그 무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상헌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늘 겪고 있지만,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하는 삶의 문제 대부분이 그런 듯 합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 정치와의 괴리, 정치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런 것이 실상 언론이나 정치에서 말하는 '포퓰리즘'입니다. 다소 아이러니한 것이, 이런 현상을 정치와 언론이 만들었어 낸 것인데 그걸 마치 남이 만들어내고 자신들이 싸우는 대상으로 제시하다는 점입니다.
day
일하는 삶의 경제적 이해/정치적 계산에 의한 휘둘림, 정치에 대한 불신에 대한 작가님의 말씀이 정말 공감되고 저도 속상하고 씁쓸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지워지고 겉도는 싸움에 피로함을 계속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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