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5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

D-29
관내분실을 보면서 노래 두 곡이 떠오르더라구요. 싸이의 '아버지'와 https://youtu.be/xJXCkV2JUQw?si=zbl0ZJHSzeS-pJ8f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https://youtu.be/8rWuQI9ljsY?si=AsWYW6w5X6ciX4ju 같이 들어보면 좋을 것같아 링크 첨부합니다!
관내분실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곡들이 더 슬프게 와닿네요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216쪽, 김초엽
저도 다양한 감정 속에 내 감정을 보고 싶고, 보이고 싶을 때가 있어요. 보현이 우울을 쓰다듬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은 우울을 추구하기보다는 우울을 직면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슬프고 우울할 때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서 끙끙거리는 것이 아니라 꺼내서 그 우울을 보고 싶어요. 우울을 직면하고 화를 내든 울어버리든 하고 나면 털고 일어날 것 같아요.
공감해요. 내 우울을 직면해야 빠져나올 수도 있을텐데..정작 내 마음을, 내 우울을 직면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물성"을 가진 그 무언가를 보면 좀더 꺼내서 들여다보기 좋을 것 같아요.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감정의 물성, pp.204~205, 김초엽
명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이 마음이 어떤 건지 와닿아요. 그리고 자기 마음이나 생각, 감정 같은 게 물성을 지닌 무언가로 감각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봐요. 좀 더 자기 자신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바로 윗분들이 하신 말씀과 비슷한 맥락인 거 같아요.
스무 살의 엄마, 세계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이었을 엄마. 인덱스를 가진 엄마. 쏟아지는 조명 속에서 춤을 추고, 선과 선 사이에 존재하는, 이름과 목소리와 형상을 가진 엄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관내분실, p.266, 김초엽
이 부분부터 갑자기 울컥하기 시작해서 마지막에 함께 눈물이 고였습니다. 생각보다 여파가 커서 아직도 여운이 남네요….
여전히 가윤은 지상의 사람들이 부여한 책임을 짊어졌지만, 큰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재경이 그 모든 무게를 가지고 바다로 가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p.315, 김초엽
어떤 어른으로 살다가 죽어야 하나 생각합니다. 먼지 한톨만큼의 무게라도 덜어주고 사라지고 싶은데...복잡한 욕망덩어리인 저는 오늘도 방황합니다. ^^
어른의 무게는 책임의 무게일 것 같아요. 우리가 방황하는 이유는 책임의 이해관계를 너무 잘 알아버려서, 그래서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일텐데요. 그래서 재경이모가 바다로 간 이유가 너무나 이해되었어요 ㅠㅠ
어떤 비난들은 분명히 재경의 잘못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p.308., 김초엽
어떠한 요소의 유무로 비난에 더욱 쉽게 노출되기도 하고 관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단 사실이 지치게 만드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기만의 목표를 관철한 재경이 놀랍고도 신기합니다.
어쩌면 그런 것에 너무 많은 피로와 압박을 받고 결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일단 인간을 넘어서고 싶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p281, 김초엽
재경이모는 터널 우중비행사의 충분한 자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신체적 장애, 작은 체구의 동양 여성, 비혼모' 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질타를 받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완벽하지 않은 타인을 비난하고 배척하지요. 인간을 넘어서고 싶다는 재경이모의 이 말이 저에게는 인간 스스로 정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자유롭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 같아서 씁쓸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약간 인간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내지 않나 싶었어요 그래서 인간이 없는 심해로 여행을 떠난것만 같아요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이 없는 깊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p.316-317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면 도움이 될 겁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라고? 가윤은 당장 너무 보고 싶은 세 사람이 있었고, 그들을 모두 호명하면 이미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환호와 카운트다운이 있었다. 그리고 ...... 이제 가윤은 터널을 지나온 것이다. 우주의 저편으로 가지 못 한 마음도, 가기로 먹은 마음도, 가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도 모두 사랑인가 .. 생각하니, 사랑이구나 .. 싶어서, 얼마 전 읽은 <귀여움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가 다시 떠오르네요. 덕분에 몇번째 읽어도 좋은 책을 또 한 번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9월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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