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32.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D-29
오펜하이머는 과학자가 된다는 것이 “터널을 통해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터널 반대편이 계속 위쪽으로 이어져 있는지, 아니면 출구가 있기는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18,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그가 지난해의 위기로부터 회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에게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23,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2,3장 막 끝냈습니다. 1장에서는 오펜하이머가 받은 유대인공동체 교육내용이 흥미로웠고, 유대인 정체성이라는 것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무척 중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3장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오피가 심각했던 자신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스스로 치료?해나갔다는 부분이었어요. 똑똑한 인간들이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에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20세기 초 서구 사회의 반유대주의(anti-semitism) 분위기를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유태인은 (흑인만큼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차별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오펜하이머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동부에 있는 전통적인 명문대학을 마다하고 캘리포니아에 자리잡은 것은 이런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미국의 상류 사회에서 반유태주의는 1920년대와 1930년대를 거치면서 고조되고 있었다. 많은 대학들이 1920년대 초에 하버드가 유태인 학생의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79,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저는 2~3장을 읽으면서 오펜하이머의 부르주아적 유약함과 예민함,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과 반복적인 실험에 대한 회피같은 성향에 대한 거부감도 들었습니다. 감정적 허약함에 맞서려 노력하는 것을 스스로 정신분석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것은 실험실의 실질적인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결과물을 내는 것에 대한 무능과 신경과민을 넘어선 우울증은 확실히 이론물리학연구가 천성임을 깨닫기까지 세상과 부딪치는 청년의 몸부림을 세밀하게 드러내보여준것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의외로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청각적 민감함이 굉장히 높은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도 읽으면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영화 <콜 바이 유어네임>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오펜하이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깊고 항구적인 인상을 남긴 소설로 고뇌하는 영혼에 답을 주었던 책이라는 구절을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남에게 끼치는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통찰하고 죄의식의 어두운 면을 책을 읽으며 투사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젊은 날의 초상에 우리를 심연의 깊은 내면속으로 침잠하고 스스로를 투사시킬 수 있었던 책, 문장을 외울수있을 정도로 계속 읽어내려갔던 책.... 그때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오펜하이머가 정신과 의사의 도움 없이 독서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한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최형섭 님 감사합니다. 서양사회의 뿌리깊은 유태인 차별을 오펜하이머도 피해갈 수 없었네요.
“Although the university awarded him a fellowship, he didn’t accept it “because I could get along well without the money.”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저는 2장 처음에 장학금 거절하는 모습이 오펜하이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장면처럼 보였어요. 부족할 것 없이 풍요하게 자라서 그렇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간섭없이 하고자하는… 그런 (나쁘게 보면 안하무인 같기도 하겠네요). 그리고 캠브리지 생활에선, 본인이 appreciate (적확한 한글 단어가 생각이 안나요 ㅠㅠ) 되지 않는 장소에선, 성과는 커녕 멘탈을 똑바로 잡고 있기도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선인장도 사막에서 데려와 환경 좋은 곳에 심어주면 더 잘 자란다 는 <랩걸> 호프 재런 박사님 말이 떠오르면서요.
하버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오펜하이머는 주로 책을 통해 외로운 지적 작업을 했다. 괴팅겐에서 그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4. 이곳의 일은, 정말 고맙게도, 어렵지만 재미있다,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근데 이런거 인용구 모음 어디서 가져오는건가요?
유럽에서 지적 포텐셜이 터지네요. 인간관계에 미숙한 모습이나 성격적인 결함도 나오는데 워낙 미디어나 창작물에서 괴팍한 천재들을 많이봐서 그런지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 오피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페로 칼리엔테, 친구인 이지도어 라비와의 만남도 이때 일어났군요.
그와 오펜하이머는 동년배였고, 두 사람 모두 1927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들은 둘 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리펜슈탈에게 푹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펜하이머와 호우터만스는 운명적이게도 각자 미국과 독일에서 원자 폭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것이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12,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난해한 물리학의 세계에서 라비는 깊은 사색으로, 오펜하이머는 다양한 측면을 종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둘을 붙여 놓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34,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이제 점점 책 읽기에 속도가 붙는데? 이런 느낌이 드시죠. 이 책은 사실 읽으면 읽을수록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해 여름에 오펜하이머는 1928년에 출판된 커밍스의 소설 『거대한 방』을 읽고 있었는데, 이는 프랑스 전시 수용소에서의 4개월을 묘사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도 개인적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커밍스의 생각을 매우 좋아했다. 이 이야기는 1954년 이후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125쪽,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저자들이 인터뷰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입니다. 그는 그 시대에서 비범한 인물이었고,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더욱더 비범해 보이지요.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천재성'을 꼭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오펜하이머의 절친 라비의 다음과 같은 코멘트도 그걸 보여줍니다.
그의 지능은 나와는 수준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보다 명석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133쪽,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8월 4일에는 6장과 7장을 읽습니다(137~180쪽). 여기까지 읽으면 5부 가운데 1부가 끝납니다. 6장에서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연구하고 제자를 키우는 오피의 모습이, 7장에서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오피가 성숙해가면서 세상과 만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특히 6장에서는 오피가 과학자로서 어떤 성취를 쌓았는지(블랙홀을 예고한 과학자가 바로 오피였습니다!), 또 그런데도 왜 노벨상을 받지 못했는지 등이 나옵니다. 7장에서는 그의 정체성에 에티컬 컬처 스쿨만큼 중요한 영향을 준 힌두 경전 『바가바드기타』와의 조우 등이 나와요. 거기다 1929년 대공황 후 1930년대 초반의 혼란기가 오피에게 미치는 영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죠. 드디어, 운명의 여인과의 만남이 바로 코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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