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32.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열심히 읽고 계시겠죠? 8월 2일에는 오펜하이머가 늦은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하버드 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시절을 다룬 2장, 3장을 읽습니다(59~99쪽). (여기까지 읽으면 벌써 책 본문의 9분의 1을 읽은 셈입니다. 벽돌책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요!)
방금 1장을 다읽었어요. 생각보다 술술 읽히네요. 책제목이 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인지 서문을 읽어보니 알겠어요.. 오펜하이머의 부모의 열성적인 교육과 가훈 "excellence and purpose" 참 두단어가 강렬한 교육관을 보여주네요. 오펜하이머의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과 그의 천재성이 꽤 잘맞아떨어져 그의 어린시절은 마치 미국 상류사회의 자녀들이 가지는 거칠것이 없어보이는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부모의 과보호로 인한 얼음창고 고문같은 이야기는 충격..) 2장 첫문장은 하버드대학입학 이야기로 시작되는군요. 기대하며 계속 읽어보렵니다.
"구리선을 땜질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이 아마도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89,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오펜하이머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일들을 비상하게 잘 하지만 그래도 한 줄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91,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방금 도서관에서 예약했다가 받아왔어요. 어찌들알고 책 대출이 전부 예약대기 줄줄이네요. 오늘 일단 30페이지 시작해보죠. 두께가 성경책보다 더두껍네요.ㅎ
반항적인 그리스의 신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듯이,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통제하려고 했을 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서문 p.17,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오!! 이렇게 읽으면서 밑줄쫙했던 부분들을 공유하는거군요. 전 발제를 하는 세미나식인건가 싶어 읽고나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었는데..전 강한 과학과 깉이 프로메테우스를 읽고 있어요
"우리는 항상 윤리를 인류 문명의 가장 필수 요소로 여겨 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인류를 죽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게임 이론의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14,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오펜하이머와 친한 사람이라면 그가 겉보기에는 너무 단단해서 부서지기 쉬울 것 같지만 속으로는 고집스러운 자존심과 결단력으로 똘똘 뭉친 금욕적 성품을 가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성격은 그의 일생 동안 때때로 드러났다. ...... 그는 위험한 상황에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48-53,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첫 날의 가장 인상깊은 점이라 하면, 책이 잘 읽힌다는 사실입니다. 오펜하이머가 흥미로운 인물이어서도 그렇겠지만, 최형섭 선생님의 번역이 참 매끄럽습니다.
오늘 주문한 책 도착해서 바로 책읽기 시작합니다. 벽돌책이라 힘들겠지만 YG님의 가이드에 따라 열심히 쫓아가보려구요.
저도 1장 다 읽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정치적 감성의 진보적 교육을 받은 에티컬 컬쳐스쿨의 윤리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어떻게 바뀔수 있는지에 대한 소크라테스식 교육과 자율적 학습도 의미심장했지만 1장 마지막의 로스앨러모스 목장학교의 난방도 안해주고 1년 내내 반바지를 입어야하며 야영을 다니는 자주 다니는 이곳이 오펜하이머의 저돌적 근성을 길러준것이 아닌가싶네요. 술술 읽히고 미국의 진보적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2~3장에서는 오피의 미국, 영국 대학 생활과 우울증이 주를 이루네요. 독사과 에피소드와 닐스 보어와의 첫 만남이 인상깊었어요. (그나저나 '노벨상을 수상한 xx' '나중에 노벨상을 받게될 xx' ... 이제 오피가 독일 유학가면 이런 사람들 더 만나겠죠? 허허) 이제까지 읽어 온 오피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런 '지식의 최전선'에서 태동중인 양자역학에 흥미를 느낀것이 필연적이라 느껴져요. 시대를 만난 천재랄까.
수학적인 어려움입니까, 물리적인 어려움입니까?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 p.97, 카이 버드.마틴 셔윈 지음, 최형섭 옮김
저도 이 부분에 밑줄쫙!! 문과출신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질문이었음. 그 질문에 대한 해설이 마음에 쏙 들었음.
생업이 바빠서 체크만 해놓고서 말씀 못 드린 것 한 가지 짚고 갈게요. 과학자 특히 물리학자 가운데는 수학적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는 ‘플라톤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현상에서 과학적 원리를 찾기보다는 수학적 아름다움(조화)을 전제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현상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수학(이데아)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플라톤주의자라고나 할까요? 1부에서 나온 폴 디랙이 그랬습니다. 디랙이 생각하는 “추상적이고 완벽한 수학적 묘사를 통해 자연을 기술하는 것”이었어요. 실제로 디랙은 1928년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슈뢰딩거 방정식을 결합해서 얻은 디랙 방정식에서 반입자의 존재를 예측합니다. 바로. 디랙 방정식을 보고서 전자에 대응하는 양의 전하를 띤 입자의 가능성을 먼저 말한 사람이 오펜하이머였어요(148쪽). 방정식을 풀어보니 음의 값을 갖는 ‘해가’ 있으니, 그것에 부합하는 물질이 실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었죠. 플라톤주의자 디랙도 머뭇거리던 상황에서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인 것이죠. 놀랍게도 1932년에 칼 앤더슨(1905~1991)이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를 발견하면서 이는 사실로 확인되었죠(149쪽). 디랙은 바로 노벨상을 받았고요(1933년). 흥미롭게도 오펜하이머는 플라톤주의자는 아니었어요. 그는 현상에서 핵심을 짚는 데에서도 또 방정식에서 핵심을 짚는 데에도 능했던 말 그대로 르네상스적인 과학자였던 것이죠. 계속해서 오펜하이머와 교류했던 당대 최고의 과학자(천재)들이 ‘사기캐’라고 그를 칭송하면서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 같고요.
하버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오펜하이머는 나중에 청문회 때를 제외하고는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겪었을 거예요. 어쩌면 그 상태에서 양자 역학과 이론 물리학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인생의 스승들을 잇따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 우리가 아는 오피는 없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봤답니다. 저는 가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과 만나면 자기가 '잘하는 것'을 찾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오피 같은 희대의 천재도 '실험'에는 잼병이었잖아요. 자기가 잘 할 수 없는 일을 잘 하려다 보니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자칫하면 살인 미수 범죄자가 될 뻔했겠죠.
학생 스스로 본인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주변 어른, 멘토의 중요성을 알려줄 챕터 같기도 해요. 실험을 못하는 오피를 무시하고 윽박지르기만 한 멘토들도 아쉬운 장면이었어요. 집 떠나 멀리 유학 온 어린 오피 ㅠㅠ 경제적으로 여유로워도, 언어가 통해도… 엄연히 다른 나라에 가족 떠나 온 어린 학생이었는데 ㅠㅠ 어린 학생 입장에선 본인이 속해 있는 곳, 지금하고 있는 일 말고도 세상은 넓고 할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아는 것이 쉬운일 은 아니니까요. YG 계속 강의 활발이 하셔야 할듯요!
@진태트록 님께서 인용하신 부분과 관련해서 오피가 자기와 반대편의 과학자로 폴 디랙을 꼽잖아요? 그 의미를 제가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 볼게요. 마침 물리학자 이광진 박사의 책에 디랙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 (책이 집에 있어서 제가 나중에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진격의 물리학80년대생 젊은 물리학자의 눈으로 재구성한 현대물리학의 ‘진격의’ 여정. 저자 이광진은 고려대학교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교수로, 현재도 세계의 저명한 과학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고 있는 프런티어 연구자이다. 그의 전문 분야인 분광학은 간단히 말해 빛이 매질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분석하여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 그대로 ‘빛’처럼 눈부시고 도전적인 물리학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먼저, 우리
화제로 지정된 대화
8월 3일에는 4장과 5장을 읽습니다(101~136쪽). 오피가 독일 괴팅겐에서 드디어 양자 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성취를 시작하게 되고(4장)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귀국해서 하버드 대학 대신에 서부에 자리를 잡고서 1년간 다시 스위스 취리히에서 연구하는 과정(5장)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평생의 과학자 친구들, 경쟁자, 짧은 썸과 실패 등이 나오면서 오피의 모습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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