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우와, 여름이라고 딱 짚어 주시니 저에게도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유독 뜨거웠던 올해의 여름처럼 이 소설도 그랬어요. 표지도 그렇고 따뜻한 색감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온도가 꽤 높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생동감이 느껴졌달까요. 저도 그믐의 모임지기가 되어본 적은 처음인데,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천천히 읽으면서 박자를 맞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유진을 향한 감정만큼은 진실했다. 그는 순수와 불성실이 그런 식으로 섞일 수 있음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는, 사랑이나 배신행위를 구체적인 언어로 묘사하겠다고 했던 시도 자체가 오류였다. 그들이 결혼한 지 만 사 년 십일 개월 이십육 일째에 이유진은 더 견디지 못하고 송유진에게 물었다. 나한테 할말 있지 않아?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데이터 시대의 사랑> / 93%, 장강명 지음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약간 아차 싶기도 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이해하고 넘길 수 있는 오류 같아서요. 순수와 불성실이 그런 식으로 섞인다는 건, 사실 불륜에 대한 진부한 변명과도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를테면 "너를 정말 사랑해. 근데 쟤도 사랑해"같은? 그래서 사랑이나 배신행위를 구체적인 언어로 묘사하겠다고 했던 시도 자체가 오류였다는 문장도 뼈를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종종 지인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바람을 안 피우는 것과 못 피우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이죠. 본인이 어느 쪽인지 우선 그걸 알아야 하는데, 흔히들 후자를 전자로 착각하는 거 아니냐고(유혹 이겨 내고 말하라고). 그런 의미에서 순수함과 성실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신뢰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근데 저 혹시 글을 쓰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요(머쓱). 사실 저는 마지막 편을 읽으면서는 제가 전에 만났던, 3살 연하의 연인이 떠올랐어요. 그 친구는 이 책의 묘사를 살짝 빌렸을 때 '야비하게 잘생긴 남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꽤 준수한 외모를 갖고 있었거든요. 저와 만나면서도 알고 있는 여자(사람)친구들이 종종 등장했고요. 그래서 더 이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끼가 있는 패턴(은근 즐기는)같은 것이랄까요? 물론 제가 그런면에서는 워낙 무심한 성격이라 그러든지 말든지이긴 했지만, 그 무심함과 안일함이 때로는 독이 되어 제 발목을 잡기도 하더라고요. 키스만 안 하면 되는 거라는 룰처럼? 선을 넘었음에도 이렇다 말하지 못하는 미묘한 그 무언가가...(뒤가 싸늘하다) "이게 우리야"라고 나름의(?) 해피엔딩(이자 열린 결말)을 맞이한 진진커플과는 달리 저희는 각자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tmi를 남기며...
저는 초반에 이유진이 관계에대한 확률을 데이터로 알아보면서부터 이미 파국의 시작이었던것 같아요. (물론 그게 송유진의 이후 행동을 정당화해주진 않지만요) 그리고 바람의 기준을 정하자고 한건 파국의 도장 꾸욱 찍은거나 다름 없고요. 외려 오랜시간 돌고 돌아 전부 경험하고 상처받은 이후라도 "이게 나야!"라고 선택하는건 (야! 이 화상아..하며 등짝을 먼저 후려치고 싶으나) 응원해주고 싶지만, 초반에 불안해하며 데이터에 의지하고 싶어한다면.. 훔.. 제가 친구면 전 이미 그때부터 말렸을것같아요. 이유진이 데이터 통해 확률을 알아보는 초반 내용이 쏘옥 빠져있다면 물어볼것도 없이 송유진의 바람기를 탓할텐데, 제가 송유진이었다면 이미 이유진에게 서운해하거나 원망감을 갖고있겠다 싶기도 하답니다. '너가 이미 나와 우리의 관계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것 아니냐'하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서요. 이상, 사주 궁합 안보고 결혼한 사람이자 서로의 핸드폰에 대해서 딱히 궁금함을 안 느끼고 사는 독자1인이었습니다 ^__^
크... @Jonas 님의 답변 너무 통쾌하네요. '이 화상아..'라는 문장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게요. 데이터로 확률을 알아보는 바람에 이미 그 둘의 관계에서 미묘한 균열이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렇다고 바람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송유진은 충분히 원망감을 가질 수 있었겠네요. 사주 궁합 안 보고 결혼하신, 서로의 핸드폰에 대해 딱히 궁금하지 않으신다는 답변 덕분에 더 신뢰가 갑니다(하하). 새삼 @Jonas 님의 소개글을 다시 보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과..."로 시작되는 문장에서 두 분의 찐사랑이 느껴져 너무 좋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갑자기 굉장히 뜬금없이 인사를 건네긴 했는데, 뒤에 이어질 말들을 쓰기에 앞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 봅니다. 이 모임은 이제 일주일 정도를 남겨두고 있어요(개인적으로 많이 아쉽습니다). 차근차근 이 공간에서 책을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는데요. 읽는 속도는 제가 가장 더뎠기 때문에, 이제는 다들 이 책을 완독하셨을 거라는 전제(와 기대)하에 오늘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혹은 이틀에 하나씩? 부담 없이 공통 질문을 올려보려고 해요. 물론 함께 읽으면서도 정말 많은(ㅋ) 질문과 대화를 나눠왔지만, 저는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도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답해주셔도 좋고, 답하지 않으셔도 좋고, 다 좋아요. 자유롭고 신랄하게(?) 나눠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분들도 다 읽으신 후에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또 다른 감상 혹은 궁금증 등을 자유롭게 나눠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이 모임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셔서 저 혼자만 열심히 읽고 끝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모여 밀도 높은 대화가 이어질 거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어요(거기다 작가님까지!! 꿈인가ㅠㅠ) 개인적으로는 이 모임이 끝나고 나눠주신 내용들을 싹 다 정리해서 간직하고 싶어졌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제가 자주 나가는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도 이 책을 지정도서로(물론 모임장님의 승인이 필요하겠지만요) 모임을 한 번 열어야겠다는 욕심도 내고 있어요. 아무쪼록 남은 기간 동안도 신나게 나눠보고 싶습니다. (부디 저만의 독주가 아니기를...) - 그래서, 오늘의 질문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혹은 인상 깊게 읽었던 단편은 무엇인가요? 혹시 가장 흥미로웠던 이유가 나의 삶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번외)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입니다(마감때문에 죽어가고 계신 거 아니까 답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많은 책들을 출간하셨는데, 이번 책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신가요?
질문을 받고 나서 책에 대한 만족도를 생각했는데 그냥 바로 떠오르는 답은 ‘중간에서 중상 정도’였습니다. 그런 뒤 수록된 단편 한 편 한 편에 대한 만족도를 제대로 따져 보니 중간이나 중상 이상으로 마음에 드는 단편들이 몇 편 있어서 묘한 마음이 드네요. 특히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 대해서는 내심 자부심이 있고요. 아마 절판을 포함해 작품 외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원고들이라 그 우여곡절들이 떠올라서 만족감이 덜한가 봐요. 한편으로는 요즘 저 자신에 대한 자기평가가 반영되어서 그렇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만족스러운 단행본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걸 무의식중에 ‘데뷔 13년차 소설가의 소설집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단행본인가?’라고 바꿔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런 조바심이 득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실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득실 비교를 끝끝내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정말 흡족한 책을 내면 조바심이 좀 사라지겠지요? 다만 책 표지와 만듦새에 대해서는 최고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표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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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흐름에 따라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부터 데이터 시대의 사랑까지 여기저기 끼어들어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저는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도 읽어보았는데요. 너무 재밌어서 (소설 읽는 사람이 이리 드문 세상에서 내가 추천하면 귀담아 들어줄 것 같은 아주 드문) 친구한테 이거 꼭 읽어 보라고 추천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가장 재밌었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데이터 시대의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장강명 작가님이 사회파 소설가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사랑 관련된 영역이 작가님 소설의 정수가 아닐까 .. 혼자 생각해보곤 했는데요(그믐도 그렇구 신혼여행 에세이, 여신을사랑한다는것, 작가의말 등등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유진과 송유진이 영원한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서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를 이용하고, 그럼에도 마음 한켠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고, 그러다 헤어지고, 돌고돌아 결국 만나 “이게 우리야” 말하는 끝까지 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습니다. “불길한 예언을 피하려다 운명을 완성하고야 마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처럼 예측 분석 결과에 지배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이유진의 문장에선 프시케-에로스 신화가 떠올랐습니다. 프시케가 에로스와 한 약속을 어겼을 때 에로스가 “사랑이 어찌 의심과 한 곳에 기거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며 프시케도 떠나는데, 결국 둘도 다시 만나 사랑하듯이요. 의심하는 마음, 나를 믿네 마네, 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네 마네 하는 약간의 치졸하다고 볼 수 있는 마음도 사랑의 일부 아닐까.. 생각도 해봤구요. 가장 흥미로웠던 이유가 나의 삶이랑 연관되어 있어서 인것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한테 사랑을 받을까, 관심이나 인정을 받을까 고민하던 사람도 '다른 누구도 필요없고 단 한 사람, 너, 너란 한 사람의 마음만 있으면 될 것 같아. 아니, 없으면 나 못 살 것 같아' 하는 생각에 빠질 정도로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할 정도로 변화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변화하는 게 아니라 자기는 모르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지금님 글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저도 <데이터시대의 사랑>이 왜 이렇게 빨려들어가듯 읽었을까 했는데 <에로스와 프쉬케>와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초등학교 때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던 사랑이야기 였는데 ~ '뷸길한 예언을 피하려다 운명을 완성하는' 와!! 두 작품의 연관성이 정말 신기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님 말처럼 작가님에게 사회파 소설 뿐 아니라 사랑 관련 영역도 뛰어나실 수 있겠다 싶네요(하고 싶은거랑 잘하는게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진정 단 한편만 골라야 한단 말입니까?!!? 전 결정장애 따위 전혀 없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선택하는 사람인데.. 이건 많이 어렵네요; (여담이지만 진짜 과감히 잘 쳐내서 극강의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고 있는 ^^;;) 이번 질문은 골똘히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세편까진 줄였는데.. 하앍..
ㅎㅎ 저도 완전 동감입니다~ 연해님 방도 잘 이끌어주시고 고마워서 정말 바로 답글 드리고 싶었는데 ~~저도 요즘은 순식간에 선택하는 대범함의 능력치를 키웠음에도 하나의 선택은 도저히 힘들어서 좀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크크... 저도 사실, 막상 질문을 올리고 나서야 '근데, 나는 어떤 편이 가장 좋았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어제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에 물음표를 둥둥 띄워두면서 말이죠. 겨우겨우 하나를 고르긴 했지만, 사실 그 책에 담긴 모든 작품들이 다 좋기는 했어요. 좋은 이유도 저마다 다 다르고요. @거북별85 님의 답변도 너무 궁금하지만! 천천히 고민해 보시고 부담없이 답변 주셔도, 주지 않으셔도 저는 다 좋아요:) 그럼에도 두구 두구 두구...!
저는 이번 책의 표지도 표지였지만, 완독하고 보니 각 작품의 배치마저도 좋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표제작인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은 뭐랄까.. 부잣집 들어가면 현관문에서 거실까지 긴 복도로 되어 있고 복도 벽면에 좋은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집의 분위기를 알 수 있잖아요? 그런 전반적인 소개이자 안내의 느낌같아서 시작부터 두둥..하는 기분이었지요. 첫번째 작품이라 좀 더 애착이 가기도 했고, 이전에 작가님의 SF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던 글은 정말 일부였구나... 하고요) 저한테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하기보단, 이 책의 가장 대표작 느낌이랍니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도 또다른 느낌으로 좋았지만, @연해 님이 생각하시는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해서 더 좋은가하고 생각해 보면 외려 저한테는 반대였답니다. 저는 수정보다는 마리에게 조금 더 감정 이입을 하며 읽었는데요, 수정이 금성에 가기 전의 모습을 상상해보더라도 마리에게 수정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만큼 나를 아프게 한 존재였을 것 같아요. 결국엔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모습으로 마치지만, 엄마를 이해하더라도 그 이해와는 별도로 마리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았답니다. 가끔 그런 게 더 슬플때가 있잖아요, 상대방을 이해하지만 내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요. 저라면 너무 외롭고 아플것 같아서 마냥 그 둘의 결말을 응원만 하긴 어려웠답니다. 요런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면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이 작품은 진짜 훌륭하다!는 말밖엔 안나오는데, 워낙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기도 하고.. 그냥 반칙이에요. 서울대 법대 다니는 정우성 같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는 끝내주는 작품인데, 굳이 나까지 한 표 행사해야 하나... 하는 맘으로 망설여지게 된답니다. 그런데도... 한 표 행사할 수 밖에 없네요. 진짜 정우성이네 OTL.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글인데 <그믐> 이 떠올라서 더 좋았어요. 분명 <그믐>을 읽을 땐 '대체 어디까지 얼만큼 속죄해야 하는데요?!' 하는 마음이었는데, 아이히만은 제가 전혀 반대의 입장으로 읽고 있더라고요. 만약 유태인들에게 '대체 언제까지 사죄를 하란 말입니까?' 라고 한다면..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테니까요. 저한텐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아스타틴> 이 두 작품이 가장 좋았답니다. <아스타틴>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스크롤 압박을 고려하여 이만....
서울대 법대다니는 정우성 비유 진짜 ㅋㅋㅋㅋ현웃했습니다. 그믐이랑 반대되는 입장으로 읽을 수 있겠네요 정말.. 그렇게 말이 안되는 폭력적인 일이 있었던 게 불과 한 세기 전쯤이라는 게.. 참 무서운 사실인 것 같아요.
와... 세상에, @Jonas 님! 이토록 정성스러운 답변이라니 정말 감사드려요. 읽으면서 중간중간 웃음 짓는 부분도 많았어요. 이를테면 '서울대 법대 다니는 정우성'과 같은 표현들이요. 읽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반칙이야, 반칙! 저는 이 책을 읽고 @Jonas 님과 지금껏 감상을 나누면서 종종 느껴왔던 건데, 작품을 머릿속으로 상상하시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신 것 같아요. 지난번 '아스타틴'에서 부활식과 이오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는 표제작도 부잣집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 같았다는 표현 덕분에 더 생생하게 잘 그려지기도 했어요.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저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Jonas 님 말씀처럼 결국은 엄마를 이해하더라도 이해와는 별도로 마리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저도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았거든요. 엄마와 있었던 지난 일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 상처와는 별개로 지금의 우리는 표면적으로는 꽤나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요. 서로의 웃음 뒤에 뭐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하하). 그런 의미에서 외롭고 아프다는 말씀이 정말 와닿아요. 과연 언제쯤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을지,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그래서 저 또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둘의 결말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아스타틴'이 가장 좋으셨다는 최종 선택! 감사합니다. 저도 이곳에 글을 쓸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은 워낙 많은데 스크롤 압박을 자꾸 고려하게 된다죠(긴 글 참 좋아합니다). 그나마 많이 자중하고는 있는데, 경고 문구처럼 '긴 글 주의'같은 뭐 이런 멘트라도 달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제 5일 남았어요(하... 슬퍼라).
우선 작품마다 담겨있는 메시지와 세계관들이 달라서 한 편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저는 사실 <아스타틴>을 사랑 이야기로 보는 바람에 유독 애틋하게 느껴졌고,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반전에 반전 덕분에 머리가 깨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던 것 같습니다. 용서와 복수의 그 미묘하고도 애매한 무언가가 묵직하게 느껴졌달까요. 윤리적인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지극히 팬심만 가득 담아 보자면 <사이보그의 글쓰기>가 너무 매력적이죠. 작가님의 에세이처럼 느껴져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괜히 애정이 가는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그게 다름 아닌 장강명(작가님)이라서? <나무가 됩시다>는 생각보다 짧아서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더 그랬는지도요. 근데 장난기 쏙 빼고 정색하면서 진지하게 답해보자면, 작품 한 편 한 편 다 너무 좋았습니다. 읽으면서 푹 빠져드는 경험을 매 작품마다 했어요. 그럼에도 원픽을 제대로 골라보자면, 아무래도 역시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같아요. 저의 머리를 도끼로 여러 번 내려친,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은 작품이었고, 이 주제로 의견도 여럿 갈릴 것 같았거든요.
우선 전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요 근래 저의 고민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공동의 가치나 방향성 공감대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어느 순간(유튜브나 sns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각자 다른 진실 속에서 너무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건 좋지만 이런 세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되고 걱정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도대체 해결책의 가닥도 보이지않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의 옵터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지금 각자의 알고리즘에 따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더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주제면에서는 가장 와 닿았습니다 : 같은 직장에 다니던 어떤 분이 자신은 아주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한다면서 저와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를 설득하시겠다는 거예요 그 근거가 그가 보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더라구요~ 저는 그 근거는 출처가 불명확하다고 말했지만 음 전혀 서로 다른 이야기만 도돌이표를 찍더라구요~ 어느 순간 우리들이 같은 대한민국 국민일뿐 '우린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와 닿는 주제였습니다~ 아직도 걱정인 부분입니다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다른 방향을 가르키며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나무가 됩시다>는 예전에 딸아이에게 공장식 축산업에 관한 동화책(돼지이야기/유리작가)을 읽어 주며 저도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사람이 일광욕으로 강화엽록체를 통해 당 이외에 지방과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발상이 너무 신선했고 다시 한번 동물권이나 환경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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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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