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ㅎㅎ 저도 완전 동감입니다~ 연해님 방도 잘 이끌어주시고 고마워서 정말 바로 답글 드리고 싶었는데 ~~저도 요즘은 순식간에 선택하는 대범함의 능력치를 키웠음에도 하나의 선택은 도저히 힘들어서 좀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크크... 저도 사실, 막상 질문을 올리고 나서야 '근데, 나는 어떤 편이 가장 좋았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어제 하루 종일 제 머릿속에 물음표를 둥둥 띄워두면서 말이죠. 겨우겨우 하나를 고르긴 했지만, 사실 그 책에 담긴 모든 작품들이 다 좋기는 했어요. 좋은 이유도 저마다 다 다르고요. @거북별85 님의 답변도 너무 궁금하지만! 천천히 고민해 보시고 부담없이 답변 주셔도, 주지 않으셔도 저는 다 좋아요:) 그럼에도 두구 두구 두구...!
저는 이번 책의 표지도 표지였지만, 완독하고 보니 각 작품의 배치마저도 좋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표제작인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은 뭐랄까.. 부잣집 들어가면 현관문에서 거실까지 긴 복도로 되어 있고 복도 벽면에 좋은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집의 분위기를 알 수 있잖아요? 그런 전반적인 소개이자 안내의 느낌같아서 시작부터 두둥..하는 기분이었지요. 첫번째 작품이라 좀 더 애착이 가기도 했고, 이전에 작가님의 SF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던 글은 정말 일부였구나... 하고요) 저한테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하기보단, 이 책의 가장 대표작 느낌이랍니다. <당신은 뜨거운 별에> 도 또다른 느낌으로 좋았지만, @연해 님이 생각하시는 '개인적인 경험'을 고려해서 더 좋은가하고 생각해 보면 외려 저한테는 반대였답니다. 저는 수정보다는 마리에게 조금 더 감정 이입을 하며 읽었는데요, 수정이 금성에 가기 전의 모습을 상상해보더라도 마리에게 수정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만큼 나를 아프게 한 존재였을 것 같아요. 결국엔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는 모습으로 마치지만, 엄마를 이해하더라도 그 이해와는 별도로 마리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았답니다. 가끔 그런 게 더 슬플때가 있잖아요, 상대방을 이해하지만 내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요. 저라면 너무 외롭고 아플것 같아서 마냥 그 둘의 결말을 응원만 하긴 어려웠답니다. 요런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면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이 작품은 진짜 훌륭하다!는 말밖엔 안나오는데, 워낙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기도 하고.. 그냥 반칙이에요. 서울대 법대 다니는 정우성 같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 없는 끝내주는 작품인데, 굳이 나까지 한 표 행사해야 하나... 하는 맘으로 망설여지게 된답니다. 그런데도... 한 표 행사할 수 밖에 없네요. 진짜 정우성이네 OTL.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글인데 <그믐> 이 떠올라서 더 좋았어요. 분명 <그믐>을 읽을 땐 '대체 어디까지 얼만큼 속죄해야 하는데요?!' 하는 마음이었는데, 아이히만은 제가 전혀 반대의 입장으로 읽고 있더라고요. 만약 유태인들에게 '대체 언제까지 사죄를 하란 말입니까?' 라고 한다면..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테니까요. 저한텐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아스타틴> 이 두 작품이 가장 좋았답니다. <아스타틴>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스크롤 압박을 고려하여 이만....
서울대 법대다니는 정우성 비유 진짜 ㅋㅋㅋㅋ현웃했습니다. 그믐이랑 반대되는 입장으로 읽을 수 있겠네요 정말.. 그렇게 말이 안되는 폭력적인 일이 있었던 게 불과 한 세기 전쯤이라는 게.. 참 무서운 사실인 것 같아요.
와... 세상에, @Jonas 님! 이토록 정성스러운 답변이라니 정말 감사드려요. 읽으면서 중간중간 웃음 짓는 부분도 많았어요. 이를테면 '서울대 법대 다니는 정우성'과 같은 표현들이요. 읽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반칙이야, 반칙! 저는 이 책을 읽고 @Jonas 님과 지금껏 감상을 나누면서 종종 느껴왔던 건데, 작품을 머릿속으로 상상하시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신 것 같아요. 지난번 '아스타틴'에서 부활식과 이오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는 표제작도 부잣집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모습 같았다는 표현 덕분에 더 생생하게 잘 그려지기도 했어요. '당신은 뜨거운 별에'는 저에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했는데요. @Jonas 님 말씀처럼 결국은 엄마를 이해하더라도 이해와는 별도로 마리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저도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았거든요. 엄마와 있었던 지난 일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 상처와는 별개로 지금의 우리는 표면적으로는 꽤나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요. 서로의 웃음 뒤에 뭐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하하). 그런 의미에서 외롭고 아프다는 말씀이 정말 와닿아요. 과연 언제쯤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을지, 아니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그래서 저 또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둘의 결말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아스타틴'이 가장 좋으셨다는 최종 선택! 감사합니다. 저도 이곳에 글을 쓸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은 워낙 많은데 스크롤 압박을 자꾸 고려하게 된다죠(긴 글 참 좋아합니다). 그나마 많이 자중하고는 있는데, 경고 문구처럼 '긴 글 주의'같은 뭐 이런 멘트라도 달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제 5일 남았어요(하... 슬퍼라).
우선 작품마다 담겨있는 메시지와 세계관들이 달라서 한 편을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다 저마다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저는 사실 <아스타틴>을 사랑 이야기로 보는 바람에 유독 애틋하게 느껴졌고,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반전에 반전 덕분에 머리가 깨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던 것 같습니다. 용서와 복수의 그 미묘하고도 애매한 무언가가 묵직하게 느껴졌달까요. 윤리적인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지극히 팬심만 가득 담아 보자면 <사이보그의 글쓰기>가 너무 매력적이죠. 작가님의 에세이처럼 느껴져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괜히 애정이 가는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그게 다름 아닌 장강명(작가님)이라서? <나무가 됩시다>는 생각보다 짧아서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더 그랬는지도요. 근데 장난기 쏙 빼고 정색하면서 진지하게 답해보자면, 작품 한 편 한 편 다 너무 좋았습니다. 읽으면서 푹 빠져드는 경험을 매 작품마다 했어요. 그럼에도 원픽을 제대로 골라보자면, 아무래도 역시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같아요. 저의 머리를 도끼로 여러 번 내려친, 생각할 거리가 정말 많은 작품이었고, 이 주제로 의견도 여럿 갈릴 것 같았거든요.
우선 전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 요 근래 저의 고민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에는 공동의 가치나 방향성 공감대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어느 순간(유튜브나 sns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각자 다른 진실 속에서 너무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건 좋지만 이런 세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되고 걱정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도대체 해결책의 가닥도 보이지않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의 옵터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지금 각자의 알고리즘에 따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더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주제면에서는 가장 와 닿았습니다 : 같은 직장에 다니던 어떤 분이 자신은 아주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존중한다면서 저와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를 설득하시겠다는 거예요 그 근거가 그가 보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더라구요~ 저는 그 근거는 출처가 불명확하다고 말했지만 음 전혀 서로 다른 이야기만 도돌이표를 찍더라구요~ 어느 순간 우리들이 같은 대한민국 국민일뿐 '우린 각자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와 닿는 주제였습니다~ 아직도 걱정인 부분입니다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다른 방향을 가르키며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까요??
<나무가 됩시다>는 예전에 딸아이에게 공장식 축산업에 관한 동화책(돼지이야기/유리작가)을 읽어 주며 저도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사람이 일광욕으로 강화엽록체를 통해 당 이외에 지방과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발상이 너무 신선했고 다시 한번 동물권이나 환경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정성스러운 답변도 정말 감사합니다. @거북별85 님은 표제작이 가장 좋으셨군요! 저는 소설이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표제작에서 나누었던 대화들이 흐릿해졌는데, 이 글을 읽고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시대가 흐를수록 취향이 정말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옛날(?)만 해도 TV 프로그램에서 공통의 주제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OTT며, 구독 서비스며, SNS 등 각자가 선호하는 영역과 장르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A를 말해도, A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더라고요. 저도 직장에서 종종 저를 설득(이라 쓰고 종용이라 읽는)하려고 드시는 분들을 만나면 굉장히 난감해요. 우선 저는 설득당할 이유가 없고(그 주제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혹여 그 주제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건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의견 개진 정도로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처럼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이 워낙 다양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라는 @거북별85 님의 마지막 질문에 저도 생각이 깊어집니다. 명료한 답을 내릴 수 없어 삶이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제 나름의 방법대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요(우리 모두 화이팅!).
@장맥주 님, 언제 또 기회가 될지 몰라서;; 궁금증 하나 다시 여쭤봐도 될지요. 혹시 아스타틴에서 사마륨이 테라포밍 장비를 가지고 떠난게 어떤 의미로 쓰신건지.. 이 질문은 계속 머릿 속에 남아 있어서요 -.-a
@지금 님 말씀하신 <멜로가 체질> 은 진짜 비운의 명작이에요ㅠㅠ 저는 지금도 베스트 드라마 5중 하나입니다! 대사가 영화 <비포 선라이즈> 저리 가라할만큼 너무 좋았는데 묻힌 ㅠㅠ
헉 진짜 ㅠㅠ 멜로가 체질 재밌게 본 사람 모여! 하면 대사 가지고 몇 번을 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ㅠㅠ 저도 박상영 작가님 <1차원이 되고 싶어> 재밌고 슬프게 읽었습니다(나쁜 친구 잔인한 친구 미워요 ㅠ)
와!! Jonas님도 지금님도 '멜로가 체질'과 박상영 작가님 책을 좋아한다니 너무 반갑네요!! 전 박상영 작가님과 장강명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문체에서 차가운 잘생김이 넘쳐흐를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어요~~ 소설과 에세이의 온도차도 심해서 반전 매력이 넘치세요 문체에서 감정이 과잉되지 않고 담담한데 흡입력도 강하시고 읽고나서 여운도 오래 남구요(작가님 계신방에서 너무 평해서 죄송하지만 팬심에 이해바랍니다^^;;)~
<멜로가 체질>은 명작이에요 명작.. 슬프게 묻힌 명작..ㅠㅠ 박상영 작가님은 독자층도 확실하고 상이라도 많이 받았는데 <멜로가 체질>은 ㅠㅠ
전 <멜로가 체질>이 다시 재조명 받을 수도 있다고 기대합니다!! 가끔 시대를 앞서가는 불운한 명작들이 있지만 지난번에 넷플릭스에서도 다시 순위가 상승하기도 하던데요~ 상을 못 받아도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다면 더 좋을 수 있을거 같아요~^^
앗, 그러고 보니 이번 소설집 중에서 <당신은 뜨거운 별에> 를 읽을때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 마리 역할로 천우희 배우님을 떠올렸었네요 ^^ 천우희 배우님이나 젊은 시절의 (데뷔작인 접속 시절의) 전도연 배우님요.
으앗! '멜로가 체질' 재미있게 본 사람 여기 한 명 추가요! 저 그 드라마 몇 번을 다시 봤는지 몰라요. 대사 하나하나가 어쩜 그렇게 찰지던지, 잊혀지질 않아요. 등장인물들도 캐릭터마다 통통 튀는 매력이 있고요. 무엇보다 다들 연기를 너무 맛깔나게 잘하시더라고요. 누구 하나 발연기(?)가 없어서 더 몰입하며 봤던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저의 공통질문에 이토록 정성스럽게 답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도 <데이터 시대의 사랑>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결국 둘은 불구덩이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느낌도 들긴 했지만 서로의 사랑을 계속해서 확인하려 드는 마음 자체가 이미 깊은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남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도 가감없이 할 정도로 변화하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너무 구구절절한 제 사랑 이야기는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하기가 오히려 조심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저와 상대만 알고 있는 내밀한 서사를 타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각되기도 하고, 이해보다는 공감의 영역으로 가야 그나마 닿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이제 비록 6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도 시간이 괜찮으실 때 종종 이렇게 함께해 주세요. 너무 감사해요:)
오,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근데 '중간에서 중상 정도'라니! 이 책을 천천히 아껴읽었던 독자 입장에서 너무나 기쁜 답변이네요.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 자부심이 있으셨다는 말씀에 살짝 웃음이 났는데, 그 이유는 동의하는 마음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랍니다. 정말 좋은, 아니 단순히 좋다고만 표현하기에는 제 어휘가 부족하다 느낄 만큼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 작품이었어요. '데뷔 13년차 소설가의 소설집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 단행본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는 말씀에 질문을 드린 제가 괜스레 죄송스러워지려 해요. 여러 가지 의미로요. 저는 그동안 작가님의 책들이 대체로(?) 호에 가까웠고, 앞으로 집필하실 작품들도 정말 많이 기대가 되거든요(아 부담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감히 한마디 덧붙여보자면 조바심 내지 않으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충분히 독보적인 분이시고, 좋은(굉장히 입체적인 의미로 좋은)작품을 계속해서 잘 만들어가고 계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저도 표지 너무 좋았어요!
답글을 달려고 했던 건데, 삭제가 되지 않는군요(흑흑)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두 번째 질문입니다> -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애정 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 번외) 작가님께 드리고 싶은 질문입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작품 중 어떤 작품을 쓰실 때 가장 즐거우셨나요? (지극히 순수한 즐거움?) 예상되는 작품이 한 편 있기는 한데... - 연달아 쏟아내는 저의 글에 다들 피로하시지 않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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