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저도 오늘내일은 아스타틴 문장수집 올려볼게요. 핸드폰으로만 사용해서 긴 글은 올리기 힘들다고 미루다보니 자꾸 놓치고 있네요. 저는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고 있어서 업무 마치면 집에서 가차없이 컴퓨터를 끄는 생활이라;;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아스타틴은 첫 장부터 좋았어요. '이 곳에는 분화구가 좌절한 꿈만큼이나 많은데, 건물은 대게 그 분화구 안쪽에 짓는다.' 이 문장부터 두둥~!
저는 아스타틴은 단행본으로 나왔을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려워서 읽는데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화학이라는 과목을 너무 싫어했어서 원소기호에 대한 본능적인 반감이 있기도 하고요~^^;;;
사진파일을 올릴 수 있다면 제 책을 찍어서 올리고 싶네요ㅎㅎ 통합연대와 반대파 각각 O, 🔺로 주기율표에 표시하며 읽다가 한명씩 제거될때마다 빗금그어가며 읽은 ㅎㅎ
아 그런방법이 있었군요!!!
저도 쓰는 동안 원소 이름들을 도무지 다 기억할 수가 없었고 초고를 완성하고 한참 이후까지도 원소 하나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한국어를 포함해 특정 언어로만 이름을 붙이는 게 어색한 거 같아서 원소 이름을 가져와봤는데 잘한 선택이었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마륨’이라는 이름은 좋습니다. 사마의가 생각나서인가 봐요.
이 책은 인간정체성이 크게 네 가지 축이 합쳐져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뇌 기억, 육체 기억,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의지다. 뇌의 기억은 부활 장치로 거의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다. 육체 기억은 보다 미묘하지만 어느 정도 닮은꼴로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의지는 그렇지 않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p. 254 , 장강명 지음
저 분명 '아스타틴'을 다 읽었는데도 @Jonas 님이 올려주신 문장들이 또 새롭게 읽힙니다. 순간 '아 이런 문장도 있었지'싶어요. 역시 사람마다 자신이 인상 깊게 생각하는 문장들이 다 다른가 봐요. 에오스라는 인물 자체에 호기심이 생겼는데도, 이 문장들은 놓치고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타인과의 관계, 의지는 닮은 꼴로 복구할 수 없다는 문장도 이 소설을 관통하는 중요한 문장 같네요. 결국에는 한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 같은.
굳이 비교하자면, 예전에는 '의지'보단 '타인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겼어요. 워낙 어릴때부터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선지 내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타인과의 관계'의 중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상의 나'를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는 결혼&연애 기간까지하면 14년차라 가끔은 나보다 과거의 나를 더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상대방인거 같단 생각도 들거든요. '지금의 나'는 여전히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느끼지만, 과거의 나에 대해선 의외로 스스로는 잘 기억 못하고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제모습은 부모님이 가장 잘 아시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란 사람을 가장 잘 알고 기억하는 건 옆에 있는 사람이겠구나 싶어서 스스로가 상대의 아카이브가 되어 가는 느낌이에요. 아마도 이런 이유로 초기의 아스타틴도 지구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부활까지 시키면서 자신의 존재를 계속 기억되게 만들었겠다 싶어 한편으로 (아주 살짝은) 이해되기도 했고요.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상의 나"라는 문장과 "스스로가 상대의 아카이브가 되어 가는 느낌이에요"라는 @Jonas 님의 문장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어요. 저는 반대로 '의지'보다 '타인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그걸 온전히 놓지 못하고 있고요. 낯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제 인생의 주요 키워드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어떤 형태의 관계(결혼은 아니고요)가 있는데, 아직 그걸 이뤄내지(?)는 못한 것 같고, 그것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도 이게 무슨 궤변인가 싶네요(푸핫). 오, 저도 @Jonas 님 말씀에 소설을 다시 찾아봤는데, 정말 그러네요! 테라포밍 장비를 왜 가지고 간 거지? 결국 그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다시 이 삶을 이어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비록 에오스는 이 세상에 없지만요. 아니면 또 다른 빅피처? 후속편? 뭐가 됐든 열린 결말 같기는 합니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로마에서는 아오로라라고 불렀다. 오로라의 어원이다. 그녀는 사랑을 할 때마다 끝이 불행해지고야 마는 저주를 받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여인에게 화가 치밀 대로 치민 아스타틴이 잔인한 장난을 친 것 아닐까? 아스타틴은 자신의 실패작이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그 생각이 거대한 형상으로 우주에 펼쳐지도록 했다. 멀리서도 누군가 그걸 감상할 수 있도록. 비록 아스타틴 본인은 에오스를 기억하지도 못하게 됐지만 말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p. 296~297 , 장강명 지음
<2부. 이오> 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정말 잔인함의 끝판왕 같단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고 싶을 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끝이라고 할까... 고통의 끝조차 없도록 만든 걸 보고, 처음엔 '얼만큼 좌절하고, 상대를 증오하면 저럴 수 있을가' 하고 생각했는데, 제 질문이 잘못 됐더라고요. 아스타틴은 그만큼 괴롭고 좌절해서 에오스를 불행하게 했다기 보단, 그냥 그렇게 하는데에 만족하는 인물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고통받고 슬픈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고통 속으로 쳐넣어야 숨쉬는 인물요. 전쟁터에서 적군뿐 아니라 민간인 학살까지 다 해야 속편한 인물같았달까. 아... 쓰면서도 손가락에서 욕이 나올것 같...
북극 하늘 위로 오로라가 피어오른다. 회청색, 연푸른색, 연보라색의 세 줄기로 된 오로라다. 내 눈에는 그게 에오스가 흘리는 눈물처럼 보인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p. 301 , 장강명 지음
소설집 첫편을 읽고도 표지 잘골랐다! 싶었는데 <아스타틴> 읽으면서 머릿 속에 계속 떠오르는 색감들이 역시나 푸른색, 보라색, 자주색 등이었어요. 그러고 다시 보니 표지가 석양같기도 하지만 새벽빛 느낌도 났구요, 새벽의 여신 에오스처럼요.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오로라 보러 가는것도 있었는데, 덕분에 리스트에서 순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오로라 보게 되면 <아스타틴> 생각날듯요.
생각해 보니 <아스타틴>에서 오로라가 여러 번 등장했었네요. 저도 언젠가 캐나다나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다면 오로라를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이 소설을 기억하고 싶어졌어요. @Jonas 님의 색감에 대한 감상 덕분에 표지의 색감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됩니다:) 저도 이오를 읽으면서 아스타틴의 유치함? 에 단전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빡치다'란 '화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을 경험했죠. 자신을 사랑할 일은 없을 거라는 에오스의 고백에 "고장난 기계는 수리하면 된다"는 그의 생각이 참으로... 참으로! "내가 고통받고 슬픈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고통 속으로 쳐넣어야 숨쉬는 인물"이라는 말씀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그런 인물들이 영화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데, 그 심리를 따라잡기가 어려워요. 나만 죽을 수 없다, 네가 가장 아끼는 걸 파괴시키고야 말겠다... 뭐 이런 건가? 손가락에서도 욕이 나올 수 있다는 @Jonas 님 말씀에 손등에서 키워낸(?) 벌레로 겁을 주던 사마륨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저 너무 과몰입인가요). 징그러운 비유 죄송합니다(하하).
아직 그믐 초보라 쓰다보니 기능도 익숙지않고 실수 남발이네요ㅎㅎ 암튼! 대학교 교양때 철학개론도 안듣고 뭐했나 하는 아쉬움이..
마지막편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기술 가능하기 전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였어요. 이번 소설집을 통틀어! 가장 거부하고 싶은 기술이구요 ^^; 저는 그 방법이 기술이든 혹은 마법이나 신의 계시든 제 미래를 알고 싶진 않아요. (그러고 보니 이미 최소한 우리 모두 죽음이란 끝이 정해져있단건 알고 있지만요) <당신은 뜨거운 별에> 때 했던 이야기같은데, 여전히 저는 삶의 불확실성을 더 다행이라 생각하고 순간 순간 열심히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물론 예상 못한 순간도 있을테고 그럴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삶이 바뀔수도 있겠지만요. 제 자신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그런 두 사람의 미래를 확률로 예측 가능할거란 생각이 아직은 안들기도 합니다. 저의 15년 전과 지금 모습도 다르고, 신랑도 마찬가지거든요. IoT가 아무리 발달해도 과연 개인의 행복까지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도 저는 아직은 아닐 것 같아요. 가슴 벅차게 황홀한 행복감도 있고 크게 웃으며 온몸으로 표현되는 행복감도 있지만, 큰 걱정 없이 평안한데서 오는 고요한 행복감도 저한테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 마음의 상태를 과연 기술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못할거라고 믿고 싶네요.
"이런 기술이 가능하기 전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연애하고 있는 사람과 확률적으로 정해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허탈할 것 같거든요.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그 결과 자체가 다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꽤나 불쾌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로 사주나 궁합? 뭐 이런 것들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괜한 분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불편하더라고요. 책 속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이게 나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하하).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 또한 이제는 삶의 불확실성이 때로는 더 다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도 하죠. 두 사람의 미래를 확률로 예측 가능할 거란 생각이 아직 들지 않는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저도 이번 편에서 인상 깊었던 여러 문장 중 하나가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기도 했거든요. "이제 이유진은 인간 삶의 기본 조건에 불확실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 의복, 주택, 안전만큼 중대한 문제는 아닐지 몰라도 애정이나 존경, 소속감보다 후순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불확실성은 그런 조건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미래가 어떨지 몰라야 사랑하고 모험하고 발견하고 결단할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기술이 나에 대해 파악 가능하고 관계에 대한 확률까지 예측가능한 세상이면 (게다가 그 기술 사용이 일반적이다면), 외려 아무하고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할것도 같고요. 내 안의 온갖 찌질하고 이상한 모습까지도 모두 파악되는데, 그런 나와 맞는 사람이라면.. 흠.. 전 만나기 싫을것도 같아요 ㅎㅎ 무엇보다 최근 장맥주님 이야기처럼 올해의 나와 내년의 나는 다를거고, 혼자 있으며 변해가는 일년 후의 나와 누군가를 만나며 변해가는 내년의 나는 완전히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연애 기간동안안의 내 모습이 빅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에 따라 관계의 모습도 바뀌구요. 흠.. 첨으로 이 기술만큼은 불가능할거야! 혹은 나라면 절대 안쓴다! 하고 확신을 갖고 있네요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무서울 것 같아요. 다 정해진 세상. 이 책의 제목처럼 제가 보고 싶은 대로 살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 안의 온갖 찌질하고 괴상한 모습들을 다 알고 분석당한다는 것도 썩 그렇게 유쾌할 것 같지는 않아요. 아무리 사랑해도 적절한 내숭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유동적이고, 능동적인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Jonas 님 말씀처럼 누군가를 만나며 매년 변해가는 저의 모습은 분명 그전과는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저의 이전 연애들을 돌아봤을 때도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에 따라 반응하는 제 모습도 다 다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오늘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제가 좋아하는 <빅이슈>라는 잡지를 보면서 왔는데, 8년 차 사진작가님이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글귀를 보면서 왠지 이 내용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항상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 상반된 두 가지 결말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기쁨과 슬픔, 좋음과 나쁨, 만남과 헤어짐, 얻음과 잃음, 결국 관계란 떼어낼 수 없는 사람 간의 이끌림과 밀어냄의 현상이 아닐까. 우리는 하나의 특성만을 좇거나 피할 수 없다." 제가 남자친구와 종종 농담처럼(?) 나누는 말이 있는데, "사랑해, 일단 오늘까지는"이거든요(과연 농담인 것인가). 불확실성이 삶에 주는 여러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빅데이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모든 걸 다 예측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도 "이게 우리야"라고 외치는 마지막 대사처럼요.
<데이터 시대의 사랑> 제목과는 달리 아주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흐뭇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님 제목을 좀더 부드럽게는 안될까요?? ^^;;(전 제목때문에 사회문제적 소설일거라 예상했는데 로맨틱하네요~^^) 이유진과 송유진은 데이터 분석업체때문만 아니라면 더 행복하게 사랑했을까요??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에 대한 부족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작품 속에서는 왠지 과학적으로 보이는 데이터 분석업체의 평가에 귀기울이게 되지만 이미 과거에도 뭐~~ 어떤어떤 사주의 여자와 결혼하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다는 등 무서운 이야기들로 겁을 주는 경우는 있었으니까요~ 왠지 이 데이터분석업체가 그런 결혼 전 궁합보던 곳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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