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깊게 고민할수록 답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만 확인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답이 있기는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저는 ‘각자 나름대로 윤리적 지향을 갖고 살자’는 말에도 아주 흔쾌히 동의하기는 어렵거든요. 분명히 ‘옳은 일’에도 위계가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옳은 일의 위계 목록은 파시즘으로 이어질 것 같아요.
옳은 일 사이에는 위계가 있는가? 사람과 동물의 생명이 같은가? 아니라면 북한인권 문제가 동물권 이슈보다 더 중요하지 않은가? 개와 모기의 생명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나? 아니라면 아닌 이유는 개가 지능이 더 높기 때문인가? 그러면 지능이 높은 인간은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더 존엄한가? 전자모기향을 피워 놓고 이런 질문들을 잠시 던져 봅니다. 그런데 저는 다리 많은 친구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를 보면서도 생래적 혐오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p. s. 아... 홍시... 무슨 까마득한 옛날 영화나 드라마 대사인가 보지요...? 저언혀 모르겠는데요?
'옳은 일'에도 위계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에 다시 또 생각이 깊어집니다. 그러네요. 생각해 보니 각자마다 생각하는 옳다가 다 다른데, 그게 과해서 극단적일 때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자신의 옳음만을 지나치게 강조(라 쓰고 강요라 읽는)하는 분들을 보면요. 뭔가 자신만의 정의감? 도덕적 우월감? 에 지나치게 취해있는 것 같은데, 본인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는 모습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저 또한 그런 저를 자주 경계하려 하고요(자기 객관화가 가장 어렵죠). 다만 스스로 깨어있기 위한? 깨지기 위한 노력은 자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신 부분도 저는 '아차' 싶었어요. 작가님이 책에서도 북한 주민들에 대해 '타자조차 되지 못한 존재'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팔과 다리의 가격>을 읽으면서도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무관심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던, 먹먹했던 기억이 나고요.
오, 이 책도 제목이 너무 귀엽(?)네요. 읽기 목록에 추가하도록 하겠지만, 읽다가 징그럽다고 느끼면 과감히 포기하겠습니다. 작가님도 저도 읽기를 중단하지 않고 완독한다면 언젠가(적어도 살아있는 동안 한 번은)는 이 책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홍시...는 그 있어요. <대장금>이라고. 제가 초등학교 때 봤던 음... 굉장히 유명한 사극인데, 뭐 모르실... 수 있...ㅈ...
『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 읽고 나서 모기가 우리한테 해준 게 크지 않다 싶으면 과감하게 박멸에 한 표를 던지려고요. ^^ (대장금... 아... 옛날에 그런 드라마가 있었다고 어르신들한테 들었던 거 같아요... 흑백 드라마였... 죠... 아마...?)
저는 몇년 전부터 한국도 곧 비건시장이 꽤 커질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조용한게 좀 의외였어요. 유럽은 비건 전용 식자재매장도 많고, 식당에도 비건메뉴 표시가 흔해서 우리나라도 곧 바뀌겠구나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 사람이 유난히 육식을 좋아하나.. 아님 가격 문제인가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변분위기가 큰 영향을 끼치는것 아닌가 싶어요. 소설에도 나온 것처럼 상대가 비건이라하면 내가 괜히 비난받고 불편해지는 맘이요. 그런 분위기가 준채식이든 완전한 채식이든 자신의 선택대로 하는걸 더욱 망설이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코로나때 확진자체보다 확진자 동선공개를 더 걱정할만큼 주변을 신경쓰는 분위기인 사회니까요.
한국인의 전통 식단이 서양 기준으로는 이미 세미 베지테리언에 해당하는 수준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201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인 1인당 육류 섭취량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데 채소 섭취량은 2위, 해산물 섭취량은 1위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외식은 평소에 많이 못 먹는 동물성 단백질을 즐기는 것’이라는 관념들이 있지 않나 합니다. 집에서 비건식으로 먹고 싶으면 그냥 나물 반찬으로 밥 먹으면 되고... 주변 분위기 하니까 떠오르는 여담입니다만, 저는 삼겹살집에서 부서 회식을 할 때에도 고기는 안 먹고 공깃밥과 쌈 채소, 밑반찬들만 먹은 적이 종종 있었는데, 제가 고기를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더군요. 술만 잘 마시면 되는 회사였습니다.
오, 코로나의 동선 공개로 비유해 주시니 단번에 이해가 됐어요.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화'가 식문화에도 녹아있는 것 같아서요. 기후 위기에 진심인 '타일러 라쉬'도 자신의 저서에서 말하길 한국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걸 왜?'하며 이상하게 보거나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기는 시선이 많은데, 약 때문에 안 먹는다고 하면 쉽게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고요. 가치관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게 잘 통용되지 않는 거죠. 몸(건강상 이슈)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는 건 괜찮지만, 가치관 때문이라면 사회적, 문화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마음가짐을 '굳이 왜'라고 말하는 것 같아 답답함이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라요.
그리고, 이건 이번 책과는 무관한 얘기지만 @Jonas 님의 인생책 중에 최근에 제가 읽었던 책이 있어서 반갑네요. <문맹>이라고. 저는 백수린 작가 책을 읽다가 이 책도 알게 돼서 읽었는데, 뭐랄까. 책 자제는 굉장히 얇은데 작가의 미세한 감정선(모국어에 대한)이 잘 녹아나있어 읽으면서 마음이 먹먹해지더라고요. 그 외에 다른 책들 중에도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이 겹치는 것 같아 내적 친밀감이 더 생겼습니다:)
<문맹> 너무 좋지요? 작가가 프랑스어를 읽고 쓰게 된 이후에 드디어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많아졌다고 하는 뒷부분에서 울컥했던 기억이에요. 저는 오히려 이 책으로 백수린 작가님을 알게 됐답니다. 이런 글을 대체 누가 번역한거지? 하고 역자가 궁금하단 생각하며 읽었는데, 책 후반에 옮긴이의 말이 끝내주게 좋아서 안 찾아볼수가 없었어요. 어찌보면 <문맹> 책의 큰 장점이자 작은 단점같기도한 ^^;; <여름의 빌라> 읽고 너무 좋았는데, 최근 나온 신작 장편은 아직 못보고 있네요.
그런 생각들이 위안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헤어밴드를 쓰고 자판을 두드리면 이내 '라이터스 하이'라고 하는 몰입 상태가 되었다. 즐거웠다. 그래서 무서웠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사이보그의 글쓰기> / 55%, 장강명 지음
저는 이제 '사이보그의 글쓰기'를 다 읽고, 주말에는 '아스타틴'을 읽으려 해요.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한 편 한 편 천천히 아껴 읽고 있어 속도가 느리다는 점(하하). 근데 위에 저 문장 속 헤어밴드처럼 여러분도 혹시 무언가에 중독? 의지? 하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이 책에서는 그 적정선이 모호한 것 같았거든요. 공기나 탄수화물, 랩톱 등을 비유한 것도 그랬고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몸을 해하거나 지나치게 중독되는 건 얘기가 조금 다를 테지만요(제 남자친구도 담배를...) 제 경우에 보여지는 건 카페인이 중독적이고, 보여지지 않는 건 생각인 것 같아요. 집요하게 생각의 꼬리가 늘어지는 경우가 꽤 자주 있는데, 그게 참 독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저는 디지털 기기에 중독되어 과하게 의지하고있는 것 같네요..ㅎㅎ 이제는 어떤 순간이든 항상 함께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너무 많이 사용하는 절 보면서 좀 무섭기도 한..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도 노래를 틀어두고 읽으니 뭔가 줄여야지 줄여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요.ㅎㅎㅜ
저는 카페인과 알코올에 심리적, 생리적 의존이 있습니다. 결혼 초에 주말에 거의 하루종일 잠만자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걸 아내가 신기해했던 적이 있는데, 커피를 안 마셔서 그런거더라고요. 어쩌다가 오전에 커피를 거르거나, 약한 커피만 조금 마시게되면 하루종일 불편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헤어밴드가 있다면 저는 꼭 구매해서 써 보고 싶습니다. ㅋㅋㅋ
저도 카페인요. 술은 좋아하지만 맘먹으면 몇주쯤 금주도 가능한데, 커피는 도저히 못 줄이겠더라구요. 특이한게 평소엔 손에도 안대는데 사무실에선 꼭! 믹스커피를 마셔야 업무모드가 시작되는 느낌이라 사무실 도착 직후랑 오후업무 시작 전엔 꼭 마십니다;; 주말에는 믹스커피는 생각도 안나지만 라떼든 아메리카노든 꼭 마셔야하구요.
가능한 헤어밴드는 안쓰고 싶은 사람 한표요.^^; 저는 성격상 사용하다가 안하게 됐을때의 그 괴로움을 못견딜것 같아요. 자괴감에 괴로워하다가 병나버릴 스타일이요. 하다못해 사진 포토샵도 제모습이 아닌게 싫어서 안하거든요;; 저는 오히려 소수의 누군가들이 다수에게 헤어밴드를 착용하게해서 일 시키고 지배하게 하는 상황을 생각했답니다. 회사 출근하면 자리마다 헤어밴드 하나씩 있고, 프로젝트 데드라인 가까워져오면 성능 더 높이고 ㅎㅎ 옵터도 왠지 지배층에선 안쓸것 같다는 생각이.. 예술 중에도 라이브로 감상하는 음악 같은 경우는 헤어밴드 없는 공연이 프리미엄 공연이 된다거나, 음대 실기 시험 전에 헤어밴드 못끊어서 고생하는 수험생이라든가 (그러고보니 스포츠에서 도핑이랑 같네요)ㅎㅎ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저한테도 카페인은 ‘제정신으로 살기 위한 필수 성분’쯤 됩니다. 지금은 많이 줄여서 하루 서너 잔쯤 마시고 있어요. 커피가 들어오기 전 조선시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데, 하긴 홍차나 녹차로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었겠군요. 소설에 나오는 헤어밴드가 상품화된다면 어떻게 할지 저는 아직 판단을 못했어요. 그런 걱정 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비슷한 존재로 챗GPT가 나와 버렸네요. 저한테는 아직 소설 집필에 쓰기는 챗GPT가 부족해 보이는데, 조금 더 성능이 좋아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저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제 지시사항을 받고 챗GPT가 쓰는 글을 제 글로 받아들이기에는 저는 너무나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엄청난 작업 효율을 보장해준다면? 으으으.
챗GPT.. 정말요. 저번에 저희가 무슨 행사참여메일을 보내야할 때가 있었는데 팀원이 gpt로 하면 편하다며 쓱쓱하더니 바로 보내더라고요. 점점 크고작은일에 너무 GPT가 많이 관여하는데.. 이 소설과같은 영역에는 들어오지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네요..ㅎ
앞의 글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진짜 이번에 이 모임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부족한 저의 지식이 여기에서 다 채워지는 기분입니다 :D [나무가 됩시다]를 읽고 예전에 무루 작가님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읽었던 때가 떠올랐어요. 당시 책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오늘부터 고기를 먹지 않겠다! 라고 선포하고 3일만에 포기했었어요 ;; (외식에서 고기를 빼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ㅠ) 너무 진지하게 말했던 터라 한참이 지나고 지인과 고기를 먹다가 지인이 "근데 너 고기 안먹는다고 하지 않았어?"라는 말에 얼마나 무안하던지. 얇팍한 마음의 심지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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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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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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