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인정받고 평탄한 삶을 살아오신 분께서 갑지기 이런 깨달음이 찾아온다면?? 그럼 두려울거 같긴 하네요~ 🤔
나의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허무하고 속상하고 다시 0에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낯선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하지만 전 그 정도로 뛰어나게 인정받은 적은 없어서~^^;;
그냥 그 모습 또한 내가 남과 다른 모습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스티브 잡스가 스텐포드 졸업식에서 했다던 언젠가 이 점들이 나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을거라던 말을 전 믿는 편입니다
아주 사소한 때로는 힘든 기억들로 쌓여진 오답들이 저로 만들어 가더라구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거북별85
Jonas
작가님이 SF 좋아하시고 작품들도 쓰신건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동안 읽어보진 못했는데;; 이번 소설집 읽으면서 새로운 글들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꾼에게 "재밌는 얘기 더 해주세요~"하고 막 조르고 싶은 맘으로 이런 글들 더 써주세요 하고 싶달까;;
어제는 3번째 작품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을 읽었는데, 생각지 못한 결말이 있을거라 예상되면서도 결말이 굳이 안궁금하다 싶을만큼! 초반부터 쭈욱 집중도가 높았어요.
앞의 두 편도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세번째 작품은 특히나 더욱 대화들이 기대됩니다 ^^
연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먹고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더라도, 누군가 몰래 물에 타놓은 그 약을 모르고 먹게 되는 것과 스스로 복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은 뜨거운 별에> / 21%,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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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이 뒤에 이어지는 '오답을 선택하기 위해 자신으로부터 도망친 아이'라는 수정의 표현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번 편은 금성이라는 낯선 행성과 인간과 로봇의 묘한(다소 잔인한) 결합들이 신선하기도 했지만, 엄마와 딸의 관계에 더 집중하며 읽었던 것 같아요. 과학자로서 한 길만을 우직하게 파오던 수정의 모습 안에 어쩌면 자신조차 몰랐던 진짜 감정이 숨어있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그걸 천천히 알아가는 것 같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딸과 연대하며 마침내 그 집단에서 벗어나려 하는 모습을 굉장히 응원하기도 했고요. 소설에는 없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살짝(아니 많이) 궁금해집니다.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은 이야기였어요. 저는 이제 세 번째 단편을 읽기 시작하렵니다:)
Jonas
@연해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어요. 왜 하필 모녀 서사일까. '부자', '부녀' 혹은 '모자' 서사였다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이나 분위기가 잘 상상이 안 되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하고요. 애증의 모녀 서사가 유독 우리 나라에서 강하게 있는건지 외국도 비슷한건지.. 외국 소설이나 영화 중에 이런 정서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Jonas
똑같은 작품도 읽는 사람마다 정말 다양하게 받아들이는구나 새삼 느꼈는데요.
저는 @연해님의 글처럼 응원하고 싶단 마음이 들기보단, 처음부터 비극의 결말을 베이스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왜 항상 열린 결말에선 비극부터 생각하고 보는건지..;) 결국은 닿지 못할거고, 다시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해서 그들의 이후 서사는 생각지 않고 있었어요. 오히려 수정의 소설 이전의 전사를 궁금해하고 있었답니다. 저는 삶의 소중한 무언가 (가족이든 자신의 꿈이든 신념이든)가 있고, 모든걸 다 걸더라도 그걸 위해 나아가는 인물들에 항상 매혹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금성을 가게 됐을때의 몇년 전 수정의 마음이나, 결국은 그곳에 남게될(?) 상황마저도 감수하는 선택까지 참 그녀답다.. 라고 생각했지요. 저라면 음료회사에 분노하고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더라도 "포기한다"가 선택지였을것 같거든요.
연해
오, 이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정말 그러네요!
저는 '여성'과 '엄마'의 정체성? 으로 봤는데, 애증의 모녀 서사라는 말씀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재작년쯤에 김지윤 작가의 <모녀의 세계>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말하길 모녀의 세계는 20~30년 이상 뒤엉킨 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타래 덩어리 같다고 하더라고요. 부부 갈등과 고부 갈등과는 달리 모녀 갈등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녀 사이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만한 일들조차 아예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그리고 외국 소설 중에도 모녀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혹은 잔인하게) 담아낸 작품 중에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으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딸은 딸이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은 읽다 보면 제 경험이 자연스레 묻어나고 떠오르다 이내 비교하며 해석하다 보니 저의 결말은 응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와서 제가 저의 엄마를 바라보며 느끼는 지향점이기도 해서요. 바로 엄마의 삶을 향한 응원이죠. 근데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딸은 딸이다>는 오히려 반대의 결말이...
@Jonas 님의 글을 읽으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니 너무 흥미로워요. '모든 걸 다 걸더라도 그걸 위해 나아가는 인물들에 항상 매혹된다'는 말씀도 인상 깊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 둘의 관계가 '부자', '부녀' 혹은 '모자'의 서사였다면 제가 또 어떤 마음을 품었을지(?)도 문득 궁금해집니다. 아니면 어릴 적 단짝 친구였다면? 성인이 되고 각자의 길로 갈라섰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우정을 되찾는 서사였다면?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더불어 저에게 SF 장르는 아직 많이 낯설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소설에 주요하게 담긴 세계관이나 과학적 상상력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과 관계에 더 몰입하는 저를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해력의 부족인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지나가던 문과생이 말했다).
Jonas
수정이 남자 주인공인 헐리우드식 각색을 상상해봤습니다 ㅎㅎ
우선, 지구의 누구에게도 도움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거에 요. 탐사선의 동료 외국인 우주인들까지 모두 이끌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해서 기자회견을 하며 음료회사의 만행을 폭로해버리는거죠. 그 모습을 뒤에서 멀찍이 지켜보고 있는 (과거의 오해로 사이가 멀어진) 마리와 감격의 포옹을 하며 엔딩-
쓰고 보니 제가 꼭 눈물찔찔을 강조한 광고주 대리인이 된 기분이네요ㅎㅎ
장맥주
으헉!! 너무 싫은데 할리우드에서 각색하면 딱 그렇게 되겠죠...?
장맥주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지금은 절판한 2019년 단행본 작가의 말에서는 ‘자기 몸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당한 여성과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박탈당한 여성이 함께 억압에 맞서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이야기'라고 적기도 했어요. 그런데 작가의 말이 너무 과한 것 같고, 또 단행본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번 단행본에는 싣지 않았습니다.
거북별85
읽을수록 STS란 분야가 참 흥미롭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는 학문 분야라니까요
책을 읽다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예전부터 막연히 의구심을 품고 걱정했던 분야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잘 구체화하시고 소설로 잘 표현하셨을까 신기했습니다
김소연작가님의 <특이점>이란 단편소설과 넷플릭스의 <돈룩업>을 보며 자본과 과학기술은 서로 단단히 결합해서 정신없이 달려나가는데 사회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잡고는 있는지 걱정되더라구요~
요즘은 '문송합니다'라며 문과인걸 죄송하게 생각한다던데 (취업이 안되서) 원래는 과학자 자본가 인문학자들과 정부가 과학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서로 올바른 토론과 합의를 이끌고 달려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도 계속 뉴스에 나오시면 과학자겸 거대자본가분들을 보면 영화 '돈 룩업'의 악덕기업가 피터가 떠올라 으스스하더라구요~ 뭐 방향성 잃은 초음속비행기에 타고 있는 기분이랄까,~^^;;
거북별85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STS 수업이 개설되면 좋겠어요
KAIST에 인재융합합부가 있다던데 이런 수업을 진행할지 궁금하더라구요~~~^^
코멘터리북에 나오시던 홍성욱 교수님책도 다음번에 함 읽어봐야겠어요~
거북별85
종종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171<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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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결국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으며, 주어진 매 순간 최선이라 믿는 선택을 내릴 뿐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178<나무가 됩시다>,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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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코멘터리북>에서 홍성욱 교수님과 지도학생과의 일화가 나오는데요.
스물 아홉살 정도의 학생이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엄습에 상담요청합니다
그러자 지도교수님은 10년 뒤 미래가 빤히 보이는 본인이 더 행복하지 않다고 인생을 바꾸고 싶다고 하는데요~
음~ 전 학생의 암담한 불안감이 더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30대때 칠흙 같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다니는 기분이었는데 음~~ 젊고 여러가능성이 열려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안들던데~~ ^^;;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알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이라 믿는 선택을 해야 겠죠!!^^ 시간이 흘러도 예측불허의 상황은 큰 파도처럼 한번씩 오더라구요^^
Jonas
저도 아주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평소에도 잊지 말아야지 하고 자주 생각하는 내용이구요. 물론 머리론 알면서도 오늘밤 월요병에 시달리며 헛되이 한두시간쯤 보내리란 것도 알지만요 ;;
아마도 교수님의 이야기는 그 학생이 겪고 있는 그 시기를 이미 다 관통해온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같아요. 그 시절의 자신이 행복했다기보단 다 지나와 돌아와보니, 불확실하지만 가능성 또한 열려있던 그때가 결국 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라고요.
훔.. 불안감과 안정감 모두 경험해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려나요.
(안정되려면 멀었으나) 그래도 저는 여전히 인생의 불확실성을 훨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
장맥주
저도 코멘터리 북에서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스물아홉의 불안함 쪽을 더 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도 ‘칠흑 같은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기분’이 드네요. 프리랜서라서 그런 면도 있고, 그냥 세상이 점점 더 불확실하게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행히 배우자가 있어서 홀로 떠다니는 것 같지는 않고, 조각배에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거북별85
우리는 미래에 대해 용기를, 과거에 대해 책임감을 품어야 한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178 <나무가 됩시다>,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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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정말 좋은 말인데 솔직히 지키며 살기 쉽지 않더라구요~ 가끔 사람들이 왜 여러 변명을 대며 결정을 미루고 내가 한 행동이지만 결과에 남탓을 하게 되는지 알겠더라구요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지요~
하지만 용기와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면 결국 내삶의 운전대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오겠죠~^^
챠우챠우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집에서 <사이보그의 글쓰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제가 알기로 장강명 작가님은 카이스트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단편을 읽고 톡소플라스마가 잘 생각이 안 나서 책도 찾아보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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