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의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저는 공기의 온도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설에서 현실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서늘해지면서 새삼 문제의 심각성이 확 와닿았달까;;;;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Jonas
연해
“ 증강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 그 세상은 건조한 사실들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식으로만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 세상은 사실과 인식의 충돌 면에서 불꽃처럼 피어나 덩굴나무처럼 우리 의식을 휩싸며 자라요. 불행한 사람들은 실재하지 않는 자신의 상상을 퍼뜨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걸 믿게 해서 집단 의식을 바꾸고, 끝내는 객관적 사실까지 변화시켜요. 많은 사람이 믿으면 그건 그대로 현실이 돼요. 화폐 같은 게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는 각자 바람직한 세상을 창조할 권리가 있고, 옵터는 그걸 도와줍니다.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 5%,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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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저는 사실 이 부분이 항상 애매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옵터'라는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걸 명시적으로 문제 삼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가 중독(?) 되어 있거나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삶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한데, 건강을 해치는 여러 가지 중독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저는 기술의 발전을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이런 지점들 같습니다. 그 속도감 덕분에 스스로 사유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문화가 팽배해져가는데, 저만 그걸 불안하게 느끼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할 거야"라는 생각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다는 입장이긴 한데, 그럼에도 어떤 다양성은 존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고요. 다 개개인의 방식이겠지만 여전히 참 어려워요.
소복소복
“ 나는 아동보호국 공무원의 권한으로 강아지 로봇 조종권을 확보했다… 젊고 우아한 어머니가 웃으며 나를 따라가라고, 아무일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전자 영장에는 아이의 증강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막아설 엄두를 못냈다. 그들의 주관적 현실 속에서는 무장 드론이 나를 호위하고 있었으니까. ”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29,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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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소복
이 부분과, 마지막장의 아이의 발작에 옵터의 채도를 올렸다는 그 문장을 보면서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거부감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감정이 느껴진 것 같아요. 강아지, 한 사람, 여러 사람, 그리고 결국 본인 자신까지 옵터로 조종을 하고 나서야 이 불쾌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사람들이 옵터에 과하게 빠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 공무원조차도 옵터의 힘을 최대로 빌렸다는 점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결국 언젠간 처벌조차도 증강현실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거북별85
저도 불편한 장면에서 옵터의 채도를 올리는건 아닌거 같아요~ 불편한 현실도 불편하지만 바라볼 용기가 있어야지 약간의 개선의 여지라도 있지 않을까요?? 옵터에 의해 가짜로 점철된 공간이라는 말이 참 와닿습니다
연해
결국 언젠가는 처벌조차도 증강현실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는 말씀에 섬뜩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만든 기술들을 어디까지 의존하고, 어디서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장맥주
네, 제가 의도한 대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자를 썩 호감가지 않는 인물로 그렸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독자들이 찜찜한 느낌이 들게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소설 창작 수업을 할 때 수강생들에게 ‘주인공의 욕망과 두려움이 뭔지 잘 파악해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단편의 진짜 주인공은 화자인 공무원이 아니라 크루즈 탑승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특이한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소복소복
작가님 말씀을 보고 주인공이 크루즈 탑승객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으니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드네요. 탑승객의 시점으로 읽으니 화자가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과연 그들의 욕망과 두려움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했고요. (다른 소설을 읽을 때도 이런 점을 생각하며 읽으면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읽을수록, 저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가 취해야 하는 행동이 무엇일지, 무엇이 옳은 것일지... 쉬이 답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한편으론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이야기하기 좋은 주제겠죠. 고민의 과정을 즐겨봐야겠어요.
연해
소복소복님의 댓글 덕분에 저도 좋은 답을 얻어갑니다. 주인공이 크루즈 탑승객이라는 작가님의 답변도 너무 신선하고요. 혼자 읽었다면 몰랐을텐데, 이렇게 서로의 감상을 나누니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즐거워요.
고민의 과정을 즐겨봐야겠다는 말씀에 제가 다 설레네요:)
소복소복
저도 너무너무 즐거워요. 텍스트로는 간결하게 표현했지만, 댓글을 볼 때도 쓸 때도 한가득 미소 지은 채로 있답니다! 사실 독서모임을 좋아하는데 마땅히 할 공간이 없어 아쉬웠던 차에, 그믐에서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지인들과 하는 모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첫 그믐 모임에 이 책의 저자이자 좋아하는 작가님과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운이 정말 좋았어요!)
저도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 열심히 줄 그어가며 읽어보겠습니다:)
연해
으아, 댓글을 볼 때도 쓸 때도 한가득 미소 지은 채로 있다는 말씀...! 사실 저도 그래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는데, 독서모임이 이렇게나 설렐 일인가 싶어요.
저는 이제 막 두 번째 편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남은 기간도 우리 다양한 이야기 나누어요:D
Jonas
늦었지만 모임 개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런 기분 좋은 호사를 다 누립니다ㅎㅎ
단편집이 한편씩 읽으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장점이 많네요
거북별85
ㅎㅎ 전 그믐에 처음 참여했을 때 작가님들이 같이 계시는 줄 몰랐거든요(모두 아이디로 활동하셔서^^;; )
나중에 작가님들이신거 알고 참 많이 설레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궁금한 점들도 많은데 혼자 추측하다 조용히 덮곤 했거든요 하지만 같은 책을 읽으며 다른 분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더구나 작가님까지 뵙는다면~!! 너무 감사하죠^^
Jonas
저는 오히려 이런 세상이라면, '처벌도 일정 기간 옵터 사용을 금지하는거로 하겠다' 하고 생각했는데, 소복소복님 글을 보니 완전 반대의 상황도 그럴법하네요;; 처벌의 대상을 증강현실 속 인물로 할지, 실제 세계 속 인물로 할지 자체부터 정리되어야 하니;;
법 체계부터 다층적으로 바뀌겠어요 으아아..
소복소복
헉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이에요..! 점점 이야기할 수록 생각할 거리가 늘어나네요. 이런 세상이 오고나서 논의를 하면 늦을 것 같아요.. 미리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거북별85
저도 동감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달려나가는데 이를 제어할 논의나 법적대응은 항상 늦더라구요~
이번처럼 여러 다양한 가능성들을 논의하며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 복소복
한편으로,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세계에 살고싶다는데 그게 왜 안되는지(?) 납득하게끔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만약 모두가 그렇게 살아도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요? 만약 잘 굴러간다면 각자 원하는 세계에 살아도 되는걸까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가짜로 점철된 공간에서 사는 것은 평생 꿈만 꾸면서 살아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아요.
연해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세계에 살고 싶다는데"라는 말씀에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이 원하는 세계에 살아도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다만 책에서는 이런 문장도 나오는데,
"한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죠. 모든 사람이 각자의 세상만을 고집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라는.
이 의견이라는 걸 누가, 어떻게,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안에 먹이사슬 같은 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하면 또 알게 모르게 권력들이 생겨날 테니까요. 가짜와 진짜에 대한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보니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소복소복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더 확장되는 것 같아요:)
소복소복
감사합니다. 저도 연해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 과학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과학 기술과 실제 현실이 서로 괴리감이 없도록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체 현상이 일어나고 과학과 사람들의 인식 간에 차이가 크면 클수록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이 글에서 짚어주신 부분처럼, 혹은 그 이상의 문제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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