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근데 신기한 건, 저도 이 공간에서 달달한 연애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그동안 읽었던 책 목록을 가만히 들여다봤는데 정작 그렇게 달달한 사랑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뭔가 다 한 가지씩은 저마다의 슬픔이 담겨있고 끝에 잘 안되거나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와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입니다. 특히 백의 그림자는 소설 배경만 놓고 보면 로맨스라고 보기는 살짝 어렵지만, 저는 두 사람의 사랑이 그 소설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사실 저는 아스타틴도...).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소설은 아니고 총 스무 명의 작가가 쓴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에세이집인데, 달달한 이야기는 아니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담겨있는 여러 작가의 글 중 개인적으로는 김소연, 이도우, 박준, 정세랑 작가의 글이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또 좋아하는 책이 한 권 더 있네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라는 책인데, 말랑말랑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 둘의 사랑이 참 아름다웠어요.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너무나 마음 아팠던 책입니다. 있어요. 그 어떤 분이 쓰신 책인데(ㅋㅋㅋ), 저는 읽으면서 되게 좋더라고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롱 스테디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이도우 작가의 장편소설. <잠옷을 입으렴>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시골 마을의 낡은 기와집에 자리한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을 중심으로 한 용서와 치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를 펴낸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2009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으로, 김이설의 <나쁜 피>, 이홍의 <성탄 피크닉>에 이은 '민음 경장편'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싱어송라이터 요조, 영화평론가 정성일, 시인 황인찬, 소설가 김중혁, 기생충학 박사 서민, 만화가 김보통 등 완전히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스무 명의 남자와 여자. 이들 앞에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제목만 쓰인 빈 종이가 놓여졌다. 이들은 과연 빈 종이에 어떤 내용을 적어 내려갔을까?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은 스무명의 필자들이 ‘읽기’라는 ‘만남’을 통해 자신들과 지극히 사적인 관계를 맺은, 그래서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연애소설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등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해온 문학동네작가상의 이번 수상작은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진짜 ㅠㅠㅠ 저 두권 사서 오려놓은 문장이에요..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도 읽어봐야겠습니다. 필진분들 하실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으아... @지금 님도 그 대사에서 울림이 있으셨군요. 두 권 사서 오려놓으셨다니! 그 책은 읽으면서 화가 나는 부분도, 마음 아픈 부분도 많았는데 결국은 정직한 사랑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 사랑과 정직이 어울리는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연애소설이 필요한 시간'도 정말 좋아요. 그 책을 집필한 작가들의 모든 글이 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지만(몇몇 편은 살짝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여럿 있어 든든한 마음으로 잘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 님께도 좋은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네 종이책 사러가는 시간도 못 기다려 이북으로 결제했습니다 ㅎㅎ 추천 감사해요 !
소설 그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참 반갑습니다 ^^ 저는 이 책도 처음 읽고는 깜짝 놀랐어요. 작가님 글을 많이 읽었다 생각했는데 아주 일부였더라고요. 개인보다 사회에 더 포커스한 작품들만 있는줄 알았는데 이 작품은 훨씬 '개인'에 초점을둔 이야기로 읽었거든요. 살짝 옆으로 새어보면, @지금 님이 오려 놓으신 저 문장은 어떤 의미로 좋아하셨을까요? 내게 저런 말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아니면 누군가를 저런 맘이 들만큼 사랑하고 싶다?
저의 답을 살짝 더해보자면 제 경우 @Jonas 님이 말씀해 주신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그럼 단순하게는 왜 유독 저 문장이 좋았을까를 생각해 봤어요. 그건 아마도 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저 대사를 읊는 장면에서 저는 이 남자가 이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 진심은 어떠한 행위로서의 진심이 아닌, 존재 그 자체로서의 사랑 같았어요. 네가 무언가를 해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너라는 사람 자체를 온전히 사랑한다의 느낌이랄까요? 뭐 사실, 이 공간에서도 종종 나눴던 얘기지만 저는 엄마와의 관계가 썩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그건 아마 자라온 환경에서 느껴온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제 경우 원가족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속성은 '쓸모'가 주를 이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존재 그 자체가 아닌,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야만 비로소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랄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의 이유(고장난 딸은 필요가 없다)로 사랑을 받고 있어서 늘 위태롭습니다. 필터가 잘못 끼워지니 이렇게나 비뚤어진 사람으로 머리가 자라버렸는데, 이 생각이 쉽게 바뀌지는 않더라고요. 그런 의미로 저 대사를 읊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게 물으신 게 아닐 수도 있지만.. ㅎㅎ 저 문장 말고도 소년이 소녀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나, 처음과 끝에 대해, 해피엔딩에 대해, 소년이 소녀의 눈을 감게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 등등을 다 좋아했는데요. 슬프고 아름다운 것은 마음에 어떻게든 고이는가봅니다.. 저는 사람을 만나자 마자 끝을 생각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새로운 학교에 입학해서 만난 친구와는 언제까지 우리가 만날까, 호감가는 사이가 생기면 이 감정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까, 누군가의 친절로 마음이 잠시 따뜻해질때면 이 온기가 시간이 지나 식고나면 그 쓸쓸함을 어떻게 버틸까, 회사에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언젠가는 이직하겠지 떠나고 멀어지겠지 생각하는 등등.. 삶에서 좋고 따뜻했던 순간들, 꼭 영원처럼 붙들고 싶었던 순간의 마음들이 시간에 먹혀 다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기를 반복하면서 슬픔이 더 컸었는데, 진짜 고맙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네가 이대로 세상에 사라진대도 너 없는 세상에서도 너가 나에게 준 것은 이 안에 남아있을거야’ ‘네가 나를 아프게하는 순간이 온대도 나는 이 마음을 언제든 꺼내서 물리적으로 다른 순간의 눈으로 너를 볼 거야’하는 마음이 나오는!! 그 이후에 그믐을 또 읽게 (2차로) 됐는데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난 그걸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고마워 진심으로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거야’ 곧 적을수있는 마음이 선명할 때 이 문장을 고마운 사람에게 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편지 적어주면서 오려 붙였던 것 같습니다. (당보세 이야기하다가 그믐이 길어졌네요ㅠㅠ)
허엇! 저도 @지금 님이랑 아주 비슷했거든요. 항상 관계의 끝부터 생각해서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소중해지더라도, 내가 한 선택으로 총합 +100이 더 커진다해도 -1 만큼의 부정적인게 생긴다면 피하고 싶더라고요. (하앍..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공대의 한계입니다 헤엣;) 쭈욱 그러다가 예전 일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게 됐는데 그 영화 보고 처음으로 아.. 나도 끝을 알더라도 후회 않고 이 선택을 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생각을 하는 나 자신한테도 놀랐던게 기억나네요. ^^ 그때가 어떤 변환점이었나봐요. 그 전에 <그믐>을 읽었다면,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런 사랑을 받고 싶다'가 솔직한 맘였던거 같은데, 이때 첨으로 '나도 이렇게 끝을 알더라도 이 사람을 다시 만나러 갈거야'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그믐 읽고 이런 생각을 했던 예전이 떠올라서 더더욱 좋았답니다. 저는 카페서 읽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로 눈물이 주루룩ㅠㅠ 사랑 이야기때문에도 울고, 그와중에 아주머니는 또 어떡하나 싶어 또 울고..
Jonas님 저도 공학과 나온 사람이기도 하고,, 온라인 상에서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이 가는 게 비슷한 분을 만나 뵈어 너무 반갑습니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학생 시절 보고 잘 이해하지 못한 기억이 나는데, 비오는날 쉴때 찾아봐야겠어요. '끝을 알더라도 이 사람을 만나러 갈거야'.. 참 멋진 마음입니다.
실은 저도 달달한 사랑이야기만 있는건 좋아하지 않아서 장작가님을 떠올렸습니다^^ 800쪽을 너끈히 넘어가는 분량에 사회문제×사랑이야기×담담하지만 흡입력있는 필력까지 두루 갖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욕심에 좀 부담을 드렸습니다~^^;; 이상하게 학생 때부터 가볍기만한 로맨스 소설은 읽기가 힘들어서요 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안읽었는데 딸아이(요즘 로맨스물에 빠진)가 <콜레라시대의 사랑>과 <운명의 딸/이사벨 아옌데> 책을 추천하더라구요~~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들은 정말 많은것 같습니다^^ 마감일에 쫓겨서 '데이터시대의 사랑'을 집필하셨다니 Jonas님 말처럼 헤어밴드 착용을 의심하게 되네요^^;;
오, 『운명의 딸』 줄거리 읽어보니 솔깃하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가볍기만 한 로맨스 소설은 저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로맨스 소설’이라고 타이틀이 붙은 장르소설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거 같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순정만화도 『라비헴 폴리스』나 『바람의 나라』처럼 SF나 판타지와 결합한 작품만 봤네요. 최근에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 중인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한편 읽고 있는데(제목은 비밀) 이것도 순수 로맨스는 아니고 회귀물+정쟁물입니다.
운명의 딸 1<영혼의 집>, <세피아빛 초상>과 더불어 '이사벨 아옌데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소설이다. 폭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에로티시즘'이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사벨 아옌데 소설을 좋아하는 따님이라니요! 상상만해도 뿌듯합니다 ^^ 저는 대학때 처음 읽어보곤 깜짝 놀란 기억이에요. 그냥 남미에 지도상 길쭉한 나라라고만 알던 칠레라는 곳이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 역사를 가졌던지.. 소설 내용은 선명하게 기억 안나지만 박경리&박완서 느낌을 받은 기억이에요. <운명의딸> 포함해서 3부작 연작소설이었던것 같은데.. 제목만 듣고도 너무 반갑습니다. 이때부터 줄곧 칠레라는 나라도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하는 곳 중 하나구요.
ㅎㅎ 전 아직 이사벨 아옌데 소설을 읽지않아서~^^;; 하지만 Jonas님도 추천해주시니 언젠가 읽어봐야겠네요~ 딸아이가 책읽고 종종 추천해주는데 이제는 따라가기 좀 버겁더라구요^^;; 그리고 '죽음이 싫다가보단 이별이 싫다'는 말도 참 와닿네요. 죽음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훨씬 슬픈거 같아요~~~
p367 기업들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더 싸고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적은 양의 정보로 더 정확한 결과를 내는 것이 이 비지니스의 관건이었다 통찰이 곧 돈이었다 : 요즘 대기업들이 사람들의 데이터를 마구 수집해대는 모습을 보면 저들은 나보다도 더 나를 더 잘알지 않을까 가끔 두려워지더라구요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어디를 몇걸음으로 다니는지 또 스마트워치로 건강상태까지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이나 검색엔진을 통해 내면까지 다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들은 지인의 얘기 중에, 느닷없이 난자냉동 광고가 떠서 순간 뜨악했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전혀 관련 내용을 검색한적 없는데, 미혼에 나이 정보나 자녀유무등의 정보까지도 어떤 경로로든 마이닝됐나보다 싶어서 소름돋고 불쾌했다고요. 아직은 단순 광고정도만 일상 생활에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이미 수집, 분류되어 있을수 있겠다싶은;;
Jonas님 지인얘기는 저라도 정말 불쾌할거 같아요~~ 전 이해가 가지 않는부분이 개인정보보호법이라고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출하면 안된다고 매번 번거로울 정도로 동의서를 받으면서 왜 개인 데이터정보는 이다지도 허술하게 관리하는지 음~~화도 나고 걱정도 됩니다~
정말 뜨악이네요! 저도 이상한 통계로 수집된 데이터들이 교묘하게 광고창으로 등장할 때면 정말이지... 불쾌하더라고요. 물론 어떨 때는 알고리즘에 의한 쇼핑 제안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섬뜩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한 가지를 검색하면 구매했는데도 같은 제품을 계속해서 제안하는 바람에 귀찮을 때도 많고요(이미 샀다고! 요녀석아). 제가 아는 분은 연령대가 높으신데, 임플란트 광고가 자꾸 떠서 불쾌하셨다고(어휴)
p373 나는 알고리즘에 굴복하지 않겠어 나는 변하겠어 인간은 변화할 수 있는 존재야. 나를 도와줘.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게 해줘. 송유진은 그 자리에서 청혼했고 이유진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유진의 마음 깊은 곳 한구석에는 객관적으로 전력이 열세인 경기를 앞두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스포츠 감독을 바라보는 듯한 심정도 있었다. 그런 느낌을 아무리 지워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 이유진과 송유진을 그냥 사랑하게 하면 안되나요?? 왜 자꾸 의심하는 상황을 만드는지 안타깝네요~~~ㅜㅜ
제가 달달하기만 한 얘기에 알러지가 있나 봅니다. ^^;;;
이유진은 얼굴을 들고 눈을 감은 채 송유진에게 다가갔다. 다가온 얼굴에서 다정한 불확실성의 향이 났다. 송유진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게 우리야.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데이터시대의 사랑>,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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