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로마에서는 아오로라라고 불렀다. 오로라의 어원이다. 그녀는 사랑을 할 때마다 끝이 불행해지고야 마는 저주를 받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여인에게 화가 치밀 대로 치민 아스타틴이 잔인한 장난을 친 것 아닐까? 아스타틴은 자신의 실패작이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그 생각이 거대한 형상으로 우주에 펼쳐지도록 했다. 멀리서도 누군가 그걸 감상할 수 있도록. 비록 아스타틴 본인은 에오스를 기억하지도 못하게 됐지만 말이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p. 296~297 , 장강명 지음
<2부. 이오> 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정말 잔인함의 끝판왕 같단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고 싶을 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끝이라고 할까... 고통의 끝조차 없도록 만든 걸 보고, 처음엔 '얼만큼 좌절하고, 상대를 증오하면 저럴 수 있을가' 하고 생각했는데, 제 질문이 잘못 됐더라고요. 아스타틴은 그만큼 괴롭고 좌절해서 에오스를 불행하게 했다기 보단, 그냥 그렇게 하는데에 만족하는 인물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고통받고 슬픈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고통 속으로 쳐넣어야 숨쉬는 인물요. 전쟁터에서 적군뿐 아니라 민간인 학살까지 다 해야 속편한 인물같았달까. 아... 쓰면서도 손가락에서 욕이 나올것 같...
북극 하늘 위로 오로라가 피어오른다. 회청색, 연푸른색, 연보라색의 세 줄기로 된 오로라다. 내 눈에는 그게 에오스가 흘리는 눈물처럼 보인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아스타틴> p. 301 , 장강명 지음
소설집 첫편을 읽고도 표지 잘골랐다! 싶었는데 <아스타틴> 읽으면서 머릿 속에 계속 떠오르는 색감들이 역시나 푸른색, 보라색, 자주색 등이었어요. 그러고 다시 보니 표지가 석양같기도 하지만 새벽빛 느낌도 났구요, 새벽의 여신 에오스처럼요. 인생 버킷리스트 중에 오로라 보러 가는것도 있었는데, 덕분에 리스트에서 순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오로라 보게 되면 <아스타틴> 생각날듯요.
생각해 보니 <아스타틴>에서 오로라가 여러 번 등장했었네요. 저도 언젠가 캐나다나 아이슬란드에 갈 수 있다면 오로라를 꼭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이 소설을 기억하고 싶어졌어요. @Jonas 님의 색감에 대한 감상 덕분에 표지의 색감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됩니다:) 저도 이오를 읽으면서 아스타틴의 유치함? 에 단전부터 올라오는 깊은 빡침(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빡치다'란 '화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을 경험했죠. 자신을 사랑할 일은 없을 거라는 에오스의 고백에 "고장난 기계는 수리하면 된다"는 그의 생각이 참으로... 참으로! "내가 고통받고 슬픈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누군가를 고통 속으로 쳐넣어야 숨쉬는 인물"이라는 말씀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그런 인물들이 영화나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데, 그 심리를 따라잡기가 어려워요. 나만 죽을 수 없다, 네가 가장 아끼는 걸 파괴시키고야 말겠다... 뭐 이런 건가? 손가락에서도 욕이 나올 수 있다는 @Jonas 님 말씀에 손등에서 키워낸(?) 벌레로 겁을 주던 사마륨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저 너무 과몰입인가요). 징그러운 비유 죄송합니다(하하).
아직 그믐 초보라 쓰다보니 기능도 익숙지않고 실수 남발이네요ㅎㅎ 암튼! 대학교 교양때 철학개론도 안듣고 뭐했나 하는 아쉬움이..
마지막편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기술 가능하기 전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였어요. 이번 소설집을 통틀어! 가장 거부하고 싶은 기술이구요 ^^; 저는 그 방법이 기술이든 혹은 마법이나 신의 계시든 제 미래를 알고 싶진 않아요. (그러고 보니 이미 최소한 우리 모두 죽음이란 끝이 정해져있단건 알고 있지만요) <당신은 뜨거운 별에> 때 했던 이야기같은데, 여전히 저는 삶의 불확실성을 더 다행이라 생각하고 순간 순간 열심히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물론 예상 못한 순간도 있을테고 그럴때마다 다른 방향으로 삶이 바뀔수도 있겠지만요. 제 자신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그런 두 사람의 미래를 확률로 예측 가능할거란 생각이 아직은 안들기도 합니다. 저의 15년 전과 지금 모습도 다르고, 신랑도 마찬가지거든요. IoT가 아무리 발달해도 과연 개인의 행복까지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도 저는 아직은 아닐 것 같아요. 가슴 벅차게 황홀한 행복감도 있고 크게 웃으며 온몸으로 표현되는 행복감도 있지만, 큰 걱정 없이 평안한데서 오는 고요한 행복감도 저한테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 마음의 상태를 과연 기술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못할거라고 믿고 싶네요.
"이런 기술이 가능하기 전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지만 연애하고 있는 사람과 확률적으로 정해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허탈할 것 같거든요.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그 결과 자체가 다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꽤나 불쾌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로 사주나 궁합? 뭐 이런 것들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괜한 분란(?)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불편하더라고요. 책 속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이게 나야!"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하하).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 또한 이제는 삶의 불확실성이 때로는 더 다행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할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기도 하죠. 두 사람의 미래를 확률로 예측 가능할 거란 생각이 아직 들지 않는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저도 이번 편에서 인상 깊었던 여러 문장 중 하나가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기도 했거든요. "이제 이유진은 인간 삶의 기본 조건에 불확실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 의복, 주택, 안전만큼 중대한 문제는 아닐지 몰라도 애정이나 존경, 소속감보다 후순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불확실성은 그런 조건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미래가 어떨지 몰라야 사랑하고 모험하고 발견하고 결단할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기술이 나에 대해 파악 가능하고 관계에 대한 확률까지 예측가능한 세상이면 (게다가 그 기술 사용이 일반적이다면), 외려 아무하고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할것도 같고요. 내 안의 온갖 찌질하고 이상한 모습까지도 모두 파악되는데, 그런 나와 맞는 사람이라면.. 흠.. 전 만나기 싫을것도 같아요 ㅎㅎ 무엇보다 최근 장맥주님 이야기처럼 올해의 나와 내년의 나는 다를거고, 혼자 있으며 변해가는 일년 후의 나와 누군가를 만나며 변해가는 내년의 나는 완전히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연애 기간동안안의 내 모습이 빅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에 따라 관계의 모습도 바뀌구요. 흠.. 첨으로 이 기술만큼은 불가능할거야! 혹은 나라면 절대 안쓴다! 하고 확신을 갖고 있네요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무서울 것 같아요. 다 정해진 세상. 이 책의 제목처럼 제가 보고 싶은 대로 살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제 안의 온갖 찌질하고 괴상한 모습들을 다 알고 분석당한다는 것도 썩 그렇게 유쾌할 것 같지는 않아요. 아무리 사랑해도 적절한 내숭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유동적이고, 능동적인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Jonas 님 말씀처럼 누군가를 만나며 매년 변해가는 저의 모습은 분명 그전과는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저의 이전 연애들을 돌아봤을 때도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에 따라 반응하는 제 모습도 다 다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오늘 출근길 대중교통에서 제가 좋아하는 <빅이슈>라는 잡지를 보면서 왔는데, 8년 차 사진작가님이 사진과 함께 올려놓은 글귀를 보면서 왠지 이 내용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항상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 상반된 두 가지 결말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기쁨과 슬픔, 좋음과 나쁨, 만남과 헤어짐, 얻음과 잃음, 결국 관계란 떼어낼 수 없는 사람 간의 이끌림과 밀어냄의 현상이 아닐까. 우리는 하나의 특성만을 좇거나 피할 수 없다." 제가 남자친구와 종종 농담처럼(?) 나누는 말이 있는데, "사랑해, 일단 오늘까지는"이거든요(과연 농담인 것인가). 불확실성이 삶에 주는 여러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빅데이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모든 걸 다 예측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서도 "이게 우리야"라고 외치는 마지막 대사처럼요.
<데이터 시대의 사랑> 제목과는 달리 아주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흐뭇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님 제목을 좀더 부드럽게는 안될까요?? ^^;;(전 제목때문에 사회문제적 소설일거라 예상했는데 로맨틱하네요~^^) 이유진과 송유진은 데이터 분석업체때문만 아니라면 더 행복하게 사랑했을까요??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에 대한 부족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작품 속에서는 왠지 과학적으로 보이는 데이터 분석업체의 평가에 귀기울이게 되지만 이미 과거에도 뭐~~ 어떤어떤 사주의 여자와 결혼하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다는 등 무서운 이야기들로 겁을 주는 경우는 있었으니까요~ 왠지 이 데이터분석업체가 그런 결혼 전 궁합보던 곳 같네요~
앗, @거북별85 님! 오랫만에 글 남겨주셔서 반가운 마음이 또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저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게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어쩌면 그들이 저보다 저를 더 속속들이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구글 트렌드를 연구했던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에서도 사람들의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그들의 진짜 숨겨진 욕망을 가감 없이 탐사하는데, 읽을 당시에 수치스럽기도 하고 정말이지...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저도 제 자신을 온전히 신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혼란스럽기도 하고요(오늘 내가 뭘 검색했더라...). 이유진과 송유진의 해피엔딩을 바라시는 @거북별85 님의 문장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사실 읽으면서도 불안불안했어요. 바람기가 다분한 남자와의 위태로운 결혼 같달까.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게 해줘"라는 문장에 살짝 화가 나기도 했고요. 데이터로 분석할 필요도 없이 끼가 느껴지는(난 이 결혼 반댈세). 저는 말랑말랑보다는 물컹물컹에 가까운 느낌이긴 했지만, 앞전의 소설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현실적(?)이고 치정이 가미된 재미있는 소설 같았어요.
모두 거짓말을 한다매일같이 사람들이 웹을 돌아다니면서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을 뒤쫓는 인터넷 데이터 전문가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빅데이터가 사람의 심리를 엿보는 아주 새로운 방법임을 보여준다. 키보드로 얻은 익명성 덕분에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매우 이상한 것들을 고백한다. 엄청나게 많은 일련의 문자로 광대하고 폭발적인 조합을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이러한 디지털 흔적은 축적과 분석이 쉬운 형태로
ㅎㅎ 이렇게 바로 답글도 주시고 넘~반갑습니다^^ 이 방은 다른 방들보다 참 재미있고 따뜻하네요~~ <그믐>에서 이렇게 글쓰는게 제겐 힐링 시간인데 가끔 몸이 못 버틸때가 왕왕있어서 그럴때는 잠시 잠수타고 회복에 집중하지요~~^^;; <데이터 시대의 사랑>이 '말랑말랑'보다는 '물컹물컹'하셨다는 연해님 글에 빵! 터졌습니다~^^~ 제가 나이답지 않게 좀 해맑은(?) 면이 있어서 그부분은 일부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전 데이터에서 송유진의 바람끼를 지적하고 이유진이 이를 계속 의심하는 장면에서 '정말 송유진은 바람둥이일까'아니면 '피그말리온 효과'나 '스티그마 효과'가 일부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되더라구요~~^^;; 전 로맨스만 있는 소설을 별루 좋아하지 않는데 왠지 감정이 과잉되어 있으면 내가 슬프기 전에 미리 앞에서 너무 바람잡는 느낌이 들어서 어색하더라구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담담한데 좀 로맨틱하고 그러면서도 사회적 문제점도 느껴지고~~ 빨리 읽고 나니 좀더 긴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장작가님 장편으로 로맨스작품은 혹시 계획없으실까요?? 그리고 이 제목이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좀 착안하셨다고 했는데 이 작품의 어떤 점이 좋으셨을까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이 방의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ㅜㅜ
이 방이 따뜻하다는 말씀에 제 기분이 다 좋아지네요. 회복하고 돌아오셔서 더더 기쁩니다:) 근데 말씀하신 것처럼 송유진을 의심하는 상황이 정말 그럴 수 있겠네요. 데이터에서 이미 바람기를 지적하는 바람에 상대가 더 불안함을 느꼈을 수 있겠어요. 마치 확증 편향처럼요. 아닌데도 자꾸 그쪽으로 생각하면서 의심하면 사실 상대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죠. 생각해 보니 소설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계속 나왔던 것 같고, 이유진 입장에서는 일이 벌어지고(바람이 확실시되는 순간) 나니 '오히려 후련하다' 혹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저도 장작가님의 달달한 로맨스 소설 기대하고 싶은데, 밑에 작가님 댓글을 보니 알러지가 있으시다고(ㅋ). 이제 이 방의 시간이 8일밖에 남지 않아 저도 많이 아쉽지만 남은 기간 동안도 우리 즐겁게 대화 나눠요:)
아주 나중에, 죽기 전에, 감동적인 장편 연애소설 한편 쓰고 싶다는 소망은 있습니다. 지금은 엄두가 안 나고요. 누구한테 물어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그런 연애소설에 대한 소망 내지 로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은 제가 한겨레문학상으로 데뷔한 뒤로 완결했다가 너무 별로인 것 같아서 그냥 묻은 장편소설 한 편이 있는데 그게 연애소설이에요(한겨레문학상 받기 전에 썼다가 묻은 장편소설도 있습니다). 아는 출판사 편집장에게 딱 한번 원고를 보내줬고, 거절의 뜻을 돌려 말하는 것이라 여겨지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소설 쓰는 게 쉬우냐, 에세이나 논픽션 쓰는 게 쉬우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논픽션 > 리얼리즘 소설 > SF나 판타지 > 에세이 순으로 어렵다고 대답하거든요. 대체로 그 말이 맞기는 한데, 논픽션 아이템의 경우에는 쓰기 전에 ‘이거 어느 정도나 어려울 것이다, 쓰는 데 시간과 노력이 얼마 정도 들 것이다’ 하는 감은 있습니다. 그런데 장편소설 아이디어는 간혹 그걸 전혀 모르겠는 때가 있어요. 단편은 비교적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시간이 지나고 필력이 늘면 그런 감각이 생길지, 끝까지 이 모양일지 궁금합니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무척 로맨틱한 소설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를 비웃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달달한 것 알러지’가 이런 때 발현되는 걸까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 「데이터 시대의 사랑」이 겹치는 구석도 좀 있습니다. 바람둥이의 순정이라든가, 로맨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든가, 긴 시간이 지난 뒤의 재결합이라든가. 연애 얘기만 나오는 연애소설은 성공할 수 없다는 지론이 있네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연애소설은 『노르웨이의 숲』인데, 그 소설이 연애 얘기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연애소설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연애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은 편은 못 됩니다. 연애소설 쓰는 데 공부가 될 만한 좋은 연애소설/로맨스소설은 뭐가 있을까요? 여러 고수 분들의 추천 부탁드립니다.
소설은 아니지만 최근에 출간된 이 책도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저는 어떻게 죽을지 죽음의 과정이나 그 이전의 준비에 관심이 많은데요, 아마도 제가 절대 죽고 싶지 않아서인것 같아요. 죽음이 싫다기보단 "이별이 싫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텐데, 혹시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일땐 어찌해야할까.. 도 역시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 주제에요. 원제도 <In Love> 이고 부제로 <A Memoir of Love and Loss> 입니다.
사랑을 담아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스스로 삶을 떠나길 선택한다면, 그 선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소설가 에이미 블룸의 에세이 『사랑을 담아』는 바로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한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다.
제가 읽은 최고 연애소설은 박상영 작가님 대도시의사랑법, 스탕달의 적과흑인데요..(+장강명 작가님 그믐..) 이게 맞는 분류인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는 연애의 발견, 로맨스가 필요해, 멜로가 체질. 저는 비포선라이즈를 너무너무 재밌게 본 사람이어서 작가님이 안 좋아하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겨봅니다..
앗! 그러고 보니 박상영 작가님 글이 있었네요. 저는 <1차원이 되고 싶어>가 아주 좋았어요. 모처럼 그냥 순도 100%의 사랑이야기여서 '이런 기분 진짜 오랜만에 느낀다'하며 읽었던 기억이에요. 다른거 아무것도 안따지고 그냥 누군가가 좋을때 느끼는 (@연해 님 말씀처럼) 진짜 말랑말랑한 사랑이야기요. (결론은 과연..ㅎㅎ)
앗! 저도 이 책 잊고 있었네요. <1차원이 되고 싶어>는 올해 처음 읽었는데, 마음 아픈 장면들도 여럿 있어 읽으면서 몇 번 울컥했어요.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학교라는 공통의 장소를 주제로 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그 책은 정말이지 그 나이 때의 감성이 듬뿍, 절절하게 담겨있는 것 같았어요. 순수함과 청량감, 사랑에 담는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달까요. @Jonas 님 말씀처럼 순도 100%의 사랑 이야기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공통질문드리고 나서 정작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답니다. 이제서야 겨우 골랐지만, 사실 확신은 부족합니다. 저는 보통 어떤 질문이 주어졌을 때 "가장"이라는 부사가 붙으면 괜히 힘이 들어가서 어렵고, 생각도 많아지고 그렇더라고요. 그럼에도 앞으로 드릴 질문들에 "가장"이 들어갈 것 같기는 하지만요(미리 죄송합니다). 과연 @Jonas 님의 원픽은!! 두구 두구 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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