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저는 이 부분 읽으며 답답하더라구요~객관적인 사실(물론 약간은 다르게 인지할 수도 있지만)에 대한 어느정도의 합의가 없이 어떻게 다음 선택과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걸까요??? ^^;; 기준점 없이 다음이 가능한걸까요??
저도 되게 신기하고 설레하는 중입니다. 얼굴을 대면하는 독서모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거북별85 님 말씀처럼 다른 분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읽으니까 더 재밌는 것 같고요. 저도 "어느 정도 합의가 없이 다음 선택과 행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참 어렵더라고요. 회사에서도 종종 느끼는 건데, 적어도 일을 할 때만큼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어야 그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니까요.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객관적 사실이라는 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여러 가지 객관적 사실들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따지고 들면 그것도 참 애매하더라고요. 결국은 다 자기가 믿는대로 생각하는 것인지... 안 그래도 요즘 이 주제로 생각이 부쩍 많아지고 있어 더 어려운 것 같아요(저는 이번 편에서 어렵다는 말을 대체 몇 번을 하는 건지).
저도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이런 질문을 우리가 던지지 않았던 것은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고, 또 그게 심각한 위협을 당하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전구가 발명되기 전에 빛공해를 염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소셜미디어를 시작으로 증강현실이나 메타버스 같은 기술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점점 객관적 현실과 ‘현실감’이라고 하는 가치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전구가 보급되고 인류가 어두운 밤하늘을 잃는 동안에 그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이 없는 것 같네요. 저는 객관적 현실, 그리고 현실감이라는 가치는 엄청나게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런 가치를 잃은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게 무척 으스스하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 써보았습니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객관적 현실, 그리고 현실감이라는 가치는 엄청나게 중요한 것 아닐까"라는 문장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 가치를 잃은 사회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도요. 조금 다른 예시일 수 있지만,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경우 2045년을 배경으로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누구든 원하는 캐릭터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설정인데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서웠던 건 조작된 환경 속에 있다는 느낌을 넘어 실제 그 가상공간 안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종국에는 가상과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는데, 위에 @Jonas 님의 글처럼 이게 나인지, 증강현실 속 나인지 헷갈리면서 경각심은 무뎌져가는 게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연해님도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셨군요^^ 저도 가상현실에 대한 주제만 나오면 자주 언급되는 영화라 보았습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과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혼돈의 사회인거 같습니다 전 VR AR에 대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로인해 발생될 공동의 문제들에 대한 고민은 하는건지 의구심이 드네요~ 거대 이익 창출과 기술적 편의성 뿐 아니라 그로인해 발생될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지만 아사직전에 이르는 미다스와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될거 같습니다
너무도 명확한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에 대해 합의보기가 어려운 세상이 오리라고는 이전에는 예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히틀러 스탈린 마모쩌둥이 추구했던 전체주의가 우리사회의 경계대상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오직 독재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음~ 역시 미래는 예측불허네요!! 요즘 저의 관심사도 공동체의 합의된 가치가 무엇일까?? 객관적 현실이란 무엇일까?? 모르겠더라구요 소셜 미디어의 등장 후 2010년대 중반쯤 메갈, 한남, 혐오 등의 용어들은 일부 극단적 소수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각자 자신들의 확증편항이 만든 알고리즘의 세상에서 살아가니 공동의 가치 추구란 말부터도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같이 느껴지더라구요 모두 각자의 알고리즘 세상 속에서 각자의 관심사만 추구하다보면 공동의 힘으로 처리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도 뒷켠으로 밀려나는 듯 하네요 그렇게 뒤로 뒤로 밀려나다 보면 옵터에만 의지해서 살아가게 되지는 않을지 으스스해집니다^^;;
근데 보통 소설집들은 단편 최초 수록된 날짜나 시기가 별도로 정리되어 있던데, 이 책은 그런게 없는것도 의아했어요. 일부러 의도하신 부분인건지.. SF 소설이다보니 다른 글들보다 '이글 대체 언제 나온거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요. 저는 2023년인 지금도 새로운데 이거 설마 10년도 더 전에 어딘가 실렸던 글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야말로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한걸요.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읽으니까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생각도 넓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말씀하신 내용은 책 말미에 작가님이 살짝 언급하시긴 하는데, "이 책에 실린 글 일곱 편 중 네 편은 몇 년 전에 출간한 단행본에 실려 있었다. 이 년 전 그 소설집을 절판했는데 사연이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장강명 인세'로 검색해보시면 관련 기사가 여러 건 나온다." @Jonas 님 말씀처럼 날짜가 따로 정리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아닌가?).
아, 그러게요. 의도한 건 아니고 따로 정리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이번이 세 번째 소설집인데(절판 책까지 포함하면 네 번째) 세 번(혹은 네 번) 모두 그런 정리는 하지 않았어요. 그 세 출판사가 각각 순서대로 한겨레출판, 민음사, 문학동네인데 이 출판사에서는 그런 발표시기 정리 페이지를 따로 안 만드나, 이들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소설집에서는 본 것도 같은데,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여기 실린 소설들 중 가장 먼저 쓴 건 2015년에 문장 웹진에 발표한 "아스타틴"입니다.
비슷한 의문인데, 절판된 책에 있는 작품 중 이번 소설집에는 빠진 작품도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다시 고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소설집에 <노라>도 들어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STS 라는 취지에도 잘 맞지 않을까 싶고요.
처음에 읽었을 땐 화자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크루즈 탑승객에 집중하며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두려움을 가졌는지 생각해봤어요. 특히 마지막에 나온 여자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큰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젊고 어려보이고 싶었고, 크루즈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논리적이고, 위기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모습을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표현을 해요. 고상하고 우월?해보인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크루즈의 인원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걸 봤을 때 그녀는 옵터의 채도가 정말 높은 상태인 것 같아요. 아마 그녀의 객관적 현실은 옵터의 주관적 현실과 정반대였겠죠. 그래서 이 생각을 바탕으로 옵터를 왜 사용하면 안되는지, 왜 위험한지 고민해보았습니다. 결국, ‘나’를 잃게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 속의 인물들은 모두 증강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활용했어요. 본인의 삶을 아예 정반대로 바꿔버리기까지 했죠. 현실의 삶이 두려워 그 속으로 도망친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힘들고 슬픈 것에도 부딪혀야 발전할 수 있고 나를 알아갈 수 있어요. 모든 게 나에게 맞춰진 삶 속에 살면 절대 나를 알 수 없을 거예요. 그런 상태라면 저는 그 사람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아무리 나와 관련이 없어보이는 객관적 현실이라도, 그것이 나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를 만드는 건 오히려 나와 관련없는 객관적 현실 덕분인 것 같거든요. 시끄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야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책을 읽으면서, 옵터의 사용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생기는 문제가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엄청나게 불행했던 사람이 옵터에서의 삶이 행복하다면 그걸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고통도 슬픔도 없는 공간에서 진정한 행복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배고픈 사람만이 배부르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듯 행복도 마찬가지니까요. 이렇게 증강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네요◡̈
와, 저도 @소복소복 님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더 깊어지네요. "옵터를 왜 사용하면 안 되는지, 왜 위험한지" 고민해 보셨다는 말씀과 답변이 특히 인상 깊은데, '나'를 잃어간다는 말씀에 저 또한 동의하는 바입니다. 굳이 사용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절제력을 다들 너무 맹신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저는 '중독'되는 것들을 유독 경계하는 편인데(활자 중독은 조금 예외로...), 그렇기 때문에 '옵터'에 과하게 의존하고, 점점 더 큰 자극을 주어야만 만족을 느끼는 형태로 변해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복소복님 말씀처럼 힘들고 슬픈 것에도 부딪쳐야 발전할 수 있고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면 지금 우리가 쓰는 디지털 기기들이 '옵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잠시 길을 걸을 때조차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듣거나 보고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도 "옵터를 두 시간 이상 사용하지 말고 종종 세상을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음식으로 치자면 옵터의 기능은 간식 정도로 그쳐야지 주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다소 뜬금없는 비유도 들어보고 싶네요. "이렇게 증강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네요."라는 마지막 문장에 저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집니다:)
과학기술이 필요에의해 발전하는 단계를 지나서 새로운 기술이 '가능'하니 먼저 개발되고 필요나 의미조차 나중에 생기는 단계가 아닌가 싶어요. 핵무기처럼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게 아니더라도 그들이 먼저일수 있으니 개발부터 하고 보는것처럼요. 개발되고 나면 없던 목적이나 용도도 생기게되는;;; 문득 옵터가 발전되면 옵터를 제한하는 것조자 통제하는 또다른 옵터의 기능도 나오겠다 싶은것이.. 증강현실이 실제를 통제하려는 (통제하길 원하는 실제의 누군가가 있을수도 있구요) 단계로 갈수도 있겠네 싶었어요. 아침에 눈떴는데 이게 나인지, 증강현실 속 나인지 충분히 헷갈릴수도;; 저도 오늘은 두번째 단편으로 넘어가 보렵니다!
소복소복님의 글을 읽으니 부유물처럼 떠다니던 제 생각들이 정리되는 기분이 드네요^^ 구체적이고 명확한 느낌이 듭니다 전 엄청나게 불행했던 사람이 옵터에서 행복하다면 좋은것일까에 대해서는 '아니다'에 한표 입니다~ 현실을 도피하는 삶에 주체적인 삶이 가능할까?? 싶더라구요~소복소복님의 표현처럼 옵터의 사용은 나를 잃게 되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분명하고 뚜렷하게 지시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따라올 거라고 믿는, 오만하고 이기적인 자세도 여전했다. 수정은 금성 탐사선에서 구조되는 일을 새로운 산학 연구 프로젝트처럼 묘사했다. 그런 식으로 묘사하면 딸이 흥미를 가지리라고 여긴 것일까?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은 뜨거운 별에> / 12%, 장강명 지음
저는 이 부분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모녀간의 갈등이 느껴져 이 소설의 '정체성'에 대해 잠시 생각했어요. 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SF라는 장르 속에 이 느낌이 녹아든다는 게 새롭기도 해서 이번 단편의 큰 세계관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예전부터 옳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리는 몸서리를 쳤다. 자신의 삶의 의의는 예술이 아니라 수학과 공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과제를 다루는 데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가능성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52, 장강명 지음
다른 분들은 이런 경험 없으실까요? 가령 '난 음악이 너무 좋고 온 생을 걸어도 좋을 만큼 강한 확신으로 뮤지션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문득 그렇지 않은 스스로를 발견해서 당황하고 내 자신이 낯설었던 경험이요. 그저 좋은 뮤지션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맞닥뜨린 내 자신은 음악 평론가에게도 극찬받고 빌보드차트 상위에도 오르는 그런 음악가임을 깨닫는. 아마 잘은 몰라도 마리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내 삶의 골수라고 생각하며 굳게 믿어온 신념이나 스스로의 모습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의 섬뜩함이요. 저는 언젠가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이 문장 읽으며 살짝 소름 돋았습니다. ^^;;
저도 이 문장 좋았어요. 적어두고 싶었는데 @Jonas 님이 먼저 올려주셔서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이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나'하는 경험을 저는 최근에 했습니다. 직업적인 부분은 아니었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저는 엄마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못해 30살부터 독립해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요. 그때부터 안정적인 삶에 대한 갈망이 더 강해졌던 것 같아요. 혼자라 불안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맞다 생각했고요. 근데 그렇게만 살다 보니 감정을 억누르고 절제하는데 익숙해져 건강하게 표출하는 법을 모르는 적당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감정에 더 솔직해지고, 그때그때 불편하지 않은 선택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소 위험할지라도요. 아직은 이게 맞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짜'가 아닌, '진짜'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저답고 건강한 느낌이랄까요.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지 아직 이런 생각에 닿진 않았는데, 저 문장과 jonas, 연해님의 댓글을 보니 뭔가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이에요. 현재 저는 제 인생의 비전을 이루기 바로 전 단계에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평소 꿈꿔온 그 비전이 과연 내가 할만한, 나에게 잘 맞는 목표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고민의 과정이 제 비전을 더 단단하게 다져놓는 계기가 되겠지요? 아무래도 그 상황이 되어봐야 뭔가 결정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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