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읽으면서 옵터 기술의 일상화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처럼 옵터를 통해 내가 보고 싶은 가상만을 보면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부정하고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에 괴리감이 들기도 하고요.
감사합니다. 확증 편향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주제의식을 정한 다음에 구상한 이야기예요. 처음 잡지에 실을 때에는 중심이 되는 기계 이름을 "에이전트"로 지었더랬어요. 그런데 뭔가 그럴싸한 신조어가 이름인 게 낫겠다고 책걸상의 강양구 기자님, 박재영 주간님이 말씀 주셔서 한참 고민하다가 "옵터"로 지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미디옵터"로 할까 "옵터"로 할까 고민했습니다. 기계의 작동 원리나 생김새에 대해 편집자가 궁금해 했는데, 아예 설명하지 않는 편이 더 세련된 거 같아서 그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안 나옵니다. ^^
내가 보고싶은 세상을 읽으며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알 수 없는 그래서 나 자신까지 속이게 되는 세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편해졌지만 이기적인 편함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고 현실을 받아들어야 진짜 사는 게 아닐까요.
영화 로리타 가 언급되는데 영화는 악인이 주인공이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서를 건드려 악인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잖아요. 그게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세상과 맞닿아있는 듯 했습니다.
얼마 전 돌고래출판사에서 나온 『악인의 서사』를 읽으며 저도 곰곰 악인의 서사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조만간 어딘가에서 ‘악인의 서사’에 대한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된다면 『롤리타』를 언급하게 될 거 같습니다. ^^
와 작가님! .... 🥹
안녕하세요. 장맥주입니다. 멋쩍게 지켜보다가 슬쩍 글 남깁니다. 부끄러워서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그래도 제 책 읽어주시고 아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 적어주시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답해보겠습니다. 꾸벅...
지난 번 라방 때 참 멋지고 좋은 화두를 던져주시고 함께 이야기 나누어 너무 좋은 하루였습니다. 그 계기로 이번 신작도 샀고요. 사회에 자그만 빛과 위로가 되는 멋진 후배 작가가 되겠습니다. 구월을 기다리며.
저도 장강명 작가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주문해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STS는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탐구하는 학문분야라는 작가의 말에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요즘 너무 빠르게 급변하는 과학기술 속에서 사람들의 가치나 정신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혼돈의 해결점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아직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보면서 증강현실 속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쓸쓸하고 슬프더라구요.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같이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감사합니다.
확증 편향에 대한 소설이군요. 요즘 각자의 알고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서로 공유하거나 공감하는게 참 힘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현실에서 더 뛰어넘어 소설 속에 '옵터'라는게 존재하니 더 섬찟하더라구요.. 저나 다른 사람들도 확증편향이 점점 심해지지는 않는지 걱정되면서 전체주의가 아니라 서로 공감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습니다.
@다정한책방 오, 말씀해 주신 부분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이기적인 편함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진짜 사는 게 아닐까요"라는 말씀에 특히요. 조금 뜬금없는 비유일 수 있는데, 저는 영화 "매트리스"가 생각났어요. 빨간약과 파란약 중에 고르는 장면이요. 저라면 어떤 걸 선택했을까를 가만히 상상해 보기도 했답니다(하하). 저는 영화 <로리타>는 보지 못했는데, 다정한 책방님 댓글을 읽고, 책에 등장하는 버전의 로리타를 검색해 봤어요. 제목과 닿아있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저도 실은 『롤리타』를 소설만 읽었고, 또 소설은 무척 좋아하는데, 영화는 1962년도 영화이건 1997년도 영화이건 못 봤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쓸 때는 1997년도 영화의 스틸컷 이미지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1997년도 영화는 무척 잘 만들었다고 하던데, 썩 내키지는 않네요. 내용 때문은 아니고, 제가 액션이나 코미디 외에는 영화를 잘 안 봐서요. 여담이지만 영화 번역 제목은 ‘로리타’이고, 소설은 ‘롤리타’로 쓰는 게 외래어표기법에 맞아서 원고 쓰는 내내 헷갈렸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번역과 외래어표기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또 알아가네요. 여담이지만, 액션과 코미디 외에 영화를 잘 안 보신다는 말씀도 흥미롭습니다. 왠지 작가님은 스릴러를 굉장히 좋아하실 것 같았거든요.
스릴러 소설은 아주 아주 좋아하고, 액션 스릴러 영화도 좋아하는데, 액션이 없는 심리 스릴러 영화는 잘 안 봅니다. 저한테 영화는 껌껌한 극장에 가서 2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즐기는 공연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특히 진지한 한국 영화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현실을 잊고 싶어서 극장에 가는 건데 그런 영화들을 보면 그게 안 되어서요. 《기생충》도 아직 안 봤습니다.
오, 그렇군요! 책 얘기와는 조금 무관하지만 "진지한 한국 영화를 피하게 된다"는 말씀에 놀랐습니다. 작가님이 집필하신 소설들 중 제가 유독 좋아하는 소설이 있는데... 어떤 사고를 거쳐 저런 스토리가 나오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물론 다른 소설 속에서도 어떤 대사의 거친 말투나 신랄한 장면 묘사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아무튼 이 대화가 여러모로 저에게는 신기합니다. (참고로 저는 기생충을 보고 그 영화 특유의 잔상과 후유증이 몇 주는 갔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여담인데, 그믐을 하다 보니 오타 수정이 안 된다는 점에서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굳이 짚어주시니). 매트리스 외에도 저의 실수들이 몇 개 보이는데, 작가님은 댓글 다실 때 불안하지 않으신가요(농답입니다).
저도 작가님께서 진지한 한국영화를 피하게 된다는 말에 첨엔 의아했는데 약간 이해가 되긴하네요~^^ 제 친구 중에 해피엔딩 영화만 찾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유가 삶이 치열해서 영화는 편하게 즐기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장작가님도 워낙 사회문제 관련 작품이 많으셔서인가 넌지시 추측해 봅니다^^;; '기생충'을 개봉일날 봤는데 저도 연해님처럼 휴유증이 좀 오래 가더라구요~~^^ 아무생각없이 하루하루 살다 장작가님 작품이나 봉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주변의 문제들을 새로 인지하게 되어 좋습니다
제가 영상 매체에 그리 진지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깊은 감동을 받으며 본 영화도 물론 많은데, 극장을 갈 때는 그냥 테마파크 가는 기분으로 가게 되네요. 비트겐슈타인이 서부 영화 좋아했다는 얘기 여기서 꺼내면 좀 욕 먹으려나요? “『댓글부대』를 읽고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제가 《내부자들》도 안 봤거든요. 《신세계》도 안 봤고... 《기생충》까지 포함해서 다 좋은 영화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제가 일부러 찾아서 볼 거 같지는 않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라도 외국 영화는 좀 현실 같지가 않아서 거부감이 덜합니다. 제일 최근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이었고, 딱 그런 영화들을 좋아해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은 엉엉 울면서 봤네요. (저도 그믐에 오타 많이 남겼어요.)
제가 객관적으로 말투가 거친 사람은 아닌데, 거친 말투의 질감은 잘 아는 편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 그 질감이 잘 사는지 같은 거요. 거친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 질감이 사는 건 아니거든요. 예전에 전건우 작가님과 만났을 때 전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공포소설가 중에서 무서운 걸 아주 즐기는 사람이 있고 무서운 걸 너무 겁내서 못 보는 사람이 있다고. 저는 전자도 이해가 가지만 후자도 이해가 잘 됩니다. 어찌 보면 무서운 걸 못 보는 사람이 무섭다는 게 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공포소설을 가장 잘 쓸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시는군요! 공포소설가에 대한 비유를 읽는데 머리가 띵합니다. 무서운 걸 못 보는 사람이 무섭다는 게 뭔지를 가장 잘 알아서 공포소설을 가장 잘 쓴다는 부분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위에서 말씀하신 <댓글부대>를 읽을 때 '아니, 직접 경험하신 건가?' 싶을 정도로 묘사가 적나라하다고 생각했어요. 등장인물들이 쓰는 말투도요. <표백>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독백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솔직한데 너무 자극적이고, 이걸 경험해 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쓸 수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작가님의 본모습을 살짝 오해할 뻔(정확히는 무서울 뻔) 했는데, 다행히 이해가 잘 된 것 같습니다. 본 모임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인데, 자꾸 제 사담이 길어지네요(반가워서 그만). 다시 책에 집중해보겠습니다:) 꼼꼼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 매트리스 그러네요! 기발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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