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독수리의 제국』 혼자 읽기

D-29
로마 귀족은 자유를 부르짖었고, 진나라 유생들은 도(道)를 보위하자고 호소했다. 교조적인 구호로 사람들을 마취시켜,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기심·비현실성·무능함을 보지 못하게 했다. 카이사르의 자객은 로마 해방을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로마를 대혼란 속에 빠뜨렸다. 로마인은 이후 자신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생들은 학문을 과시했지만 현실에서 시행할 만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이들은 진시황이 질문한 봉선의식의 전례나 한나라 재상 조참(曹參, ? ~전 190)이 질문한 치국 원칙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 제4장 처음 맞는 평화, 어우양잉즈 지음, 김영문 옮김
비록 열세에 놓여있었지만 정치 엘리트는 마지막 패를 쥐고 있었다. 황제가 통치를 순조롭게 풀어나가려면 반드시 이들의 보좌를 받아야 했다. 로마제국과 양한 황조에 비가 개고 하늘이 맑은 뒤 평화가 다시 찾아오자 이들의 사상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고, 새로운 정치체제 안에서 옛 전통이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원로들이 말한 자유와 유생들이 말한 인의의 최대 기능은 권세가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침내 정치 엘리트는 이들 이념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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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와 진시황은 권력 엘리트를 구슬릴 수 없어서 실패했지만 이들의 계승자는 마침내 성공했다. 로마 원로들은 집체 통치의 이상을 포기하고 재벌 통치에 참여하여 자유롭게 민중을 착취할 수 있게 되었다. 유가 사대부들은 관료 시스템 내에 취직하여 종친과 친하게 지내는 등의 사사로운 인정으로 공평한 법치제도를 부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재기한 정치 엘리트는 혁명의 열매를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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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공화정은 역사에 찬란한 모범을 남겨서 이후 정치사상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면 미국 헌법과 프랑스대혁명이 그것이다. 정기적인 보통선거와 같은 일부 원칙은 하층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정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권력 제어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현대인의 안목으로 봐도 천리(天理)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뒤집어엎은 인물이 고도로 찬양을 받기도 한다. 독일 황제를 높여 부르는 카이저(Kaiser)와 러시아 황제를 높여 부르는 차르(Czar)는 모두 카이사르(Caesar)에서 나왔다. 미국인도 자신의 대통령을 카이사르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미국의 국부로 불리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유사 이래 가장 위대한 인물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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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중국을 달성한 사람과 로마공화정을 전복한 사람은 확연히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진시황이 기반을 닦은 정치체제는 계속 국가를 위해 존재했지만 그 자신은 악마로 격하되었다. 사대부는 판에 박힌 듯한 교조적 평가에 기대서 ‘포악한 진나라(暴秦)’라는 말을 사악함의 동의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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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 황조와 로마제국에는 각각 웅대한 재능과 담략을 가진 황제가 있었다. 아우구스투스의 재위 기간은 41년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옥타비아누스의 이름으로 독재를 휘두른 세월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 무제의 통치 기간은 더욱 길어서 장장 54년에 달했다. 이 두 사람은 영토를 확장하며 온 세상에 무공을 떨쳤지만 역사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오히려 정치제도 분야에 남아 있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무적 군사 시스템을 계승했고, 또 부유한 원로귀족과의 타협에 성공하여 이들을 제어하면서 공동으로 제국을 통치했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 제5장 사해안정四海安定, 팍스 로마나Pax Romana, 어우양잉즈 지음, 김영문 옮김
한 무제는 법가의 제도, 즉 진시황이 전국에 시행한 관료 시스템을 계승했지만 제자백가를 퇴출하고 유가로 하여금 이 시스템 속의 지위를 독점하게 했다.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종교적 통제기구의 시작이었다. 진시황과 한 무제는 늘 황조 중국의 창조자로 병칭된다. 그것은 마치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제국의 창조자로 병칭되는 것과 같다. 이들 이후에 용과 독수리의 성격이 점차 틀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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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법가는 임금과 신하가 함께 법을 지킨다는 원칙과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개념을 제창했다. 이는 법치 정신의 맹아로 혁명적인 사상 범주를 개척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은혜가 부족하여 진나라 멸망을 초래했다고 배척되면서 임신부의 뱃속에서 유산되고 말았다. 이후 유가(儒家)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인치주의가 힘을 얻어 모든 것을 통치계층 군주와 군자의 개인 품성으로 귀결시켰다. 공덕(公德)이란 개념은 사회의 이익만을 추구한다고 하여 부정확한 사상의 공격을 받았다. 복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정치사상도 다시 짓눌리게 되었으며, 행정도 이로부터 인간관계의 테두리 안으로 제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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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를 내세운 신하는 경학에 빠져서 경전을 끌어들여 모든 일을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의 ‘도덕’은 항상 로마제국 후기의 ‘공민’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공허했다. 이들 도덕의 허약성은 서한 말기와 동한 말기에 남김없이 폭로되었다. 입만 열면 도를 밝히고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한 사대부는 두 차례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에게 재앙을 안기는 군벌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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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과 로마는 모두 도로 건설에 힘을 쏟았다. 학자들이 계산한 공공도로망의 길이는 로마제국이 7만 8,000킬로미터에 달하고, 동한(서역은 계산하지 않음)은 3만 5,000킬로미터에 달한다. 그중에서 약 10분의 1이 간선도로에 속한다. 정부의 관리가 공무로 출장 갈 때 증서를 발행하여 연도의 인력, 수레, 말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두 곳이 모두 같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우역(郵驛) 시스템은 진나라 때 이미 건립되었다. 그러나 로마는 3세기에 이르러서야 설치되었다. 속도가 빠른 말로 격문을 전하면서 역참에서 말을 교체하면 밤낮으로 200여 킬로미터를 치달릴 수 있다. 변방의 급한 소식이 수일 만에 도성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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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2년 항우가 죽자 중국에 비로소 군사 행위가 멈췄다. 기원전 30년 안토니우스가 죽자 로마의 내전이 종식되었다. 두 곳의 승리자는 모두 장수로서의 재능은 평범했지만 연기가 뛰어나서 스스로 황제라고 일컫는 활극을 연출했다. 유방은 두세 번 사양한 끝에 마침내 제후왕 일곱 명의 간청을 받아들여 황제 지위에 오르기로 하고 “천하의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便於天下之民)”고 했다. 그런 후 황급하게 전장 부근 범수(氾水) 북쪽 연안에서 허둥지둥 즉위식을 거행했다. 해하 전투가 끝나고 겨우 두 달 되는 시점이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움 해전 후 3년을 기다리고 나서야 천천히 로마 원로원으로 가서 명의상 권력을 내려놓고 공화정을 회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딴마음을 먹고 내놓은 권력을 다시 탈취했을 뿐 아니라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자)’라는 존호(尊號)를 포함한 더욱 많은 것을 찬탈했다.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라는 존호를 칭할 때 나이가 겨우 35세였다. 이는 유방이 한 고조로 변신할 때보다 무려 스무 살이나 젊은 나이였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 제5장 사해안정四海安定, 팍스 로마나Pax Romana, 어우양잉즈 지음, 김영문 옮김
시국이 안정되어 대동란이나 대변혁이 없으면 역사기록은 일련의 황제 전기로 변하기 쉽다. 중국과 로마의 역사가는 모두 뚜렷하게 드러난 인간의 행위를 기록하는 데 중점을 뒀고, 광활하고 추상적인 정치체제와 사회상황에는 비교적 관심이 적었다. 아울러 역사가는 모두 도덕적 관점으로 사건을 비평하기 좋아했다. 이들은 흔히 사악함을 근거로 진나라와 한나라, 그리고 로마공화정과 로마제국의 쇠망을 해석했다. 역사가는 또 습관적으로 정책 결정자의 성격을 들어서 정책의 내용을 해석했다. 예를 들어 황제 개인의 탐욕이나 근검으로 세율의 고하를 해석하면서도 당시 국방비 등 지출 수요와 정부의 행정 효율은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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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망의 신나라가 패퇴한 원인도 반고는 그가 쓴 허위의 가면에 있다고 간주하고 그것을 벗기는 데 주력했다. 로마의 티베리우스 정부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서도 타키투스는 이와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또 사회 경제적 요인은 논하지 않았다. 설령 정치사를 다룬다 해도 오로지 황제에만 중점을 두는 협소한 시각으로는 수많은 관련 요소를 소홀히 하기 쉽다. 황제가 대제국을 통치하려면 반드시 통치계층에 의지해야 하지만 고위 엘리트들의 흑심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왕망은 강퍅하게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고, 티베리우스는 각박하게 많은 사람을 의심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권력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성격이다. 종국에 이르러 그들이 보여준 혼란한 성격이 전부 권력 부패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부패한 환경의 영향도 똑같이 중요하다. 한 무리의 신하와 귀족이 자신만 옳다고 교만을 부리며 파당을 만들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심지어 비밀 모의를 하여 암살을 자행하거나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황제는 위협을 느끼고 자연히 심복을 임용하여 자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 유학자는 황제가 법률로 사대부를 감찰하는 것에 반발하여 이를 잔혹하고 불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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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민주라는 개념이 없었다. 군주 체제에서 귀족의 권세는 더러 높기도 하고 낮기도 했지만 백성들 입장에서는 왕에서 황제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가 대동소이했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많거나 적거나 줄곧 민주제도를 시행했다. 나중에는 이 제도를 위반하기도 했지만 군주제도도 여전히 민주 개념의 영향을 받았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의 전철을 밟을까 두려워하며 자신의 군주제를 가리고 분식하기에 전념했다. 그는 황제 직함도 쓰지 않고 전통적 예칭(譽稱)인 ‘princeps’ 즉 수석 공민이란 호칭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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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로 번역되는 ‘emperor’의 라틴어 ‘imperator’는 기원전 209년부터 사용되었다. 스키피오가 카르타고에 승리한 후 부대 병사들이 그를 왕(rex)으로 환호하는 걸 감당하지 못하고 이 예칭을 발명했다. 대개 의미는 가장 우수한 사령관이란 뜻인데 부하에게 이 호칭으로 외치게 했다. 로마는 군공을 가장 영예롭게 생각했기에 군대에서 ‘imperator’란 호칭으로 불리는 건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그것을 자신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나중에 ‘imperator’는 황제를 나타내는 공식 직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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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존중은 결코 로마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의 법가도 로마와 마찬가지로 법률을 존중했지만 애석하게도 이 사상은 유가 독존 사회에서 법률은 곧 형벌이라고 폄하되고 말았다. 법을 받들고 이치를 따르는 건 확실히 로마인의 우수한 품성이다. 그렇더라도 로마제국이 ‘법률에 기반한’ 사회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유생들이 주장하는 ‘백성이 가장 귀하다’라는 사상과 같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한 이론이다.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 백성은 무슨 백성인가? 그들은 얼마나 법을 귀하게 여겼는가?” 우리는 또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것은 무슨 법률인가? 그 법률은 정권을 어떻게 제한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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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가 형법을 솥에 주조해 넣기 15년 전에 형후(邢侯)와 옹자(雍子, ? ~전 528)가 땅을 두고 분쟁을 벌였다. 대리집정관 숙어(叔魚, 전 580~전 531)는 옹자의 딸을 아내로 맞았으므로 옹자의 편을 들었다. 형후가 분노하여 숙어와 옹자를 죽였다. 숙향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살인·뇌물·횡령 세 가지 죄는 모두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미 죽은 사람의 시신을 베었다. 공자가 그를 찬양했다. “숙향은 옛 유풍을 지킨 정직한 사람이다(叔向, 古之遺直也).” 뇌물·횡령을 극형에 처한 것은 진시황이 탐관오리를 만리장성 공사에 보낸 것보다 훨씬 가혹한 형벌이지만 공자는 거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맹자가 활동하던 시절에 제(齊) 위왕(威王, 전 378~전 320)은 치적은 형편없지만 명성만 높은 아성(阿城) 대부의 부정 사건을 처리하면서 그와 그를 칭찬한 좌우 신하까지 깡그리 삶아 죽였다. 그럼에도 아무런 비난 여론이 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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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의 경중은 법률 내용에 관한 문제다. 숙향과 공자가 반대한 것은 법률 내용이 아니라 법률 개념이고, 또 형벌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규약으로 형벌을 사용하는 법률 특성에 반대했다. 법률의 사전 공개성, 안정된 일관성, 명확한 객관성, 반드시 시행하는 신뢰성, 평등 보편성 등은 법가에서 극력 제창한 ‘명법(明法)’과 ‘일법(壹法)’의 내용이다. 만백성이 사전에 알 수 있게 하는 공공성으로 인해 형법은 형벌과 다른 특성을 갖게 되었다. 유가는 이런 특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것이 선왕의 도와 귀족 전제정치라는 인치 사상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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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연구자들은 다음 사실을 발견했다. “고대인은 나라를 다스릴 때 ‘예’와 ‘형벌’만 알고 있었을 뿐이고…… 이른바 ‘법’이 있다는 건 몰랐던 듯하다. 이 때문에 『시경』과 『상서』에는 ‘법’이란 글자가 지극히 드물다.” “단체에 묶인 사람들은 전부 인정과 습관에 의지했고, 하나하나 법률 조항에 구속되려 하지 않았다. 법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관념은 고대에는 없었고, 전국시대에 이르러 처음 성립되었다. 고대에 이른바 법은 아마도 형벌과 동일한 뜻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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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들의 인치란 보편적인 법률을 공개적으로 반포하지 않고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귀족들이 개별적으로 처리했다. 숙어, 숙향, 제 위왕과 같은 귀족의 심판은 모두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판결이 내려졌다. 그것은 숙향이 편지에서 “옛날에 선왕은 일을 논의하여 제재를 가했다(昔先王議事以制)”라는 상황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귀족의 판단도 습속과 예교에 따라야 했기 때문에 그 판결이 완전히 혼란스럽지는 않았고 합리적인 요소도 적지 않았다. 귀족은 덕으로써 예를 지킨다고 과장했으므로 인치는 ‘덕을 위주로 하고 형벌을 보조수단으로 삼는다(德主刑輔)’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이 ‘덕’의 함의는 모호하고 공허했으며 각자의 품덕도 일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건 판결에 임의성이 크게 개입되어 늘 경중을 잘 따지지 못하고 결정이 수시로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 숙향 자신도 일찍이 숙어의 횡령을 도와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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