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D-29
<커다란 초록 천막>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땐 저도 @로이 님처럼 자유와 관련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유를 향한 젊은이들의 혁명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요. 한데 올가의 꿈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달라 당황스러웠습니다ㅎ 그 대목을 읽을 때 떠오른 장면은 애니메이션 <소울>의 한 장면이었어요. 하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고 그 끝의 어딘가 빛의 장막이 드리워진, 하얗게 빛나는 커다란 천막 같은 것이 있었지요. 주인공도 올가처럼 맨 뒤에 줄을 섰던 게 기억나요. 저로서는 <이마고> 라는 원제가 아쉽습니다. 워낙 선생의 나비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 세상에 덜 성숙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성충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선생님이 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요. 세 아이들이 어떤 특별한 나비가 될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아무튼 올려주시는 관련 자료와 팁들 덕분에 이 소설이 점점 특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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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궁금증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 원서 제목이 '커다란 초록 천막'인지 2. 원래 제목은 다른데 번역자인 제가 '커다란 초록 천막'이라고 붙인 건지... ) 러시아어 원서의 제목은 '초록 천막'(Зелёный шатёр)이고, 여기에 '커다란'이란 단어를 추가했답니다. ^^ 참고로 제가 예전에 번역한 ''티끌 같은 나''라는 중단편선집이 있는데, 원서의 제목은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의 여자'(직역)'(Одна из многих)입니다. 반면에 러시아어로 번역한 ''침이 고인다''의 경우는 제목과 많이 다르게 번역했는데요... 김애란 선생님과 카페에서 직접 만나서 '고독의 인삼맛'(Женьшеневый вкус одиночества)이라고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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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안녕하세요, 편집자 머위잎입니다. '천막'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된 이미지들을 말씀해주신 게 무척 인상 깊어요. 저도 댓글을 읽으면서 몇 년 동안 늘 우리 주위 곳곳에 있었던 하얀 임시 선별소와 그곳에 서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 '커다란 초록 천막'은 빛나고 음악도 흐르는 궁전으로 묘사되긴 하지만요. 어쩌면 천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해명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각자 연상되는 기억들을 펼쳐보는 것도 이 제목이 가진 근사한 효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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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맞아요, 저도 재밌었던 문장! 문장 자체의 표정은 무표정인데,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유머랄까요... 그래서 더욱 작가의 재치가 빛나는 듯합니다. 곳곳에 유머가 넘치지만, '커다란 초록 천막 ' 장에서는 올가가 집에 일리야를 데려와 함께 지내기 시작할 때, 올가의 어머니 안토니나 나우모브나가 일리야를 '대체 뭐 하는 놈이지...?' 하고 생각하는 듯한 표현들이 무척 웃겼답니다. 가령 이런 문장들이요 :
마리야 표도로브나는 일리야의 어머니 아닌가요?! 올가의 어머니는 안토니나 나우모브나 아닌가요…!
맞습니다 ! 고쳐둘게요, 감사합니다 ㅠ_ㅠ
맞아요! 맞아. 슬픔, 웃음이 섞인 유머, 때론 건조하고 단순한데 뒷통수 빡 치는 유머.. 일리야 케이크 먹을 때 안토니나에 빙의돼 읽었어요🤣 올 초에 러시아 케이크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을지로인가..러시아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있대요.) 달더라고요.😅 꿀이 유명한 나라라 그런지..😆 2편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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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는 케이크를 두 조각이나 먹었다. 케이크 위에 있는 크림을 고양이처럼 핥아먹은 데다 코스탸가 남긴 것까지 마저 먹었다. 단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스푼도 깨끗이 핥았다. 이 얼마나 혐오스러운 광경이란 말인가! 그들이 별장에서 함께 사는 것에 반대했어야 옳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지 상관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쉽게 허락하는 것이 아니었다. 화가 난 그녀는 그들을 노려봤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1권 '커다란 초록 천막',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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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일리야가 단것을 좋아하는 세계관이 2권의 에피소드 '침수'에서도 이어진다는 건데요. 일리야보다 더 단것을 사랑하는 한 여자아이가 등장합니다. 깨알 같은 장면인데, 스포가 아니니 발췌해볼게요.
편집자님께서 말씀하신 게 '침수'편에 나오네요 🔖알고 보니 마리아는 살구 잼도 굉장히 종아했다. 둘이서 잼을 반병 넘게 먹었을 때 일리야가 다시 부억을 들여다보더니 역정을 내면서 말했다. 어떻게 나만 빼고 먹을 수 있지? 이 말을 하고 그가 남은 잼을 마저 먹었다.🍯 1권에서 일리야가 케이크을 깨끗이 먹고 스푼도 핥는 모습을 안토니나가 보고 혐오스러워하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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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내 정신 좀 봐, 살구 잼도 좋아하니?” 알고 보니 마리아는 살구 잼도 굉장히 좋아했다. 둘이서 잼을 반병 넘게 먹었을 때 일리야가 다시 부엌을 들여다보더니 역정을 내면서 말했다. “어떻게 나만 빼고 먹을 수 있지?” 이 말을 하고 그가 남은 잼을 마저 먹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2권 '침수', 79~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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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미션에는 제 사심이 담겨 있는데요. 처음 《커다란 초록 천막》이란 제목을 들었을 때, 그 의미가 궁금했거든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정말 재밌네요. 😀 아직 채팅을 안 남겨주신 분들도 있는데요, 미션은 오늘 금요일 자정에 올려주신 것까지만 인정되니까요! 잊지 말고 남겨주세요 :) 또 다른 태풍이 오고 있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들 주말 동안 안전한 실내에 계시길요! + 《커다란 초록 천막》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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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가람 안녕하세요, 편집자 머위잎입니다. 설명해주신 <소울>의 장면을 보니 정말 비슷한 분위기네요! 뒤에 서 있던 것까지... 저도 주말 동안 영화를 함 찾아보아야겠어요. '이마고' 제목은 꼭 언급하고 싶었던 포인트인데 북클럽에서 얘기 나누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마고' 장에서 더 깊이 얘기 나눠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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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안녕하세요, 편집자 머위잎입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에 대해 알아보고 메모까지 하며 읽고 계시다니 멋집니다 + + 수많은 책을 품고 있는 소설이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소설 덕분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마구 증식했어요. 처음에 생각하셨던 '자유를 향한 준비의 임시 공간'이라는 표현도 어쩌면 정확한 표현일 거 같아요. 천막 앞에 줄을 서서 거기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말씀하신 표현과 닮은 듯해서요.
미션5, 커다란 초록 천막! 그냥 제목만 봤을 때는 행사나 시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몽골 텐트 천막과 비슷한 것을 떠올렸어요. 거기에 러시아 소설이라고 하니 혁명이나 행진 등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과격한(?) 느낌의 소설은 아닐까 생각도 했는데요. 생각보다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이제 배경은 그게 아닌..)들로 진행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 <커다란 초록 천막>이 뭘 의미하는지는 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표지의 색까지 더해 '초록'의 이미지가 커서 뭔가 대자연, 자연적인 것이라 생각했어요. 앞서 읽으며 생각했던 일리야의 모습과 너무 달랐고, 또 올가와 그의 가족들의 연속된 죽음이 허망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읽기 힘든 챕터였는데 다 읽고보니 또 그런 것이 내 가까이에 있는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초록 천막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는 안전, 안정의 느낌이었어요. 왠지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 커다란 초록 천막안으로 들어가면 안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공간일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커다란 초록 천막장을 읽고 나서, 이 소설에서 말하는 초록천막 그 안은 ‘죽음’을 뜻하는 것 같아요. 때로 나를 둘러싼 어떤 환경에서는 죽음만이 진짜 안정적인 상태로 들어가는 일일지도요.
미션 처음 책 제목 <커다란 푸른 천막>이라는 책을 보면서 천막을 생각했습니다. 천막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잖아요. 역사의 굴곡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쉼을 얻을 수 있는 곳. 그리고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러시아의 격동기를 통과한 사람들이 쉴 수 있었던 곳 그런 곳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충격이었고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럼에도 이 푸른 천막의 희화화가 너무 슬프고 빛나서 책을 덮고서 쉽게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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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긴 하지만 역사적 배경이나 사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저도 번역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어요... '비행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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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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