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

D-29
🔖 (0803) p.129까지 읽으며 「지하의 아이들」까지 마무리했어요! 역자님의 말씀을 따라 「새로 온 선생님」에서는 '문학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읽고, 「지하의 아이들」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읽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중 하나만 꼽으라면 아래 문장이에요. 🖋️ 그는 크라피벤스키 골목을 지나 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람들의 한 무리가 한 번 휘청거리더니 그는 사람들의 무리에 휩쓸려 네글린카강 쪽으로 갔고, 보랴는 다른 쪽으로 휩쓸려 가버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리야에게 입을 벌리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보여주고는 사라졌다. 일리야에게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사방이 기이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로 가득했는데, 짐승 소리, 비명 소리, 노래 비슷한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이틀 만에 처음으로 일리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p.116) 일리야와 보랴의 운명이 갈린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찌할 수도 없을 만큼 순간적으로 인파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버리는 것. 내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영역에 빨려 들어가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새로 온 선생님」에서는 문학 선생님 빅토르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 탄약 상자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거부한 사병 탓에 직접 탄약 상자를 가져오느라 폭격을 피해 혼자 살아남은 후, 지휘관 대신 명령할 필요가 없는 사병이 되기를 택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자신이 책임지지 못해 다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을 느껴서였을까요. 사실 나 하나의 목숨 챙기기도 벅찬 전쟁터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책임지는 지휘관의 역할을 한다는 건 엄청나게 압박감이 드는 일이니 저라도 도망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삼총사를 보며 전쟁으로 죽은 자신의 친구들 제냐와 마르크를 떠올리며 미하를 유독 걱정하는 부분도 마음에 남았어요. 미하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지.. 스탈린의 죽음에 대해 세 아이들이 다른 행동을 취하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시를 쓰는 미하, 소설을 읽는 사냐,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선 일리야. 셋은 참 다른 사람들이구나 싶네요. 「지하의 아이들」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일리야의 이야기가 다뤄졌는데요. 8학년 보랴 라흐마노프와의 엇갈림이 어쩌면 그들의 생과 사를 갈라놓았다는 생각도 들면서, 삶과 죽음은 정말 한 끗 차이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같은 공간에서도 어떤 사람은 살아남고, 어떤 사람은 죽음을 맞이했으니까요. 일리야가 기민하게 움직여 환기구를 통해 배관을 기어서 목숨을 건진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운의 영역도 분명 작용했을 거란 생각이에요. 엄청난 인파가 파도처럼 움직여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는 장면 묘사를 읽으니 작년 이태원 참사가 생각나 슬퍼졌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도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사람과,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 하나 없는 비극. 이전의 비극이 왜 지금에도 반복되는 걸까요.
어린 시절을 도둑맞은 사람, 유년기를 잃어버린 사람, 자유를 잃은 사람까지•••••• 또 누가 무엇을 잃었는지 헤아리는 것조차 무의미했다.
커다란 초록 천막 1 p.8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그가 잘못 판단했고, 차라리 아파트 현관에 앉아 있는 편이 나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시 그는 인파에 휩쓸려 엄청난 힘으로 끌려갔는데, 마치 썰물에 휩쓸려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커다란 초록 천막 1 p.121,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학교에서는 보랴 라흐마노프의 무덤에 놓을 화환을 보내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 꽃이란 꽃은 죽은 서기장한테로 갔기 때문에 꽃은 한 송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p.129
첫번째 미션 늦었는데 제출해도 될까요 😭 조카가 집에 있었어서...
@은행나무 첫번째 미션 늦었는데 제출해도 될까요 😭 조카가 집에 있었어서...🥲🥲🥲
(미션1) ✨러시아 문학을 잘 접하지 못해 생소한 이름들임에도 프롤로그와 멋진 학창시절에서 어느정도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알기 쉬웠어요. ✨근데 어떤 등장인물은 이름만 나오고 어떤 등장인물은 이름+성으로만 불리던데 그 이유가 조금 궁금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스케이트가 가져올 사건이 궁금했었는데 그 진상이 의외로 일찍 나왔더라구요. 혹시 앞으로도 나비효과처럼 그 사건으로 인해 무언가가 더 생기지는 않을까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어요.
@탐진 안녕하세요, 편집자 머위잎입니다. 🪄 '프롤로그'에는 타마라, 갈랴, 올가 세 여자아이가 등장하고 '멋진 학창 시절'에는 일리야, 사냐, 미하 세 남자아이가 등장하지요. 요 인물들만 익숙해져도, 앞으로 꽤 익숙하게 에피소드를 읽어나가실 수 있습니다! 🪄이미 탐진 님이 아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러시아식 이름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름 + 부칭 + 성' 인데요. 가령 문학 선생님 '빅토르 율리예비치 솅겔리'를 예로 들자면, 빅토르=이름, 율리예비치=부칭, 솅겔리=성 입니다. 이 인물은 '빅토르 율리예비치'라는 '이름 + 부칭'으로도, '빅토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다양하게 지칭되고 있어요. 이 호칭의 변주는 비교적 원서에 준하도록 하였으나, 가령 '빅토르'로만 불리다가 갑자기 '솅겔리'라고 지칭될 경우, 혹은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데 어쩔 땐 이름으로 불리고 어쩔 땐 성으로만 불려서 독자들이 알아보기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 종종 수정/통일한 경우도 있습니다. 러시아 소설에서 워낙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인물을 지칭하는지라 이 부분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어쩌면 저희와 다른 언어 습관을 접할 수 있는 러시아 소설만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정말 헷갈리지만요.... 궁금하신 점에 대해 답변이 되었을까요? 🪄 스케이트의 진상이 빨리 나온 것은 저도 의외인 부분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가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오!!!! 알기 쉬운 눈높이 설명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어요!!!! 머위잎님의 세심한 배려가 묻어있는 번역서군요. 감사합니다~!!!
머위잎님의 이름 설명 감사해요. 저도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이 왜 이렇게 길까 궁금해서 책에서 본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한번 설명을 들으니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탐진 님 안녕하세요! 조카와 함께한 시간이 좋으셨길 바라요. ☺️ 잊지 않고 미션 제출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첫 번째 미션이었던 만큼 참여 인정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아직 첫 번째 미션을 제출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시면, 오늘까지 제출 부탁드립니다 :) 📢 추가로 한 가지 소식 놓고 갑니다! YES24에서 《커다란 초록 천막》 eBook이 단독 선출간되었습니다. 기대평 이벤트도 진행중이니까요, 참여하셔서 1천원 상품권도 받아가세요! https://www.yes24.com/campaign/06_ebook/2022/0118onlyebook.aspx?Seqno=184222
@은행나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지각 안하도록 하겠습니다 흑흑.... ㅠㅠ 에세 문학도 eBook으로 많이 출간되나봐요!! 전자책 또한 좋아하는데 너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네요!!!!
미션2 가장 제 마음에 드는 빅토르 율리예비치의 말 중에서 선택하였습니다. 역사는 대수학이 아니니까요, 역사를 정확한 학문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좀 더 정확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위대한 작가 말하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이 되기도 하니ㅏ 말입니다.
어떤 경계를 끝으로 사람은 어른이 되는가?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도시 아이들보다 시골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더 일찍 끝난다는 것이다. p8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미션 2 새로온 선생님 & 지하의 아이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공유 어떤 경계를 끝으로 사람은 어른이 되는가?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도시 아이들보다 시골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더 일찍 끝난다는 것이다. p84 ●문학선생님에 대하여 빅토르 율리에비치의 어린시절 복잡한 가계도로 시작하여 그가 문학교사가 되기까지의 행보. 문학에 대한 그의 예찬에 감탄하면서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더 정확한 학문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어요^^ 전쟁 사학자들이 톨스토이 문학에서 사실과 다른점을 발견했지만 어쨌든 세계인들은 《전쟁과 평화》를 통해 보로디노 전투를 이해한다는 언급!! 톨스토이 소설에서 작가 개인의 관점 뿐 아니라 500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다양한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봤으니 어쩌면 역사적 사실보다 정확도가 높을지도요^^ 삶과 죽음에 대하여 미션2의 두 챕터를 읽으며 가두 행진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차, 엉킨 시신들, 어린 아이의 죽음, 사람들의 몸을 밟고 걸어가는 모습들.... 왜 이런 가두 행진은 시대나 공간을 불문하고 늘 닮아있을까....ㅜ.ㅜ (일반인의 죽음은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하고 다만 숫자로 보라색 잉크로 1421이라는 번호만 주어지는 장면.... 삶은 누군가 익명의 죽음을 먹고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냐가 《전쟁과 평화》를 읽는 장면이 반갑기도 하면서 나와 다른 감상에 놀랍기도 했습니다. 일리야를 보면서 돌로호프를 떠올리는 장면이요^^ 저도 함께 나타샤, 소냐, 피에르 .... 등장인물들을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는 문학의 심장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입니다. 이것은 유일한 우리 마음의 양식입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P.69
(미션2) ✨미하가 시를 곧잘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새로 온 선생님이 말한 이 문장으로 미하가 어떤 시인으로써의 각성같은걸 하게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 수업 중에 선생님이 암송했던 시들이 마음에 들어서 이 대사가 더욱 와닿았던 것 같아요.
역사를 정확한 학문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문학이 좀 더 정확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위대한 작가가 말하는 것이 바로 역사적 사실이 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74-75p
거리는 검은색 강 같았고, 위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의 머리가 무시무시한 동물의 모피 무늬처럼 움직였다. 일리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사진이 잘 안 나올 경우 2층에서 한 번 더 찍을 생각을 하고 사진기를 꺼냈다. 2층에서는 창문이 열렸는데, 아래에서는 사람의 비명이 아니라 일정하게 짐승이 우는 것 같은소리가 들려왔고 이따금 날카로운 쇳소리나 통곡 소리로 끊기고는 했다. 거기서 보니 더는 사람들의 무리가 모피 같아 보이지 않았다. 머리들은 검은 바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상당히 리드미컬하게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지만 이동하지는 못했다. 동그란 돌멩이가 깔린 길이 마법에 걸려 제자리에서 춤추면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118-1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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