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3. 악인의 서사 @가가7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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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명등...>과 <물고기.. >를 읽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글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들마다 글의 난이도에 편차가 있는것 같은데 이번 글은 저에겐 앞의 두 글보다 좀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어요. 1.최근 대중들에게 장소힐링소설(?)-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는데 어떤 장르인지 아실거라 생각해요-이 인기를 끌고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매력을 못 느낍니다. 저는 좀 더 치열한 이야기가 제 취향인 것 같아요. 2. 일단 재미있어서 읽습니다만,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소설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번과 관련하여 김초엽 작가님의 <책과 우연들>에서 읽은 대목이 생각납니다. 읽고 '아, 나도 이런 마음에 책을 읽는구나' 생각했었거든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데뷔작 두 편을 공개하고 이런 말을 들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저는 SF에서까지 이런 구질구질한 현실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아요.” 인간을 데이터로 업로드할 수 있고 초광속 항해가 가능한 미래사회에 굳이 누군가가 차별받고 또 누군가가 기술에서 소외되는 현상만은 공고히 유지되는 이야기를 써야겠냐는 것이었다. (.....) - 김초엽 <책과 우연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초엽 작가는 자신도 "멀리 가는 이야기"를 쓰고싶었지만 "내 인물들은 멀리 갈 때조차 늘 조금씩 현실에 발목이 붙들려 있었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쓰고 싶었던 것이 "유토피아 자체가 아니라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자신이 읽고, 또 쓰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 그래서 내가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구나, 나도 작가님이랑 읽고싶은것의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조금은 답이 보충이 되었으려나...
악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 모순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의 유무에서 벗어난 악의 서사들이 필요하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그러나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악의 시간에는 끝이 없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악은 가해의 끝이 아니라 피해의 시작이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안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악이 무지를 숨기고 있는 말이라면 앎은 고통의 드러남을 숨기고 있는 말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이래로 앎은 고통을 부르고 고통은 앎과 함께 왔다. 문학은 고통 애호가들의 취미가 아니다. 그러나 고통을 달리 보고 다른 거리에서 보는 문학이야말로 고통의 본질을 직시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편애일까.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제가 지난번 글에서 안내해드린 내용 중에 신청 구글폼 링크가 잘못 연결되어 있어서 다시 올립니다. ● 오프라인 그믐밤 신청 링크 https://forms.gle/g8qkP6PJ2dFvW2NC9 8월 15일(화)에 열리는 그믐밤에서 박혜진, 전승민, 전자영, 최리외, 윤아랑 작가님의 이야기도 듣고, 궁금한 점도 얘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며, 지식은 실천의 밑거름이 된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경계’를 쉽게 돌파해버린 범죄자들에 대한 매혹, 알고 보면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포와 불안을 최대한 잘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의 1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고수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악인의 서사 범죄의 기술: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김용언),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악인의 서사>에서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뺴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을 쓴 전자영입니다. 며칠동안 열심히 눈팅하고 있었습니다. :) 독서 모임에 참여해 주시는 독자 분들이 폭넓은 독서 이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교차 언급해 주셔서, <악인의 서사>에서 언급된 작품들 말고도 어떤 서사 문학 속에서 암약(?)하는 ‘악당’들이 여러분에게 떠올랐는지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서부극부터 한국 소설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서사 예술 작품들이 이 비평집에서 다루어지는데요, 저는 아마 이 중에서 가장 “옛날” 작품을 다루고 있을 겁니다. 17세기 초반에 쓰여진 극작품 <에드먼턴의 마녀>와 그것의 원작이 된 팸플릿인데, 셰익스피어보다 십년 정도 뒤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대해 아는 분이 얼마 없으실 거 같아요. 좀 낯설게 느껴졌지요…? ㅠㅠ 그래서 다음주 화요일에 있을 북토크에 앞서서 자리를 까는 의미로, 몇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친구로부터 제 챕터에 대한 감상을 들었는데, 이렇게 마녀를 현대적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다루는 작품이, 그것도 남성 작가들이 쓴 작품이, 17세기 초반에 이미 나왔다니 놀랐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과 이 작품을 같이 읽었을 때도 학생들도 그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소여를 ‘악당’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비록 17세기 잉글랜드라는 시공간적으로 절단된 곳에서 온 작품이지만 그래서 <에드먼턴의 마녀>는 현대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또한 ‘실화’ 기반이므로 (제 글에서도 썼지만, 소여는 실존 인물이고, 17세기 영국인들의 집단적 상상계에서 마녀와 악마는 어느정도 진짜였습니다) 실화를 다루는 여러 다른 분들의 글들과도 연결지점이 생깁니다. 박혜진 님이 “based on the true story”를 대할 때 생기는 공감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셨고, 김용언 님이 범죄 실화에 대한 유서 깊은 관심을 언급하셨지요. 범죄의 타블로이드화는 실로 유서 깊습니다. 김용언 님은 18세기부터 ‘트루 크라임 스토리’가 대중적으로 소비되었다고 하셨지만 (124-25쪽), 이런 ‘팩션’에 대한 관심은 엘리자베스 시대에도 존재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팸플릿’ 장르나 발라드도 그렇고 (203쪽), 가정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작품들이 16세기말~17세기초에 인기를 얻어 제법 많이 쓰여졌어요 (사실 제가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가정 비극에 대해 쓰려고 했었습니다). 여기서 살인자이자 악인은 흔히 아내입니다. 외도를 저지르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며, 당연하게도 이들은 마녀화됩니다. 이는 실제의 가정 폭력 양상을 전혀 대변하지 않았죠. 우리가 쉽게 예측할수 있다시피—이런 전통(!)은 절대 바뀌지 않지요—가정 폭력의 가해자는 남편이 절대 다수였으니까요. 소여같은 마녀들, 그리고 이런 가정 비극들의 여성 살인자들은 픽션과 현실을 오갑니다. 어쩌면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대다수가 남자인데 이런 작품들이 여성을 빌런으로 내세우는 것이 안티 페미니즘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성들이 빌런으로 표상되는 작품들이 여성성(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간성이라고 해도 괜찮습니다)의 영역을 확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여자가 살인을? 어떻게 여자가 옆집 이웃에 상해를? 전승민 님이 “조명등, 달, 물고기”에서 밝혔듯, 선함과 무해함을 퀴어성에 종속시키는 것은 사실상 자기연민에 심취한 '선한' 주체의 오독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런 여성 살인자들은 선함과 무해함을 여성성에 종속시키길 거부합니다. 여성 살인자는 대상화, 이상화, 낭만화되기를 거부합니다, 비록 그게 남성 작가들로 인해 과대표되었다고 해도 말이지요.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런 픽션 작품들이 여성을 ‘납작하게’ 살인자로 그리려고 하는데, 되려 그게 여성 인물을 ‘복잡하게’ 읽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듀나 님이 쓰셨듯, 독자들은 악인의 소비에 관한 한은 정말 작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제가 이 토론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제가 쓴 글에서 파생하여 가정 비극 속 여성 살인자/빌런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저는 토리 텔퍼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떠올렸습니다. 이 책은 영화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져서 유명한 리지 할리데이나, 전설같은 바토리 에르제베트 등등 역사 속의 유명한 여성 살인마들에 대해서 ‘트루 크라임 스토리’를 파헤치며 서사적 재미와 함께 여성 살인마들을 남성 살인마와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야 한다는 페미니즘 사회학적 독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왜 살인마가 되어야 했느냐는 경제적, 문화적인 문제뿐 아니라 (절망), 여성 살인마는 남성 살인마와 질적으로 다른 살인자 (비이성)—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기보단 독을 더 많이 쓴다던지--이며 우리는 그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텔퍼는 여성 살인마들의 내면의 비이성이나 절망을 읽는 행위가 페미니스트적인 재조명이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여성 연쇄살인범들을 무슨 페미니스트의 대표로 포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저는 이런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살인자는 여성 인권을 높여 주지 않습니다. 여성 살인마에 대해서 쓰고 읽는 것이 비윤리적은 행위인가? 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맞섭니다. “다만 나는 이야기가 주는 치유와 깨달음의 힘을 믿으며, 악행을 들추어보며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에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성의 어떤 면이 제거되어야 마땅할까? 이것은 두렵고도 아름다운 질문이다.” 하지만 따져보는 것 자체가 윤리적인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우리는 여성성/인간성의 어떤 면을 손쉽게 재단하기 위해서 서사 문학을 읽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복잡한지를 알기 위해서 읽겠지요. 여성 살인마들, 마녀들은 악행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면이 제거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사회에서, 우리 주체에서, 악을 말끔하게 분리해낼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윤아랑 님이 언급하시기도 한 제프리 버튼 러셀의 <악의 역사>는 여러 종교에서 선과 악은 태초에 하나의 신적 존재에 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구약 성경의 여호와는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합니다. 선악의 완전한 분리는 그렇게 해서 사회를 정화시키고 개인의 도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던 인간 주체의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악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보기 싫어도 거기 있는 것들을 직시하게 만드는 존재들, 우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윤아랑 님이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헤겔의 용어를 빌어 칭하는 듯 합니다) 증명해 내는 존재들, (지배 이데올로그에 종사하게 마련인) 분리와 정화는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초과적인 (‘초월’적인게 아닙니다) 존재들… 빌런들을 통해 이런 시각을 얻는 것이 (전승민 님이 가장 악한 것이라 지적하는) 나르시시즘을 피해 가는 행위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작가 분들 그리고 독자 분들과 함께 다음주 북토크에서 하게 될 수 있길 바라며, 솔제니친의 말로 이 다소 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의견이나 코멘트 있으시면 얼마든지 공유해 주세요! “사악한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몰래 음험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따로 격리해 쳐부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선과 악의 구분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을 관통한다. 누구도 자기 심장을 파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자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악인의 서사>를 아직 읽지 못하시고 그믐밤 참여하시는 분들께는 작성해 주신 작가님의 글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다섯번째 챕터, 강덕구 평론가님 글을 읽는 중인데 작가님 글이 다음 번이라 곧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네요. 화요일 그믐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게요!
전승민 평론가님이 주제로 삼으신 3 작품 <그녀는 조명등 아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아직 읽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론가님 글 매우 흥미롭게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실은 저는 지금 읽고 있는 강덕구 평론가님 글이 조금 어렵네요. ^^ 아마 평생토록 본 서부극이 손에 꼽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긴 한데 끝까지 숙독하도록 할게요.) 작품 내 퀴어의 등장이 그저 그 사실로만도 반가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나온다고?)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그들 또한 그저 '사람'이기 때문이다" (p.97)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어느덧 오프라인 그믐밤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일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시는 전자영 님께서 귀중한 댓글을 남겨주시기도 했는데, 이 또한 잘 확인하셨는지요. 논픽션은 사실 『악인의 서사』 기획 초기부터 책의 중요한 축으로 고려한 장르입니다. 각 글에서 다루는 텍스트들을 총칭하는 용어로 ‘픽션’이나 ‘허구’보다 ‘창작 서사’를 사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데요.(허구가 아닌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이것을 이야기 형태로 구성해내는 작업도 엄연한 ‘창작’이니까요.) 자영 님께서 책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논픽션에 대한 논의들을 하나의 줄기로 잘 꿰어 해설해주셔서 저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논픽션이라는 맥락의 연장선에서 김용언 님의 「범죄의 기술」로부터 몇 가지 추가로 읽어보실 만한 자료들과 이야깃거리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책과 글쓰기 부문에 있어 논픽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와 구별이 국내에서도 많이 확산된 것 같습니다. 물론 서점/도서관 분류상 별도의 갈래로 나뉘어 있지 않다 보니 서사 논픽션 장르를 여전히 낯설게 느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지만, 「마인드헌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같은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원작 도서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고요. 이런 이유로, 「범죄의 기술」을 읽으셨다면 이 글에 언급된 『어둠 속으로 사라진 골든 스테이트 킬러』와 『그림 슬리퍼』도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범죄 논픽션 책을 기존에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용언 님께서 이 두 작품에서 상찬하신 지점들을 독서를 통해 직접 알아가보시는 것도 새롭고 즐거운 읽기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인상 깊게 읽으신 범죄 논픽션 도서는 무엇인지 말씀을 들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릭 라슨의 『화이트 시티』가 당장 떠오릅니다. 『화이트 시티』는 19세기 말 시카고 세계 박람회 당시 벌어진 미국 최초의 연쇄 살인과 그 범인의 행적을 추적하는 작품인데요. 시각적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금세 몰입해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읽으며 몇 가지 의문이 남기도 했는데요. 가령 이 책에는 살인자와 피해자가 밀실에서 단 둘이 있던 상황이 매우 상세히 등장합니다.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게 아니라면 알 길이 없는 두 사람의 대화가 구체적 대사들로 본문에 등장하는데, 이런 식의 극화가 어느 정도까지 용인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21493 여러분께서 읽어보신 범죄 논픽션 작품에서도 창작 윤리의 차원에서 고민이 되거나 선뜻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셨다면,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마침 최근 국내에도 번역된 『전쟁 같은 맛』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국내 독자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던데, 이 또한 논픽션 윤리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볼 만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8850226 (관련 내용 참고: https://twitter.com/namas_tete/status/1690322286770020352 ) 마지막으로 「범죄의 기술」과 더불어 읽어볼 만한 글들을 함께 공유하는 걸로 글을 맺어볼까 합니다. 첫째로는 용언 님께서 직접 만들고 계신 잡지죠. 《미스테리아》 17호에서 논픽션 특집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본 특집에서 다루는 논픽션이 꼭 범죄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어둠을 먹는 사람들』 『레티시아』 『콜럼바인』 같은 범죄 논픽션 여러 작품이 다뤄집니다. 「범죄의 기술」을 읽고 범죄 논픽션 장르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해당 특집과 여기서 소개되는 작품을 뒤이어 읽어보셔도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실 것 같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9261827 둘째는 《한편》 8호 ‘콘텐츠’ 편에 실린, 천미림 님의 「범죄물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범죄의 기술」 도입부에는 실화 기반의 콘텐츠를 소비할 때 느끼게 되는 길티 플레저에 대해 언급되지요. 《한편》에 실린 이 글 또한 이런 복합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수용자로서의 윤리를 탐색하려는 저자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5049808 내일 오프라인 그믐밤은 얼마나 신청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두 자리 환불/취소로 두 자리 여석이 났는데, 아직 신청이 가능합니다. 주중 휴일을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즐거운 자리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주저 말고 접수해주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gBuDXFMmv2RADCh0z-_bxDikCbN_sBVVgikNsMEVFzJmN-g/viewform 그럼 독자 여러분 내일 저녁 망원동에서 뵙겠습니다!
13회 오프라인 그믐밤 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가가77페이지'에서 곧 뵙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오늘 그믐밤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치킨포장을 기다리며 후기를 남깁니다. 지난번 그믐밤과는 달리 이번에는 저자분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토크의 장점이 잘 드러난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비평집이라는 형식의 책을 처음 읽어본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꽤 있었지만, 저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악인의 서사에 대해서는 ‘남자 범죄자의 서사만 잘 부각되는‘ 젠더적 관점과, ’왜 우리가 범죄자의 변명, 배경을 언론에서 봐야 하나‘라는 보도윤리에 대한 관점만 납작하게 있었는데 좀 더 생각이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저는 특히 나르시시즘이 어떻게 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전승민 선생님의 글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우리는 왜 범죄자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나, 왜 범죄자에 대한 보도는 잘 팔려서 포탈 메인에 걸리는 것인가’ 입니다. 팔리니까 기사를 쓰는 걸텐데 말이죠. 박혜진 평론가님이 말씀하신 악또는 악행에 대해 바로 판단하지 않고 꾸준히 생각하자라는 것은 새겨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온라인 그믐밤 참여자 여러분. 어제 망원동에서 오프라임 그믐밤이 진행됐는데, 이 행사에도 많이들 참석해주셨을런지요! 재빨리 후기를 남겨주신 챠우챠우 님을 비롯해 어제 행사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책방을 가득 채워주신 독자 여러분 덕분에 성황리에 북토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제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분께서 담당 편집자에게 책의 기획 의도에 관해 질문을 주시기도 했는데요. 시간 관계상 서문과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이야기들만 원론적으로 드리게 됐는데,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이야기를 드려볼까 해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처럼 최근 국내의 문예계 전반에서 떠들썩한 반응을 이끌어낸 슬로건이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당장 제 머릿속에 이에 비견될 만한 키워드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인데요.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 명제를 그토록 많은 독자/관객들이 참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가 존재했던 것으로 체감/기억됩니다.(실은 지금 분위기도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고요.) 반면 어제 토크 말미에 전승민 평론가가 이런 말씀을 하셨죠.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니? 당연히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악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라고요. 당초 저는 이 두 세계가 이토록 극도로 양분화된 반응을 보인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문학을 업으로 삼는 이들은 단칼에 악인 서사의 필요성을 긍정하는 데 반해, 왜 그토록 많은 대중 독자들은 이에 학을 떼고 반대하느냐는 거였죠.(물론 제가 문학 평론가 다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건 아닙니다만, 이 책에 참여하신 저자분들의 논지를 두루 고려해보면, 또 악인 서사의 허용/필요 여부만을 기준으로 공저자들의 입장을 양자택일로 분류해본다면, 악인 서사 긍정론이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물론 후자의 반응은 현실 범죄와 창작 서사를 구분하지 않아 발생한 일종의 오해에서 연유한 측면이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이 같은 대중적 오해는 엄연히 실재했고, 게다가 더욱더 확산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중적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은 딱히 마련되지 않았고, 저 또한 온라인상에서 수십 개월째 헛도는 논의를 매번 지켜보는 데서 적잖은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문예지에서 본 주제를 다룬 특집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는데요. 문예지 편집 위원분들이 보시기에는 악인에게 서사를 줘도 될지 말지 같은 문제가 지면을 할애해 특집으로 다룰 만큼 중대한 물음으로 여기지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악인 서사에 관한 논의는 일말의 구체화나 진전도 없었고, 단지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당위적 요구만이 ‘이 시대의 맞말’ 취급을 받으며 널리널리 회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완전히 유리된 이 두 세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그렇게 『악인의 서사』라는 단행본이 기획됐습니다. 악인 서사라는 주제를 두고 대중적 오해가 만연하니,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대중 독자분들께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 것입니다. 물론 저 또한 한 명의 독자로서 요새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읽기 경향에 몇 가지 아쉬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창작 서사 작품을 읽으면서 말초적/직관적 즐거움을 자연스레 느끼기보다 ‘깨어 있는’ 나를 빛내줄 도구로서 작품을 동원/이용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물론 비판적 독해, 중요하지요. 다만 한 가지 이즘에만 수렴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읽은 뒤 그것만으로 독해를 종결해버리는(또한 이런 단편적 독해만으로 작품을 온전히 읽었다고 자평하는) 것보다는 나은 방식의 읽기가 존재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한 작품을 읽더라도 열 가지 관점과 층위에서 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그래서 『악인의 서사』를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이런 바람을 줄곧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이런 읽기를 지향하시면서 이야기 읽기 본연의 즐거움을 먼저 느끼셨으면 좋겠다고요.
책을 읽고 북토크를 들으면서 한 가지 더 떠올렸던 생각은 정작 선정적으로 범죄자의 서사에 대해 보도하는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알아서 조심하고 있던 창작자들만 더 몸을 사리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열세 번째 그믐밤은 1년이 넘게 진행되어온 지난 그믐밤 중 최다 참석인원을 자랑하는 그믐밤이었어요. 30명의 참석자는 물론이거니와 북토크에 함께 해 주신 작가님이 한 두 분이 아니고 무려 다섯분. 지난 5회 그믐밤, 수북강녕에서 있었던 북토크에서 3명의 작가님을 모신 적이 있긴 하지만 https://www.gmeum.com/meet/234 다섯 명을 한 자리에 모신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믐밤 안에서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이 정도 게스트 숫자는 드물지 싶어요. 별이 다섯 개! 가 아니고 별처럼 빛나는 작가님이 다섯 분!!
과연 어떤 시간이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책방으로 향했어요. 지하철 망원역에서 내려 그 유명한 망원시장을 가로질러 가니 꽈배기와 핫도그, 닭강정의 유혹이 강렬하더군요. 혼미한 정신을 붙잡고 책방에 도착! 가가77페이지는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높다란 천장고로 한여름인데도 무척 시원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요. 천장에 달린 화려한 샹들리제가 아주 인상적이었고 한 켠에는 독립서적물을 취급하고 있는 큰 섹션이 있었습니다.
돌고래 출판사 김지윤 편집자님의 사회로 5명의 작가님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첫 질문으로 <빌런의 서사> 기획 의도를 들었을 때 어땠는지, 책에 실린 다른 이의 글은 어떻게 읽었는지, 글을 쓰고 난 후일담 등을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서 이기도 했지만 작가님들 역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셔서 정해진 시간이 꽤나 모자랐어요. 기획을 담당한 편집자님의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마침 객석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빌런의 서사> 라는 주제가 확실히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믐밤이 있었던 15일은 마침 광복절이기도 했는데요, 휴일 저녁 유료 북토크 행사에 이처럼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주셨다는 것에 큰 감동 받았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글타래에 많이 올리지는 못했지만 올려주신 발제와 나누어주신 이야기들을 늘 엿보았습니다 악인이라 규정짓고 나쁘다는 판단을 내리는 일에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화제작 <오펜하이머> 나 연쇄살인범을 다루었던 미드 <마인드 헌터> 시즌 1,2뿐 아니라,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책에서 읽었던, '남편을 죽여야 했던 구여성의 비극, 독살 미인 김정필 사건'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떠올렸습니다 배움이 많았던 모임,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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