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3. 악인의 서사 @가가77페이지

D-29
일찍이 인류는 알 수 없는 것, 끝끝내 알 수 없는 것을 악하다고 일컬었다. '악하기 때문'이라는 말에는 더 이상의 논의를 불허하는 종식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악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알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악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을 숨기고 있다. 우리는 모를 때 모른다고 하지 않고 악하다고 말해온 것은 아닐까.
악인의 서사 <악이 동굴에서 나올때> p.71,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서문부터 시작하여 아홉 가지 이야기를 모두 완독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답변을 올립니다 ^^  🦹🏻‍♀️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보며 선하지만은 않은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낀 최초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그 캐릭터의 어떤 면에 끌리셨나요? 최초의 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 인생책인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만났을 때가 떠오릅니다. 모범생과 거리가 먼 지질한 비행청소년이지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을 때 고등학생으로서 퇴학을 당한 후 가출과 술담배를 하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한 것에 분개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어른들로 이루어진 제도권의 권위와 위선에 저항하는 모습에서 매력이라기보다는 연민을 느꼈습니다. 삼국지에서 조조에 대한 기분도 조금 그러했는데요. 누가 봐도 유비가 가장 선하지만 천하를 통일하기엔 너무 선비 선비해서, 행정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착하고 느린 사람이 악하고 손빠른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유비 손권 조조 중에 조조가 나쁘지 않은 (역사의 & 소설의) 선택으로 다가왔습니다. 🦹🏻‍♂️ 지금 그 캐릭터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인상은 어떤가요? 변화가 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악인의 서사』에서 어떤 이야기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악인의 서사』를 읽기 전에는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최근 명제와 관련하여, 문학 작품에서 서사 없는 악역이 어떤 매력을 갖출 수 있을까, 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정도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듀나 님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1. (유독한 팬덤 관련)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팬』이나, 무시무시한 팬의 대명사인 『미저리』는 스토커 수준의 광팬에 대한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질문에서의 '유독한 팬덤'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 행동에 따른 현실 왜곡, 창작 영향을 의미하겠으나, 복합적인 사례들이 떠오릅니다. 인기를 얻기 이전의 연습생이나, 데뷔 직후의 무명 연예인의 경우 팬덤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팬클럽이나 열성팬이 작품 활동에까지 지나친 간섭과 방해를 하는 일들이 있다고 들었고, 관련한 웹드라마도 본 적이 있습니다. 또한 '스폰서'로 불리는 거대 재벌이나 기획사 관련 후원자들도 대표적인 '유독한 팬덤'이겠지요. 2. (유독한 팬덤의 창작물 오용 관련) 콘텐츠 내에서의 악역 미화는 아니지만, 현실의 캐릭터를 반영해 극중 미화함으로써 서사를 불어넣는 경우는 꽤 심각한 사례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일런 머스크를 모델로 한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가 아닐까 하는데요. 극중 캐릭터는 대단한 천재일 뿐 아니라, 깊은 고뇌 끝에 희생 정신으로 무장하게 되어, 현실에서도 마치 선한 재벌이 개인의 이익 대신 범세계적 평화와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안기며, 마블 유니버스에 열광하는 팬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3. (탁월하게 표현된 악역)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의 서자, 스메르자꼬프는 원작에서보다 대학로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허용된다'는 이반 까라마조프의 겉껍데기 같은 이론을 실행에 옮긴 추진력 가득한 인물이라, 스핀오프 뮤지컬인 『스메르자꼬프』도 상연된 것으로 압니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에서 하정우 배우가 맡은 연쇄살인범은 서사가 없는 악역으로 모든 관객이 오롯한 한마음으로 악의 처단을 몸서리치며 바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연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와 비슷한 느낌인데, 그에 비하면 완벽할 만큼 무섭기보다는 허점이 있음에도 잔혹하기 그지없는 악인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송강호 배우가 맡은 기택은 '법적, 사회적으로는 큰 죄가 없는' 신흥부자 동익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지하에 은닉하지만, 『복수는 나의 것』이나 『박쥐』에서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나쁘다, 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악인입니다.
박혜진 님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 1. ( “Based on true story” 라는 문구 아래의 픽션 작품) 타란티노다움이 살아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찰리 맨슨 일당은 현실에서 샤론 테이트를 살해했지만, 영화에서는 디카프리오와 피트의 파트너십?에 의해 저지됩니다. 영화는 일면 잔인하고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불편한 순간들이 있지만, 비현실적 유쾌함도 버무러진 작품입니다. 2. (실화 범죄 기반 픽션 감상 시의 유의할 점)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악의 사건에는 끝이 없다. 악인의 악행이 끝나는 것과도 무관하고 악인의 삶이 끝나는 것과도 무관하다. 악은 가해의 끝이 아니라 피해의 시작이다. p.67" 라는 문장을 기억해 봅니다. 3. (실제 범죄 사건을 창작의 소재로 다뤄도 괜찮은 걸까) 창작의 소재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 쪽을 지지합니다. 소재를 표현하는 방식 역시 창작자의 몫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독자, 관객에 따라 환영받지 못하는 창작물은 생산이 중단될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거대한 피해를 입히는 범죄는 전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전쟁을 다루지 않고 외면하는 것보다는 전범을 정확히 지적하고 전쟁의 무용함,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 또한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최근,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잃은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의 '프랑스풍 조곡' 『6월의 폭풍』을 그믐에서 함께 읽었는데요.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닌, 전쟁을 맞닥뜨린 사람들 그 자체를 특별한 입장이나 주장 없이, 영웅적 행위나 권선징악의 결말을 인위적으로 가미하지 않은 채 묘사하고 있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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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믐의 안내자 도우리입니다! 오는 8월 15일 화요일에 열리는 열세 번째 그믐밤 소식을 알리러 왔어요. 9명의 저자 중 5분이 참석하고, 김지운 편집자님이 진행을 할 예정입니다. 이제 몇 자리 남지 않았어요, 그믐밤에 오실 분들은 아래 내용 읽어보시고,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열세 번째 오프라인 그믐밤 -언제 : 8월 15일 (음력 그믐날) 화요일 저녁 7시 29분 (1부: 45분, 2부: 44분) -어디서 : 가가77페이지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1 지하 1층) https://naver.me/GZA6H7JB -참여 작가 : 박혜진, 전승민, 전자영, 최리외, 윤아랑 (사회 : 돌고래출판사 김지운 편집자) -어떻게(세부 주제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1부: 그믐밤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책을 읽으며 떠올린 다른 작품, 생각(반론)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2부: 영화나 소설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위로나 감동을 받기 위해서일까요? 창작 서사의 본질, 역할, 기능에 대해 들어봅니다. -참가 비용 : 15,000원 *13회 그믐밤 참가 비용 전액은 돌고래출판사에 전달됩니다. -신청 링크 : 아래 구글폼 링크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고, 참가 비용을 이체해주시면 됩니다. 보다 더 자세한 사항은 구글폼을 참고해주세요. https://forms.gle/tqThREkqpGNnStReA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책은 즐겁게 읽고 계신지요. 저희 돌고래에서는 주말 동안 『악인의 서사』를 완독하셨다는 분들의 포스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책의 세 번째 글, 전승민 님의 「조명등, 달,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 글은 (박혜진 님의 글과 더불어) 오늘날의 한국 문학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해외 소설보다 한국 소설이 압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데, 이번 읽기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께서도 동시대 국내 문학을 즐겨 읽으시는지요. 전승민 평론가는 최근 적잖은 한국 소설이 무해함을 지향하며 갈등과 대립을 회피한다고 말합니다.(103쪽 각주) 독자 개개인에 따라 이런 측면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 있을 텐데요. 1. 그렇다면 여러분께서는 최근 한국 소설 일각에서 두드러지는 이런 특성을 선호하시나요, 기피하시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떤 작품을 읽으셨는지, 독서 경험과 함께 호불호의 이유를 공유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체감하기에 이와 같은 작품을 선호하시는 독자분들께서는 안온, 다정 등의 키워드로 표현될 만한 정서를 창작된 이야기에서 주로 기대하고 희구하시는 듯합니다. 2. 그렇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는 궁극적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위로나 감동을 받기 위해서일까요? 다소 추상적이고 거창한 물음이기는 합니다만,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창작 서사의 본질, 역할, 기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으로 각별히 생각하시는 작품과 결부해 의견을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2. 창작 서사의 본질, 역할,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마침 읽고 있던 강덕구 평론가님 글에서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아 적어봅니다.
진짜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이 허구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들리는 혐오표현, 악행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서사가 허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때론 불편하거나 역겨울 수 있는 거짓말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기원에 담긴 폭력의 정체를 따져 묻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 세계의 잔혹성을 고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허구는 내가 선택해야 할 선을 나를 대신해 시뮬레이션해준다. 우리가 이야기와 허구를 포기한 순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탐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를 잃은 셈이다.
악인의 서사 나쁜 놈도 눈물 흘려야 할 이유, p.185,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전승민 님 「조명등, 달, 물고기: 나르시시스트의 선한 얼굴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1.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이 글을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22년 최고의 책으로 꼽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이 글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해석들에 대해 활자화된 내용을 보며 반가웠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정의롭거나 선량하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무해'하다는 말이 많이 쓰이는 현상에 대해 갈등이나 대립을 회피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한' 콘텐츠를 좋아하는 편이라,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 같은 작품을 통해 고조모 증조모부터 이어지는 이해와 연대의 모녀 서사도 읽기는 하지만) 정유정 작가님의 『종의 기원』 같은 이야기에서 부모자식 관계를 고찰해 보는 데도 흥미가 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영화가 있는데요 피칠갑하는 작품 가운데에서도 개인적으로는 특히 잔혹했던 『분노의 윤리학』 같은 작품이 악한 남자, 더 악한 남자, 진짜 악한 남자, 그보다 더 악한 여자를 표현하고 있어 대단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2.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 가 아닐까 합니다. 창작물은 상상을 가미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실 세계를 중심으로 한 허구로, 보편성이나 계몽성을 모두 가지니까요. 책을 읽고 질문에 답하면서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떠올리고 언급하게 되네요 개인적으로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품도 너무 많은데, 다른 분들 써주실 내용도 궁금합니다~
<그녀는 조명등...>과 <물고기.. >를 읽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글을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들마다 글의 난이도에 편차가 있는것 같은데 이번 글은 저에겐 앞의 두 글보다 좀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어요. 1.최근 대중들에게 장소힐링소설(?)-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는데 어떤 장르인지 아실거라 생각해요-이 인기를 끌고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매력을 못 느낍니다. 저는 좀 더 치열한 이야기가 제 취향인 것 같아요. 2. 일단 재미있어서 읽습니다만,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소설이 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번과 관련하여 김초엽 작가님의 <책과 우연들>에서 읽은 대목이 생각납니다. 읽고 '아, 나도 이런 마음에 책을 읽는구나' 생각했었거든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데뷔작 두 편을 공개하고 이런 말을 들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저는 SF에서까지 이런 구질구질한 현실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아요.” 인간을 데이터로 업로드할 수 있고 초광속 항해가 가능한 미래사회에 굳이 누군가가 차별받고 또 누군가가 기술에서 소외되는 현상만은 공고히 유지되는 이야기를 써야겠냐는 것이었다. (.....) - 김초엽 <책과 우연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초엽 작가는 자신도 "멀리 가는 이야기"를 쓰고싶었지만 "내 인물들은 멀리 갈 때조차 늘 조금씩 현실에 발목이 붙들려 있었다"라고 하면서, 자신이 쓰고 싶었던 것이 "유토피아 자체가 아니라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면서 그것이 바로 자신이 읽고, 또 쓰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합니다. 이 대목을 읽고, 그래서 내가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구나, 나도 작가님이랑 읽고싶은것의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조금은 답이 보충이 되었으려나...
악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 모순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의 유무에서 벗어난 악의 서사들이 필요하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그러나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악의 시간에는 끝이 없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악은 가해의 끝이 아니라 피해의 시작이다.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안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을 동반한다. 악이 무지를 숨기고 있는 말이라면 앎은 고통의 드러남을 숨기고 있는 말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이래로 앎은 고통을 부르고 고통은 앎과 함께 왔다. 문학은 고통 애호가들의 취미가 아니다. 그러나 고통을 달리 보고 다른 거리에서 보는 문학이야말로 고통의 본질을 직시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편애일까.
악인의 서사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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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지난번 글에서 안내해드린 내용 중에 신청 구글폼 링크가 잘못 연결되어 있어서 다시 올립니다. ● 오프라인 그믐밤 신청 링크 https://forms.gle/g8qkP6PJ2dFvW2NC9 8월 15일(화)에 열리는 그믐밤에서 박혜진, 전승민, 전자영, 최리외, 윤아랑 작가님의 이야기도 듣고, 궁금한 점도 얘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며, 지식은 실천의 밑거름이 된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경계’를 쉽게 돌파해버린 범죄자들에 대한 매혹, 알고 보면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포와 불안을 최대한 잘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의 1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고수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악인의 서사 범죄의 기술: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김용언), 듀나, 박혜진, 전승민, 김용언, 강덕구, 전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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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악인의 서사>에서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뺴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을 쓴 전자영입니다. 며칠동안 열심히 눈팅하고 있었습니다. :) 독서 모임에 참여해 주시는 독자 분들이 폭넓은 독서 이력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텍스트들을 교차 언급해 주셔서, <악인의 서사>에서 언급된 작품들 말고도 어떤 서사 문학 속에서 암약(?)하는 ‘악당’들이 여러분에게 떠올랐는지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서부극부터 한국 소설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서사 예술 작품들이 이 비평집에서 다루어지는데요, 저는 아마 이 중에서 가장 “옛날” 작품을 다루고 있을 겁니다. 17세기 초반에 쓰여진 극작품 <에드먼턴의 마녀>와 그것의 원작이 된 팸플릿인데, 셰익스피어보다 십년 정도 뒤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대해 아는 분이 얼마 없으실 거 같아요. 좀 낯설게 느껴졌지요…? ㅠㅠ 그래서 다음주 화요일에 있을 북토크에 앞서서 자리를 까는 의미로, 몇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친구로부터 제 챕터에 대한 감상을 들었는데, 이렇게 마녀를 현대적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다루는 작품이, 그것도 남성 작가들이 쓴 작품이, 17세기 초반에 이미 나왔다니 놀랐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과 이 작품을 같이 읽었을 때도 학생들도 그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들 소여를 ‘악당’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비록 17세기 잉글랜드라는 시공간적으로 절단된 곳에서 온 작품이지만 그래서 <에드먼턴의 마녀>는 현대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또한 ‘실화’ 기반이므로 (제 글에서도 썼지만, 소여는 실존 인물이고, 17세기 영국인들의 집단적 상상계에서 마녀와 악마는 어느정도 진짜였습니다) 실화를 다루는 여러 다른 분들의 글들과도 연결지점이 생깁니다. 박혜진 님이 “based on the true story”를 대할 때 생기는 공감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셨고, 김용언 님이 범죄 실화에 대한 유서 깊은 관심을 언급하셨지요. 범죄의 타블로이드화는 실로 유서 깊습니다. 김용언 님은 18세기부터 ‘트루 크라임 스토리’가 대중적으로 소비되었다고 하셨지만 (124-25쪽), 이런 ‘팩션’에 대한 관심은 엘리자베스 시대에도 존재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팸플릿’ 장르나 발라드도 그렇고 (203쪽), 가정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작품들이 16세기말~17세기초에 인기를 얻어 제법 많이 쓰여졌어요 (사실 제가 처음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가정 비극에 대해 쓰려고 했었습니다). 여기서 살인자이자 악인은 흔히 아내입니다. 외도를 저지르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며, 당연하게도 이들은 마녀화됩니다. 이는 실제의 가정 폭력 양상을 전혀 대변하지 않았죠. 우리가 쉽게 예측할수 있다시피—이런 전통(!)은 절대 바뀌지 않지요—가정 폭력의 가해자는 남편이 절대 다수였으니까요. 소여같은 마녀들, 그리고 이런 가정 비극들의 여성 살인자들은 픽션과 현실을 오갑니다. 어쩌면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대다수가 남자인데 이런 작품들이 여성을 빌런으로 내세우는 것이 안티 페미니즘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성들이 빌런으로 표상되는 작품들이 여성성(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인간성이라고 해도 괜찮습니다)의 영역을 확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여자가 살인을? 어떻게 여자가 옆집 이웃에 상해를? 전승민 님이 “조명등, 달, 물고기”에서 밝혔듯, 선함과 무해함을 퀴어성에 종속시키는 것은 사실상 자기연민에 심취한 '선한' 주체의 오독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런 여성 살인자들은 선함과 무해함을 여성성에 종속시키길 거부합니다. 여성 살인자는 대상화, 이상화, 낭만화되기를 거부합니다, 비록 그게 남성 작가들로 인해 과대표되었다고 해도 말이지요.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런 픽션 작품들이 여성을 ‘납작하게’ 살인자로 그리려고 하는데, 되려 그게 여성 인물을 ‘복잡하게’ 읽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겁니다. 듀나 님이 쓰셨듯, 독자들은 악인의 소비에 관한 한은 정말 작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제가 이 토론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제가 쓴 글에서 파생하여 가정 비극 속 여성 살인자/빌런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저는 토리 텔퍼의 <여성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떠올렸습니다. 이 책은 영화나 뮤지컬로도 만들어져서 유명한 리지 할리데이나, 전설같은 바토리 에르제베트 등등 역사 속의 유명한 여성 살인마들에 대해서 ‘트루 크라임 스토리’를 파헤치며 서사적 재미와 함께 여성 살인마들을 남성 살인마와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야 한다는 페미니즘 사회학적 독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왜 살인마가 되어야 했느냐는 경제적, 문화적인 문제뿐 아니라 (절망), 여성 살인마는 남성 살인마와 질적으로 다른 살인자 (비이성)—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기보단 독을 더 많이 쓴다던지--이며 우리는 그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텔퍼는 여성 살인마들의 내면의 비이성이나 절망을 읽는 행위가 페미니스트적인 재조명이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여성 연쇄살인범들을 무슨 페미니스트의 대표로 포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저는 이런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살인자는 여성 인권을 높여 주지 않습니다. 여성 살인마에 대해서 쓰고 읽는 것이 비윤리적은 행위인가? 라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맞섭니다. “다만 나는 이야기가 주는 치유와 깨달음의 힘을 믿으며, 악행을 들추어보며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에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성의 어떤 면이 제거되어야 마땅할까? 이것은 두렵고도 아름다운 질문이다.” 하지만 따져보는 것 자체가 윤리적인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우리는 여성성/인간성의 어떤 면을 손쉽게 재단하기 위해서 서사 문학을 읽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게 얼마나 복잡한지를 알기 위해서 읽겠지요. 여성 살인마들, 마녀들은 악행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면이 제거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사회에서, 우리 주체에서, 악을 말끔하게 분리해낼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윤아랑 님이 언급하시기도 한 제프리 버튼 러셀의 <악의 역사>는 여러 종교에서 선과 악은 태초에 하나의 신적 존재에 합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구약 성경의 여호와는 선이기도 하고 악이기도 합니다. 선악의 완전한 분리는 그렇게 해서 사회를 정화시키고 개인의 도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싶었던 인간 주체의 욕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악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보기 싫어도 거기 있는 것들을 직시하게 만드는 존재들, 우리가 좋은 것만으로는 구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윤아랑 님이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헤겔의 용어를 빌어 칭하는 듯 합니다) 증명해 내는 존재들, (지배 이데올로그에 종사하게 마련인) 분리와 정화는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초과적인 (‘초월’적인게 아닙니다) 존재들… 빌런들을 통해 이런 시각을 얻는 것이 (전승민 님이 가장 악한 것이라 지적하는) 나르시시즘을 피해 가는 행위일 수도 있겠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작가 분들 그리고 독자 분들과 함께 다음주 북토크에서 하게 될 수 있길 바라며, 솔제니친의 말로 이 다소 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의견이나 코멘트 있으시면 얼마든지 공유해 주세요! “사악한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몰래 음험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사람들을 따로 격리해 쳐부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선과 악의 구분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을 관통한다. 누구도 자기 심장을 파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전자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악인의 서사>를 아직 읽지 못하시고 그믐밤 참여하시는 분들께는 작성해 주신 작가님의 글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다섯번째 챕터, 강덕구 평론가님 글을 읽는 중인데 작가님 글이 다음 번이라 곧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네요. 화요일 그믐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게요!
전승민 평론가님이 주제로 삼으신 3 작품 <그녀는 조명등 아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아직 읽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론가님 글 매우 흥미롭게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실은 저는 지금 읽고 있는 강덕구 평론가님 글이 조금 어렵네요. ^^ 아마 평생토록 본 서부극이 손에 꼽다 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긴 한데 끝까지 숙독하도록 할게요.) 작품 내 퀴어의 등장이 그저 그 사실로만도 반가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나온다고?)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할 것 같아요. "그들 또한 그저 '사람'이기 때문이다"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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