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3. 악인의 서사 @가가77페이지

D-29
책을 펼치자마자 김지운 편집자님의 글을 반갑게 만나네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악당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그러나 저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요, 9편의 쟁점들 차분히 읽어보도록 할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주 모임 시작과 함께 한 차례 질문을 공유해드렸는데, 막 출간된 신간이어서인지 많은 분들께서 이제 막 책을 입수해 읽고 계실 듯합니다. 아무쪼록 저마다의 호흡으로 책을 읽어나가시면서 그믐 모임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악인의 서사』에서 듀나 님이 제기하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책의 첫 순서에 배치된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은 오늘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개·증식하는 ‘유독한 팬덤’의 문제와 이들에 의한 창작물의 오용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창작자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창작물이 해석되는 건 불가피한 일임과 동시에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 작품의 감상은 권태롭기 그지없을 것”(44쪽)이라고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이기까지 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상을 가진 이들과 손쉽게 규합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 곳곳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합니다. 1. 여러분께서는 문화 분야에서 이런 유독한 팬덤의 사례를 접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바로 지난주에 국내의 한 모바일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떠올렸습니다.(관련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01872.html ) 특정 성향의 게임 이용자들이 제작사 측에 집요하게 항의를 벌인 끝에 해당 게임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참여한 직원이 해고를 당한 사건이었지요. 그 밖에 문화 분야에서 유사한 사례를 기억하고 계시다면 함께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2. 유독한 팬덤에 의해 창작물이 오용될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시나요? 창작물에서 악인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걸 경계해야 할 만큼 오늘날의 현실을 심각하게 느끼고 계신가요? 3. 이 글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또 하나의 주제는 모범적 악역의 사례와 요건입니다. K-드라마, 할리우드 액션 영화, 세계 문학 고전 등을 넘나들며 실로 다종다양한 모범적 악역이 소개되는데요. 여러분께서는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가 악역으로 탁월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하시나요?
악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p.24 '영화는 영화로만'. 코미디는 코미디로만'같은 말들은 비겁한 거짓말이다. 전 이렇게 생각해 오고 있었어요. 물론 왜 악인이 됐을까 라거나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공감하는 건 아니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악인이 뭐? 왜?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있어? 나쁜 놈은 나쁜 놈이고 그런 놈은 혼나야 마땅하지 정도로요. 이것이 영화는 영화로, 코미디는 코미디로, 소설을 소설로만 끝나지 않고 팬덤이 생긴다거나 내용이 범죄로 이용될 때가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읽으며 뜨끔했다가 p.41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선과 악을 구분하는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 그렇네, 단편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네~ 라고 수긍하게 되었네요. 세상은 점점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이는 데에 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놔야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길 때 빠져나가기 쉬울 테니까요. 그러니까 더더더!!!! 악인에게 서사를 주면 안되는 거겠지요.
링크 걸어주신 사건 정말 황당하네요. 유독한 팬덤이라..아이돌 팬덤 등에서 아이돌의 연애를 단속하는 행위 같은 것도 정말 기괴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박한 자본주의, 내가 돈 냈으니까 너는 내 말대로 해야지. 몇몇 팬덤의 저변에 깔려있는 이런 생각들이 무섭습니다. 돈을 내고 콘텐츠를 구매한 나는 콘텐츠와 창작자를 도마위에 올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권리가 있다? 여기에 논리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손님은 왕이고 왕이 싫다는데… 올려주신 기사 관련 정말이지 어이가 없지만 저들은 아마 저보고 그러겠지요. 이 게임에 10원 한 장, 30분도 안 쓴 저보다 본인들이 이 게임을 더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래서 그런 거라고. 돈 한 푼 안 쓴 당신은 발언권이 없다고. 캔슬 컬처 자체를 그닥 좋게 보고 있지 않아서 팬덤의 이러한 행동들이 반갑지는 않네요.
키워드로 던져주신 '유독한 팬덤'에 계속 꽂혀 있어요. 진짜 악당은 이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마 전에는 다른 곳에서 제가 무례함을 지적하니 불쑥 자신은 그 책을 샀다는 이야기를 꺼내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무례하다는 이야기에 대한 응대가 어떻게 "난 돈을 주고 샀다" 라는 답변으로 돌아오는 거죠. 그에게 독자=소비자 였던 걸까요? 그 논리대로라면 책 빌려 읽은 사람은 말도 못하는 건지...돈 쓴 사람에게는 무슨 모욕할 권리가 저절로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건지... 사서 읽었으니(보았으니 또는 들었으니 또는 먹었으니) 이래도 (이래도에는 여러가지가 들어가겠죠. 결말을 내 맘대로 바꾸라고 요구해도, 주인공의 착장을 고쳐달라 해도, 슬럼프에 빠진 작가를 매섭게 질타해도) 된다! 어느 정도의 이래도까지는 괜찮은 거고, 어느 정도의 이래도는 안 되는 걸까...생각해 보게 되네요.
말씀하신 ‘소비자로서의 독자’의 컴플레인성 요구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이 웹툰/웹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악인의 서사』에도 웹소설 독자들의 사례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데요! 이융희 님의 원고에는 다음와 같은 대목이 등장합니다. “[독자들은] 작품이 자신의 쾌감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댓글란에 ‘하차합니다.’라는 선언을 남기고 결제를 멈춘다. [……] 타인의 처지에 대한 상상력과 숙고는 사라지고, [……] 소비자로서의 권리 의식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271쪽) 어쩌면 지금 고민하고 계신 주제와 관련해, 융희 님의 글에서 또 다른 생각의 단초를 얻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범적 악역을 생각하다 보니 요즘 인기있는 악당, 타노스가 생각나네요. 타노스만큼 이름이 유명한 악당은 조커 정도 아닐까 싶어요. 영화를 보지 못한 저에게조차 너무 익숙한 이름.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은 요즘입니다.
말씀해주신 타노스의 이름도 『악인의 서사』에 문득문득 언급됩니다! 듀나 님의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44쪽)과 윤아랑 님의 「악(당), 약동하는 모티프들」(289쪽) 등 두 가지 글에 등장하는데요. 해당 캐릭터에 대한 심층 분석까진 아니지만, 역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악인 캐릭터인 만큼 책에서도 흥미로운 맥락 속에 거론됩니다.
기사를 읽고나니 최근 흑인배우가 인어공주 주연을 맡으면서 벌어졌던 #NotMyAriel 해시태그 소동이나 Doctor Who 시리즈에서 13대 닥터로 여성닥터가 등장했을때의 팬들의 회의적 의견이 생각납니다.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뭐 팬들이 이런저런 의견은 가질 수 있죠) 그 와중에 벌어진 배우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공공연히 팬들이 드러낸 인종, 성별 차별이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기사에서 팬들의 항의가 실제 직원의 해고로 이어졌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
공유해주신 사례들처럼 듀나 님의 글에서도 유독한 팬덤이 인종차별, 성차별의 맥락에서 문제가 된다고 명확히 짚고 있답니다. “예전 같았으면 눈치 보며 입 다물고 있었을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계급차별주의자들이 비슷비슷한 무리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을 얻어 기고만장해 있다. [……] 이런 ‘다양성’이 늘어난다면 그 사람들은 서사 예술 속 악역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42쪽) 작품 바깥의 수용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격론은 확실히 소셜미디어 이전의 시대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현상처럼 느껴집니다. 아무쪼록 더 자세한 내용은 책 속 첫 글 전문을 참조해주세요!
맞아요. 편집자님이 서문을 너무 잘 써 주셔서 여러 작가님의 글들을 하나로 꿰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 작가님들 글 하나씩 읽어나가다가 편집자님이 어떻게 소개하고 코멘트했더라 궁금해하면서 서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보고 오곤 해요~
앗 말씀드린 ‘첫 글’은 듀나 님의 글을 말씀드린 것이었는데, 머쓱타드입니다…😅 졸고에서나마 도움을 얻으셨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모범적 악역'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사랑한 빌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1.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의 악역 (스포가 되므로 이름은 언급하지 않을게요) 나른하면서 퇴폐적이고 매사 무관심한 듯한 말투와 행동거지가 매력적입니다. 동명의 영화도 있는데 과연 누가 이 캐릭터를 연기 할까 했는데 배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셔널리즘에서 커뮤니즘으로 이동하는 빌런의 이데올로기 변화도 매우 공감이 됩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스파이 스릴러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전작 19편이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출간된다. 2005년 여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소설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1960년대 미소 간 냉전 상황으로 스파이전이 심화되던 당시, 영국을 충격에 빠트린 케임브리지 출신 엘리트의 소련 이중간첩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2. <악령> 의 스타브로긴 (스포가 전혀 되지 않아 이름을 밝혀요.) '무의미'라는 관념이 인간으로 형상화가 되면 이렇게 표현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끝까지 신을 믿지 않은 자. '구원 따위 개나 줘' 일까요? <악령>의 스타브로긴을 알고 나면 지구정복이나 금은보화를 노리는 악당은 귀여워 보일 거에요. 같은 소설에서 표트르 라는 이름의 악당도 나오는데 이 사람은 전형적이고 조금 교과서적인 악당 스타일입니다.
악령 - 상
공유 감사드립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악령』은 (박혜진 님의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장강명 님의 『재수사』에서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다른 독자분들께서도 『악인의 서사』를 시작으로 『재수사』, 『악령』으로 독서를 확장해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책의 두 번째 글, 박혜진 님의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에서 이야깃거리를 나눠볼까 합니다. 현실에서 벌어진 잔혹 범죄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형태로 극화한 작품을 보신 경험이 다들 있으실 텐데요. 1. 표지나 오프닝 시퀀스에 “Based on true story” 같은 문구가 등장하지만 궁극적으론 픽션에 해당하는 이런 작품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영화/드라마/소설 등이 있으신지요. 긍정적 의미에서건 부정적 의미에서건 말이죠. 박혜진 평론가는 글의 도입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다머」를 재생했다가 끝내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 대해 고백합니다. 박혜진 평론가는 범죄 현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장면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27쪽) 반면 마찬가지로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정유정 작가의 장편 소설 『완전한 행복』에 관해서는 사뭇 다른 평가를 내립니다. 박혜진 평론가는 피해자의 시각에서 악을 바라보는 『완전한 행복』이 ‘피해자 중심 서사’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이렇듯 똑같이 현실의 잔혹 범죄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해도 각각의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텐데요! 박혜진 평론가는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시점’이라는 요소에서 찾습니다. 2. 그렇다면 여러분께서는 실화 범죄 기반의 픽션을 감상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한편 공개 직후부터 많은 논란에 직면했던 「다머」는 최근 에미상 1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실제 피해자들의 유족을 대리한 변호사가 시상식 주최측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았는데요.(관련 기사: https://www.ytn.co.kr/_ln/0104_202307171040014896 ) 또 박혜진 평론가의 평가와 달리, 『완전한 행복』은 실제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이유로 현재도 인터넷 서점 곳곳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실제 범죄 사건을 창작의 소재로 다뤄도 괜찮은 걸까요? 다뤄야 할까요? 다룰 수 있을까요? 그 사건을 문학(서사)의 형식으로 파고들어야 할 필요성이나 가치가 존재할 수도 있고, 이런 소재를 선택했을 때 작가가 유념해야 할 지점들도 분명 존재할 텐데요. 실화 기반의 창작 서사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저는 완전한 행복만 읽어서인지 유령이나 재수사를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재수사는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 완전한 행복을 읽으면서 이렇게 써도 되나? 싶었었어요. 주변에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다 안 좋았거든요. 왜 굳이 실화를 써야 했냐, 소재가 떨어지니까 그런 게 아니냐,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 시점에서 써서 불편하게 하더니 이번엔 고유정이냐 등등.... 저도 썩 좋다~ 싶게 읽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읽어봐야 겠더라고요. 피해자 시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싶었거든요. 지난 달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으며 악의 평범성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그 책이 나오고 아렌트는 유대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긴 했지만, 그 재판 자체가 이스라엘이 일어나기 위한 정치적 쇼였고, 아렌트는 유대인임에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에게 서사를 만들어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평범한 사람도 수백만명을 죽일 수 있는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요. 순수 창작물이 아닌 정치학 책으로도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는데....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는 오죽하겠나 싶더라고요. 첫번째 듀나님의 글에 나온 것처럼 선과 악을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 창작물을 만드는 이들의 소임이 아닐까 싶어요. 판단은 독자에게~라고 넘기기에는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니까요.
1. “Based on true story” 이라 하여 실화에 기반했다는 문구 자체를 저는 그닥 개의치는 않는 편이에요.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요. 가끔은 그냥 그러한 문구가 일종의 마케팅 수사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실화를 생각하다 보니 제가 최근에 엄청 충격받은 한 사건이 떠오르네요.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8523554&code=61121111&cp=nv 두 남성이 서로의 허벅지를 돌로 죽을만큼 가격했다는 사실이 전 잘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이걸 극화하면 보는 이들이 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할 것 같고요.
박혜진 평론가의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실제 범죄를 기반한 픽션을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그 범죄를 픽션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그걸 알리는 것 정도의 의의말고는, 범죄 자체가 '재미난 스토리'로 소비해버리는 픽션들을 꺼려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꼭 범죄가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 대해서 보여주는 이야기가 실화 기반인 영화라면 봅니다. 우리 사회에 대해서 보여준다는 걸 조금 더 쓰면.. 더 위에서 구조를 바라보게 해주는 픽션이랄까요. 지금 떠오르는 영화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입니다. 그런 편이기에 이 글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악의 서사를 다루더라도, 어떻게 다루는지. 각각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셔서 더 잘 이해가 되고 좋았어요.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었는데, 그 중 일부 문장도 아래에 적어볼게요. 글에서 나온 '동굴 밖으로 나오는 악의 서사'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특히 작가/감독 등이 작품 속 악인에 대해서 어떤 시선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무조건 악인을 다루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요, 악인에게 당연히 매혹될 수 있죠, 그런데 그 악인이 저지른 행위의 전후사정과 거기 연루된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그의 죄의 구체적 재현에만 집중하는 관점이 꽤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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