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①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함께 읽기

D-29
제가 아파트 하면 정겨움이란 단어가 떠오른다는 것과 별개로 저도 이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이것과 비슷한 말을 초등학생들이 하는 걸 보았거든요. 그 학생들은 어른들의 말을 보고 배운 것일테니 이건 어른들의 잘못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수근 세운상가 이후로 '건축가'가 주택 단지 설계에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되지만, 그 전후로 폭발적으로 건설된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논의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고 대형 건축 조직의 업적에 대한 온전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건축가' 위주의 담론이 지배적이던 한국 건축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대형 조직의 일원으로 일한 익명의 건축, 조경, 기술 전문가들은 세상의 인정에서 초월해 있던, 말 그대로 '이상주의자'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정림건축의 창립자 김정철의 에세이에서 그러한 모더니스트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p.68, 이인규
1부에서 인상적인 문장들을 적어봤어요. 더 있지만, 도배가 될까 봐..
② 아파트에 관한 책은 꾸준히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읽은, 아파트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 유현준 작가님의 "공간의 미래" 책입니다. 거기선 아파트의 미래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아파트 주변에 공원같은 공용공간이 많아야 사람들이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다는 부분이 생각나네요. ③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를 선택하신 이유와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생이 되고 취업과 미래를 생각하니 내집마련 역시 고민의 일부가 되었는데요. 그래서 막 아파트,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건축사를 새롭게 쓴 거장들을 나는 여전히 경외한다. (...)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더이상 그런 거장이 되기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나는 비록 거장을 꿈꾸지 않게 되었지만 조금의 서운함도 불평도 없다. 나는 질높은 건축을 하겠다는 이상과 의지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고, 내 이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축주와 사회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행복하기 때문이다. - 정림건축 창립자 김정철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p68, 이인규
저도 같은 부분에 밑줄 그었어요. 현대의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건축 역시 대형화, 복합화 되는 상황속에서 자신은 선배들과는 다른 방식의 건축가로 기억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이 묘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내가 이 문장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너무 멋있다!’라고 적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몇 번 되풀이해서 읽었습니다. 다른 이의 예술적 성취를 존경하면서도 자신은 그것을 꿈꾸지 않으며 그저 자기 몫의 이상과 사회의 요구를 위해 성실하게 일한다는 말 아래 무엇이 있는 것일까, 체념일까, 겸손일까, 엄격한 자기인식일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자세를 지닌 사람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쵸! 너무 멋진 글이었어요. 이 부분은 조금 감상적인 것 같아서 논문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책에는 꼭 담고 싶어서 스크랩해두고 벼르고 있었던 글이었어요.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게 해당 글의 링크를 남겨드립니다! https://junglim.info/essay/essay07 김정철님의 다른 글과 정림건축의 아카이브도 둘러보시면 재미있으실 거예요 ^^
아, 감사합니다. 전문으로 읽으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최근에 나온 책이라서 오늘(7월 29일)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얼른 읽고서 토론에 참여할게요.
@장맥주 선생님께서 어린 시절에 엘리베이터에 갇혀 트라우마를 겪으셨다니,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제 경우 첫 직장을 다니면 때였습니다. 잦은 외근을 했을 때였는데요. 한 번은 낡은 건물에 일을 하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가 털컹거리더니 잠깐 멈추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찌나 당황을 했던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다행이 급방 다시 가동이 되었는데요. 바로 아무 층이나 누르고 문이 열리자 번개처럼 튀어나와 계단으로 걸어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성인 시절에도 그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어린 시절에 겪으셨으니 어땠었을까 조금은 상상이 되네요. 그나마 지금은 그 트라우마가 치유되셨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수시로 고장이 나던 엘리베이터였는데, 그래도 한 시간이나 멈춘 건 심했죠. 그런 때 엘리베이터 문을 열면 엘리베이터가 층과 층 사이에 멈춰서 있어서 고개를 숙이고 아래 층으로 뛰어내려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다들 투덜거리면서도 그냥 그러고 살았던 기억입니다.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던 시절에 엘리베이터 멈춤 정도는 별 일도 아니게 여겼던 거 같아요. ^^
어린 시절에 한 시간동안 갇혀 있었다면 정말 트라우마가 되셨을 것 같아요. 저는 대학생 때 한 번 갇힌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고 핸드폰이 있던 시절이어서 바로 119에 신고하여 구조될 수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도 엘리베이터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그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둔촌주공아파트에서도 엘리베이터 고장은 은근 자주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은 엘리베이터 사고로 어린 아이가 사망하면서 온 동네가 난리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둔촌 주공아파트의 옛날 기사들을 다 훑어보았는데, 책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정말 많았었어요.
1996년 4월의 사건이군요... 어떤 사고인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금방 나와서 찾아 읽었습니다. 1996년이면 그런 사고가 안 나야 하지 않나, 싶은데 생각해보니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1995년이었으니... (요즘은 승강기에 갇히는 사고가 없나 싶어 검색해보니 여기저기서 계속 발생하고 있네요. 2018년에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도 정전으로 승강기에서 1시간 넘게 갇힌 사람이 있었다는데 그 비싼 건물에 승강기용 보조 발전기도 없었나 싶습니다. 외부 전기 공급이 끊기면 제일 가까운 층까지만 운행하고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그리 어려운가, 그런 장치는 있는데 고장이 난 건가, 궁금하네요.)
2부를 읽으면서 '새마을 운동'이라는 키워드가 참으로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 그 시대를 살아보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폐품 수집을 때 학교 선생님이 요구하던 분량을 채우려고 억지로 폐품을 만들어내거나 길거리에서 조달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공감도 되고, 특히나 큰 찻길 건너 편에 있는 옆 동네에서 40여 년을 살았던 제게는 무척 친숙한 곳이나 그 공간에서의 일어났던 일들이 생소한 것들이 많아 흥미롭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믐에 신청하고 이 책은 무지무지 재미나서 하룻만에 다 읽고는 여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관심있어 하는 서울의 도시발달사에 대해 이렇게나 명쾌하게 증언과 증빙으로 확인해 주시고, 그러면서도 논리적인 흐름으로 맛깔나게 책(논문?)을 쓰신 작가님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저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와 1960년대 특히 1968년 이후의 서울의 도시역사를 문학과 접목하여 탐구 중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많은 작품들을 보며 자료수집 중인데, 이 책은 그 가치가 정말 높은 책인 듯 합니다. 특히나 단순히 재개발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만을 짚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과 달리 날줄같은 서울의 도시발달사를 역사적으로 잘 짚어내시면서 씨줄같은 둔촌주공의 설립배경까지 설명하시는 혜안과 구성이 무척 좋았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잣거리의 뜬말을 정책기획자들은 제발 귀여겨 생각하고 매사에 임하길 바라는 바입니다. 1부를 읽노라면 결국 1920년대 경성이 본격 개발되었던 역사적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모두 채우는 결정은 비록 아닐지라도 그들의 순간 판단과 결정이 그뒤를 잇는 후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저는 1부를 읽으면서 제발 이 사실을 지금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되새김되새김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만을 위한 정책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어딘가 물러터진 고름을 뚫고 터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이 글로 시작을 알리고 다른 분들 소감을 좀더 읽고 계속 참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글쓴이와글쟁이님, 좋게 평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서울의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하고, 60~70년대 부분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라서 글로 정리하기가 제일 어렵고 조심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애쓴 보람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준비하면서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박철수 교수님의 추천으로 '만주모던'이라는 책을 봤었는데요. '60년대 개발 체제의 기원'이라는 부재가 달린 책으로 (아마 읽어보셨을 거 같은데) 선생님께서 관심을 가지시는 부분과도 닿아있을 것 같습니다. 1920년대 경성이 개발되던 역사적 배경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런 이야기를 살펴볼만한 선생님의 추천 도서가 있을까요? ^^
@프로둔촌러 : 답글 감사합니다. 소개해주신 "만주모던" 못읽은 책이라서 당장 구매해보니 오 이 책이 딱 제가 찾던 주제와 부합하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문학적 인문학적 배경의 서울(경성)탄생기를 공부 중인데, 방민호님의 "서울문학기행"과 송은영님의 "서울탄생기", 그리고 창비의 "서울의 인문학" 외 몇 권을 읽으면서 입문했고, 작년에는 김시덕 박사의 서울선언시리즈인 "서울선언, 갈등도시, 대서울의 길"을 읽으며, 얼개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역사적, 정치적, 인문학 배경에서 둔촌주공의 탄생과 삶을 읽을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1부를 다 읽었습니다. 엄청나게 잦은 설계 변경이 있었네요. 시간의 압박에도 이를 해낸 분들 대단하십니다. 대체 몇 번을 바꾼건지... 책을 읽기 전에는 뭐 그 옛날에 일이 제대로 되었을라고 생각하며 무시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그래도 나름대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근린주구' '중산층 및 정권에 우호적인 계층 만들기' 미학적으로는 '모더니즘' 추구 등 제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1부를 통해 둔촌주공아파트 탄생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잦은 설계 변경은 3부 재건축 기간에 더 스펙터클해집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끝까지 읽고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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