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의 <내면소통> 함께 읽어요 (완료)

D-29
생명이란 움직임이다. 신경시스템 자체가 움직임을 위해 존재하고, 동시에 움직임은 감각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움직임을 전제로 지각하며, 지각된 것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내면소통 김주환
화제로 지정된 대화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해서 모두 PTSD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트라우마를 겪었으나 PTSD 환자가 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공해, 암, PTSD 등의 공통점은 그것을 유발하는 데 관여한 계기는 분명 있으나, 그 계기를 사태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전체적인 사태 파악을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생성질서는 어떤 계기뿐 아니라 그러한 계기가 촉발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되는 지속적인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함을 시사하는 개념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곱씹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모든 불행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려는 행태들이,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해왔음. 겨우 딱지 앉은 상처를 헤집어 파는 거 같은... 불행의 확대 재생산. 물론 어느날 갑자기 막 잊고 헤헤거리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존재니까, 상처 입었더라도 어느 정도는 잊고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거지... 문득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다시 가정도 꾸리고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신 빅터 프랭클 선생님이 떠오른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인 에세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고통을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술회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만약에 과거의 경험이 확정적 원인이라면 과거를 바꿀 방법은 없으니 원인 치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다만 대증요법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의 전통처럼 과거의 특정한 경험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몸과 마음이 어떻게 스스로 병을 키우고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병을 유지하고 키우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 생성질서다.
내면소통 김주환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듣기 영역뿐 아니라 말하기 영역이 함께 활성화된다. 우리 뇌는 말하기와 듣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말하기와 듣기가 본질적 측면에선 같은 기능이라는 사실은, 내면소통과 대인소통 역시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임을 말해준다.
내면소통 김주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적이고도 내면적인 일을 수행할 때조차 사회적 규칙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 자체가 얼마나 공동체적인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내 머릿속의 생각은 나만의 것이다, 라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나의 생각과 의식은 지극히 공동체적인 산물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이것도 두고두고 생각해볼만한. 정말 개인이란 존재는 얼만큼이나 있을 수 있나? 공동체적인 부분은 대체 얼만큼이나 자아를 구성하거나 좌우할 수 있나? 등등... 문명에 사는 한 역사와 언어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없고, 그 인간은 무조건 공동체적인 인간일 수 밖에 없고. 어떻게 생각하면 꽤 으스스한 이야기.
인간관계 갈등의 핵심은 실제 말다툼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혼자서 머릿속으로 부정적 상상소통의 내용을 끊임없이 회고하고 예견하는 것을 반복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노와 증오가 계속 커지고 고통과 불행감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인간과 인간 사이라기보다는 각자의 머릿속이다. 따라서 인간관계 갈등 해결의 열쇠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소통의 내용을 바꾸는 데 있다.
내면소통 김주환
눈에 보이는 외양을 넘어서는 더 큰 무엇인가를 발견하려는 마음가짐이 존중심이다. 존중(respect)은 그래서 다시(re) 보는(spect) 것이다.
내면소통 제7장 내면소통과 명상, 김주환
어느새 7장. 이번 장에서는 머릿속의 목소리, 플라시보, 최면 등 주로 유사과학에서 많이 다루던 몇 가지 쟁점들이 뇌과학을 중심으로 풀이되었다. 발췌를 하다보니 끝도 없고 해서, 발췌는 앞으로 조금 자제하고, 감상 중심으로 나머지를 읽어보려 한다. 학문이라는 것은 결국 알기쉽도록 어떠한 구조를 만들고,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학이라는 다소 낯설고 그래서 마구잡이로 만든 게 아닐까 싶었던 학문이 이렇게 여러 영역을 포괄하는지, 또 이렇게 유용할 수 있는지 놀랍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인간 활동의 바탕이 아니었던가...!
호흡은 심장박동이나 장운동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저절로 일어나는 자율신경기능이다… 그러나 심장박동과는 달리 의식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숨을 잠시 멈출 수도 있고 크게 내쉬거나 들이쉴 수도 있다. 우리 몸의 기능 중에서 완벽하게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동시에 의도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기능은 호흡밖에 없다. 호흡은 우리가 스스로 자율신경계에 관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호흡은 우리의 마음 저 깊은 곳, 저 무의식의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7장, 저자는 emotion 이란 단어 자체가 원래 부정적 정서만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긍정적 정서라는 개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또한 ‘감정과 통증은 같은 매커니즘의 결과물’임을 설명한다. 그래서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결국 감정 다스리기의 첫 걸음이라 보는 것이다. 그리고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구체적인 방법들 중 가장 손쉬운 심호흡, 을 이야기한다. 이 책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구체적인 실천법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 통상 심리학 서적은 그 원인과 증상 분석에 그치든지, 사례를 나열하고 그래도 힘내자 식의 좋은 말로 마무리하든지, 뭔가 굉장히 사이비스러운 방법들을 비법인 양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늘 실망스러웠는데 말이다…. 그치만 아직 남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더 읽고 나서 최종적으로 감상평을 남겨보는 게 좋겠음
몸에서 올라오는 감정 관련 정보를 스스로 단절해버리는 현상은 어린 시절에 학대를 경험했던 트라우마 스트레스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포함한 감정조절장애의 핵심 원인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불행한 사건에 대한 나쁜 기억이 아니라 현재 몸이 전해주는 신호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데 있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 역시 나쁜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나 재처리에 두기보다는 현재 내 몸이 내부감각 신호들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내면소통 9장 고유감각 훈련과 움직임 명상 , 김주환
아직 9장, 저자는 명상시 앉는 법, 서서 명상할 때의 자세, 그리고 뇌신경과 연관된 근육을 이완하는 방법, 1980년대 후반 샤피로가 고안한 EMDR 안구운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길고 자세한 관계로 옮겨적기는 생략.
화제로 지정된 대화
움직임에 대한 자각 훈련인 고유감각 훈련을 할 때 꼭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움직임에 대한 의도와 실제 움직임과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자각 사이에는 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움직임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내면소통 김주환
움직임의 가능성이 공간을 생성해낸다.
내면소통 김주환
잘 자야 잘 깨어 있을 수 있다.
내면소통 김주환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주변 사람들보다 더 모를 수 있다.
내면소통 김주환
9장이 뇌와 연관된 구체적인 근육 훈련법이었다면 10장은 마음 훈련법으로 넘어간다. 자기참조과정이란 어떠한 일을 경험하는 경험자아, 그 일을 기억하는 기억자아도 아닌 제3의 존재, 모든 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배경자아를 느끼는 걸로 출발한다. 우선, 스스로의 경험에 대해 남인 양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게 첫번째 단계. 그리고 딴짓하지 않고 지금-여기-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두 번째 단계. 마지막으로 특정한 대상이 없는(?) 것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는 세번째 단계... 배경자아를 알아차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마지막 단계는 어렵고 감이 잘 오지 않음. 거의 스님 수준이라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할 듯.
스토리텔링이 무너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우연을 본다. 인과관계적 설명의 틀이 적용되지 않는 지점에서 우리는 우연을 느낀다. 자아의식은 우연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내면소통 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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