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의 <내면소통> 함께 읽어요 (완료)

D-29
과거에 내가 무엇을 했고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했는가에 집중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가 곧 분노이고,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가 곧 불안이다. 늘 행동 모드로 살다 보면 마음근력이 소진되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행동’ 모드를 잠시나마 멈추고 ‘존재’ 모드로 전환함으로써 분노와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마음근력 향상을 위한 내면소통 명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주의의 방향을 외부상태로부터 감각상태, 행위상태, 내부상태 등 나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내면소통 김주환
5장은 자유에너지 최소화 법칙, 마코프 블랭킷 등 최신 이론을 자세히 소개하고, 말미에 이르러 내면소통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마코프 블랭킷은 <피부 자아>라는 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려운 부분은 적당히 건너뛰었다.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뇌과학은 무엇보다 철학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존재론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식이 무엇인지, 자의식이 무엇인지 하는 것들은 철학의 고유 영역이었는데 이제 뇌를 스캔하고 신경과학, 인지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쌓여가며 조금씩 규명되고 있는 듯하다.
양자역학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전물리학보다는 분명히 더 정확하고 옳은 이론이다. 고전물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설명해내지 못하는 많은 것들도 더 잘 설명해낼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고전물리학의 세상은 상당히 왜곡된 현실이다... 우리 뇌가 구현하는 세계의 모습은 왜곡된 허구이긴 하지만 무작위적인 허구는 아니다. 우리 뇌는 아무렇게나 멋대로 왜곡하지는 않는다. 뇌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현실을 왜곡한다.
내면소통 제6장 내재적 질서와 내면소통, 김주환
기계론적 세계관은 전체로서 하나인 인간과 사회를 자의적으로 나누고는 그렇게 나뉜 부분들을 마치 본래의 실체인 양 다룬다. 원래 전체로서 하나인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나누어 개념화한 후에 그 부분들의 상호관계와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회과학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하다 보면 인간이 자의적으로 나눈 부분들을 마치 선험적이고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구성요소이자 본래적 실체로 착각하게 된다.
내면소통 김주환
하지만 어떠한 이념이든, 국가를 포함한 어떠한 조직이든 모두 인간의 몸을 위해 봉사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몸은 최우선의 가치여야 한다. 몸이야말로 인간성의 기반이고, 정신은 몸의 어떤 기능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을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더 귀한 가치란 없다.
내면소통 김주환
6장은 데카르트의 몸-정신 이원론 및 기계론적 사고에 대한 설명과, 그 한계로 인해 대두된 데이비드 봄의 전체론 소개로 시작한다. 기계론적 사고를 상식으로 삼았기에 이를 벗어나려면 많은 이해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몸이 단순한 정신의 그릇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가장 중요하다는 문장은, 잘 쓴 문학 작품만큼이나 뭉클했다.
생각이나 감정이나 기억은 배경자아의 일부가 뭉치거나 들뜬상태(excited mode)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물결은 바다 전체의 극히 일부가 잠시 들떠 있는 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알아차림의 주체로서의 배경자아는 생각, 감정, 기억 같은 마음작용의 일종의 장(field)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데이비드 봄의 soma(물질)와 significance(의미)의 관계는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기의’와 ‘기표’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다. 기표는 의미를 실어 나르는 기호의 물질적 측면이며, 기의는 기표라는 물질을 통해서 드러나는 의미다. 얼핏 보면 소마-시그니피컨스의 관계는 소쉬르의 기의-기표 개념과 마찬가지로 양자(dyadic)관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봄은 소마와 시그니피컨스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소마, 기호, 에너지라는 세 요소가 삼자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6장의 중반, 이제 데이비드 봄에다 소쉬르와 퍼스까지 호출되었다. 기호학을 통해서 전체론적 우주관을 설명한다…. 저자가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 강의를 사사했다더니 그래서인 듯하다. 정말 어려운데 재미는 있다. 일단 ㅠㅠ 좀 쉬었다가 읽어야 할 듯.
생명이란 움직임이다. 신경시스템 자체가 움직임을 위해 존재하고, 동시에 움직임은 감각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움직임을 전제로 지각하며, 지각된 것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내면소통 김주환
화제로 지정된 대화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해서 모두 PTSD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트라우마를 겪었으나 PTSD 환자가 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공해, 암, PTSD 등의 공통점은 그것을 유발하는 데 관여한 계기는 분명 있으나, 그 계기를 사태의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전체적인 사태 파악을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생성질서는 어떤 계기뿐 아니라 그러한 계기가 촉발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되는 지속적인 과정까지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함을 시사하는 개념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곱씹으면서 많이 공감했다...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모든 불행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으려는 행태들이,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해왔음. 겨우 딱지 앉은 상처를 헤집어 파는 거 같은... 불행의 확대 재생산. 물론 어느날 갑자기 막 잊고 헤헤거리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동시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존재니까, 상처 입었더라도 어느 정도는 잊고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거지... 문득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다시 가정도 꾸리고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신 빅터 프랭클 선생님이 떠오른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인 에세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고통을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술회한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만약에 과거의 경험이 확정적 원인이라면 과거를 바꿀 방법은 없으니 원인 치료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다만 대증요법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의 전통처럼 과거의 특정한 경험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몸과 마음이 어떻게 스스로 병을 키우고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병을 유지하고 키우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는 생성질서다.
내면소통 김주환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순간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듣기 영역뿐 아니라 말하기 영역이 함께 활성화된다. 우리 뇌는 말하기와 듣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말하기와 듣기가 본질적 측면에선 같은 기능이라는 사실은, 내면소통과 대인소통 역시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임을 말해준다.
내면소통 김주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하고, 스스로 반성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인적이고도 내면적인 일을 수행할 때조차 사회적 규칙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 자체가 얼마나 공동체적인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내 머릿속의 생각은 나만의 것이다, 라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나의 생각과 의식은 지극히 공동체적인 산물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이것도 두고두고 생각해볼만한. 정말 개인이란 존재는 얼만큼이나 있을 수 있나? 공동체적인 부분은 대체 얼만큼이나 자아를 구성하거나 좌우할 수 있나? 등등... 문명에 사는 한 역사와 언어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없고, 그 인간은 무조건 공동체적인 인간일 수 밖에 없고. 어떻게 생각하면 꽤 으스스한 이야기.
인간관계 갈등의 핵심은 실제 말다툼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혼자서 머릿속으로 부정적 상상소통의 내용을 끊임없이 회고하고 예견하는 것을 반복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노와 증오가 계속 커지고 고통과 불행감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 인간관계의 갈등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은 인간과 인간 사이라기보다는 각자의 머릿속이다. 따라서 인간관계 갈등 해결의 열쇠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소통의 내용을 바꾸는 데 있다.
내면소통 김주환
눈에 보이는 외양을 넘어서는 더 큰 무엇인가를 발견하려는 마음가짐이 존중심이다. 존중(respect)은 그래서 다시(re) 보는(spect) 것이다.
내면소통 제7장 내면소통과 명상, 김주환
어느새 7장. 이번 장에서는 머릿속의 목소리, 플라시보, 최면 등 주로 유사과학에서 많이 다루던 몇 가지 쟁점들이 뇌과학을 중심으로 풀이되었다. 발췌를 하다보니 끝도 없고 해서, 발췌는 앞으로 조금 자제하고, 감상 중심으로 나머지를 읽어보려 한다. 학문이라는 것은 결국 알기쉽도록 어떠한 구조를 만들고,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케이션학이라는 다소 낯설고 그래서 마구잡이로 만든 게 아닐까 싶었던 학문이 이렇게 여러 영역을 포괄하는지, 또 이렇게 유용할 수 있는지 놀랍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인간 활동의 바탕이 아니었던가...!
호흡은 심장박동이나 장운동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잠을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저절로 일어나는 자율신경기능이다… 그러나 심장박동과는 달리 의식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숨을 잠시 멈출 수도 있고 크게 내쉬거나 들이쉴 수도 있다. 우리 몸의 기능 중에서 완벽하게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으면서 동시에 의도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기능은 호흡밖에 없다. 호흡은 우리가 스스로 자율신경계에 관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호흡은 우리의 마음 저 깊은 곳, 저 무의식의 심연으로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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