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사람과 손잡는 일]
손을 잡으면 뼈가 한순간 이어진다.
태어난 순간이 이미 골절, 이후의 시간.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D-29
비까쏠트
정쏘주
[하루 먼저 사는 일]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의 저녁을 차려놓고 먼저 오늘
로 넘어와버렸다.
비까쏠트
[가장 큰 직업으로서의 시인]
세상에 존재하는 표백제로는 아무리 빨아도 결코 다 빠지지 않는 슬픔의 때가 미량이나마 껴 있어서, 결국 죽을 때까지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다시 빨아야 하는.
빨다가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질 정도로 허무하기가 그 어떤 시적 수사로도 비유할 수 없는.
정쏘주
[눈과 사람의 시작]
나를 바라본 적 있는 눈들은
지금 어느 길에 젖은 자갈처럼 흩어져 있나.
나를 담은 적 있는 눈들은
지금 어느 길에 물웅덩이처럼 흘러넘쳐 있나.
정쏘주
[새들의 호주머니]
언제든 미련 없이 날아가려는 듯, 그날의 새가 낳고 버린 내 손이
어느새 또 자라 호주머니 속에서 날개를 들썩인다
정쏘주
좀 더 오래 두고 읽어야 할 시집이네요. 8일간 즐거웠습니다.^^
비까쏠트
[호흡의 비밀]
잘 모르겠다
인간은 왜 호흡을 하게 진화했는지
자신도 줄곧 잊고 사는, 자신 말고는 알려는 이도 관심도 없는
알량한 비밀 때문에?
비까쏠트
[햇살]
햇살을, 만지며 이곳의 아이들이
자라나, 우리처럼 무럭무럭 늙어간다
비까쏠트
[하루 먼저 사는 일]
어제와 오늘을 양발에 신고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긴 하루를 걷는다.
'내일'은 신발 한 짝처럼 도로 한가운데 서늘하게 버려져 있다.
누군가 그것을 밟고 그만 또 넘어진다.
어느 날 나도 걷다 넘어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비까쏠트
좋은 시집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