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일정에 따라 시집을 읽으시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을 만나면 기록해 주세요.
-하루, 이틀, 사흘: 가장 큰 직업으로서의 시인~마음의 잠
-나흘, 닷새: 만약 우리의 시 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손끝에 자라는 웃음
-엿새, 이레, 여드레: 아직 죽은 사람~정반대의 카스텔라와 우유식빵
시인의 말
한 사람의 죽음이 가져오는 파장 또는 물결,
한 사람의 죽음이 일으키는 세상의
새 리듬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한 사람의 죽음은 세상을 리셋시키고 재가동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을 산으로 모시기 전에
입관식을 지켜본 적이 있다.
나무 관 속에 망자가 들어가자,
마치 새로운 건전지를 끼워 넣은 듯 내가 알던 세상이
전혀 다른 리듬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슬프도록 경이로웠다.
그것은 좋거나 나쁘거나의 차원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상에 아직 죽은 이들 그리고 어린 이들과 함께 살아갈.
2022년 봄
김중일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D-29
정쏘주모임지기의 말
정쏘주
[깊은 곳에 나무를]
나무는 누가 이곳으로 던진 그물일까
정쏘주
[내 시인의 감은 눈]
수평선은 시인의 감은 눈.
비까쏠트
[너라는 사람과 손잡는 일]
손을 잡으면 뼈가 한순간 이어진다.
태어난 순간이 이미 골절, 이후의 시간.
정쏘주
[하루 먼저 사는 일]
그것도 모르고 나는 그의 저녁을 차려놓고 먼저 오늘
로 넘어와버렸다.
비까쏠트
[가장 큰 직업으로서의 시인]
세상에 존재하는 표백제로는 아무리 빨아도 결코 다 빠지지 않는 슬픔의 때가 미량이나마 껴 있어서, 결국 죽을 때까지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계속 다시 빨아야 하는.
빨다가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질 정도로 허무하기가 그 어떤 시적 수사로도 비유할 수 없는.
정쏘주
[눈과 사람의 시작]
나를 바라본 적 있는 눈들은
지금 어느 길에 젖은 자갈처럼 흩어져 있나.
나를 담은 적 있는 눈들은
지금 어느 길에 물웅덩이처럼 흘러넘쳐 있나.
정쏘주
[새들의 호주머니]
언제든 미련 없이 날아가려는 듯, 그날의 새가 낳고 버린 내 손이
어느새 또 자라 호주머니 속에서 날개를 들썩인다
정쏘주
좀 더 오래 두고 읽어야 할 시집이네요. 8일간 즐거웠습니다.^^
비까쏠트
[호흡의 비밀]
잘 모르겠다
인간은 왜 호흡을 하게 진화했는지
자신도 줄곧 잊고 사는, 자신 말고는 알려는 이도 관심도 없는
알량한 비밀 때문에?
비까쏠트
[햇살]
햇살을, 만지며 이곳의 아이들이
자라나, 우리처럼 무럭무럭 늙어간다
비까쏠트
[하루 먼저 사는 일]
어제와 오늘을 양발에 신고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긴 하루를 걷는다.
'내일'은 신발 한 짝처럼 도로 한가운데 서늘하게 버려져 있다.
누군가 그것을 밟고 그만 또 넘어진다.
어느 날 나도 걷다 넘어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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