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모두라기보다는 작가가 유대인 별을 달고 불안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3권의 뼈대를 구상하던 중 아우슈비츠로 끌려갔고요. 하지만 작가는 그 당시에는 잡혀간 유대인들의 최후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돌체>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돌체를 읽어야 하는 거군요^^ 그럼에도 작가 뿐 아니라 모두가 결국엔 죽음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생하는 교주가 아닌 다음에야 말입니다.
내가 늘 말하잖아, 당신은 단역들을 너무 하찮게 여긴다고. 소설은 아는 사람이 기껏해야 두 셋밖에 안 되는,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와 같아야 해.
6월의 폭풍 43p, 이렌 네미롭스키
코로나 이전에 김탁환 작가님의 글쓰기 강좌를 두어달 들었는데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았다. 사감이 호루라기를 불자, 아이들이 열을 지어 방을 나갔다.
6월의 폭풍 58p, 이렌 네미롭스키
믿음이라는 게 기계화되어 길들이기 좋은 어떤 기제로 남아, 어떠한 생명력도 그로 인한 회복도 느껴본 일 없을 아이들의 일사분란한 행동이 날카롭고 무심한 서른 개의 목소리가 읊었던 주기도문 만큼이나 서글프고 아린 대목이었습니다. & 영화제목이야~ 그냥 외국어면 좋아하는가 보죠 ㅎㅎ 프랑스 모음곡도 너무 노말하게 다가올테니?^^
16장까지 읽었습니다. 점점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듯 합니다. 자신들의 처지나 신분?을 내려놓지 못하는 걸 보면요. 점점 더 무질서로 들어가면 더 본성이 나오지 않을까요? 작가는 가난한 사람들은 뭉쳐있다고 얘기하는데요, 아마 그들의 힘으로 역사가 한걸음 더 희망적으로 갈 수 있는 길잡이를 한다는 의미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베르가 철없어 보이지만 우리나라 나이로 하면 징집의 대상이었겠다 싶더라고요. 마냥 철없음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물론 용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요. 아마 한국의 80-90년대 대학을 다녔다면 데모 꽤나 했을 학생이 되었을 거 같기도 하고요. 인물(가족) 하나하나 개성있게 읽히네요.
가브리엘은 그녀의 손을 잡아 앞쪽으로 끌고 갔다. 갑자기 섬광처럼 묘하면서도 뜨겁고 날카로운 생각이, 그들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브리엘을 관통했다. 가브리엘은 플로랑스를 끌어당겨 억지로 고개를 숙이게 하고는 사형수의 눈을 가리듯 망토로 그녀의 머리를 가렸다. 가브리엘은 플로랑스를 거의 둘러업다시피 한 상태로, 비틀거리고 헐떡거리며, 반대편 강기슭까지 몇 미터를 질주했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지만 두렵지 않았다. 가브리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플로랑스의 목숨만은 구하고 싶었다.
6월의 폭풍 P.167, 이렌 네미롭스키
17장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걱정했던 커플인데 제 생각과 달라서 다행이예요. 후후후. 이 커플이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읽어갑니다!
어둠 속에서 위험은 점점 커져갔다. 사람들은 고요한 공기속에서 불안을 들이마셨다.
6월의 폭풍 68p, 이렌 네미롭스키
그는 소심하고 거만했으며 오로지 자신의 아파트와 자신의 발치에 널려 있는 물건들만을 사랑했다.
6월의 폭풍 76p, 이렌 네미롭스키
엄밀히 말해, 그것은 불안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투지도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슬픔이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짐승, 그물에 갇혀 어부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는 물고기의 눈에 깃든 것과 같은.
6월의 폭풍 93p, 이렌 네미롭스키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걸 이제는 좀 부끄러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승자들이 서술하는 정주하는 자의 서사가 말하자면, 변방의 유목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늘~ 좋은 것도 아님에도 답습이나 할꺼면서 ㅋ 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프랑스 전쟁이 체임벌린이 히틀러에게 협약인가로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 세력과 시간까지 벌게 해주었다가 뒤통수 맞았던 영화를 본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프랑스 전역이 불에 탔다는 묘사가 공습으로 잠시 등장했었어요. 그 무렵의 전쟁일까요?
기독교의 자비심, 수 세기에 걸친 문명사회의 너그러움이 헛된 장식처럼 벗겨지고 그녀의 메마른 영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적대적인 세상에 오로지 아이들과 그녀뿐이었다.
6월의 폭풍 105p, 이렌 네미롭스키
그들은 자신이 왜 달아나는지 알지 못했다. 프랑스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어딜가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
6월의 폭풍 107p, 이렌 네미롭스키
그는 보이지 않는 뭔가를, 그를 보호해주는 손을 믿었다. 그는 너무나 약하고 초라하고 작아서 폭풍우 속의 지푸라기가 그렇듯 가혹한 운명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6월의 폭풍 p. 167-168, 이렌 네미롭스키
17장을 읽었습니다. 가브리엘 코르트와 플로랑스는 전쟁통에 흩어질 뻔 하다가 다시 만난 "자기 사람들"을 두고 잠시나마 "삶"을 되찾았다고 여깁니다. 가브리엘의 (별 근거가 없어 보이는) 특권의식과 자존감이 전쟁과 피난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매일 똑같고 별 것 없어 보이는 내 휴대폰도 잃었다가 되찾으면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듯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라는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것도 잠시나마 잃었다 찾고 나면 그 가치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코르트와 플로랑스가 조금 철든 모습을 보이게 될까요? 아니면 그런 기대가 과한가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18장) 가브리엘과 위베르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분량이 남아있지만 현재까지 읽은 바로는 소설에서 가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인물이 가브리엘이 아닌가싶어요. 뭘 겪든 여전히 특권을 누리는 존재라는 확고한 믿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점점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베르는 어째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무용수 아를레트, 좀... 수상해요...
나쁜 여자 ㅠ 순진한(+ 잘생긴) 미성년자를;;
ㅎ ㅎ ㅎ ㅎ 그러게요. 생존 본능이 만만치 않은 사람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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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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