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창고 깊숙한 곳에서 사람들은 마침내 먼 거리를 달려오느라 지쳐버린 아련한 소리를 들었다. 일종의 팡파르였다. 세 가지 음조를 가진 그 소리는 경보가 해제되었음을 알려주었다.
『6월의 폭풍』 21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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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13장까지 읽었습니다. 장마리 어떡해요ㅠ 전쟁의 참상과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졌고 버찌 한다발의 의미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모
“ 걸어가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운이 없고, 약하며 수 완 없는 사람, 어딜 가나 맨 뒷줄로 밀려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에는 비싼 기차 운임 때문에, 여행 경비와 위험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인 소심하거나 인색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자신이 왜 달아나는지 알지 못했다. 프랑스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어딜 가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다. 지쳐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은 일어설 수 없다고,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겠다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편히 있다가 죽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다가오면 그들이 제일 먼저 일어섰다. ”
『6월의 폭풍』 106-107,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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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 자동차들은 비켜설 곳이 없는 데도 길을 터달라고 헛된 아우성을 치며 피란민들의 귀를 멍하게 만들었다. 화가 나 소리를 지르거나 체념한 듯 음울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는 운전기사들을 보며 피란민들은 고소해 했다. ‘차가 있으면 뭐 하나. 걷는 것보다 더 느린걸!’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했고, 남들 역시 자기만큼 불 행하다는 데에서 작은 위안을 얻었다. ”
『6월의 폭풍』 P.111,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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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이탈리아와 독일 비행기들이 도시 상공을 유유히 지나가도 사람들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결국에는 무엇에든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6월의 폭풍』 P.116,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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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내음
결국 무엇에든 익숙해진다는게 너무 무서운 요즘이에요 이 말도 안 되는 범죄에는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ㅜㅜ
레모
어제는 초콜릿 책방에서 <프랑스풍 조곡> 두 번째 이야기 <돌체>를 영화로 만든 ‘스윗 프랑세즈’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눴는데요, 저도 그렇지만 소설을 먼저 읽은 분들은 소설이 훨씬 좋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프랑스풍 조곡>의 가치는 작가가 생중계를 하듯 당시 상황을 소설로 썼다는 점 같아요. 더군다나 유대인이었던 작가가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다고 해도, 그 이후 벌어지는 대학살을 알지 못한 채 소설을 썼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그리고 작가가 인물들을 하나같이 입체적으로 그리며, 인간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읽고 있는 <6월의 폭풍> 인간과 삶의 다양한 이면들을 앞으로 더 본격적으로 보여줄 겁니다.
무더운 여름, 함께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만든 의의를 느낍니다.
매일그대와
15장까지 읽었습니다. 정글보다 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없는 미움과 증오의 현실이 전쟁보다 더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미쇼 부부의 판단력에 인도하게 되고 드디어 등장한 장마리가 포기하지 않길 응원합니다.
느려터진달팽이
Suite francaise가 아니고 영화를 몇 해 전 보았을 때만 해도 sweet francaise인가? 달콤한 프랑스인인가 싶었는데 프랑스 🇫🇷 모음곡이었네요^^; 영화보다 소설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ㅎㅎ 여주 매력이 덜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ㅠ
스마일씨
그니깐요. 그걸 발음나는대로 스윗 프랑세즈라고 영화제목을 써놓으니 누구든 착각할만하죠. 저는 저 한글 타이틀을 만든 사람이 너무 성의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봄내음
영화는 못 봤지만 레모님과 함께 초콜릿책방에서 나누었던 책얘기 너무 좋았습니다 :) 작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니 작가가 더 대단해보이고 이 시리즈 모두를 다 읽어야할 것 같더라구요! 돌체와 겹치는 인물들이 있다고 해서 남은 부분이 더 기대가 됩니다~
레모
오! 선생님이 새봄내음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그날 맥주를 못 마시고 와서 두고두고 아쉬웠답니다.
스마일씨
11-13장 까지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공습을 당하는 긴박한 상황과 피란 길의 처참함. 그 와중에도 현명한 미쇼 부부는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공습 와중에 잔의 행동을 묘사한 문장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네요.
🔖가슴이 너무 세차게 뛰는 바람에 두 손으로 가슴을 부여안은 채 돌덩이에 대고 눌러야 했다. (113p)
고아원 아이들로 가득한 트럭은 분명 필리프 신부가 아이들을 태우고 떠난 그 트럭 같고요. 심한 부상을 당한 미쇼 부부의 아들 장마리는 살아서 부모님을 볼 수 있을까요. 당시 부상자들 또한 치료받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일반인들의 작은 행동들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전쟁 중에 타 인을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깐요.
레모
사실 <6월의 폭풍>에서 멀쩡한 이성의 소유자는 미쇼부부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는 안 할게요. 이제 본격적으로 인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마일씨
“ 걷잡을 수 없이 공포에 질린 여자들이 자식들을 거추장스리운 짐인 양 팽개치고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났다. 어떤 여자들은 자식들을 자기 뱃속에 다시 집어 넣으려는 것처럼, 마치 그곳이 유일하고 확실한 피란처인 것처럼 있는 힘껏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
『6월의 폭풍』 117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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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 어느 날, 그녀가 버찌 한 다발을 들고와 장마리의 머리맡에 놓아주었다. 사람들이 말려서 먹을 수는 없었지만, 장마리는 불처럼 뜨거운 자신의 볼에 그것을 갖다 대보았다. 그는 마음이 한결 놓였고, 행복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
『6월의 폭풍』 123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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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샘
우리 아들 녀석도 어디선가 나랑 아무 관계도 없는 저 청년처럼 보살핌을 받고 있으면 좋으련만...
『6월의 폭풍』 p. 124,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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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샘
12-13장을 읽었습니다. 미쇼 부부와 장마리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병원이 부상병을 수용하지 못해서 마을에 맡겨졌고, 그래서 장마리가 모르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상황이 이제는 정말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가해자가 되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사건들 소식이 들리는 현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냐옹
“ “우린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플로랑 스가 말했다. 플로랑스는 피곤과 공포가 아닌 분노를, 광기에 넘치는 맹목적인 분노를 느꼈다. 분노가 내면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 그녀를 질식시켰다. 플로랑스는 가브리엘이 그들을 묶어주던 묵시적인 계약을 깨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들 나이에,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남녀의 사랑은 하나의 계약에 불과했다. 플로랑스는 가브리엘로부터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보호를 받길 바랐기 때문에 그에게 자신을 바쳤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과 일신의 안전을 보상받았다. 가브리엘은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것을 지불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플로랑스의 눈에 그가 허약하고 경멸스러운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6월의 폭풍』 126~127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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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14~15장을 읽었습니다. 전쟁상황에서 각자의 입장과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네요. 특히 계절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배경 묘사는 전쟁의 비극과 더 대조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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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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