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을 읽었습니다. 플로랑스가 라디오를 켜려고 하자 가브리엘 코르트가 말리는 모습에서, 위험에 처해도 덤불 속으로 머리만 숨긴다는 타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중요한 예술적 영감이나 집필 활동이 전시에도 그럴까요? 전쟁이 싫어도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전쟁 소식을 듣는 행위 자체를 내일로 미루는 가브리엘의 모습에서, 저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맑은샘
맑은샘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내일, 내일 들으면 돼. 지금 나쁜 소식을 들으면 내 기세는 꺾일 거고, 영감도 사라질 거야.
『6월의 폭풍』 p.45,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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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3장에서는 가브리엘 코르트라는 부르주아 지식인을 소개합니다. 잘나가는 소설가인데, 위선자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어요. 어쩌면 작가가 당대 소설가들에게 품었던 느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보니,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제일 먼저 남겼던 메모한 내용을 이 소설가가 다시 사용하네요. (편집자의 말 참조)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면, 시시포스여, 너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소설가에 필요한 것은 용기일까요?
느려터진달팽이
안 그래도 그 시지프스의 용기 부분을 보며 작가는 왜 시지프스를 떠올렸을까?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것인데 ㅠ 그런 보람없는 고통같은 숙명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고 하면 그건 결코 보람없는 일은 아닐텐데요~
호디에
글쎄요... 모든 작가가 소명의식이나 용기를 갖아야 한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 전 위의 맑은셈 님과 냐용 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과연 가방 밖으로 내던져진 원고가 만약 모자 상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가브리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스마일씨
용기보다는 '무거운 짐'에 방점이 있는 것 같아요. 😅
매일그대와
시절이 하 수상할 때일수록 소설가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용기가 맞겠구나 생각합니다. 똑바로 직시할 용기, 쓰는 용기, 내보일 용기, 앞장설 용기 등등이 떠오르네요.
p. 40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면, 시시포스여, 너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스마일씨
3장
지식인들이라고 해도 하는 짓은 '머리에 든 것이 없는 흰 사냥개'같군요. 피난 가는 사람이 블라우스니 화장품이니..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게다가 작가로서 자존심이 강한 가브리엘의 원고를 포기하고 화장품을 챙기다니요. 과연, 모자 상자에 잘 쑤셔 넣긴 할 건지.
저는 소설 초입엔 인물 묘사를 꼼꼼하게 보는데 아직까진 매력 있는 캐릭터가 없네요. 😅
그나저나 앞으로 이들은 페리캉 식구들과 만나게 되는건가요?
스마일씨
“ 가브리엘은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는 한창 꿈을 꾸다 깨어난 사람처럼 겁에 질린 몸짓으로 현실을 밀쳐냈다. 너무 밝은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
『6월의 폭풍』 44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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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전쟁을 증오하는 가브리엘, 현실 외면중..
스마일씨
“ 필리프는 이 불쌍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있는 선의를 그러모아 부드럽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에게선 냉랭함과 반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샘솟는 사랑도, 은총을 갈구하는 가장 비천한 죄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실한 감동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
『6월의 폭풍』 55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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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씨
4장
페리캉 부부의 큰아들, 필리프가 등장합니다. 결핵을 앓았고 선한 심성으로 부모의 반대가 있었지만 신부의 길을 걷네요.
프티 르팡티는 2장에서 '이 자선단체는 풍속 사건에 연루된 미성년자들을 도덕적으로 교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곳의 아이들에겐 '구원의 빛을 욕망할 수 있는 영적인 힘'조차 없 네요. 이런 아이들을 데니고 필리프 신부는 피난을 떠납니다.
4장도 계속해서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네요.
냐옹
“ 그들이 인사를 하자, 페리캉 신부는 미소로 답했다. 신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의 표정은 엄하고 약간 슬퍼 보였지만, 미소는 더없이 부드러웠고 약간의 소심함과 애정 어린 힐책을 품고 있었다. 마치 '난 너희를 사랑한단다. 그런데 왜 너희는 날 사랑하지 않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그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
『6월의 폭풍』 P51,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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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장면이 그려지는 작가님의 묘사 및 서술방식, 문장들이 좋아요. 4장을 읽었습니다:)
새봄내음
우리는 여행하는 도중에 분명 주변의 불행을 보게 될 거고, 그러면 마음이 몹시 아플 거야. 모두의 불행은 수많은 개인적인 불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6월의 폭풍』 p.57,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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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옹
오오~ 이 문장도 좋네요!!
맑은샘
4장을 읽었습니다. 일이 생긴 프티 르팡티 원장을 대신해서 필리프 신부가 원생들을 철수시키는 일을 돕기로 합니다. 필리프 신부의 등장에도 냉랭하기만 한 원생들의 반응이 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뢰를 쌓아 온 관계도 아니어서, 이미 프티 르팡티의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필리프 신부가 하는 말이 아이들에게 가 닿을 만큼 호소력이 있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그들로부터 샘솟는 사랑이나 신실한 감동을 기대하는 필리프 신부의 모습이 의아하게 느껴지네요.
스마일씨
5장은 전시상황에서 회사 같은 조직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네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전산화가 안 돼있어 서류들을 차로 일일이 싣고 떠나네요.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미쇼 부부와 인색하고 출세욕이 강한 은행장 코르뱅이 처음 등장합니다. 이 와중에 코르뱅의 내연녀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ㅎ
스마일씨
6장은 페리캉 식구들이 파리를 떠나는 어수선한 상황을 보여주네요. 어린아이들, 특히 장애나 질병이 있는 환자나 노인들을 데리고 피난을 떠나는 걸 상상해 보니..ㅠ
전쟁이 터지면 돈이 무슨 소용인가요, 웃돈을 챙겨준다 해도 택시조차 빌리지 못하는걸요. 가장 소중한 건 조국도 아닌 목숨이죠. 저는 유모처럼 포기하는 마음도 생길 것 같아요.
스마일씨
“ 내일이면 난 빈털터리가 될 거야. 아무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도대체 왜?' 하지만 곧 담담함의 파도가 그들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저따위것들이 무슨 소용이야! 결국은 돌맹이야, 나무일 뿐이야, 생명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아! 무엇보다 목숨을 구하는 게 중요하지!' ”
『6월의 폭풍』 68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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