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D-29
개인적으로 사랑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는 흔히들 성애적 사랑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하자 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저는 막상 '하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했거든요.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자기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 간에 사랑이 피어나는 것보다는 결핍있고 부족한 존재들끼리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 합니다. 결국 사랑하기 위해서는 결핍되어야 하는 것인지, 인생을 살면서 가질 수 있는 많은 사랑들 중에 꼭 성애적 사랑이 동반되어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건지 고민을 해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아 근데. 나는 사랑이 좀 하고 싶다." 엘. 오. 브이. 이. 그게 뭔데.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네. 웃겨. 아주 웃겨.
소설 보다 : 여름 2023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p.6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모든 것이 은총처럼 빛나는 저녁이 많아졌다. 하지만 맹희는 그 무해하게 아름다운 세상 앞에서 때때로 무례하게 다정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마음이 어떤 날에는 짐 같았고 어떤 날에는 힘 같았다. 버리고 싶었지만 빼앗기기는 싫었다. 맹희는 앞으로도 맹신과 망신 사이에서 여러 번 길을 잃을 것임을 예감했다. 많은 노래에 기대며. 많은 노래에 속으며.
소설 보다 : 여름 2023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p.99-100) ,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 "아 근데. 나는 사랑이 좀 하고 싶다." 엘. 오. 브이. 이. 그게 뭔데. 나는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고 말하네. 웃겨. 아주 웃겨. (p.69) 37살의 맹희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모르지만 사랑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함께일 때 더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어 보인다.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사람으로, 둘이 있을 때 더 행복하기에 연애를, 결혼을 결심하는 걸 텐데 어떻게 그런 확신이 들었는지가 궁금했다. 예전엔 나도 쉽게 입 밖으로 내뱉었던 말. ‘사랑이 뭔데! 나도 사랑 좀 해 보자!’ 이때의 사랑은 주로 연인과의 사랑을 해보고 싶단 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의 의미와 범위가 아주 넓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저런 말을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나도 사랑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맹희가 말하는 ‘세상에 아무리 줘도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 예전엔 이 점에도 불만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큼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내가 아무리 마음을 줘도 같은 크기만큼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때로는 슬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좋아서 주는 마음에 보답받으려고 하는 건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나도 보답하지 못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 그 순간에 그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걸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엔 관계에 불만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마음, 나의 상태, 나의 행복 같은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여럿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물론 다른 의미로 즐겁지만, 혼자여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꼭 연애, 결혼, 육아 등이 정답인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맹희는 어쩌면 그 과도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일 지도 모른다. 정답과 모험 사이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 🖋️ 맹희는 외투를 옷걸이에 단정하게 건 뒤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랑하고 왔다." (p.99) 맹희의 이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연애도, 결혼도 하고 싶긴 하지만, 그래서 사랑 좀 하고 싶지만, 또 사랑을 쿨하게 끝낼 줄도 아는 사람. 두려움 없이 언제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주 용기 있는 사람. ‘맹신과 망신 사이에서 여러 번 길을 잃으며, 기대기도 하고, 속기도 하겠지만’ 맹희는 그래도 계속해서 ’사랑‘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맹희가 찾아 나갈 사랑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 간에, 그가 나아갈 길을 응원하고, 또 따라가고 싶어졌다. -------------- 작가님 말처럼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읽었는데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본 것 같은 소설이었어요. 맹랑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맹희의 인생 한 조각을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ㅎㅎ
'나를 나답게 하는' 사람이 좋은 짝이라는 믿음이 있지요. 하지만 종국에는 도무지 '나'에 포함될 수 없는 대상과 함께하는 게 사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모험이며, 드물지만 확장과 초월의 기회를 제공하는 걸지도요.
소설 보다 : 여름 2023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p.11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방황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방황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험가로 칭해도 되지 않을까요.
소설 보다 : 여름 2023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p.120),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맹희는 그 무해하게 아름다운 세상 앞에서 때때로 무례하게 다정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겼다. 그런 마음이 어떤 날에는 짐 같았고 어떤 날에는 힘 같았다. 버리고 싶었지만 빼앗기기는 싫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99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92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배경을 제거한 사람이란 무엇일까? 말투? 표정? 서 있는 자세? 결국 들리고 보이는 것들인데 그것들이 직업이나 학력에 비해 믿을 만한 자질일까?
소설 보다 : 여름 2023 75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사람들이 클래식을 듣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증류해서 색과 맛과 향을 없애기.
소설 보다 : 여름 2023 61p,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사람들이 클래식을 듣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음을 증류해서 색과 맛과 향을 없애기.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에 '좋아요' 를 눌렀다.
소설 보다 : 여름 2023 P.61 롤링 선더 러브,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혼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둘이서 행복할 수 없다는 전언에 맹희도 동의했다. 혼자를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말 것. 적극적으로 혼자 됨을 실천할 것. 연애는 옵션이거나 그조차도 못 되므로 질척거리지 말고 단독자로서 산뜻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소설 보다 : 여름 2023 p.66-67,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우리는 신을 사랑할 수도, 계절을 사랑할 수도 있지. 조카의 해맑은 웃음에서, 동네 빵집에 진열된 갓 구운 빵에서, 뜻밖에 가뿐하게 눈뜬 아침 이불 속에서 듣는 새들의 지저컴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야. 그게 성숙이라고.
소설 보다 : 여름 2023 p 69,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노래를 듣듯이 책을 읽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음악으로 차례로 깔리던 음악들이 참 좋았습니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는 연대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게 재밌게 읽었어요. 행복도, 클래식도 모두 음미하고 향 맡고, 귀로 들은 오감 충족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말들은 너무 부당했다.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맹희 자신도, 감자도 토마토도 양파도 그들이 비난하는 만큼의 잘못을 한 건 아니었다. 👍김기태 작가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작품를 여럿 읽었는데 이리 소통하는 자리는 처음이네요! 이번 단편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연애프로그램을 애청하지 않는지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묻어나는 장면/문장들에 더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맹희가 감독과 이어지기를 바랐는데 이어지지 않은 것도 소소한 반전처럼 느껴졌어요. 유쾌하고 재미있는, 또 진정한 사랑이란 뭘까ˀ̣ 그럼 게 존재할 수 있을까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ㅎㅎ
@김기태 Q&A 김기태 작가님은 동아일보 등단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여성 인물을 초점화자로 설정하신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의 성별을 구분 짓는 것도 무의미하지만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의 심리를 꿰뚫는 듯한 묘사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나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의 브리짓을 언급하신 점도 그렇고요. 평소에도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작품들, 그중에서도 특히 로맨스 장르를 즐겨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작품을 읽고 정말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요. 혹 최근에 읽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 중에 추천하실 만한 게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덧붙여 단편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시는데 장편도 쫄깃하게 잘 쓰실 것 같아요. 장편 출간 계획이 있다면 그 역시 궁금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혜원 | 1) 소설을 쓰면서 맹희의 이름이 '눈먼 기쁨'(盲喜)로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요. 혜원님께서 풀어주신 '맹랑하고 희망찬'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좋은 의미를 부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광장'과 관련하여는, '광장이라는 기술적 공간'이 사라졌다기보다 '광장을 향한 열의나 동경, 믿음'이 사라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 문화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장밋빛 전망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 풍경은 제게는 좀 알쏭달쏭합니다. 3) 맹희는 '사랑'보다는 '사랑을 원하는 자신'을 선택했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달성되지 않을 욕망'은 홀가분하게 버리는 게 지혜라지만, 그건 거의 종교적인 수행을 요구하는 일 같습니다. 속세인으로서 저는 욕망을 정직하게 수긍하고 지병처럼 안고 가는 게 더 유효한 태도라 여기며 살고 있고요, 소설에도 슬쩍 묻어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정은비 | 혼자라는 조건에서 어떤 결핍을 토로하면 흔히 미성숙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설명할 수 없는 결핍이 결국 성애 관계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의 근본 조건이 아닌지 생각해보고는 합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고, 어떤 사람은 결핍을 전혀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요. 홀로서기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자기 결핍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bookulove | 맹희를 '과도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 말씀해주셨는데 공감이 갑니다. '시대가 어떻게 변했다', 라는 편리한 문장은 회고적으로만 말해질 수 있을 뿐이고, 현재를 사는 입장에서는 늘 과도기 속에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갑자기 "사랑은 뭐다 뭐다 이미 수식어는 레드 오션"이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나네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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