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여름방학 독서모임_<소설 보다: 여름 2023>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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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에서 작가님에게 싸인을 받으며 저는 서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서울이 절대로 탈 일이 없고 또 절대로 화분이 될 수도 없는 곳이란 생각을 했어요. 반면 사는 지역은 언제든 서울에게 먹히거나? 타서 흔적이 사라질 수 있겠다, 그런 감상을 수도권에 살면서도 가지고 있거든요. 언제든 타거나 망가질 수 있는 화분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가 싶지만 타거나 망가지더라도 분갈이만 하면 된다는 게 묘한 안정감을 줬습니다. 내용물이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화분 따위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서요. 잘 읽었습니다!
독자님, 저도 이 문장을 읽으며 위로 받았는데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속한 지리적 위치에 의해서도 선입견을 갖게 되는 요즘 정말 중요한 것을 우리들이 놓치는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
내용물이 망가지지만 않는다면 화분 따위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우희님 말씀에 정말 공감이 가네요. 기억해두고 싶은 말입니다!
* 리뷰를 쓰기 전 인터뷰를 읽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로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 Q1. 화자(저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의 이름을 설정하시지 않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화자의 이름이 없어서 더 화자에게 깊이 공감하며 글을 읽게 된 것 같아요. Q2. 주인공은 택시가 왔지만 타지 않겠다고 말하는데요. 이때 ‘택시가 로터리를 한 바퀴 돌고 / 돌고 / 돌아서 / 길을 빠져나갔다.’라는 문장에서 세 번이나 ‘돌다’라는 단어가 쓰였는데, 이는 어떤 의미가 담긴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아직 방황하고 뿌리를 내릴 곳을 찾지 못한 화자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Q3. 마지막에 이희우 인터뷰어께서 T. S. 엘리엇의 장시 「텅 빈 사람들」의 한 구절을 언급하셨고, 작가님께서 시를 읽어봐야겠다고 하셨는데, 혹시 읽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구절이 정말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Q4. 울산을 배경으로 하여 중년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고 싶다고 언급하셨는데, 또 특별히 작가님께서 꼭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고향에서 19년(그것도 정말 시골에서 12년, 도청소재지-간만에 사용하는 단어같네요.^^-에서 7년), 서울에서 30년을 살았으면 산술적으로는 서울사람이라 할 만한데 어린 시절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도 여전히 서울 사람같지는 않은 이 마음은 왜 일까요? P시나 H시로 표시되는 기존의 소설보다 '울산'을 드러낸 작품이, 꼭 울산이었어야 할 이유가 설사 없다 하더라도 서사에 강한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인터뷰의 내용으로 작품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떠나온 사람이 그 떠난 도시나 사람에 대해 변치 않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어처구니 없는 기대인 것이죠. 나는 여전히 울산에서 올라온 지방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간직(?)하며 현재의 삶을 반쯤은 타인의 설계대로 움직이는데 정작 울산에 계신 추자씨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러 방향으로 변한 모습을 발견할 때의 생경함. 비록 울산에는 출장차 두어번 간 본 도시이지만 작가님의 다음 울산이야기도 기대됩니다.
Q&A 재와 그들의 밤을 읽고 ▷ '나'의 유년시절이 담겨 있는 한울에 화재가 발생하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어요. 꼭 기억이 휘발되길 바라는 사람 같았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가 많은 걸 떠올리게 했어요. 화자가 느낀 과거는 (상징적인) 불로 없애고 싶을 정도로 큰 고통이었구나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뜨거운 마음을 봤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번 울산에서 일어났던 일을 통해 자신이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벗어난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마처럼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했겠고, 재가 되어 사라지는 집을 생각하며 위안을 얻었을 것 같아요. 문득 불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과거를 잠식시킬 수 있는 건, 물이나 바람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것 같아서요! ▷ 엄마를 엄마라는 단어 대신에 '추자 씨'라고 칭한 게 큰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역할을 의미하는 대명사를 쓰는 순간부터 한 인격체로 인식하기 힘들다고 느낍니다. 어떤 편견도 없이 추자 씨를 바라보았고, 그래서인지 그녀를 미워할 수가 없었어요. 분명 화자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했고 아픔을 준 게 맞는데도요. 이런 설정을 보면서 사람을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추자의 호칭을 엄마가 아닌 '추자 씨'라고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 '여자는 위가 작아야 된다'고 말하던 엄마가 편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 난생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에 화자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거기서 해결책을 얻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앨범을 들고 집에서 나왔다고 느껴졌어요. 화자가 엄마의 앨범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했습니다. 저는 엄마를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단순히 화자가 잠이 안 와서 앨범을 들고 로터리로 향한 것 같지는 않아서요. 화자가 어떤 마음(생각)으로 추자 씨의 앨범을 챙겨 밖으로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처음 걸음마를 뗀 사람처럼 엄마의 사진을 '어정쩡하게 쥐고'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와 현재, 그 어느 곳에도 발 딛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어요. 저는 이것만으로도 화자가 많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작업 곡이었던 요한 요한슨의 노래를 들으면서 장면을 떠올렸는데, 독립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작가 Q&A 저는 작가님이 울산이라는 도시를 특정하지 않고 U라는 약칭을 썼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울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기억이 읽는 독자마다 다를 수 있고, 현재 살고 있는 독자도 있을테니요. 도시를 특정하지 않았다면 화자와 비슷한 과거를 떠올려 공감을 더 끌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데요. 울산이라는 도시를 특정한 특별한 이유 또는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으신지요.
p. 129 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이런저런 기준에 맞춰 지내다 보면 어정쩡하게 줄타기하는 서툰 곡예사가 된 기분이었다. (…) 울산은 내게 그런 곳이었다. 한때 가장 벗어나고 싶은 도시였지만, 궁지에 몰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화자의 울산에 대한 인상이 공감 되었습니다. 익숙하고 편한 곳이기도 하지만 좋은 기억만 떠오르지는 않는.. 불편함이 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했을 시기를 보낸 곳..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서울이 이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면 친절하고 정 많고 느긋한 분위기가 좋다가도, 고약하고 편안한 향취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곤 해요.. p. 150 바람이 굳게 닫힌 투명한 창문을 깨뜨리기를. 산산이 부서진 유리 조각이 오래된 발자국들을 뒤덮기를. 깨진 창문으로 걷잡을 수 없이 강한 바람이 불어닥치기를. (…) 그리하여 마침내, 어떤 구호도 장비도 무용해지기를. 모든 것이 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지기를. 마지막 문장을 읽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한번 더 소설을 읽으니 ‘재’라는 소재가 삶의 의미와 무의미를 동시에 느껴지게 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작년에 가장 재밌게 본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자주 나오는 단어였던 ‘흐르다’라는 어감이 주는 자유로움도 좋았어요.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고 부유하고만 있더라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들입니다 :) Q1.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던 추자씨가 덕미씨와 연애를 하고 변화한 모습이 무언가 안도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추자씨를 변화시킨 건 외로움일까요.. 시간일까요? Q2. 혹시 작가님께서도 추자씨의 타투처럼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Q3.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있다면 특별히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Q. 작가님께서 가지고 있는 고향에 대한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Q. 추자씨와 덕미씨의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님이 표현해내시려고 한 사랑의 모습을 어렴풋이 짐작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랑'은 어떤 모양인가요?
'밤'을 소재로 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밤의 찬가' 꼭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 A 인터뷰에서 '저는 소설의 공간적인 디테일이나 구조, 전반적인 톤/색채/분위기 등을 상상하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글을 읽으면서 그 배경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거 같았어요. 혹시 [재와 그들의 밤]을 쓰시면서 특히 신경을 쓴 장면이 있으신가요? 저는 고향에서 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또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도 특정 장소를 떠올리기 싶지 않더라고요. 최근에는 계절마다 머물고 싶은 곳이 생겨서 '고향'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고향의 의미와 비슷한 결의 장소를 마련했어요. 혹시 작가님께도 고향의 의미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곳이 있으실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일요일 밤에도 『소설 보다: 여름 2023』과 함께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마지막 단편 하가람 「재와 그들의 밤」저자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24일(월)부터 달아드릴 예정이니, 내일도 잊지 말고 찾아와 주세요! 추가로 도서모임 리워드 『소설 보다: 가을 2023』(9~10월 사이 출간 예정)를 보내드리기 위해서 독자 여러분들의 주소가 필요합니다. 잊지 마시고 [성함/연락처/주소] 메일 회신 부탁드립니다. (우수 참여자 선정을 위해 본명과 그믐 닉네임이 다르신 경우 닉네임도 꼭! 기재해 주세요) *리워드 발송후 모든 개인 정보는 삭제 예정입니다. 기존에 안내차 보내드린 메일을 삭제하신 경우에는 moonji7222@naver.com로 보내주십시오. 그럼 모두 즐거운 일요일 밤 즐기시길요-
작가Q&A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질문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작가님께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간단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다른 특정 도시에 대한 소속감과 소외감에 대한 내용은 이 소설의 주된 고민과 별 개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달아나고 싶다가도 다가가고 싶은 곳, 그와 별 개로 결국 ’나‘라는 인물이 선택을 해서 소속되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곳이 있을것같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에게 어디든 소속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하는 장치는 (도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등)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희 우희님, 안녕하세요. 🐶 (프로필 사진 속 강아지가 무척 귀여워요) 지난 북토크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뵙네요! 분갈이 대사를 언급해 주신 독자님을 처음 뵈어요. 반갑습니다. ^^ 어찌 보면 화자에게는 다소 매정한 대사처럼 읽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사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끼셨다고 하니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우희님 말씀처럼 살면서 분갈이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나 스스로가 실은 특정한 ‘화분’에 뿌리내리고 싶어 하기보다는, 계속 부유하면서 살기를 원하지는 않은가?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글을 쓰는 건 아닐까 생각도 하고요. ㅎㅎ 소중한 감상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bookulove bookulove님,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에 인터뷰가 처음이라 조금 걱정했는데요. 이희우 평론가님이 워낙 재밌고 세심한 질문들로 잘 이끌어주셔서 저도 즐겁게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 A1. 화자의 이름이 소설에 나오지 않는 건 쓰는 과정에서 결정되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화자의 이름을 정해두었는데요. 1인칭 소설이기도 하고, 소설 속에서 화자가 대부분 풍경과 인물들을 관찰하는 입장이라, 화자의 이름이 나올만한 장면이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름이 한두번 정도만 나올 거라면, 그냥 다 지우고 ‘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름을 다 지우고 나니 bookulove님 말씀처럼 화자와의 거리도 좁혀지는 것 같고, 결말의 발화도 조금 더 감정이 잘 드러난다고 느꼈어요. A2. 그 장면에서 ‘돌고’를 세 번 쓴 건, 장면 자체에 슬로우를 걸고 싶어서였습니다. 글은 영상에 비해 감상자의 속도에 자율성이 있어서 ‘택시가 천천히 돌다가 길을 빠져나갔다.’라고 작가가 써도 감상자에 따라서 빠르게 읽고 지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장면에서 정말로 택시가 천천히 도는 것을 독자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에서 줄을 바꾸고 같은 표현을 연달아 쓰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택시가 한번 로터리를 돌고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여러 번 돌다가 빠져나가는 것이, 화자가 고향에 가지는 양가적인(떠나고 싶으면서도 머물고 싶은) 마음과도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A3. 읽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추천받아 처음 읽게 되었는데요. 묵시록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는 너무나 매력적인 시더라고요. 문장 이면의 감정은 들끓는데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은 메마르고 척박한, 그런 대비가 인상적이었어요.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ㅎㅎ A4. 요즘은 곧 마감을 앞두고 있는 단편소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살짝만 언급해 보면, 제목에는 ‘탐정’이 들어가고요. :) 이미 나 있는 길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예요. 24년 1월쯤 출간되는 앤솔러지에 실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저도 열심히 마감을.. 해보겠습니다. ㅎㅎ
작가님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택시가 로터리를 도는 장면은 어쩐지 시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천천히 마음 속으로 따라 읽으며 그 쟝면을 상상해보았더니 작가님이 말씀하신 양가적 마음이라는 것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다음 소설 제목에 ‘탐정’이 들어가다니 정말 기대되네요~! 작품 열심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원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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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하리라 흥하리라님, 안녕하세요. 😊 제게도 이 소설의 배경을 지방의 익명 도시가 아니라 ‘울산’, ’울주군‘처럼 구체적인 도시와 소재지로 표기하는 것에 조금 용기가 필요했는데요. 즐겁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고향에서 지낸 것보다 긴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셨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린 시절은 꼭 좋은 기억으로만 점철되지 않아도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이기 때문일까요? 🙂 다음에 또 울산에 방문하시게 된다면, 공업탑을 돌며 이 소설을 떠올려 주세요. ^^ 감사합니다.
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한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보겠습니다. 어쩌면 이미 공업탑을 봤을 수도 있지만 수 년 전에 그냥 지나쳤던 공업탑과는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류징 벤치에 안어울리는 앨범을 들고 있는 사람을 그려 볼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뱅글뱅글 돌아 로타리를 벗어나는 택시를 보면-기사님이 여성이라먄 더 신기할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애도 디테일한 묘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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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박혜원님, 감사합니다. A1. 불을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결말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결말에서 화자의 위치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소설 속 화자는 결말부 이전까지는 대체로 지켜보는 위치에 서있습니다. 변해버린 고향과 풍경을 바라보고,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는 타인의 사정에 관해 묻고,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차곡차곡 쌓아오다가 결말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분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는 화재를 ‘지켜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도입부에서 연기를 ‘피어 올리는’ 화자의 태도 변화와도 관련 있고요. 이런 내면의 발화, 분출의 속성이 ‘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A2. '추자씨‘라는 호칭은 이야기해 주신 것처럼 인물과의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쓰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는 추자씨를 지켜보는 화자 입장에서도 어머니보다는 ’추자씨‘라고 칭하는 것이 이 소설과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A3. 추자씨의 앨범을 보며 화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듯합니다. 소설 속 ‘이 사진을 여기까지 가지고 온 추자 씨는 오히려 그 시절을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다.’라는 문장에서 화자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에 식이장애를 겪었던 추자씨의 사진을 보며 화자는 한편으로는 추자씨를 이해할 수도 있겠어요. 그리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식이장애를 겪은 기억을 트라우마로 생각하고 그 기억을 떨쳐내고 싶어하는 본인과 달리, 앨범 속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추자씨를 보며 ‘한 몸처럼’ 움직였던 어머니와의 관계가 서서히 끊어지고 있음을 체감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요한 요한슨의 곡과 함께 읽어 주셨군요! 박혜원님의 여러 질문들 덕에 소설을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스마일씨 스마일씨님, 감사합니다. 도시를 익명으로 표기할 때 가질 수 있는 효과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해주신 것처럼 많은 분들이 조금 더 보편적으로 공감하며 읽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성을 띤 감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소설이 진짜인 것처럼, 정말 일어난 일인 것처럼 여겨지기를 바랐거든요. 또 만약, 이 소설에서 울산을 구체적 지명이 아닌, U시나 B시 등으로 표기한다면, 그 도시가 개별적인 장소보다는 ‘비수도권’, ‘지방 도시’로 범주화 되어 읽히기 쉽다고 생각했어요. 소설 속 화자가 ‘추자씨’를 ‘어머니’가 아니라, ‘추자씨’라는 개별적인 주체로 지칭하는 것처럼 저 또한 이 소설 속에서 쓰고 싶었던 것은 ‘지방 도시’보다는 ‘지방 도시이기도 한 울산’에 조금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은 제니퍼 크로포트의 <집앓이>라는 소설입니다. ‘집앓이(homesick)'라는 번역 제목에 이끌려서 보게 된 책이에요. 제니퍼 크로포트는 저도 이번에 처음 읽어본 작가인데, 몇 년 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카의 <방랑자들> 영어 번역을 맡은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파편적인 에피소드들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양장본으로 제작된 책을 펼치면 마치 소설 속 자매의 비밀 노트를 훔쳐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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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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